[김어준은 어떻게 하루에 5000만원을 벌었나]
[괴담 유포자들의 책임 제대로 물어야]
김어준은 어떻게 하루에 5000만원을 벌었나
언론에 등장한 사기꾼 공통점
"페라리 타고 시그니엘 거주"
화려·세련되게 포장하는 것
그땐 가짜 뉴스도 진짜처럼 보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선고가 있었던 지난 4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은 수퍼챗으로 5484만5128원을 벌어들였다(플레이보드 집계). 라이브 진행 중에 시청자가 수퍼챗(현금 후원)을 보내면 금액과 아이디 등이 채팅창에 표시되고, 다른 시청자들도 이를 볼 수 있다. 이 채널은 수퍼챗 기준으로, 이날 한국의 모든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세계 정치·뉴스 분야에서도 1위다. 이쯤 되면 겸손은 당연히 힘들 것이다.


지난해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불법적인 양태를 취재하면서 수퍼챗을 받기 위해 별별 짓을 다 하는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을 접했다. 길에서 싸움을 걸고 이를 중계하는가 하면, 동남아 유흥가에서 노는 광경을 낱낱이 보여주기도 한다. 더 때리고, 더 벗으면 더 많이 벌었다. 김어준씨의 채널 역시 괴담에 가까운 가짜 뉴스를 아무 근거 없이 내놓거나 생떼에 가까운 선동을 한다. 계엄 직후엔 “미군을 일부러 몇 명 사살해가지고 미군의 북한 폭격을 유발한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하거나 “헌법재판관은 탄핵하지 말라고 헌법에 써 있지 않다”고 하는 식이다. 더 황당하고, 더 거칠면서, 더 많이 벌었다. 여기까진 수퍼챗을 받으려고 기행을 일삼는 여타 유튜버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하루에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5500만원을 한 채널에 보낸다면 얘기가 다르다. 3·1절이나 윤 전 대통령 석방일 등 우파·보수 유튜버의 ‘대목’에도 수퍼챗이 하루 1000만원을 넘는 채널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체 어떻게 방송하길래. 4일의 라이브를 봤다.
열 시간 남짓한 방송은 여섯 개의 꼭지로 이뤄져 있었고, 꼭지마다 진행자와 출연자가 달랐다. 초반에는 앵커 출신의 여성이, 그 뒤로는 현직 야당 의원 여럿이 패널로 등장했다. 중간중간 기자가 헌법재판소 현장 중계를 했고, 화면 전환은 매끄러웠다. 출연자 중 누구 하나 소리 높여 악을 쓰지 않았고 미소를 머금은 채, 여유로운 모습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분위기가 처질 만할 때 유명 재즈 보컬리스트가 이끄는 밴드가 나와 공연을 했다. 시그널 음악도 90년대부터 히트곡을 쏟아낸 작곡가가 지었다. 한마디로 ‘때깔’이 좋았다. 공중파나 종편의 시사 프로그램 이상으로 번듯했다는 뜻이다.
지난 몇 년간 언론에 등장한 사기꾼의 공통점은 꽤 그럴싸해 보인다는 것이다. 가짜이기 때문에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법. 이들은 하나같이 람보르기니나 페라리를 타고 다녔고, 시그니엘(서울 잠실)처럼 국내 최고가 주상복합에 살고 있었다. 연예인과 사귀기도 하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유럽 귀족과 친분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실제의 자신보다 더 부유하고, 더 유명해 보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썼고, 여기에 깜빡 속아 넘어간 사람들이 있었다. 김씨는 ‘딴지일보’라는 인터넷 마이너 매체에서 시작해 유튜버까지 넘어왔다.
가짜 뉴스도 가짜 뉴스지만, 소위 더 그럴듯해 보이려면 위에 언급한 페라리나 시그니엘처럼 화려하고 그럴싸해 보이는 게 핵심이다. 지상파나 종편보다 더 메이저처럼 보이는 방송을 꾸미는 이유일 것이다. 심지어 채널 이름도 김씨가 TBS라디오에서 진행을 맡은 ‘뉴스공장’을 그대로 쓰고 있다.
유튜버,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아무나 돈을 벌 수는 없다. 헛소리도, 거짓말도 정성스럽게 공들이고, 정교하게 설계하면 진담이고 진실처럼 보이는 게 요즘 시대다. 그 힘으로 돈을 버는 무대가 지금은 유튜브다. 웬만한 강심장, 철면피가 아니라면 선뜻 하기 어려울 것이다. 마이너 사기꾼이 아니라 메이저 사기꾼이 될 각오가 없다면, 당신의 섣부른 도전은 금물이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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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유포자들의 책임 제대로 물어야
지난해 12월 3일 계엄 당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으로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주일 미군 기지로 압송했다고 보도했던 한 매체 본사를 경찰이 9일 압수수색했다. 이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명백한 거짓인데 이 매체는 보도를 이어갔고 이 어이없는 괴담은 한때 진실인 양 유튜브를 떠돌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이 헌재에서 입에 올릴 정도였다.

지난 2월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주인공 복장을 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안모씨가 윤 대통령의 불구속 수사를 권고할 것을 인권위에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경찰은 이 매체를 공무 집행 방해와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거짓 괴담이 사회에 끼치는 손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의 근본적인 신뢰를 훼손해서 무엇을 진실로 믿고 어떤 근거로 판단을 내려야 할지 흐리게 만드는 것이 괴담 음모론의 가장 큰 해악이다.
우리 사회는 그 해악을 여러 차례 경험해 왔다. 광우병 괴담, 사드 전자파 괴담, 세월호 미군 잠수함 충돌 괴담 등은 지금은 어이없어하지만 당시엔 맹위를 떨치며 사회를 어지럽게 만들었다. 최근에도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관련 괴담이 퍼져 한때 수산업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문제는 이들 괴담 생산자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됐다고 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사실이다. 광우병 공포를 만든 방송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은 방송 내용의 거의 전부가 허위라고 판결하면서도 공익과 관련된 사안이라는 등의 이유로 무죄를 줬다. 제작진은 대법원을 나서며 자신들이 이겼다고 했다. 이러니 괴담이 사라질 수 없다.
이렇게 된 것은 많은 경우 민주당이 이 괴담에 동조하거나 가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괴담이 정치화되면서 더 많은 군중이 괴담에 휩쓸리게 된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의견과 사실을 가장한 거짓은 완전히 다르다. 사실인 것처럼 위장한 거짓은 의견의 자유에 포함될 수 없다. 이런 괴담은 처벌돼야 재발을 막는다.
-조선일보(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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