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정년 퇴직 후에 알게 된 아내의 속마음] [남자들의 은퇴준비]

뚝섬 2023. 4. 14. 08:58

[“40년 일하고 돌아왔는데..” 정년 퇴직 후에 알게 된 아내의 속마음] 

[남자들의 은퇴준비]

 

 

 

“40 일하고 돌아왔는데...” 정년 퇴직 후에 알게 아내의 속마음

 

은퇴 생활, 천국이냐 지옥이냐는 부부하기 나름
노년학 전문가인 사토신이치 교수 인터뷰 2
[
행복한 노후 탐구]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건 40년 만에 처음이니까, 너무 예민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은 했다. 그런데 막상 1주일 같이 있어보니 숨이 막혀서... 오늘 뭐해? 어디 가? 몇 시에 들어와? 내 밥은? 매일 꼬치꼬치 캐물어서 성가셔 죽겠다. 밥 먹고 나면 각자 그릇 치우고 식탁도 닦으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한다. 스스로 찾아서 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고, 잔소리 좀 하면 듣기 싫다고 버럭하고, 모순 덩어리다.”

 

일본의 평범한 주부가 ‘시니어라이프’라는 제목으로 만든 6분짜리 유튜브 영상 자막의 일부다. 65세에 정년 퇴직해서 집으로 돌아온 남편을 위해 집밥을 준비하는 요리 동영상이다. 주부의 주름 잡힌 손과 음식, 냄비, 그릇 정도만 화면에 비칠 뿐, 얼굴과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집밥 요리 영상이지만, 퇴직한 남편에 대한 아내의 솔직한 심정이 자막에 깨알같이 담겼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조회수는 315만회에 육박한다. 영상에 달린 댓글도 2600개가 넘는데, ‘아내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와 ‘그동안 남편이 힘들게 돈을 벌어왔는데 구박이 지나치다’는 찬반 양론이 가득하다.

 

천국이냐 지옥이냐. 퇴직 이후 인생 전환기에 부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퇴직 후 부부는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제2의 신혼을 보낼 수도 있고 황혼이혼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 은퇴 연착륙 승패는 부부 관계에 달렸다.

 

사토신이치(佐藤眞一) 전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노년행동학 교수는 12일 조선일보 [행복한 노후 탐구]와의 인터뷰에서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정년퇴직을 종착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는 새출발이라고 여긴다”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려면, 퇴직 이후 예상되는 배우자의 심리 변화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토 교수는 일본 사이타마(埼玉)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메이지대, 오사카대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노년학 전문가인 그는 <노인 심리를 알기 위한 112개 키워드>, <우리 가족에게 치매가 찾아왔다>, <나이 든 나와 살아가는 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1️천국 vs 지옥은퇴 부부의 동상이몽

 

–월급이 끊기는 삶은 공포스럽다.

 

“인간은 수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일할 땐 월급이 있으니 나름대로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퇴직 후에는 (연금이 넉넉한 사람을 제외하고) 대부분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특히 여성은 안정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어서 남성보다 더 많이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꿈과 낭만을 추구하는 남성은 아내의 불안감엔 아랑곳하지 않고 ‘은퇴 환상’을 품는다. 돈이 필요해서 일했으면서, 꿈이나 낭만이 중요하다고 착각한다.”

 

–‘은퇴 환상’이라는 말이 재미있다.

 

“현역 시절엔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와 낭만을 추구하는 남편 심리가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남편이 퇴직하고 나면 이런 균형이 깨진다. 아내는남편이 일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남편은괜찮은 일이 없다거나그런 일은 하기 싫다면서 모른 하니 결국 부부끼리 다투게 된다. 퇴직한 남편은 ‘지금까지는 일을 우선시했지만 이제부터는 아내랑 여생을 즐겁게 보내야지’라고 제멋대로 제2의 인생을 꿈꾼다. 하지만 퇴직이 없고 집안일이 일상인 아내는 ‘이제 나를 제발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아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자유 시간’인데 남편만 모른다.”

 

남성의 행복도는 배우자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혼자 사는 것보다는 그래도 배우자가 있는 편이 훨씬 행복하다.

 

2️은퇴 부부는 이심이체(二心異體)

 

–퇴직하면 왜 아내 의존형 남편이 많아지나.

 

“퇴직 전에 부부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대부분의 항목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어긋나는 항목이 하나 있는데 ‘사회적 평가’가 그것이다. 아내가 직업이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만약 아내가 전업주부거나 파트타임만 했다면 스스로 사회적 평가가 부족하다고 느껴 본인 삶에 썩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른 분야에서 높은 사회적 평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가령 집안일을 효율적으로 해서 자기 시간을 조금씩 만들거나 취미 활동, 지역 봉사 등에 참여하는 것이다. 자녀가 독립하면 이런 외부 활동은 더욱 왕성해진다. 아내는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사회적 평가를 받고 자기 만족도 느껴간다.”

 

–아하! 남편은 일에서 소속감과 성취감을 느낀다.

 

“그렇다. 남성들은 주로 직장에서 사회적 평가를 얻고 만족하기 때문에 직장 밖의 세계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문제는 퇴직 후다. 일에만 집중했던 남성은 직장을 떠나면 자신의 세계라고 부를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출퇴근이라는 일상을 잃은 남성은 사회에서 단절되고 고립되어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 그래서 아내에게 의존하려고 하는 것이다. 밖으로 외출하는 아내에게 ‘어디 가?’라면서 ‘혼자만 놀러다니니 서운하다’고 불만도 내비치게 된다. (인터뷰 1편에서 언급했듯) 일하는 날과 쉬는 날, 일상과 비일상이 있어야 부부 관계도 원만해지는데, 퇴직으로 일상이 무너지니 부부 관계도 틀어지는 것이다.”

 

–부부 사이가 틀어지지 않으려면 뭘 해야 하나.

 

“아내에게 끼니 차려 달라고 보채지 말고, 집안일도 나눠야 한다. 아내에게 어디 가는지 묻지 않아야 한다. 아내가 걱정되어서 묻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지나치면 좋지 않다. 아내가 외출한다면, 잘 다녀 오라고 배웅하고, 그 시간에 집에서 청소라도 해 놓으면 귀가한 아내가 엄청 고마워할 것이다. 나도 서툴긴 하지만, 연초에 퇴직하고 나서는 장보기, 쓰레기 버리기, 세탁소에 옷 맡기기, 침구 정리, 창문과 화장실 청소 같은 것을 맡아서 하고 있다. 은퇴는 부부가 다시 부부로 돌아가는 시기이지만 젊은 시절처럼 일체(一體) 되는 아니다. 인생 후반전에는 배우자를 동료나 , 동반자로 생각해야 한다.”

 

사토 신이치 전 오사카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퇴직 전에 부부는 재무 계획만 세울 게 아니라, 월급이 없어지는 것이 불안한지 아닌지, 또 퇴직 후엔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 등 생활 방식도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본인 제공

 

–아내 의존형 남편은 배우자 사별이 큰 충격이겠다.

 

“아무리 사이 좋은 부부라고 하더라도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떠나고 한 사람은 남는다. 여성은 평균 수명이 길어서인지 ‘남편이 먼저 죽지 않을까’ 생각도 하는데, 남편은 그런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특히 아내에게 평생 의존해 살던 고령 남성이 아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집안일은 하나도 할 줄 모르니 자식들을 애먹이고 잘 먹지 않아서 점점 노쇠하고, 질병에 걸리는 경우도 많다. 사별하는 연령대도 큰 변수다. 젊은 사람은 배우자 사별로 인한 정신 충격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80세 전후로 사별하면 굉장히 힘들다. 혼자서 회복하긴 어려우니 가족 등 주위에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사별, 이혼 등으로 혼자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여성은 집안일에 능숙해서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남편이 떠난 뒤 요리하기가 싫어져서 영양실조에 걸린 여성도 꽤 많다. 똑같이 요리를 해도 남편이 맛있다고 기뻐할 것을 기대하며 요리하는 것과, 혼자 먹기 위해 요리하는 것은 의미가 전혀 다르지 않는가. 혼자 산다면 의식적으로 지역에서 내가있을 마련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좋다. 문화 행사, 취미 동호회, 봉사 단체, 노인 대학 등 아무 곳이라도 참여해서 활동하면 회원으로서 존재를 인정받고, 자연스럽게 그 안에서 있을 곳이 생겨난다. 마지막으로 학창 시절 친구 관계도 부활시키면 좋다. 동창들과 만나면 인생에서 가장 강렬했던 청춘 시절의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고, 그들이 내 마음의 ‘있을 곳’이 되어 준다.”

 

-이경은 기자, 조선일보(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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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은퇴준비

 

이 글은 지금 현역에 있는, 그러나 앞으로 은퇴해야 할 남자들을 위한 것이다.

글을 쓰는 내가 남자이고, 이미 14년 차 은퇴생활을 하고 있는 고참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또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훨씬 불리한 은퇴조건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세상에 체험보다 더 값진 것은 없다.

이론은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는 다르기 때문이다.

은퇴생활은 실제로 겪어보지 않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현실이다.

수 많은 남자들이 막연히앉아있다.

날 벼락을 만나는게 그 때문이다.

 

똑같이 현역으로 직장에 다니지만 여자들의 경우는 남자와는 판이하다.

여자들은 은퇴해도 부엌육아라는 확실한 자기자리가 있기 때문에 복귀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남자의 경우는 거실소파의 한쪽자리와 잠잘 때의 이불 속 밖에 자기공간이 없다.

하숙생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밥에 도토리가 될 수도 있고 젖은 낙엽이 되어 소외될 수도 있다.

 

사실, 수많은 남자들이 준비없는 은퇴 때문에 나락으로 떨어지는게 가혹한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남자는 반드시 은퇴한다는 사실이다.

 

천방지축의 20대로부터 은퇴를 코앞에 두고있는 고참까지도 여기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이점을 먼저 인정하고 늘 준비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한 남자가 평생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자기의 공간이 없다는 현실이다.

아내나 애들은 모두가 자기의 고유한 공간이 있지만 가장인 아버지와 남편은 자기의 공간이 없다.

모든 심각한 문제의 시작이 바로 이점이다.

 

아무리 같은 식구라 해도 자기의 공간이 없는 사람이 하루 종일 집안에 있다는 것은

본인도, 식구들 에게도 참기 힘든 스트레스다.

그래서 반드시, 결정적으로 평소의 자기공간을 확보해야 된다.

대표적인 것이 서재이며 작업실도 무난하다.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이 공간의 확보야말로 은퇴 후의 안락과 행복을 약속하는 첫번째 조건이다.

막말로 애들을 한데 몰아서라도 내 공간을 만들어 내야한다.

그리고 그것을 지키고, 꾸미고,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守城(수성)하는 병사처럼 확고해야 한다.

 

은퇴한 남자가 아내에게 생활비-돈을 마련해서 주지 못하면 그때부터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된다.

심하면 황혼이혼의 조건이 될 수도 있다.

이 삭막한 세태는 모든 것을 오직 돈으로만 말한다.

늙어서 돈 없으면 확실 죽은 목숨이다.

 

그러니 현역일 때 이를 악물고라도 은퇴 후의 월정수입을 위해 탑을 쌓아야 한다.

지갑을 열어 돈을 주는 한, 식구들은 가장을 존경하고 순종한다.

더럽지만 돈의 힘은 그렇게 막강하다.

 

또 하나의 비결은, 자기의 개인비자금이다.

늙은이에게도 자기돈이 있어야 자신있게 살아갈 수 있다.

허기진 사람이 밥을 먹으면 허리가 펴지듯이 비자금이 두둑하면 말에 힘이 실리고 행동에 자신이 붙는다.

 

2014년 기준, 월 평균 30~50만원 정도면 목에 힘을 줄 수 있다.

남자에게 비자금이 없으면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비굴해지고, 탐욕스러워진다.

봐줄 수 없는 늙은 몰골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단연코 딴 주머니를 차야 옳다.

그리고, 그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길어졌기 때문에 남자들도 은퇴 후 20~30년은 더 살게 된다.

현역일 때는 직장의 일 때문에 시간이 잘 가지만, 은퇴하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노인자살율이 높은 것은 가난과 질병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할 일이 없는 무료를 견디지 못한 경우도 많다.

 

할 일이 없이 심심한 무료는 노년의 가장 큰 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리미리 취미를 찾아 길러야 하며, 여기에는 단계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60~70대는 활동적인 취미가 가능하지만, 70~80대는 비활동적이 되며, 80이상은 방에 들어앉는 나이이다.

따라서 취미도 나이에 맞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해진다.

특히 나이가 많아지면 읽기, 듣기, 보기에 국한되는 경우도 많다.

내 경우 현역일 때의 취미들이 그대로 은퇴 후로 연결되었으며, 악기만 클라리넷에서 첼로로 바뀌었다.

 

현역일 때의 취미들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얘기다.

늙은 사람이 완전히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아무리 핵가족이라 해도 모든 가정에서 식구들은 자기 고유의 기능을 갖게 된다.

가장이 돈을 벌면 아내는 살림을 하고 애들은 공부에 전념한다.

모두가 자기의 고유기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은퇴한 남자는 당장 집안에서의 고유기능이 없다.

가장인데 손님만도 못한 처지로 떨어지는 것이다.

눈치를 보게 되고, 괜한 소외감을 느끼며, 자격지심 때문에 자주 화를 내기도 한다.

사실은 그럴수록 식구들과는 더 멀어진다.

 

내 경험으로는 이 문제의 완벽한 해결법의 하나가 부엌이다.

요리하는 남자는 언제, 어디서나 대환영이다.

아내를 식사준비에서 해방시켜보라, 아이들에게 입이 딱 벌어지는 요리를 장만해 먹여보라, 대접이 달아지고 위치가 확 변한다.

 

여기에 세탁기까지 돌릴 수 있다면 글자그대로 금상첨화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몇 권의 요리책으로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비밀리에 미리미리 요리학원에 다닐 일이다.

 

은퇴하는 날, 은퇴기념으로 식구 들에게 식탁을 준비, 서비스해 보라.

집안 분위기부터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게 지혜라는 것이다.

 

통계적인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나이의 동창들 중 담배 많이 피우고 술 많이 마신 친구들은

하나같이 빨리 병들고 일찍 죽는다.

, 담배가 독이라는 뜻이다.

 

사실은 가장 건강해야 할 때가 바로 노년기다.

마지막 10년은 병치레를 하다 죽는게 보통인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이미 젊었을 때부터 건강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그 건강이 노년기까지 유지될 수 있다.

 

젊어서는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나이들면 불가능하다.

그래서 늙어서 할 수 있는 운동이 따로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걷기.

 

걷기운동도 갑자기 하면 탈이 나고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현역일 때부터 습관이 되어야 한다.

특히 사람은 나이가 들면 다리가 가장 먼저 늙는다고 한다.

아파트의 계단을 걸어다니고, 한 두 정거장 앞서 내려 걷는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그렇게 습관이 되게해야 나중에 무리없이 계속되는 운동이 될 수 있다.

나이들어 건강을 잃으면 다른 것이 아무리 많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당뇨식을 받아 먹으면서 사는 부자가 그런 케이스다.

먹는 즐거움이 박탈되었는데 무슨 재미로 인생을 살겠는가.

 

인간은 그게 누구든 결국은 혼자가 된다.

가장 가까운 부부라 해도 어느 한쪽이 먼저 간다.

혼자됨을 쉽게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래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디지털이 해결할 수 없는 아날로그의 세계가 그렇다.

왜 인간에게 철학과 종교가 있었겠는가.

결국 인간은 모두가 죽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나이들면 죽음의 문제가 가까이 느껴지고 친근한 것이 된다는 점이다.

이게 바로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혼자가 될 수 있고, 그리고 그 혼자도 결국은 떠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사는 방법과 자세가 달라진다.

 

철학에서 종교로 진화하는게 그 때문일 것이다.

늙은 사람들이 탐욕적인 것은 자기가 죽지않는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어리석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모두는 준비하는 인생을 살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일에 감사하고, 작은 일에서 행복을 찾고, ‘라는 존재에 대해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되고,

돈과 관계없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에 대해 눈을 뜨고 그 의미를 볼 줄 알아야 된다.

이 심오한 세계는 디지털이 아니라 아날로그의 범주에 있다.

무덤 안에서는 스마트폰도 무용지물이 되는게 진실이다.

 

우리 주변에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들이 있다.

아들의 간청에 못이겨 사업자금을 대 주다 친척집 창고에서 살고 있는 늙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식의 빚보증을 섰다가 길바닥에 나앉은 부모도 있다.

 

전혀 동정의 여지가 없는 어리석음인 것이다.

한편 자기의 노후를 준비하지 않고 자식들에게 올인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부자가 아닌한 나락으로 떨어지는 고통을 겪게 된다.

 

은퇴 후에 돈이 없다는 것, 그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그것을 견디는 장사는 없다.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게 어리석은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은 인습때문이고 체면문화 때문이다.

낳아서 길러주고 교육시키고 결혼까지 시키다보니 기둥뿌리가 빠지는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살면 안되는 세태가 됐다.

 

학교만 졸업하면 스스로 자기 일을 책임지도록 길러야 한다.

그게 자식도, 부모도 상생하는 길이다.

알고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

은퇴 후의 냉엄한 현실을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았을 때는 이미 버스는 지나간 다음이다.

 

나이들면 절친한 친구의 존재는 더 다가온다.

그래서 나는 유선전화를 애용하고 있다.

느긋하게 육성으로 말하고 들으면서 친구를 느끼는것이다.

 

외출하는 것이 피곤하기 때문에 전화통화는 그만큼 더 긴요해 진다.

늙어서 친구는 많을 필요는 없다.

서로 속내를 털어 놓을 수 있는 두세명이면 된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직접 만나 밥도 같이 먹고 얘기도 나눠야 한다.

나와 내 친구들은 고급식당에서 만나 식사하고 몇 시간 같이 지낸다.

거의 대부분의 화제는 한탄스러운 세태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뜻밖의 공통된 화제는, ‘에 대한 것이다.

늙은 아버지를 챙기는 것은 딸 들이다.

아들은 힘겹게 길러 며느리 좋을 일시키지만 그 반대쪽에 있는 딸 들은 친정부모를 챙기는 것이다.

 

아들들은 결혼하면 본가와는 멀어지고 딴 사람이 된다.

오죽하면 하와이 교포라고 하겠는가.

여기에는 모두가 크게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아들이 아니라 딸에게 집중투자하는게 옳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건 우리 모두의 체험담이니 크게 참고할 일이다.

 

현실이 그러하다.

이제는 발상을 한번 바꾸어 보자.

 

우리들은 이미 시간이 지나 14년차의 노년기이지만, 지금의 현역들은 은퇴한 후 외국에 나가살면 어떨까.

1인당 생활비를 월 100만원으로 기준한다면,

예를들어 내가 가서 살고 싶은 모로코에서는 부자로 살 수 있다.

 

아르헨티나를 최고로 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홍해 연안에 가고 싶어하는 친구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바다가 거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피지섬에 가서 살고 있는 친구도 있다.

예를들어 여기서 추운계절인 겨울동안 만 따뜻한 곳에가서 사는 방법도 있지 않은가.

 

반드시 이 좁은 땅에 게딱지처럼 붙어 살 이유가 없다.

세상은 넓고 가볼 곳은 천지에 널려있다.

미리미리 계획만 잘 세우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얼마나 멋진 인생이 될 것인가.

 

드골공항을 이륙, 카사블랑카에 내려 말라카시로 가는 여정,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현역들이여, 꿈을 가지고 내일을 준비하자.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성서

 

-원문: ‘우대받는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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