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대항마 브로드컴, 매출 18% R&D에 쏟아부어 특허만 2만1000개 ]
[삼성전자, 세계 최초 AI 프로세서 탑재 메모리 반도체 개발 성공]
[TSMC 5나노 칩셋 애플이 독점하자…삼성 노크하는 AMD·엔비디아]
[“CPU 패권도 미국서 중국으로?”]
엔비디아 대항마 브로드컴, 매출 18% R&D에 쏟아부어 특허만 2만1000개
반도체 이외 분야에선 M&A로 주가 끌어올려
“우리의 고객사 세 곳이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해 (브로드컴과 함께 만들) 맞춤형 인공지능(AI) 칩을 개발하기 위한 여정을 막 시작했습니다.”
미국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의 혹 탄(Tan)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2일 올해 4분기(회계연도 기준) 실적 발표회에서 던진 이 같은 말이 AI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었다. 지금껏 빅테크 기업들은 AI의 핵심 기반 시설인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때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 장치)를 쓰는 것을 상식처럼 여겼다. 그런데 브로드컴의 AI 가속기인 XPU(eXtreme Processing Unit)가 대항마로 급부상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탄 CEO가 언급한 세 곳의 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자는 구글, 메타, 바이트댄스로 확인됐다. 이로써 엔비디아 GPU의 독점적인 지위에 균열을 내기 위한 ‘XPU 동맹’이 탄생한 셈이다.
브로드컴은 이날 “2027년 한 해에만 XPU 관련 매출이 600억~900억달러(약 88조~132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놨다. 올해 122억달러 수준이었던 AI 관련 매출이 3년 후에는 올해 브로드컴 전체 매출 516억달러를 뛰어넘게 될 것이란 뜻이다. 실적 발표 다음 날인 13일 브로드컴 주가는 24.4% 올랐고, 시가총액은 1조달러를 넘어섰다. 브로드컴은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를 따돌리고 전 세계 시가총액 9위로 뛰어올랐다. WEEKLY BIZ는 브로드컴의 4분기 실적 발표회 녹취록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연간보고서(10-K), 회사 소개 발표 자료 등을 통해 브로드컴의 잠재력을 분석해봤다.
◇AI 반도체가 성장 이끈다
브로드컴은 앞으로 AI 반도체 관련 매출이 회사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본다. 지난 4분기 전체 반도체 관련 매출은 82억달러로 한 해 전 같은 기간(73억달러) 대비 12% 늘었는데, 같은 기간 AI 반도체 관련 매출은 3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50% 증가했다. 내년 1분기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탄 CEO는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 1분기 반도체 관련 매출이 한 해 전과 비교해 10%가량 늘어날 때 AI 반도체 관련 매출은 65% 뛸 것”이라고 했다.
브로드컴은 2027년 AI 가속기 관련 매출이 한 해 최대 900억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탄 CEO는 “(구글·메타·바이트댄스 등) 세 곳의 고객사가 각각 XPU 100만개가 장착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XPU 관련 매출이 크게 늘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기존 세 곳의 고객사에 더해) 두 곳의 고객사가 자체적인 AI XPU를 개발하기 위해 우리와 협력하기로 했다”며 “2027년 전엔 (이와 관련한) 매출이 발생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만 브로드컴은 연간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우려도 담았다. 브로드컴은 “일부 반도체 기업들은 다른 경쟁사와 합병하거나 인수됐고, 또 다른 기업들도 서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러한 통합의 트렌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브로드컴은 연간보고서에서 반도체 기업 중 33개 회사를 자신의 경쟁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경쟁자 목록엔 엔비디아나 AMD, 퀄컴 같은 미국 기업이 다수였지만, NXP(네덜란드), 미디어텍(대만), 르네사스(일본) 등 유럽·아시아 기업도 일부 포함됐다. 한국 기업은 없었다.
◇연구·개발에도 꾸준히 투자했다
브로드컴은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모델인 3나노미터(nm·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XPU를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내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브로드컴은 개별 XPU와 관련한 기술 이외에도 데이터센터 내부의 네트워크를 연결할 때 필요한 ‘토마호크’나 ‘제리코’란 이름의 반도체를 꾸준히 개량해 관련 기술력도 갖췄다는 평이다.
브로드컴은 연구·개발(R&D)에도 투자를 이어가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올해 R&D에 93억1000만달러를 썼는데, 이는 지난해(52억5300만달러)보다 77.2% 늘어난 수치다. 브로드컴은 이달 업데이트한 회사 소개 발표 자료에서 “브로드컴은 반도체 기업 중 가장 광범위한 지식재산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며 “우리가 보유한 특허권만 2만1000여 개”라고 밝혔다.
◇M&A로 지평을 넓힌다
브로드컴은 인수·합병(M&A)이 여전히 회사의 중요한 성장 전략이라고 했다. 탄 CEO가 이끄는 브로드컴은 지난 10여 년간 끊임없이 M&A를 성공시키며 회사 주가를 끌어올려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번 실적 발표회에서도 탄 CEO는 “10년간 M&A는 이 회사의 핵심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였다”며 “우리의 까다로운 기준에 부합하기만 한다면 반도체든 소프트웨어든 훌륭한 자산(인수 대상 기업)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계획”이라고 했다.
브로드컴은 지금껏 M&A를 통해 반도체 이외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브로드컴은 2017년 네트워크 장비 기업 브로케이드를 인수했다. 이어 2018년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 CA 테크놀로지스, 2019년 소프트웨어 기업 시만텍의 보안 사업부를 사들였다. 지난해엔 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 기업인 VM웨어를 품었다.
◇미·중 갈등의 심화는 걱정거리다
미·중 무역 분쟁의 심화는 브로드컴의 걱정거리다. 미국 빅테크 기업에도 거대한 중국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건 큰 손해다. 브로드컴은 연간보고서에서 “보호무역주의의 심화와 관세 인상이 이어지면 우리의 사업 능력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보복 관세 때문에) 중국 기업과 제대로 경쟁하기 어려워지거나, 아예 중국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소수의 고객사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브로드컴을 불안하게 만든다. 브로드컴은 “올해 한 해 동안 전체 매출의 40%가량이 고객사 다섯 곳으로부터 발생했다”고 했다. 이런 ‘큰손’ 고객 중 일부를 놓쳤을 때 매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브로드컴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브로드컴은 “우리의 주요 고객들은 막대한 구매 규모를 바탕으로 가격 책정이나 구매 조건에서 우리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해올 수 있다”며 “또한 일부 고객은 자체적으로 제품 생산에 나서면서 구매를 아예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주주 환원에도 힘쓴다
브로드컴은 AI 반도체 부문의 가파른 성장으로 주가도 많이 올랐지만, 주주 환원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연간보고서 등에 따르면 브로드컴은 올해 한 해 동안 주주 환원에 222억달러를 썼다. 이 중 98억달러를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124억달러는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했다.
브로드컴은 배당금을 가파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2016년에는 연간 주당 배당금이 0.19달러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11달러까지 늘었다. 브로드컴은 “내년에는 베당금을 주당 2.36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홍준기 기자, 조선일보(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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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세계 최초 AI 프로세서 탑재 메모리 반도체 개발 성공
기존 메모리 대비 성능은 2배 이상, 에너지는 70% 절감
CPU-메모리간 데이터 교환 없이 메모리 자체적으로 연산 처리
삼성전자 "상반기 내 검증 완료 후 시장 선점할 것"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HBM-PIM. 기존 메모리 반도체에 연산처리가 가능한 AI 프로세서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메모리 반도체와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하나로 결합한 고대역폭 메모리(HBM·High Bandwidth Memory)-PIM을 개발했다. PIM(Processing-In-Memory) 기술은 메모리 안에 연산작업을 하는 AI 프로세서를 둔 신개념 융합기술이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HBM-PIM은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회로 꼽히는 ISSCC에서 논문을 통해 공개됐다. 상반기 중 고객사 대상으로 시험 검증을 완료하고, 기술 선점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PIM 기술을 활용, 지난 2018년 1월 양산에 들어간 HBM2 아쿠아볼트에 AI 프로세서를 탑재했다. HBM2 아쿠아볼트는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HPC)과 AI 가속기 등에서 초고속 데이터 분석에 활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다.
기존 AI 시스템에 HBM-PIM을 적용할 경우 이전 HBM2을 사용했을 때보다 성능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또 시스템이 소비하는 에너지는 70% 이상 감소한다.
기존 HBM 인터페이스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HBM-PIM을 새로 적용해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변경하지 않은 채 AI 가속기 시스템 등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AI 기술은 고도화되고, 응용 영역 역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처리장치(CPU)가 메모리에서 명령어를 불러오고 실행한 뒤, 그 결과를 다시 메모리에 저장하는 작업인 전통적인 연산 구조(폰 노이만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폰 노이만 구조의 경우 CPU와 메모리 사이에 주고받은 데이터가 많아지면 작업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메모리 뱅크(주기억장치에서 최소 논리적 단위)에 AI 엔진을 장착, 병렬처리를 극대화했다. CPU와 메모리가 굳이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아도 메모리 자체적으로 연산처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효율적인 연산 처리 작업 등으로 AI 가속기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안으로 다양한 고객사의 AI 가속기에 HBM-PIM을 탑재, 시험 검증에 나설 계획이다. 향후 PIM 플랫폼을 표준화하는 작업에도 나선다.
박광일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상품기획팀장 전무는 "HBM-PI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업계 최초의 인공지능 맞춤형 PIM 솔루션으로 삼성전자는 고객사들과 지속적으로 협력을 강화해 PIM 에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릭 스티븐스 미국 아르곤 국립 연구소 CELS(컴퓨터·환경 및 생명과학) 연구실장은 "HBM-PIM은 AI 응용을 위한 성능 및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놀라운 성과로 HMB-PIM 시스템 평가를 위해 향후에도 삼성전자와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양혁기자, 조선비즈(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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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5나노 칩셋 애플이 독점하자…삼성 노크하는 AMD·엔비디아
TSMC 5나노 공정 53%는 애플 몫…AMD는 5%
AMD CPU 공급 차질로 인텔과 경쟁에 발목
공급망 다변화 후보로 삼성전자 파운드리 거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미세공정 라인이 위치한 화성캠퍼스. /삼성전자 제공
대만 TSMC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을 애플이 독점하자, 이에 떠밀린 AMD·엔비디아 등이 삼성전자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으로 불리는 5나노 미세공정이 가능한 회사가 TSMC 말고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18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TSMC의 5나노 공정 생산 반도체의 53%는 애플의 몫이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 맥북, 맥 등에 탑재하는 반도체 칩셋의 전량을 TSMC에 의뢰해 생산하고 있다. 또 미국 반도체 기업 퀄컴 역시 아이폰에 장착되는 5G 모뎀칩 등을 TSMC에 맡기고 있다. TSMC 5나노 공정에서 애플과 퀄컴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한다.
퀄컴·브로드컴(싱가포르)·미디어텍(대만)과 함께 세계 5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로 불리는 AMD와 엔비디아는 TSMC 5나노 공정 점유율이 각각 5%, 3%에 불과하다. 애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TSMC의 매출은 53조원쯤이다. 여기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21~23%쯤으로 추정된다. 특히 10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는 이 비중이 50~80%로 치솟는다. 업계는 이 때문에 TSMC가 AMD나 엔비디아에 비해 애플을 생산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 본다.
대만에 있는 TSMC 팹(공장)16. /TSMC 제공
현재 AMD는 젠4 아키텍처 기반의 중앙처리장치(CPU)와 RDNA3 아키텍처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TSMC 5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고 있다. AMD와 PC용 CPU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인텔은 주력 CPU를 14나노 공정에서 만들고 있어 시장에서 AMD 제품 평가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AMD는 CPU·GPU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시장 수요는 높지만, 생산 배정에서 후순위에 밀린 탓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CPU 시장 점유율 확대를 본격적으로 노리는 AMD의 생산 배정이 후순위라는 점은 본격적인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는 AMD에는 뼈아픈 대목이다"라며 "AMD가 TSMC 의존을 벗어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AMD는 차후 칩셋 공급망을 넓히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삼성전자 파운드리다. 현재 전 세계에서 5나노 칩셋 공급이 가능한 회사는 TSMC를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유일해서다.
글로벌 GPU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 역시 삼성과의 협력 관계가 더 깊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차세대 GPU 지포스 RTX 30 시리즈를 TSMC가 아닌 삼성전자에 맡겼다. 현재 지포스 RTX 30 시리즈는 화성캠퍼스 8나노 공정 라인에서 생산 중이고, 최근 5나노 이하 공정으로 만들어질 GPU도 생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삼성전자 직원이 반도체 생산 라인에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조선 DB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가 54%로 1위, 삼성전자는 17%로 2위다. 이어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대만 UMC가 각각 7%로 3, 4위를 달린다. 중국 SMIC는 5%로 5위다. 올해 5나노 칩셋 수요가 본격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미세공정 점유율은 TSMC 60%, 삼성전자 40%로 예상된다.
TSMC는 5나노 칩셋 생산여력이 거의 풀케파(공장 가동률 100%)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팹리스 업체들이 칩셋 생산을 늘리려면 5나노 공정이 가능한 삼성전자를 찾을 수밖에 없다. 이 초과 물량만 흡수해도 상당한 상승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하지만 이 경우 시장 주도권을 잡고 있는 TSMC에 끌려다니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영원한 2인자’ 낙인이 불가피한 데다, 안정된 고객사 기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함께한다.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미세공정에서 TSMC를 본격적으로 추월하겠다는 전략이지만 쉽지만은 않다.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이미 TSMC는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과 3나노 공정 계약을 맺었다. 여기에 TSMC는 올해에만 31조원을 설비에 투자할 계획이다. 증권가가 예측하는 올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관련 투자액은 12조원쯤으로, TSMC의 3분이 1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의 생산 여력만 갖춰지면 고객사들은 언제든 생산을 TSMC로 옮길 수 있다"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만이 파운드리 미세공정에서의 삼성전자 우위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 조선비즈(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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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패권도 미국서 중국으로?”
중국•대만 손잡고 하반기 CPU 양산
중국이 대만과 함께 인텔과 AMD가 양분하고 있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최근 인텔이 잇달아 PC용 CPU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세계 CPU 핵심 생산국 중 하나로 도약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1일 중국 현지 매체와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 정부와 대만의 반도체기업 VIA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Shanghai Zhaoxin Semiconductor)가 올해 하반기부터 x86 기반의 PC용 CPU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소비자 PC용 CPU가 개발돼 양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78년 인텔이 처음으로 개발한 x86 아키텍처는 현재 전 세계 서버, 소비자용 PC의 CPU의 기본 구조를 이룬다. CPU 분야에서 인텔의 경쟁자인 AMD도 인텔로부터 설계 라이선스를 받아 제품을 설계한다. 1990년대에 삼성전자 역시 x86 아키텍처 라이선스를 확보해 CPU 시장 진입을 노렸지만 실패한 바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이 시작되는 중국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의 PC용 CPU ‘ZX-D’./ 상하이 자오신 반도체 홈페이지
◆레노버·TSMC 우군으로 보유한 자오신…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현재 상하이 자오신이 개발 중인 CPU 'ZX-D'는 쿼드코어(4개 코어), 옥타코어(8개 코어)제품으로, 중국 내에서 개발된 CPU로는 처음으로 DDR4를 지원한다. 메모리 컨트롤러와 내장 그래픽 기능을 지원하며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생산 라인을 통해 생산될 예정이다. 특히 과거 인텔의 x86 기반의 CPU를 생산한 경험이 있는 VIA가 함께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상하이 자오신이 생산하는 CPU는 중국 PC 업체인 레노버의 차세대 올인원(All-in-One) PC에 탑재될 전망이다. 지난 2005년 IBM의 PC 사업부문을 인수한 레노버는 '씽크패드(ThinkPad)' 노트북PC 시리즈 등을 무기로 세계 PC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자제품 내 핵심 부품을 모두 중국산으로 채우자는 '홍색공급망' 기조가 강해지는 만큼 향후 레노버에서 생산되는 PC에 중국 현지 반도체 기업의 제품이 확대 채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하이 자오신은 시작하자 마자 ‘큰 손’을 고객사를 확보한 만큼 그동안 CPU 사업에 도전한 다른 어느 기업보다 유리한 입지에 있다"고 설명했다.
대만 TSMC를 위탁생산 업체로 보유한 것도 이 회사의 강점이다. TSMC는 AMD,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와 함께 30여년 간 각종 CPU를 생산한 경험이 있다. 무엇보다 경쟁사인 글로벌파운드리(GF),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이 칩을 공급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갖춘 것으로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인텔의 CPU 사업 축소로 ‘꽃길’ 열릴까
중국이 PC용 CPU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가운데 인텔은 CPU 사업 비중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전 세계 CPU 시장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인텔은 이미 수년전부터 소비자용 CPU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서버, 사물인터넷(IoT),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인텔의 매출에서 PC 부문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건 절반 이하다.
지난해 행사를 끝으로 막을 내린 인텔의 대표적인 개발자 컨퍼런스 ‘IDF 2015’ 행사장 모습./ 조선비즈DB
최근에는 PC업계의 간판 행사인 인텔개발자포럼(Intel Developer Forum·IDF)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 1997년 시작된 IDF는 펜티엄에서 지난해 스카이레이크까지 다양한 인텔의 CPU를 공개하는 PC업계 축제나 다름 없었다. 이 행사에서 발표된 인텔의 CPU 기술 전략에 따라 전 세계 PC업계가 들썩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IDF를 중단한 이유에 대해 “앞으로 회사의 중심은 PC사업이 아니”라며 “IDF를 그만하기로 한 건 회사의 중심이 PC가 아닌 데이터로 넘어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텔은 이미 2년전 IDF 행사부터 차세대 코어 아키텍처에 대한 설명보다는 3D 크로스포인트 등을 포함한 뉴메모리 기술, 5G, 자동차용 반도체, IoT 등의 분야에 역점을 두기 시작했다.
인텔이 PC용 CPU 사업에 힘을 빼기 시작했다는 건 새롭게 이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호재다. 전통적으로 인텔은 CPU 분야 경쟁업체를 강력하게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텔은 경쟁사인 AMD가 CPU 분야에서 20% 이상의 점유율 차지하는 등 자사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자 최대 PC 업체 중 하나인 델(Dell)에 AMD의 칩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PC, PC용 마더보드 시장은 이미 대부분의 제조사가 중화권에 포진하고 있다”며 “과거 CPU 시장 진입을 노렸던 기업들은 확보로 골머리를 앓았지만,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대형 PC업체와 마더보드 업체의 상당수도 중국계인만큼 순식간에 CPU 시장도 중국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 조선비즈(17-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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