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정치, 그 불길한 예감]
[이 대통령 첫 여야 대표 회담, 정치 복원 첫걸음 돼야]
[李,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 회동… 자주 봐야 길이 열린다]
‘영혼 없는’ 정치, 그 불길한 예감
[정용관 칼럼]
정청래 “이재명이 정청래, 정청래가 이재명”
박찬대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원팀 민주당”
권리당원과 유튜버에 영합하는 정치로는
다수의 상식과 괴리된 ‘망조의 길’ 갈 수도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청래 의원이 “이재명이 정청래이고 정청래가 이재명”이라고 했다. 그는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을 했던 인물이다.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원내대표를 했던 또 다른 친명 박찬대 의원도 오늘쯤 경선 출마를 선언한다고 한다. 당원들이 ‘청래파’와 ‘찬대파’로 분화돼 티격태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흔한 말로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다는데 각각 4선, 3선의 선수까지 쌓았으니 어떤 영역에선 보통 사람들이 갖지 못한 특출한 역량을 갖고 있겠지만 일반인들 중엔 이들이 거대 여당을 이끌 ‘정치 리더’인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듯하다.
한때 “이재명 경기지사, 그냥 싫다”고 했다는 정 의원은 2021년 이재명 자서전을 읽었다며 “인간 이재명과 심리적 일체감을 느끼며 아니 흐느끼며 읽었다”고 정치적 고해성사를 한 뒤 시종 친명을 자처해 왔다.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박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돼 170명의 의원을 통솔하는 지위에 올랐을 땐 “누구지?” 하는 반응도 나왔다.
요컨대 둘은 정치적 배경도 성향도 다르지만 이재명 일극 체제에서 남다른 충성심을 보이며 승승장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 이번 경선도 결국 이 대통령의 의중, 즉 ‘명심(明心)’ 잡기 경쟁이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한 몸”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원팀’ 민주당” 등을 주창하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다만 정권 초반이니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외치는 게 당연하겠지만, 친명 중심의 ‘당정일체론’에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정권 이듬해인 2023년 3·8 전당대회 때 친윤계 후보들이 띄운 게 바로 ‘당정일체론’이었다. 당시 필자가 쓴 칼럼의 한 대목이다. “당정일체, 명예 당대표 추대 얘기에 이어 대통령실과 당의 ‘혼연일체’ 주장까지 들고나온 건 지나치다. 혼연일체란 생각과 의지, 행동이 합쳐져 완전히 하나가 되자는 건데, 무슨 검사동일체 원칙의 여의도 확장 버전을 보는 느낌마저 든다.”
원론적으로 정당은 이념과 가치의 정치 결사체로서 영속적이어야 하고 대통령은 그 당이 배출한 한시적 존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대통령 스타일에 따라 당의 위상도, 당내 권력 서열도 춤을 춘다. 대통령과 당이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 정권은 이런 긴장 관계가 깨지며 파멸로 치달은 극단적인 예다. 정당 정치에 대한 기본 소양도 없이 권좌에 올라 “당은 내 말을 따르라” 했던 대통령, 그 나이브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며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추구한 일단의 세력들에 의해 당은 망조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보편적 이익을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정치적 영혼은 없고 개인적 탐욕만 남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엔 국민의힘과는 질적으로 다른 측면에서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다. 110만 명에 달한다는 권리당원들의 파워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당심을 극단적이거나 인기 영합적인 몇몇 유튜버들이 좌우한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 유튜버나 권리당원들이 실질적 당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눈 밖에 나면 ‘왕수박’으로 찍히기 일쑤다. 그러니 말 그대로 이들에게 영혼을 맡기고 영합하지 않으면 당 대표 같은 자리는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다고 한다. 이쯤이면 누가 리더이고 누가 추종자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물론 국민의힘 쪽도 욕하면서 따라 배우는 분위기이긴 하지만, 거대 여당의 당론 집약 구조는 소수 야당 문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국민주권, 시민주권, 당원주권, 직접 민주주의 등으로 교묘하게 포장된 ‘조직화된 소수’의 뜻이 마치 전체의 뜻인 양 왜곡되거나 그대로 국정에도 반영되고 나아가 ‘침묵하는 다수’를 지배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면 그게 변형된 과두제 아니고 뭐겠나.
이 대통령은 이런 구조하에서 당내 경선에선 90% 가까운 득표율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본선에선 절반에 살짝 미치지 못하는 득표율로 당선됐다. 그 차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선의 강을 건넜으니 이젠 ‘국정’이라는 높은 고지(高地)를 향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들까지 보듬고 올라가야 한다. 그러려면 당이든 내각이든 ‘침묵하는 다수’의 상식을 판단 근거로 삼는 ‘영혼 있는 정치인’이 훨씬 더 많아지고 그들이 주류가 돼야 한다. 과연 그게 될까.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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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첫 여야 대표 회담, 정치 복원 첫걸음 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이 대통령,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여야 지도부를 대통령실로 초청해 1시간 45분 동안 오찬을 겸한 회동을 가졌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후 6당 대표와 ‘비빔밥 오찬’을 했지만 이번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만 따로 초청해 대화를 나눴다.
이 대통령은 “대선 시기 양당 공약 중 공통된 부분은 이견 없이 실현이 가능하지 않겠냐”고 했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공통 공약 부분은 계속 협의해서 여야가 함께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이런 만남을 자주 갖기로 했다”고 했고, 송 원내대표는 “협치를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는 의미가 있다”고 했다.
현안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와 관련해 “의혹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고, 검증에 임하는 후보자의 태도도 부적절하다”며 지명 재고를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은 “본인 해명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관례대로 돌려 달라”는 국민의힘의 요구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국회에서 협상할 문제”라고 했다. 반면 2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안에 협조해달라는 민주당의 요청에 대해 국민의힘은 “물가 상승을 가중할 수 있고, 만성 채무자 빚 탕감 조치는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대했다.
협치가 성공하려면 작은 차이를 접어 두고 같은 점에 집중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가족 신상까지 문제 삼기 때문에 능력 있는 사람들이 입각을 꺼린다”며 인선의 고충을 털어놓자,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도덕성 검증에 가족까지 기준을 높이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추경도 국민의힘은 불과 한 달 전 “민생이 어렵다”며 13조원 규모를 편성했다. 지금 경제 사정이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이번엔 왜 반대를 하느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지금 우리는 경제와 안보 모두 위기 상황이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면서 국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직접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면 우리 경제에 타격이 올 수 있다. 여야가 국내 문제로 다툴 때가 아니라 국제 정세에 눈을 부릅뜨고 국민과 국익을 지켜야 할 때다. 여야는 작은 차이를 크게 만들지 말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협치해야 한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의 이번 회담이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조선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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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취임 18일 만에 여야 지도부 회동… 자주 봐야 길이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8일 만인 22일 한남동 관저에서 여야 지도부와 회동했다. 105분간 이어진 오찬 회동에선 30조 원 규모의 추경안,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입법 등 민감한 현안들이 대거 테이블에 올랐다고 한다. 만남을 자주 갖자는 공감대가 있었다지만 추가 회동 날짜를 정하지 않았고 정리된 합의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추경안에 대해 의견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며 의견을 충분히 들어 조정할 것은 조정하면서 가능하면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G7 정상회의 참석 결과를 설명하며 대외 문제에서 여야가 입장을 조율해가며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송언석 원내대표 등 야당 지도부는 소비 쿠폰과 부채 탕감이 60%를 차지하는 돈 풀기식 추경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자신의 재판과 관련한 입법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 김 후보자 지명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청문회 때 해명을 지켜보자고 했고,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은 여야가 협상할 문제라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나서 청문회 전 김 후보자 의혹을 사실로 규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고, 이 대통령 재판 관련 요구에 대해서도 “야당의 반성이 먼저”라고 받아치는 신경전도 벌어졌다.
그럼에도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과 야당이 집권 초 대화의 첫발을 뗐다는 의미가 있다. 윤석열 정부 때는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날 때까지 720일이 걸리는 등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지금은 초당적 협력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 대통령이 여야의 공통 공약을 빠르게 실천하자고 제안한 만큼 여기서부터 접점을 찾아 나갈 필요도 있다.
그러려면 회동이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한 달 또는 분기별 정례화를 포함해 어떤 형식으로든 대통령과 야당이 더 자주 만나야 한다.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상대를 적이 아니라 경쟁과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있다. 그래야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지는 한계를 넘어서서 정치 복원과 협치의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동아일보(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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