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아시아판 NATO를 설립할 때다]
[中 "남중국해 넘으면 구금"… 필리핀 "평소대로 조업"]
[남중국해 분쟁]
이제 아시아판 NATO를 설립할 때다
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국제회의에서 마이클 그린 시드니 대학 교수는 아시아에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집단안보체제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대해 “Never Say Never(아니라고 말하지 말라)”라고 답하면서 필요성을 인정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판 NATO 건설이라고 비난했는데, 아시아판 NATO 설립이 거론되는 이유는 상존하는 위협의 증대와 이에 대응하는 국가들의 역량을 결집할 필요성 때문이다. NATO가 결성되던 1949년 당시 유럽은 풍전등화의 위협 속에 있었다. 구(舊)소련은 자신들이 점령하고 있던 동유럽 국가들에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데 그치지 않고, 이탈리아와 그리스에서의 공산주의 운동을 부추기는 등 전 유럽에 공산화의 ‘도미노 효과’를 노렸고, 1948년 6월부터 1949년 5월까지의 ‘베를린 봉쇄’를 통해 독일을 장악하려 했다. 구소련은 언제든 막대한 군사력을 서부 유럽에 투입할 수 있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국은 대서양을 건너 멀리 떨어져 있는 세력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럽이 택한 것은 유럽의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는 방법이었고, 이는 1949년 NATO의 결성으로 나타났다.
현재 동아시아의 안보환경은 NATO 결성 당시의 유럽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더 심각하다 할 수 있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나아가 인-태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북한을 감싸고 있다.
중국은 일방적으로 설정한 해상 경계선인 ‘구단선(九段線)’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갈등을 빚고 있고, ‘대만봉쇄’ 훈련을 통해 대만해협의 군사적 안정을 해치고 있다. 러시아는 2022년 카자흐스탄에서 발생한 소요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위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일본과도 북방 4개 도서를 놓고 긴장관계를 계속하고 있다.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 있고,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양자동맹을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허브와 스포크’체제는 미국이 손을 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는데, 11월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미국은 증가하고 있는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워싱턴선언’에서 약속했지만, 그 실체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래식 대응을 통해서도 충분히 북한 핵위협을 억제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재래무기는 군사적으로는 효용성이 있겠지만 핵무기가 가지는 정치적, 심리적 효과가 없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을 달성할 수는 없다.
유럽과 비교할 때, 현재의 동아시아에는 두 가지가 없는데, 하나는 가치를 같이 하는 국가 간의 다자적 안보협력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의 핵무기 배치를 통한 ‘핵공유(Nuclear Sharing)’이다. 북-중-러의 권위주의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역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이 참여하여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집단안보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미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중심으로 시작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가 참여하는 아시아판 NATO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명칭은 ‘인태조약기구(Indo-Pacific Treaty Organization, IPTO)’라고 하면 어떨까?
NATO를 NATO답게 만든 것은 바로 ‘핵공유’였다. 1960년대에 들어 舊소련으로부터의 핵위협 우려가 점증하자 미국은 유럽에 7,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배치했었고, ‘핵기획그룹(Nuclear Planning Group, NPG)’을 설립하여 NATO 동맹국들과 핵무기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 냉전이 끝난 오늘날에도 미국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튀르키예에 약 100∼120개 정도의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고 있다. 유럽에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면서 유럽보다 안보상황이 더 심각한 한반도에는 배치를 안 하겠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금년 5월 미 상원 군사위원회의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상원의원은 “한반도에서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에서 핵공유 합의와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제는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핵공유’를 미국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이다.
미국 정치의 변화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IPTO의 설립은 중요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의 변화가 있을 수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동맹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 우려된다.
분쟁 위험이 곳곳에 도사린 아시아에서 다자적 협력은 더욱 긴요하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에서 위기가 발생하고 미국의 군사력이 분산되면 북한은 이를 하나의 기회로 생각하고 군사도발을 할 수 있다. 한반도와 아시아 여타 지역에서의 동시다발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치와 체제를 같이 하는 국가들의 단결이 필요하다. 집단안보체제는 러시아와 중국, 북한이 위험한 모험을 하는 것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건설적인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구하도록 유도할 수 있고, 우리의 경우 양자관계에서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해 지렛대를 마련할 수 있다. 유럽 이상으로 안보 상황이 심각해지는 동아시아 국가들을 하나로 묶을 다자안보협력체의 창설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조선일보(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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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 넘으면 구금"… 필리핀 "평소대로 조업"
中·필리핀 영해분쟁 고조
지난 4월 30일 필리핀 해양경비대 소속 바가케이호가 중국과의 분쟁지인 남중국해의 스카버러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소속 경비함 두 척이 쏘는 물대포를 맞고 있다./필리핀 해안경비대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을 다투는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진입하는 외국인, 외국 선박을 구금하자 필리핀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전쟁 가능성을 말할 정도로 반발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필리핀이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의 반중(反中) 연대에 확고하게 편입되면서 돌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로미오 브라우너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14일 필리핀 어민들에게 중국의 ‘남중국해 진입 외국인 구금 조치’를 신경 쓰지 말고 남중국해의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계속 조업하라고 촉구했다. 브라우너 참모총장은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처럼 행동하라”면서 “어민들을 보호할 다양한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싱가포르에 열린 연례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어떤 필리핀인이라도 중국의 고의적 행위로 사망하면 레드라인을 넘은 전쟁 행위로 여겨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수뇌부의 강경 발언은 지난달 15일 중국해경국이 ‘해경기구 행정집법 절차 규정’을 발표한 뒤 잇따라 나온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중국 해경은 이달 15일부터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역에 들어가는 외국인과 외국 선박을 최장 60일 동안 구금할 수 있다.
특정 국가를 가리키지 않았지만 필리핀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됐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 등 동남아 국가들과 분쟁 중이지만, 규모와 강도 면에서 필리핀과는 차원이 다른 갈등이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국제사회에서 ‘남중국해’로 통칭하는 바다를 자국 영해라는 개념이 담긴 ‘서필리핀해’로 부른다. 중국 해경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중국해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부근에서 필리핀 선박을 향해 반복적으로 물대포를 발사했는데, 앞으로 ‘구금’까지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강경 조치에 필리핀은 맞불을 놨다. 중국의 조치 시행 당일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있는 필리핀 팔라완섬 서쪽 해역의 대륙붕 경계를 연장하고, 이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달라고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CLCS)에 신청했다.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바다에서 필리핀의 ‘바닷속 땅(대륙붕)’을 확장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CLCS는 각국의 대륙붕 경계를 심사해 권고하는 유엔 산하 기구다. 앞서 필리핀은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에 남중국해의 90%가 자국 바다라는 중국 주장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걸어 2016년 이긴 경험이 있다. 이 소송은 강제 이행 수단이 없어 실익은 없지만,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타격을 입혔다. 중국으로서는 필리핀의 행보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의소리(VOA)는 “필리핀이 남중국해 주권 보호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수를 썼다”고 평가했다.
필리핀은 각종 군사 조치도 하고 있다. 프랑스의 해군 전문지 네이벌뉴스는 필리핀이 루손섬 서해안 잠발레스주의 해군기지에 미사일 기지를 구축 중이라고 전했다. 이 기지에서 운용할 브라모스 미사일은 인도·러시아가 공동 개발한 대형 초음속 미사일로, 사거리가 290∼300㎞에 이른다. 유사시 약 250㎞ 떨어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주변의 중국 선박을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필리핀군은 또 중국에 맞서 스카버러 암초 등지에 선박을 늘려 배치하고, 잠발레스주 인근 수비크만 국제공항에 공군기지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필리핀이 적극적으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뒷배’가 있기 때문이다. “영토를 1제곱인치도 외세에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 온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2022년 6월 취임 직후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정책을 모두 폐기하고 강력한 친미 노선으로 전환했다.
필리핀군은 2022년부터 미군과 남중국해, 대만과 필리핀 사이 루손해협 등에서 ‘카만닥’ 연합 훈련을 시작했고, 미국과 하는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 규모도 늘리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발리카탄 훈련 때는 중국이 건조한 퇴역함을 남중국해에서 격침하고, 북부 해안에서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을 동원해 적의 상륙을 격퇴하는 실전 훈련도 했다.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남중국해에서 대만과 거리가 가장 가까운 필리핀이 대만 주변에서 늘어나는 중국의 군사 활동에 위기를 느끼고 미국과 밀착하는 속도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력한 친미 노선으로 갈아탄 필리핀을 미국은 새로운 안보 동맹으로 대우하고 있다. 우선 14일 G7(7국)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해안 경비대와 해상 민병대의 위험한 행동과 각국 공해 항행의 자유에 대한 반복적 방해를 반대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필리핀의 뜻이 반영되도록 미국이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넣은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 국무부는 중국이 ‘남중국해 진입 외국인 구금’ 조치를 강행할 경우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보를 위협한다며 중국을 비판했다. 앞서 미국은 4월 워싱턴에서 미국·일본·필리핀 3자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5월에는 하와이에서 미국·일본·호주·필리핀 4자 국방장관 회담을 열었다.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반발하고 잇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필리핀이 ‘불장난’을 하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영 CCTV는 지난 12일 최신인 055형 미사일 탑재 구축함 3척이 남중국해에서 훈련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단일 훈련 임무에 중국이 최신 구축함 3척을 한꺼번에 배치한 것은 중국과 필리핀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을 반영한다고 했다. VOA 중국판은 “중국이 지난 20여 년 동안 필리핀에 투자를 지속하며 공들였지만, 경제를 옥죄 정치를 움직이는(以商逼政) 시도는 정반대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조선일보(2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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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분쟁
남중국해 지형 중 1곳도 섬 인정 안 될 가능성 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헤이그 중재 판결 살펴보니
해양법상 섬 판정 기준 까다로워… 난사군도에선 암초만 1개 인정
12일 헤이그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중재안 선고는 국제사회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초강력 판결이었다. 필리핀이 제기한 15개 쟁점 중 14개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이 가장 크게 허를 찔린 것은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섬은 하나도 없다'는 판결 내용이었다. 200여개 암초와 산호초 등으로 이뤄진 스프래틀리군도는 현재 중국 등 6개 나라가 총 52곳을 나눠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재판소는 이곳에 섬은 하나도 없다고 판결했다. 섬이나 암초라고 불린 곳 거의 대부분이 썰물 때만 물 위로 드러나는 간조 노출지라고 본 것이다. 이곳에서 가장 큰 타이핑다오(太平島·대만이 실효 지배)조차 섬이 아닌 암초로 판정했다.
해양법상 섬은 영해(12해리)와 배타적경제수역(EEZ·200해리)을 모두 가지지만 암초는 오직 영해만 인정된다. 간조 노출지는 아예 영토 주권과 무관하다. 결국 스프래틀리군도에서 권리 주장이 가능한 곳은 타이팡다오 1곳밖에 없다.
중국과 필리핀이 분쟁해온 메이클즈필드뱅크(중사군도)도 상황이 비슷하다. 스카보러섬이 암초 판정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모두 물 밑에 잠긴 산호초로 분류됐다.
이번 재판의 대상은 아니었지만 해양 지형 130여개로 이뤄진 파라셀군도(시사군도)는 그나마 섬으로 분류될 만한 곳이 있다. 중국이 지배하는 우디섬(융싱다오) 등 3곳이 타이핑다오보다 크다. 그중 융싱다오는 행정 청사와 일주도로, 공항·부두 까지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100% 섬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해양법상 섬은 식수가 자연 공급되고 경제생활이 이뤄져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이번 판결로 보면 400여개에 이르는 남중국해 해양 지형 중 섬은 아예 없거나 1~3곳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남중국해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필리핀과 베트남이 이 해역 EEZ 획정 싸움에서 유리해졌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조선일보(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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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어 남중국해… 또다시 선택지 앞에 선 한국
정부 "非군사화 공약 지켜야" 일단 원론적 수준의 대응
26일 ARF선 입장 표명 불가피
주한 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결정에 이은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판결로 한국 외교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미·중 두 '수퍼파워'의 치열한 아시아 패권 다툼 속에서 파생한 이슈인 만큼, 양국 모두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우리 정부로선 태도 정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남중국해 판결 직전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해양 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 중요한 해상 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유지,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에 이해관계가 크다"며 "모든 당사국이 'DOC'(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 선언)의 완전하고 효과적인 이행, 비(非)군사화 공약 준수, 'COC'(남중국해 행동 수칙)의 조속한 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주장을 반영한 '항행의 자유' '비군사화 공약' 등의 표현이 들어갔지만 원론적 수준이고, 중국을 거명하거나 중국의 구체적 행위를 언급하진 않았다. 국책 연구소 관계자는 "인공섬 건설 같은 중국의 무법 행위에 동의할 순 없지만,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들 수도 없는 한국 외교의 고민이 녹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이기범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로 미국의 주장이 정당성을 얻은 만큼 미국은 다자 회의 등 주요 계기마다 한국에 좀 더 분명한 태도 표명을 요구할 것"이라며 "특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라는 요구가 예상된다"고 했다. 남중국해가 중국의 내해(內海)가 아닌 공해(公海)라는 미국의 주장이 확인된 만큼 '항행의 자유 작전'(FONOPS) 차원의 한·미·일 남중국해 합동 순찰 등을 제안해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15~16일 몽골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아셈)가 첫 번째 시험대다. '미국의 대리인' 격인 일본을 중심으로 남중국해 문제가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판결 후 첫 다자 정상 회의란 점에서 한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미·중 모두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26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는 말 그대로 '남중국해 격전장'이 될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ARF는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자인 아세안(ASEAN) 국가들이 중심인 회의"라며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 의제 역시 첫째도 남중국해, 둘째도 남중국해, 셋째도 남중국해"라고 했다. 전직 고위 외교관 A씨는 "사드 배치에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에서 남중국해에 관한 태도를 어떻게 정리할지, 어느 때보다 외교 당국의 전략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용수 기자, 조선일보(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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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남중국해, 漢왕조부터 관리"… 해역 90% 관할권 주장
세계 상선 통행량 3분의 1 차지… 원유 수송량의 60% 지나는 길목
남중국해(South China Sea)는 중국 남쪽에 자리한 광활한 바다다. 면적이 350만㎢에 달해 중국뿐만 아니라 베트남·필리핀·대만·말레이시아·브루나이 등 6개 국가가 이 바다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1960년대 막대한 원유와 천연가스 부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남중국해는 세계 상선 통행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물동량은 수에즈 운하의 6배에 달한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60%가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다.
중국은 남중국해 해역의 90%가 관할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漢)나라 이후 고대왕조와 정부가 이 해역의 섬들을 관리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지도상에 표시한 게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이다. 중국은 2012년 필리핀이 실효지배하던 황옌다오(黃巖島·영문명 스카버러 섬)를 강제 점유하고, 필리핀 어민의 진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는 이번 남중국해 분쟁 중재 판결의 단초가 됐다. 이듬해 필리핀은 자국의 실효 지배를 근거로 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했다.
중국의 전략은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 해상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부터는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 7개 암초 등을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인공섬 위에 대형 활주로와 항구, 레이더·등대·방사포 시설을 짓는 식이다. 7개 섬 전체 면적은 축구장 1500개 넓이에 달한다.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
중국이 남중국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한 선(線). 350만㎢에 이르는 남중국해 해역의 90%가 이 안에 포함된다. 남해구단선의 원형(原形)은 국민당 정부 시절인 1947년 그은 ‘11단선’이다. 1953년 중화인민공화국이 하이난다오(海南島)와 베트남 사이의 2개 선을 삭제해 9단선이 됐다.
-김형원 기자, 조선일보(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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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법정에 선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국의 완패
헤이그재판소 "남중국해에 대한 中 영유권 주장 근거없다" 판결
시진핑 "中영토" 판결 수용 거부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의 근거로 삼아온 이른바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국제 법정의 판결이 나왔다. 주변국 반발을 무시한 채 이 해역에서 인공섬 조성과 군사기지화를 계속해온 중국은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유엔해양법에 따라 구성된 '필리핀·중국 중재재판소'는 1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양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중재안 선고에서 "남해구단선 내 수역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역사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또 "중국은 필리핀의 전통적 어장에서 그들의 조업을 방해하고 원유·가스전을 개발하는 등 필리핀의 영토 주권을 침해했다"면서 "(중국이 인공섬을 조성한) 암초들도 모두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가질 수 없는 해양 지형"이라고 밝혔다. 필리핀이 2013년 1월 "중국의 일방적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며 제기한 중재재판에서 완벽하게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남해구단선은 중국이 1953년부터 남중국해의 관할권 경계를 표시해온 선(線)으로 350만㎢에 이르는 남중국해 해역의 90%가 이 안에 포함된다. 중국은 구단선 안 스프래틀리제도(중국명 난사군도)에 있는 7개 암초를 매립해 인공섬을 만들고 군사시설을 설치해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과 영유권 갈등을 빚어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선고 직후 중국을 방문 중인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였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 했다. 이어 "중국은 중재판결에 근거한 그 어떤 주장이나 행동도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중재재판소 판결은 법적 효력이 있지만,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없다.
반면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 모두에 구속력 있는 것"이라며 "판결 내용을 준수하고 도발적 언급이나 행동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조선일보(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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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판결 무효", 美 "국제법 결론 따라라"… 남중국해 더 큰 격랑
[남중국해 영유권 재판 中 완패]
-섬 아닌 '빈 바다' 취급, "中이 인공섬 건설해온 7개 암초, 썰물 때만 나오는 간조노출지"
-美·中 충돌 새 불씨로, 중재법정 판결 강제수단 없어.. 中, 군사기지 등 건설 강행하고 美 항모전단 투입 압박 나설 듯
12일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 중재법정의 선고는 중국을 비롯한 7개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남중국해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첫 사법적 판단이었다. 결과는 한마디로 중국의 '완패'였다.
중국으로서 가장 뼈아픈 것은 남해구단선과 역사적 권리가 국제법에 따라 부정당한 것이다. 중국은 2009년 "남중국해와 인접 해역 섬에 대해 주권을 가지며, 관련 수역뿐 아니라 해저와 하층토에 대해서도 관할권을 가진다"는 내용의 서신을 유엔에 보냈다. 이 서한에 구단선이 그려진 지도를 첨부했다. 그러나 중국은 구단선이 국경 개념인지, 구단선 안의 섬과 그 주변 일부 해역만을 영토·영해라고 규정하는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뒤로는 구단선 안 전체를 자국 영토·영해로 만들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중재법정은 이에 대해 "역사적으로 중국이 구단선 내 수역과 자원에 대해 배타적 관할권을 행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역사적 권리는 유엔해양법협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법률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고 못박았다.
중재법정은 또 중국이 인공섬을 건설해온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 안 암초들에 대해서도 "썰물 때만 물 위로 노출되는 간조 노출지"라고 판정했다. 해양법에서 섬은 12해리 영해와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모두 갖고, 암초는 영해만 인정된다. 간조 노출지는 그냥 빈 바다로 취급된다.
재판부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에서 가장 큰 타이핑다오(太平島)조차도 섬이 아닌 암초라고 규정했다. 타이핑다오를 실효적으로 지배해온 대만은 "타이핑다오는 영해와 EEZ를 모두 가지는 섬"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만 총통부도 "이번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대만을 중국 영토로 간주하는 중국 역시 타격이다.
그러나 이번 선고는 분쟁의 해결이 아니라 또 다른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가 "영유권 문제에 대한 관할권이 없는 중재법정의 선고는 불법이자 무효"라며 반발하고 있고, 중재법정 역시 판결을 강제할 무력이나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인도 크기만 한 남중국해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으로 간주해 왔다.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이면서, 거대한 어장과 자원을 가진 이곳에 '불침항모(不沈航母)'로 불리는 인공섬을 만들어 미국의 서진(西進)을 막겠다는 전략이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에 따르면, 남중국해에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3%에 해당하는 230억t의 원유와 498조 세제곱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판결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충돌하고 있는 미·중 관계에 또 다른 격랑이 일 전망이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법을 준수하라"고 중국을 압박해 왔고 일본과 유럽연합(EU) 등은 이를 적극 지지해 왔다. 이에 맞서 중국은 아시아·아프리카 등을 중심으로 60여 개국이 "중국을 지지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제사회는 두 강대국으로부터 양자택일을 요구받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아세안(ASEAN)은 벌써부터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필리핀·베트남·싱가포르 등 판결 지지국과 캄보디아·라오스 등 중국 지지국으로 양분돼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이 판결에 불복하고 인공섬 건설 등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남중국해에 다수의 항모 전단을 투입해 더욱 공격적인 '항행의 자유' 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선고 전날까지 남중국해에서 사상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벌인 중국도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베이징=이길성 특파원, 조선일보(16-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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