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맨’ 트럼프도 두 손 든 美 국채 투매]
[미국 샤워기 논쟁 33년]
‘매드맨’ 트럼프도 두 손 든 美 국채 투매
“때로 무엇인가를 고치려면 약(medicine)을 먹어야 한다.” 미국이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미국 주식시장에선 연이틀 대폭락장이 연출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태연했다. “꽉 잡고 버텨라. 끝은 아름다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장담은 오래가지 못했다. 9일 “국채 시장을 보니 사람들이 약간 불안해하더라”며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했다. 증시 패닉과 동맹국의 반발에도 꿈쩍하지 않던 그를 채권 시장이 막아 세운 것이다.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치우는 동시에 가장 안전하다던 미 국채도 대량으로 내던졌다. 대규모 국채 매도는 자칫 정부 존립을 뒤흔들 수 있는 ‘폭탄’이다. 2022년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를 취임 44일 만에 사임하게 만든 직접적인 계기도 국채 투매였다. 재원 대책 없이 감세 정책을 내놓자 투자자들이 영국 국채를 대거 매도했고, 결국 국채 가격과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해 위기를 맞았다.
▷미국은 특히 국채에 민감하다. 정부 빚이 많기 때문이다. 미 연방정부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36조1400억 달러(약 5경2500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국채 이자로만 국방비보다 많은 1300조 원 가까이 썼다. 국채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가 오르는데, 워낙 빚이 많다 보니 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이자 부담이 급증한다. 재정적자 감축을 목표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에겐 재앙 같은 상황이다.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국채 금리에 따라 오르게 되면 미국민들의 생활에도 큰 타격을 준다.
▷갑자기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운 건 누구일까. 일단 주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이 채권을 팔아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채권 투자자 일부가 ‘채권 자경단’으로 나섰다는 해석도 있다. 정부의 재정 및 통화정책에 반발해 항의의 의미로 국채를 대량 매도하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쥐고 있는 일본과 7600억 달러가량 보유한 중국이 관세 전쟁에 대한 맞불로 투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일단 상호관세 유예로 한 고비를 넘겼지만 미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 엄포와 철회가 반복되며 미국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 제조업을 살리고 적자를 줄이면서 중국도 견제하고 달러 패권도 놓고 싶지 않은 모순된 목표 때문에 정책 방향이 널뛰기를 한다. 이러다 보니 과연 미 달러와 국채가 세계의 안전자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졌다. 그나마 ‘매드맨’ 트럼프도 결국 시장을 이기긴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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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샤워기 논쟁 33년
집을 보러 갔을 때 빠뜨리지 않고 점검해야 하는 일이 물이 잘 나오는지 수도꼭지를 돌려보는 것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더 수도꼭지를 돌려보는 일이 중요하다. 서부 등 가뭄으로 물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아 수돗물을 우리보다 낮은 수압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미국 출장을 갔다가 마치 보슬비가 내리는 듯한 샤워기 앞에서 당황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샤워를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s Showers Great Again)라는 이름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가정 샤워기의 수압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낮은 수압 때문에 샤워하는 데 15분이나 걸린다고 불평하면서 “내 아름다운 모발 관리를 위해 샤워를 잘하고 싶다”고 했다.
▶샤워기 수압 논란은 33년 전인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의회는 공화당 주도로 샤워기 수압을 분당 2.5갤런(9.5L)으로 제한하는 에너지 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미국 가정의 물 사용량의 약 20%를 샤워가 차지하고 있다. 당시엔 ‘물 낭비를 줄여 지구를 살리자’는 분위기가 대세여서 초당적으로 동의했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서명했다. 그런데 쫄쫄쫄 나오는 샤워기에 불편함을 느낀 미국인들이 노즐이 여러 개인 샤워기를 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2013년)은 샤워기 전체에서 나오는 수압을 분당 2.5갤런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트럼프는 집권 1기인 2020년 이번과 비슷한 불만을 터뜨리며 해당 규정을 샤워기 전체가 아닌 개별 노즐로 제한하게 완화했다. 그러자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이 규칙을 오바마 때로 되돌렸고, 이번에 트럼프가 다시 자신의 행정명령을 복원한 것이다. 샤워기 수압을 제한하는 규제는 우리나라에도 있다(수도법 시행규칙). 미국보다 엄격한 분당 7.5L 이하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공급 수압이 미국의 2~3배여서 7.5L 이하 제품을 사용해도 전혀 문제를 못 느낀다고 한다.
▶우리 국민은 평소 일상에서 물 부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1인당 하루 물 사용량은 300L 정도로 미국보다는 적지만 독일·덴마크에 비해 2배 이상 많아 전 세계적으로 셋째로 물을 많이 쓰는 나라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강수량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2023년 호남 물 부족 사태에서 보듯 언제라도 물 부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물을 소중하게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언젠가 우리도 샤워기 수압 논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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