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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여한 주식 돌려 달라”… 한국콜마 父子 전쟁] ....

뚝섬 2025. 6. 21. 06:37

[“증여한 주식 돌려 달라”… 한국콜마 父子 전쟁]

[브랜드 ‘머슴’에서 ‘주인’으로]

 

 

 

증여한 주식 돌려 달라”… 한국콜마 父子 전쟁

 

K뷰티의 ‘제조 강자’로 꼽히는 한국콜마가 2세 경영 체제로 전환한 건 2019년이다.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반일 정서가 들끓던 당시,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정부 대응을 비판하는 막말 영상 논란에 휩싸이며 경영에서 잠시 물러나면서다. 1남 1녀를 둔 윤 회장은 아들에겐 화장품과 의약품 사업을, 딸에겐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맡기는 것으로 후계 구도를 그리고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지분을 물려줬다. 그해 말 아들 윤상현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지주사 최대 주주가 됐고, 이듬해 초 딸 윤여원은 콜마비앤에이치의 사장이 됐다.

▷그런데 최근 아버지 윤 회장이 6년 전 아들 윤 부회장에게 물려준 지주사 주식 230만 주(지금은 무상증자를 거쳐 460만 주)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냈다. 창업주가 2세 경영자를 상대로 증여 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경영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이번 소송은 얼마 전부터 자회사 경영권을 둘러싸고 아들 윤상현 부회장과 딸 윤여원 사장이 벌인 ‘남매 다툼’이 ‘부자 싸움’으로 확전된 꼴이다.

남매간 갈등은 두 달 전 오빠 윤 부회장이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동생이 대표이사로 있는 콜마비앤에이치의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면서 불거졌다. 동생이 이를 거부하자 오빠는 이사회 개편을 위한 임시주주총회를 열게 해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이 같은 다툼이 알려지자 윤 회장은 창립 기념식에서 기존 후계 구도 방침을 거듭 밝히며 “창업주로서 직접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아들이 “혈연 아닌 주주 가치 제고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아버지의 뜻을 거부하자 부자간 소송전으로 번진 것이다.

 

▷부녀 측은 아버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 체결한 ‘3자 간 경영 합의’를 아들이 어긴 만큼 증여 취소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합의에는 그룹 경영을 맡은 아들이 콜마비앤에이치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영권 행사를 지원·협조해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으며, 이를 전제로 증여를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아들 측은 당시 증여는 아버지의 사퇴로 인한 경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경영 합의를 전제로 한 ‘부담부증여’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향후 재판에선 경영 합의에 어떤 문구가 포함됐는지, 경영 합의를 증여의 조건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반 가정에서도 부담부증여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이 끊이지 않는데, 대체로 자식이 증여 조건으로 내건 효도나 부양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며 물려준 재산을 도로 내놓으라는 사례라고 한다. 일반 가정의 증여 반환도 까다로운데 콜마 분쟁은 경영권까지 걸려 있어 장기전으로 치달을 소지가 크다. 집안싸움으로 K뷰티 수출에 일등공신 역할을 해온 콜마의 날개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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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머슴’에서 ‘주인’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 1970년대 부산 전포동, 당감동 일대는 세계 신발 산업의 메카였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 운동화의 70~80%를 삼화고무, 동양고무, 태화고무 같은 토종 기업들이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생산했다. 나이키의 무리한 납품가 인하 요구에 화가 난 기업들이 프로스펙스, 르까프, 월드컵, 슈퍼카미트 같은 토종 브랜드로 딴살림을 차렸다프로스펙스, 르까프가 잠깐 국내 시장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결국 브랜드 파워에서 밀렸다.  

 

세계 최초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뿌리는 미국 텍사스주 얼음 제조사였다. 빵, 우유 같은 식료품도 함께 팔면서 수퍼마켓처럼 진화했다. 이를 눈여겨본 일본 유통 기업이 1974년 일본에 세븐일레븐 1호점을 열었다. 대박이 났다. 점포수가 2만개를 넘고 매출이 모기업을 넘어서면서 미국 모기업을 인수해버렸다. 이후 세븐일레븐은 세계 17국에 7만개 점포를 가진 일본계 편의점 제국이 됐다.  

▶국내에서도 세븐일레븐처럼 외국 모기업을 인수하는 사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 현지법인으로 출발한 스포츠 의류업체 휠라 코리아가 2007년 100년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했다. 이후 휠라는 2011년 미래에셋그룹과 손을 잡고 세계 최대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인수했다. 작년엔 국내 의류업체 F&F가 토종 펀드와 손을 잡고 세계 3대 골프용품 업체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다. 패션 분야에선 성주그룹이 독일 명품 브랜드 MCM을 인수해 몸집을 크게 키웠다.  

▶화장품 업계의 숨은 강자 한국콜마가 원조 기업 미국콜마로부터 콜마(Kolmar) 브랜드를 사들여 콜마 상표의 주인이 됐다. 한국콜마는 제품 생산만 맡는 OEM 방식이 아니라 제품 연구·개발·생산까지 다 책임지고 주문 업체 상표를 붙여 공급하는 ODM(주문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성장해 왔다. K뷰티 산업의 엔진 역할을 하며 세계 600여 개 화장품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특유의 ‘노 브랜드’ 전략이 고성장 비결이었는데 앞으로 ‘콜마’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하다.  

▶한국 기업들의 브랜드 전략은 창의성을 더해가고 있다. 패션업체 F&F는 의류와 아무 상관이 없는 MLB, 디스커버리 브랜드를 도입해 패션 브랜드로 재창조하는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을 선보였다. 타 업종에서도 갤럭시폰(삼성), 제네시스(현대차), 스타일러(LG) 등 세상에 없던 K 브랜드가 속속 자리 잡아 간다. 기술로는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진 운동화에서도 토종 브랜드의 재기를 보고 싶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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