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 지망 수능 만점자]
["내가 제2 저커버그"]
[미국의 靑年 자수성가]
공대 지망 수능 만점자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D-50일을 하루 앞둔 24일 경북 경산시 와촌면 팔공산 갓바위 선본사 연등 아래 '수능 만점'과 '의대 합격'을 기원하는 소원지가 붙어 있다. 2024.9.24 /뉴스1
1981~1992년엔 대입 학력고사를 치렀다. 12년간 치른 학력고사에서 340점 만점을 받은 수험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객관식이었지만 시험 과목이 15개 안팎이어서 만점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1992년 마지막 학력고사에서 민세훈씨는 339점으로 아깝게 만점을 놓쳤다. 민씨는 서울대 법대에 수석 합격했고 현재 외국계 컨설팅업체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부터는 수능을 보았다. 수능은 5지선다형이지만 6~7과목만 시험을 치른다. 1998년에 나온 첫 만점자는 서울대 물리학과에 간 오승은씨였다. 오씨는 수능 직후 인터뷰에서 당시 큰 인기를 끈 보이 그룹 H.O.T.에 대해 묻자 “H.O.T.가 뭐죠?”라고 답해 화제였다. 오씨는 과목별 정리 노트를 출간하며 상당한 인세를 받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관심을 끌었다. 오씨는 미국 MIT 대학원 물리학과를 거쳐 UC샌디에이고에서 생물물리학을 연구하는 교수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가 큰 과학적 성과를 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를 바란다.
▶2018년 입시에선 김지명씨가 중학교 3년 내내 백혈병을 앓았는데도 병을 이겨내고 수능 만점을 받아 화제였다. 그는 서울 강북구의 평범한 가정 출신으로 학원에도 다니지 않았다고 했다. 같은 해 입시에선 김형태씨가 공군 취사병으로 복무 중 수능에 응시해 만점을 받은 것도 많은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수능 만점자가 수십 명 나오는 해도 있고 2000년대 이후 수능 만점자들이 대부분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패턴으로 굳어지면서 만점자에 대한 관심도 크게 줄어들었다. 가장 쉬웠다는 2000년 수능에선 만점자가 66명, 2013년 수능에서도 33명의 만점자가 나왔다. 전형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수능 만점자도 입시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2014년엔 자연계 유일 만점을 받은 전모씨가 서울대 의대 입시에서 떨어졌다. 올봄엔 수능 만점자 출신인 명문대 의대생이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혐의가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지난달 14일 치러진 올해 수능에서 만점자가 11명 나왔다. 재학생 만점자는 4명인데, 이 중 한 명인 서울 광남고 서장협군은 의대에 가지 않고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희망한다고 한다. “의대 생각은 원래 없었다”고 했다. 서군과 같은 수재급 인재들이 이공계열에 많이 진학해야 한다. 가진 자원은 두뇌밖에 없는 나라에서 이공계 인재 없이 무엇으로 먹고사나. 수능 만점자가 의대 아닌 공대 지망이란 것이 화제가 되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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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2 저커버그"
세계 대학 스타트업 지원 열기 美, 관련 프로그램만 5000여개…
주요大, 창업지원 단지 개설 붐 日도쿄대 스타트업 5년새 2배로…
中칭화대·베이징대도 적극 지원-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요구
"요즘 美대학생들 입학할 때부터 세상 바꿀 아이디어 현실화 꿈꿔"
미국 보스턴 MIT대 캠퍼스엔 '예비 창업자들의 요람'이라 불리는 마틴 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가 있다. 격의 없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상징하듯 칸막이 없이 확 트인 이곳에서 학생들은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서로의 사업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열띤 토론도 벌인다. 벽면 곳곳엔 '데모 데이(스타트업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제품과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날) 10일 전' 같은 계획표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기업가정신센터 소장을 맡은 빌 올렛 경영대 교수는 MIT 창업 지원 교육의 특징으로 '실용성'을 꼽았다. "우리는 단지 지식을 전수하는 게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창업해서 배운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동문이 만든 기업 4만개, 매년 졸업생이 새로 창업하는 기업 수 900개라는 기록을 보유한 MIT는 스탠퍼드대와 1~2위를 다투는 미국 내 '스타트업 사관학교'로 꼽힌다.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급속히 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대학들이 제2의 마크 저커버그를 배출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린스턴대는 작년 11월 929㎡(약 280여평) 규모의 '기업가 단지'를 개설했다. 창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기존 기업가센터를 6배 이상 확대했다. 또 매년 여름마다 예비 창업자들이 신생 기업에서 실제 사업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인턴십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코넬·펜실베이니아·UC버클리·예일·컬럼비아·뉴욕주립대 등도 이와 비슷한 대규모 창업 지원 단지를 조성하고,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비교적 보수적인 학풍의 하버드 역시 2011년 기업가육성센터를 열어 작년 12월까지 75개 스타트업을 배출했다. 미국 기업가 정신 육성 재단인 유잉 매리온 카우프만재단에 따르면 1985년 미 전역 대학에 250여개에 불과했던 창업 지원 교육 프로그램은 2013년 5000여개로 증가했다. 현재 연간 40만명의 학생이 대학에서 창업 관련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미국 대학이 이렇게 창업 교육에 열의를 쏟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작년 8월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수백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텍사스주 라이스대학교의 데이비드 리브론 총장은 "요즘 대학생 중 상당수가 '나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가 있어. 그걸 현실화시키겠어'라는 꿈을 갖고 진학한다. 대학은 그런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그들을 이끌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대학이 상아탑 이미지를 허물고 스타트업 산실로 탈바꿈하는 추세는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많은 총리와 관료를 배출한 보수적인 도쿄대가 실리콘밸리의 도전 정신을 캠퍼스에 들여오려 한다"고 보도했다.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교육 기관을 혁신의 중심으로 삼겠다"고 했다.
도쿄대 교수나 학생들이 창업한 스타트업은 작년 8월 기준 240여개로 5년 전인 2010년(120여개)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중 16개 기업이 기업 공개를 했고, 이들의 시가총액만 총 80억달러(약 9조4800억원)에 달한다고 WSJ는 전했다. 도쿄대 졸업생으로, 벤처 캐피털인 '도쿄대 에지 캐피털'을 창업한 도모타카 고지(友孝鄕治) 회장은 "과거엔 '도다이(東大·도쿄대의 줄임말)' 졸업생 진로가 대개 대기업 취업이나 관료였다면, 최근엔 스타트업 설립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중국 명문 칭화(淸華)대도 창업 지원센터인 칭화창업원을 설립해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창업 인큐베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이 운용하는 창업 기금은 40억위안(약 7170억원)에 달하며, 칭화창업원의 도움을 받아 창업한 스타트업도 2000여개나 된다. 베이징대에서도 동문들이 주축이 된 교우 창업 연합회가 학생들의 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start-up)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신생 기업을 뜻하는 용어. 인터넷 관련 분야가 급성장하면서 창업 열풍이 일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나온 말이다. 보통 고위험·고성장·고수익 가능성을 지닌 기술·인터넷 기반 회사를 지칭한다. 벤처 기업과 혼용돼 쓰이곤 하지만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기 이전 단계라는 점에서 벤처와 차이가 있다.
-오윤희 기자, 조선일보(1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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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靑年 자수성가
블룸버그가 선정하는 세계 400대 부호에 포함된 한국인 5명이 모두 재벌 2,3세라는 건 충격적이다. 자본주의가 성숙한 일본조차 명단에 든 5명 모두 자기 손으로 기업을 일군 창업자였다. 미국도 125명 중 89명이 자수성가했다.
어떤 이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내세우는 건 '제2의 창업'론이다. 물려받은 대로 있었다간 망했거나 군소 업체로 전락했겠지만 새 분야를 개척해 세계적 기업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일리가 없지는 않다. SK가 정부 허가를 받아 통신 사업체로 변모한 것을 제2 창업이라 부르기는 민망하지만 삼성이 반도체, 휴대폰 사업을 벌여 글로벌 1위가 된 건 인정할 만하다. 게다가 그 사업을 재벌가에서 시작하지 않았다면 한국적 창업 생태계에서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엄청난 투자도 투자려니와 개발이 좀 늦어지거나 대출 만기를 지키지 못하기라도 했다면 채권단과 투자자들의 성화를 견뎌내기 힘들었을 테니까.
우리는 잘 안 되는데 미국에선 창업자가 많고 구글, 페이스북, 우버 같은 '대박' 벤처가 계속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창업 생태계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은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는 수많은 벤처 캐피털에 자금과 신용을 지원하고, 벤처 캐피털은 수많은 스타트업(초기 벤처)을 속속들이 살피며 대화하고 돕고 투자한다. 돈만 대주는 게 아니라 경영 시스템과 지혜까지 빌려주고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위험을 공유한다.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데 성과가 늦어져 자금 회수가 어려운 기업에는 위로 전화도 걸어준다. 실패했을 때 가족과 친구들에게서조차 멀어질 만큼 파산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 벤처사업가는 패자 부활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실패라는 결과보다 과정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안정된 기반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곳은 재벌가(家) 외엔 거의 없다. 재벌가 2,3세들은 능력을 검증받을 필요 없이 안정된 기반 위에서 사업할 수 있다. 게다가 계열사 물류를 독점하는 회사, 그룹 전체 광고를 담당하는 회사, 그룹 직원 수만 명의 식사를 제공하는 급식업체 같은, '땅 짚고 헤엄치기' 식 회사를 헐값에 물려받는 '반칙'까지 한다. 이러니 그나마 있던 재벌 2,3세의 '제2 창업' 의지조차 사라져가고 있다.
'금수저'를 역전시킬 수 없는 자본주의는 봉건주의와 별반 다를 게 없다. 젊은이들은 창의적이고 큰 꿈을 꾸는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만 찾아 나선다. 공대 수석 졸업자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준비를 하고, 로스쿨 입시가 고시처럼 치열해지는 우리는 '죽은 자본주의'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창업 지원 금융 시스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젊은 창업자들은 월스트리트 대형 투자은행들의 투자 제의를 거절할 만큼 당당하다. 그들은 '열정과 패기'를 그리 일찍 저당잡히고 싶지 않다며 더 큰 도전에 나선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열정과 패기가 없다고 혀를 차기 전에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
-김덕한 뉴욕특파원, 조선일보(1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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