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

뚝섬 2025. 6. 21. 07:19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이재명 주가' 3000 돌파, 하지만 5000은 다른 문제]

 

 

 

일본 국민, 정부가 돌린 現金이 毒이란 걸 아는 데 30년 걸려

 

[강천석 칼럼]

일본 장기 불황, 苦痛 처방 대신 진통제 정책 처방 때문
이재명 정부, '예상대로'가 아니라 '예상과 다른' 길 가야 나라 희망 있어

 

이재명 대통령 출발을 보고 ‘예상과 다르다’는 사람이 ‘예상대로’라는 사람보다 많은 것 같다. 선거에서 표(票)를 주지 않았던 보수층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다. 워낙 기대 수준이 낮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수층 가운데는 대통령이 언제 발톱을 드러내느냐를 기다리듯 지켜보는 사람이 아직은 대다수다. 대통령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感知)하고 더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듯하다.

 

새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기준점은 직전 전임자(前任者)다. 취임식을 끝내고 그날 점심에 야당 대표를 초대한 사소한 일도 가점(加點)을 받은 건 확실히 전임자와 비교 효과다. 민정수석 후보가 낙마(落馬)하고 총리 후보도 여러 구설(口舌)에 오르고 있지만 인사도 예상보다 큰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정청래 의원이 법무장관, 최민희 의원이 방통위원장, 김어준씨가 KBS 사장이란 최악(最惡)의 리스트까지 떠올렸던 낮은 기대에 따른 반사(反射) 효과가 작용했다.

 

문재인 대통령 덕도 봤다. 역대 대통령은 취임 이후 동맹국 또는 이웃 정상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일본·중국이란 순서를 지켜왔다. 문 대통령은 그걸 미국·중국·일본으로 뒤집어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으로부터도 의혹의 눈길을 받았다. 문 대통령 시절 한일 관계는 최악이었고 이런 한일 관계는 임기 내내 한미 관계에도 계속 부담을 주었다.

 

이 대통령이 통화 순서를 지킨 것만으로도 평가를 받는 건 거꾸로 이 대통령에 대한 동맹과 우방의 신뢰가 깊지 않다는 걸 반증(反證)하는 셈이다. 일본인은 본심(本心)과 겉치레 말을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라는 단어로 구분한다. 자신들이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기 전 말이 본심인지 대통령 되고 나서 말이 본심인지 주시할 것이다. 비즈니스 거래로 잔뼈가 굵은 트럼프 대통령은 더 심한 방법으로 이 대통령을 흔들어 본심을 떠보려 할 게 분명하다.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돌리고 중소상인 부채를 탕감한 사상 최대 30.5조원의 추경은 이 대통령을 ‘예상대로’라고 볼지 아니면 ‘예상과 달리’라고 볼지 평가가 엇갈리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여러 차례 외환 위기 때보다 경기가 나쁘다고 해왔다. 현금성 지원을 할 테니 놀라지 말라는 예방주사였다. 예방주사는 효과를 발휘해 국가 부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미적지근한 이의(異意) 제기가 고작이었다. 곳간에서 인심(人心) 난다고 돈을 풀었으니 지지도도 조금 올라갈 것이다.

 

사실은 누구도 반대하기 힘든 정책에는 반드시 독(毒)이 들어 있다. 기자는 1987년 말부터 1991년까지 일본에서 근무했다. 난생처음 발을 디딘 도쿄는 다른 세상이었다. 미국에서 시작된 ‘21세기는 일본의 세기’가 될 것이란 예언이 현실이 되는 듯했다. 대부분 산업 분야에서 일본 1등 기업은 곧 세계 1등 기업이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세계 1등·2등·3등 모두 일본 차지였다. 증권 시장을 믿고 투자한 사람은 돈을 벌고, 믿지 않고 긴가민가한 사람은 부자가 될 기회를 잃을 것이라는 말이 국민을 흥분시켰다. 어느 날 증권 시장이 폭락하고 일본과 일본 경제는 내리막을 굴렀다. 자라에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그때 이후 일본과 닮은 한국 경제 통계만 봐도 가슴이 덜컥했다.

 

일본 정부는 그때만 해도 건전하단 평(評)을 듣던 재정(財政)을 풀어 온갖 대책도 내놨으나 백약(百藥)이 무효였다. 전 국민 현금 지급도 약방에 감초처럼 빠지지 않았다. 일본 국민도 현금 지급은 대환영이었다. 국민이 정부가 돌리는 현금이 독(毒)이란 걸 깨닫는 데 30년이 걸렸다. 작년 정부가 다시 현금을 돌리려다 맹렬한 반대로 결국 접고 말았다.

 

정치 불신(不信)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이 정치인들은 말을 뒤집거나 거짓말한다고 불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이 현금을 주는데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는 식으로 국민 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다. 두 불신이 맞물린 일본에선 그때 ‘진통제(鎭痛劑) 처방’이 양산(量產)됐다. 고통은 뒤집어 보면 신경세포가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도 느끼지 못하면 회생(回生)의 희망도 사라진다.

 

요즘 한국 경제 통계 가운데 가계 부채 비율이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은 35년 전 일본보다 더하고, 경제 잠재 성장률이 0%대에 접근했다는 건 요즘 일본 같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첫 경제 처방에는 쓴 약(藥)이 없다.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설탕물 같은 이런 경제 처방을 5년간 복용하면 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경제에 어두워서 공연한 걱정을 사서 하는 것일까.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5-06-21)-

______________

 

 

'이재명 주가' 3000 돌파, 하지만 5000은 다른 문제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44.10포인트(1.48%) 상승한 3,021.84를 나타내고 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3000선을 마지막으로 넘긴 건 지난 2021년 12월 28일(3020.24) 이후 3년 5개월여 만이다. 2025.6.20/뉴스1

 

코스피 지수가 3년 6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코스피는 12거래일 사이 12% 올라 주요국 증시 중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중동 분쟁과 미국발 관세전쟁의 악재에도 주식시장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코스피 5000’을 공약한 새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불리는 주식 저평가를 해소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상법 개정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쪼개기·중복 상장 같은 소액주주 피해를 막을 수 있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로 주주 환원을 늘리면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상장 기업의 배당성향(26%)은 선진국 중 꼴찌 수준이다. 이를 대만 수준인 55%로만 끌어올려도 작년 현금 배당액(45조5000억원)의 2배 넘는 돈이 개인 투자자 호주머니로 갈 수 있다. 작년 8월부터 9개월 연속 한국 주식을 팔아대던 외국인들이 대선 직전인 5월부터 바이 코리아로 돌아서 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것도 이런 기대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약속한 ‘코스피 5000′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얘기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 같은 정책이 억눌렸던 주가를 정상화하는 데는 도움 되겠지만 중장기적 상승을 견인하는 근본 변수는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기 때문이다. 지난 20년간 10대 수출 품목 중 8개가 그대로일 정도로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 1년에도 여러 차례 시가총액 1위가 바뀌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2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킬 만큼 산업의 역동성이 떨어진다.

 

일본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2023년부터 증시 밸류업 드라이브로 주가가 1년에 30%가량 급등했고, 지난해엔 사상 처음으로 4만 선을 돌파하고 4만2000선까지 뚫었다. 하지만 다시 주가가 떨어져 지금은 3만8000선에 머물러 있다. 일본 기업들이 성장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반짝 상승에 그쳤다.

 

한국도 상법 개정 등 정책이 단기적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영을 제약하고 위축시키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과감한 규제·노동 개혁과 구조조정, 기업 경영 자유 확대로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 주가 5000으로 가는 다른 길이 있을 수 없다.

 

-조선일보(25-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