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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거슬러 역사를 만든 거인들] [대통령 직속 '노동시장.. '] ....

뚝섬 2025. 6. 23. 09:11

[지지층 거슬러 역사를 만든 거인들]

[대통령 직속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위원회' 제안한다]

['발톱' 드러낸 중국에 맞서려면]

 

 

 

지지층 거슬러 역사를 만든 거인들

 

군부 지원으로 대통령 된 드골
군부 반대한 알제리 독립 매듭
골수 반공 닉슨, 중국 수교 물꼬
대업 위해선 지지층에도 맞서야

 

정치인에게 지지자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 속 거인들은 때로 지지층을 거스르는 결단으로 대업(大業)을 이룬 경우가 많았다.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이 그런 인물이다. 드골은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한 뒤 영국으로 망명해 대독(對獨) 항전을 이끈 영웅이자 프랑스 제5공화국 대통령이라는 정도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진정 그가 위인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건 식민지 알제리의 독립을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알제리는 프랑스가 130년 이상 지배한 식민지였다. 프랑스에서 건너간 이주민, 그 후손이 100만명에 달했다. 사하라 이남의 다른 식민지와 달리 알제리는 프랑스 본토의 일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영토로 여겨졌다. 1954년 알제리 민족해방전선의 독립 선언으로 시작된 독립전쟁은 테러와 게릴라전, 학살이 반복된 추악한 전쟁이었다. 알제리 독립에 가장 강경한 반대 세력은 군부였다. 알제리에 유화적인 플림랭 정부가 출범하자 군부가 궐기해 붕괴시키고 드골을 추대했다.

 

드골은 강한 프랑스 민족주의와 보수적 가치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드골이 전혀 뜻밖의 결단을 내렸다. 알제리의 자결과 독립안을 국민투표에 부쳐 동의를 얻고 1962년 알제리 독립 협정에 서명한 것이다. 군부에 확고한 권위를 갖고 있던 그였기에 군과 보수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8년간의 전쟁에서 손을 뗄 수 있었다. 알제리 전쟁은 프랑스의 국력과 도덕성의 밑 빠진 독이었다. 드골은 프랑스 제국주의의 마지막 무대라 할 알제리에서 후퇴하며 프랑스를 구한 것이다. 그 스스로 “내가 프랑스에 안겨줄 최고의 공헌”이라고 했다. 키신저는 “그 말이 과장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보수적인 공화당 지지층의 상식을 거스르며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닉슨이 어떤 인물인가. 매카시 상원 의원에게 동조해 반미활동조사위원회 위원으로 공산주의자 사냥을 했던 사람이다. 중국은 또 어떤 나라인가. 6·25 전쟁에서 싸운 적국이었고, 베트남 전쟁에서 북베트남에 각종 전쟁 물자와 무기, 후방 기지를 제공한 공산 국가였다. 닉슨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였기에 오히려 그가 추진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미 보수층이 의심하지 않았다.

 

좌파 노동당 출신이면서 ‘제3의 길’을 표방하며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보수적인 정책 추진으로 영국에 활력을 불어넣은 토니 블레어, ‘복지 확대’라는 민주당 기조와 달리 복지 수급 기간 제한, 수급과 취업 연계 등 복지 시스템을 개혁한 빌 클린턴도 전통적인 지지층을 거스르며 성공한 지도자들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그런 큰 승부에 나서길 기대한다. 특히 노동 문제야말로 이 대통령이 해결하기에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노동 문제는 한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라고 국제 조사 기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적폐이다. 보수 정권은 노동계가 아예 백안시하기에 합리적인 소통조차 쉽지 않다. 입법 권력도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정권, 특히 대선에서 양대 노총으로부터 모두 지지를 받은 이 대통령은 노동계에 ‘신뢰’라는 자산까지 갖고 있지 않은가.

 

주 52시간제와 노란봉투법 같은 것은 결코 노동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연봉 1억원에 가까운 일부 기득권 노동자의 목소리가 과잉 반영된 규제이다.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해 시들어가는 청년이 수두룩하다. 노조가 약자이고 기업이 강자라는 등식도 이젠 성립하지 않는다. 제조업 각 분야에서 중국 대비 경쟁력 상실로 아우성치는 소리를 진지하게 듣는다면 기업에 족쇄를 덧채우는 규제는 없애야 한다. 이 대통령은 ‘실용’을 강조해 왔다. 임기응변의 작은 실용이 아니라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큰 실용으로 대업을 이루려면 지지층과도 맞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조중식 기자, 조선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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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위원회' 제안한다

 

[朝鮮칼럼]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경영계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단순한 불평등 문제가 아니라 저출산과 중소기업 기피 원인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서 현장 보고하고 실마리 찾아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은 어떻게 될까. 여기저기에서 질문을 받았다. 대통령의 특성과 지지 기반,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 및 물밑 이해관계, 각각의 쟁점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 봤다.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느낌은 나쁘지 않다. 문재인 정부처럼 당위에 매몰되어 최저임금을 성급하게 인상했다가 용두사미 되거나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설익은 정규직화 정책으로 노노 갈등을 유발한 상황의 재현은 아닐 듯싶다. 분석할수록 왠지 새 정부 노동정책의 흐름은 노동계 움직임보다 경영계의 태도 변화에 달려 있다는 예감이 깊어진다.

 

이곳저곳 분위기를 파악하며 여전히 분석 중이다. 노동계는 세 차례 민주당 정부를 경험해서 그런지 100%는 기대하지 않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 등 저마다 처지에 따라, 정년 연장인지 노조법 2·3조 개정인지 방점은 다르다. 경영계는 우려한다. 몇몇 기업은 몹시 긴장하고 있다. 법무법인은 분주하다. 노조법 2조가 개정되어 하청에 대한 원청 사용자성이 확장되면 소송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노와 사가 자율적 노사 관계를 구축하지 못한 채 법률에 의존하며 빚어지는 촌극이다.

 

자업자득. 노조법 2조와 관련한 대기업 처지가 딱 그 형국이다. 세계의 기업 경영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ESG(환경·사회·거버넌스)까지 진화했고, 한국도 조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은 유독 원·하청 거래에서는 낡은 관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선소가 문제다. 하청 단가에 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면 되는 문제였다. 대기업은 이명박 정부의 협력 이익 배분제, 윤석열 정부의 납품 대금 연동제 등 각종 정책과 사회적 호소에도 하청 단가 현실화를 외면했다. 결국 노조법 2조 상황까지 몰고 왔다.

 

오늘의 대기업이 있기까지 총수와 경영진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의 특혜 지원, 노동자의 헌신, 소비자의 사랑, 주주의 뒷받침이 있었다. 무엇보다 하청의 땀과 눈물이 대기업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대기업은 울타리 노사만의 돈 잔치를 그만하고, 하청 이윤과 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는 동반 성장 전략으로 하청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한다. 시대와 국민 인식과 정치 현실이 바뀌었다. 설렁설렁 상황만 모면하다가는 노조법 2조보다 강력한 뭔가가 몰아칠 수 있다는 점을 대기업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정부 앞에는 특수 고용·플랫폼·프리랜서의 노동권 문제,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일부 조항 미적용 문제 등 2차 노동시장의 열악한 처우를 순조롭게 개선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친노동 정부가 들어섰다는 노동계의 기대로 각종 현안이 쏟아질 것이다.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 1차 노동시장 노조의 대선 청구서도 날아들 것이다. 청구서는 섣부르게 접근할 경우, 중소기업 경영에 타격을 주고, 청년 고용은 더 악화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의 격차를 더 벌리는 이중구조 심화로 직결된다. 총고용에서 그나마 20%가 채 안 되는 1차 노동시장의 괜찮은 일자리가 AI와 로봇으로 급속하게 대체되는, 즉 1차 노동시장을 축소하는 결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신중하게 연관 효과를 검토하면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새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대한민국의 성장 전략에 포함했다. 적극 동의한다. 이중구조는 불평등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이중구조에서 비롯된 저출산과 청년층의 중소기업 기피 현상은 경제의 영역이다. 중소기업은 총고용의 8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새 정부가 성장 전략에 이중구조를 포함한 것은 그만큼의 무게를 싣고서 개선하겠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그래서 제안한다.

 

이중구조의 모든 이해 당사자 대표, 전문가, 정부 관련 부처를 망라해서 ‘대통령 직속,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위원회’를 구성하면 어떨까 싶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으로 제안하는 이유는 문제의 복잡성 때문이다. 이중구조는 노사 갈등뿐 아니라 노노 갈등, 사사 갈등, 세대 갈등, 을들의 갈등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문제다. 소비자까지 모든 당사자가 참여해서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또 국민에게 수시로 보고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영국의 베버리지 보고서나 독일의 노동 4.0 보고서 같은 성과만 도출해도 이중구조 개선과 성장 동력에 큰 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 조선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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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톱' 드러낸 중국에 맞서려면

 

[특파원 리포트] 

 

4월 4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서울모빌리티쇼 개막식에서 한 관람객이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 차량 보닛 내부를 살펴 보고 있다./연합뉴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을 10년 앞섰다.” 짐 팔리 미국 포드 자동차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할 때 한 말이다. 포드는 중국 1위 배터리 업체 CATL의 기술을 빌린 공장을 미국 현지에 짓고 있다. 100년 전 ‘중국의 국부(國父)’ 쑨원이 포드에 중국 공장 설립을 애원하는 편지를 띄운 것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중국이란 ‘호랑이’를 키운 건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중국의 ‘두뇌 공장’ 칭화대는 청나라가 미국에서 반환받은 ‘의화단 사건(외세 배척 운동)’ 배상금으로 설립됐다. 1978년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 직후 미국은 중국과 과학기술 협정을 맺고, 실리콘밸리의 문을 중국에 활짝 열었다. 2001년 중국의 WTO 가입도 미국이 뒷배였다. IBM·애플은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세웠고, 월스트리트의 자본은 중국 국영기업과 손잡았다.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 비야디(BYD)의 첫 해외 투자자 역시 워런 버핏이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의 공장’을 넘어 ‘기술 제국’으로 빠르게 진화했다. ‘만리방화벽’으로 대표되는 높은 시장 장벽, ‘연구 자금’으로 포장된 국가 보조금, 실리콘밸리를 거친 수백만 하이구이(海歸·유학 후 귀국한 중국인)가 중국 기술 굴기의 3대 축이었다.

 

미국은 뒤늦게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과 자본 공급을 틀어막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유학생의 하버드대 입학까지 문제 삼는다. 하지만 호랑이는 이미 울타리를 박차고 나왔다. CATL은 작년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8%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전기차 시장도 중국이 제패했다. AI 분야에선 미국에 ‘딥시크 쇼크’를 안겼다.

 

남 얘기처럼 들리는가. 미국이 중국 기술 발전의 초석이었다면, 한국은 중국의 ‘뜀틀’ 노릇을 자처해 왔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정밀 화학 등 주요 분야에서 중국에 합작사를 세우고 기술과 노하우, 인력을 이전했다. LG화학은 2010년대 초·중반 중국 완샹·지리자동차 등과 합작사를 차려 배터리 기술을 공유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LCD 패널 생산 기술을 익힌 중국 BOE는 2017년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값싼 노동력과 거대 시장이란 당근 앞에 한국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중국에 핵심 기술을 내줬다. 지난 2월엔 삼성전자 전직 부장이, 이달 12일엔 SK하이닉스 협력 업체 임원들이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발톱을 드러낸 중국에 맞서려면 이제라도 핵심 기술을 지키고, 기술 표준 경쟁에 밀리지 않아야 한다. 한국 기업은 기술 보안 체계를 전면 점검하고, 정부는 첨단 분야 인력·기술 유출을 막을 국내 법과 제도를 손봐야 한다. 국가 차원의 ‘핵심 기술 리스트’를 최신화하고, 기술 동맹을 넓혀야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중국에 열어준 문이 우리 등을 찌르는 창이 되지 않도록 대비책을 찾아야 할 때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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