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의 백종원'이 답이었을까]
[文정부 자영업자 잔혹史]
[카센터 3만개가 문을 닫는 날]
[슬기롭게 나라 살림할 대통령 누구인가]
[ 시장 개척한 스타트업들, 카카오에 울다]
[연결되는 市場, 막힌 정치.. ]
'1000명의 백종원'이 답이었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충남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다시 뛰는 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넘치는 골목상권'을 주제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종원 1000명을 만들겠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 중 하나로 백종원 대표 같은 상권 기획자 1000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첫 창업을 돕는 ‘창업 컨설턴트’처럼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상권을 기획해주는 민간 ‘상권 컨설턴트’를 제도권 안에서 키우고 양성하겠다는 의도라고 한다.
무슨 취지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성수동처럼 2030 인파가 주말마다 쏟아지는 MZ 세대 명소, 충남 예산시장처럼 매년 350만명이 찾게 된 전국구 장터를 1000개씩 만들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못 살겠다”고 외치는 소상공인들은 ‘백 선생님’ 한 명이 아쉬워서 볼멘소리를 내는 게 아니다. 하루하루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 한 명’이 더 아쉬울 것이다. 고물가·고금리의 위기 속에서 쌓인 빚마저도 혼자 갚기 어려운 자영업자 눈에 ‘명품 상권’이 들어올 리 있겠나.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신해 신용보증기금이 갚아준 빚은 무려 1조400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상권만 그럴듯하게 만들면 끝일까. 아니다. 호화 상권 밑에 드리우는 그림자도 커진 세상이다. 파리 날리던 골목에 개인 카페가 두세 곳 생기기 시작하면, 대여섯 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달려들어 그 빈틈을 파고든다. 상권이 살아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올리고, 갈 길 잃은 토박이 임차인은 상권 밖으로 내몰린다. 충남 예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백종원 매직’으로 작년부터 큰 인파를 끌어모아 모범 사례가 될 뻔했지만, 월세 10만원짜리 상가가 이젠 200만원까지 받게 되자 기존 상인들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백 대표는 “부동산 투기를 멈춰달라”고 읍소했다.
성수동도 마찬가지다. 한때 구두 공방과 봉제 공장이 밀집해 저렴한 임대료로 경쟁력이 높았던 곳이다. 하지만 고급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가 줄을 잇고 ‘인스타 핫플’로 떠오르자 예산시장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40여 년간 이곳에서 한 자리를 지켜왔던 한 갈빗집 사장은 올여름 새 카페에 자리를 내주고 700m 떨어진 상가 구석으로 옮겨갔다. 이 사장은 “갈비 골목에 갈빗집보다 카페가 더 많아졌다”고 했을 정도다.
취재 현장에서 소상공인을 만나다 보면 허탈함을 느낄 때가 많다.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불경기라는 것은 매한가지. “요즘 불경기라서…”는 관용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 해도 정부는 이 관용구에 갇히지 않으려 애써야 한다. 공직 사회가 책임 회피와 복지부동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 사이에서도 현장을 제 발로 찾아간 공무원 하나가 소상공인의 귀가 되어 줬더라면, ‘상권 기획자 1000명’ 같은 탁상공론이 거론될 일은 없지 않았을까.
-조재현 기자, 조선일보(2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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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자영업자 잔혹史
[오늘과 내일]
의도치 않은 ‘자영업 구조조정’
‘自-自갈등’으로 번지는 비극
‘과로사하는 자영업자가 나오겠다.’ 정부 경제정책이 시차를 두고 어떤 사회적 사건으로 이어질지 예상하는 건 경제기자를 오래하면서 생긴 버릇이다. 이듬해 최저임금 10.9% 인상이 결정된 2018년 7월 떠오른 섬뜩한 예감은 이런 거였다. 전년 16.4%에 이은 2년 연속 10%대 인상. 편의점주들 사이에선 이미 “아르바이트생 해고하고 부부 맞교대로 24시간 가게를 지키느라 생활이 파괴됐다”는 비명이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월급 주는 자’가 아닌 ‘월급 받는 자’의 편에 섰다.
악화한 여론을 의식해 청와대는 2019년 2월 자영업자들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부산 영도에서 연탄가게를 했던 부모 얘기를 꺼내며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이다. 여러분의 오늘이 힘들어도 내일은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래도 대통령의 마무리 발언은 “길게 보면 결국은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가야 되는 것”이었다.
그 후에도 편의점주들 얼굴엔 피로가 쌓여갔다. 직원이 줄어든 음식점의 서빙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정부와 여당은 자영업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주범’으로 높은 수수료와 가맹료를 받는 신용카드 회사와 편의점 본사, 임대료를 올리는 상가 주인들을 돌아가며 표적 삼아 공격했다. 그래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주 15시간 이상 일 시킬 때 줘야 하는 주휴수당을 아끼려는 자영업자들이 많아져 ‘초단시간 알바’가 저소득층 일자리의 표준이 됐다.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을 쓰러뜨린 건 코로나19 사태였다. 작년 여름 정부의 영업시간, 모임인원 제한이 본격화하면서 손님 끊긴 노래방, PC방의 폐업이 줄을 이었다. 매출이 뚝 떨어진 음식점, 주점 주인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밤마다 음식배달, 대리운전에 나섰다. 이렇게 버틴 지 1년. 23년간 장사해온 마포 맥줏집 여사장은 최근 원룸 보증금을 빼서 직원들 월급으로 나눠 주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선택을 하는 주점, 치킨집 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꼬박꼬박 월급 나오는 공무원, 공기업 대기업 직원들까지 최대 다수 국민에게 현금 쥐여줄 방법을 고민하는 정부, 여당이 자영업자들에게 할애한 지원금은 이들에게 계속 살아갈 용기를 불어넣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한쪽에선 자영업자인 택배노조 기사들로부터 집단괴롭힘을 받던 40대 자영업자 택배대리점주가 목숨을 끊었다. 현 정부 들어 합법 노조로 인정받고 목소리가 커진 민노총 가입 자영업자와 제 몸 하나 챙기기도 힘겨운 보통 자영업자 사이에 벌어진 ‘자-자(自-自) 갈등’의 결과였다.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업체들의 행태엔 문제가 있지만 최근 정부, 여당의 일사불란한 플랫폼업체 공격에서 자영업자 고통의 책임을 카드사, 편의점 본사로 돌리던 때의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올해 8월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1990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로 줄었다.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20% 선으로 낮아졌고, 10명 중 4명이 폐업을 고민하고 있어 ‘선진국 수준’ 자영업자 비중인 10%대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문재인 정부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한국 경제가 언젠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던 ‘자영업 구조조정’에 유일하게 성공한 정부로 기록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길한 예감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현실이 돼가고 있다. 이 모든 게 자영업자들에게 늘 미안한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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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3만개가 문을 닫는 날
[경제포커스]
엔진·변속기 없는 전기차 시대 엔진오일 교환할 일도 없어져
산업구조 전환 없으면 대량 실업..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어야
2021 수소모빌리티쇼 개막 이틀째인 9일 오전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전시장 한 회사 부스에 수소 전기차 모형이 전시돼 있다. /뉴시스
얼마 전 퇴근길에 탄 택시가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전기차였다. 충전에 반나절이 걸리던 전기차가 요즘은 급속 충전도 되고, 한 번 충전하면 400㎞ 이상 간다고 했다. 꽤 자랑하던 기사님은 불쑥 “그런데 걱정”이라고 했다. “휘발유차⋅경유차는 부품이 3만개가 넘는데 전기차는 엔진⋅변속기 다 없어 부품이 줄어요. 자동차회사나 부품 업체 다니는 사람들이 대량 해고 사태를 겪을 게 뻔해요”라고 했다. 기사님은 더 걱정스러운 일도 있다고 했다. “동네마다 있는 카센터들은 어쩝니까? 엔진 오일 교체할 일도 없을 텐데요.” 전국에 카센터가 3만개가 넘는다. 가게마다 3명 정도 일하고 있다고 치면 10만명 가까운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차세대 기술 선점, 친환경, 탄소 중립의 미래를 앞당기려는 전기차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 총력전에 나섰고, 정부마다 보조금 쏟아붓기 바쁘다. 현대차그룹도 당장 4년 뒤 2025년부터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신차 출시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만 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는 휘발유·디젤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급격한 변화가 닥치는데 지금 국내 자동차회사에 부품 등을 납품하는 협력 업체 9000여 개 중에 전기차⋅수소차 부품 생산 기업은 200개 정도라고 한다. 전기차의 미래를 얘기하면서 일자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는 무슨 대책이 있나.
지난달 만난 첨단 소재 기업 대표는 “고졸 생산직은 최대한 안 뽑으려고 한다”고 했다. “결국 내보내야 할 것 같아서”라고 했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이 생산 라인을 채워가고 있다고 했다. “오래 숙련된 직원들의 감(感)에 의지해서 라인을 돌렸는데 이제는 AI가 ‘이대로면 잠시 뒤에 어떤 공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고 알려주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몇 년 전에는 사람 1명 줄이는 데 1억원 넘게 들어 미뤘는데 지금은 2억원이 든다고 해도 자동화 설비로 교체한다”고 했다. 회사에는 12개의 라인이 있고, 16명씩 배치돼 있어 200명 남짓 일하고 있는데 몇 년 뒤에는 라인별로 3~4명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뱅크 직원 숫자는 1000명이 안 되는데 시중은행은 1만5000명쯤 된다. 앱으로 대출받고, 펀드 가입하는 데 은행원 자리는 온전할까.
전기차든, AI든,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든 미래의 변화는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일자리가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사라지게 만들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구직자들이 갖춘 능력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제 하던 대로 일하려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고, 개발자가 아닌 근로자들은 밀려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추석날 둥근 달을 보고 “취업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 사람들이 300만명은 넘을 것이다. 정부는 이 가운데 60만명 이상을 ‘구직 단념자’라고 표현하지만, 그럴 리 없다. 번듯한 일자리가 주어진다면 단념할 리가 없다. 정부는 세금 일자리, 알바 일자리 임시방편을 고용 대책으로 대접해 달라고 한다. 주당 17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나지만, 취업자 숫자만 늘면 그만이다. 일자리를 구하려 취업을 준비 중인 사람이 87만명인데 10명 중 7명 정도가 20대다.
코앞의 고용 문제도 해결하기 버거운 정부에 5년 뒤, 10년 뒤 일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닥칠 일이고, 먼 미래도 아니다. 예능 프로그램조차 대선 후보들이 등장하는 정치의 계절이다. 다음 대통령은 일자리를 만들 사람이어야 한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세금 나눠준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
-이진석 경제부장, 조선일보(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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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롭게 나라 살림할 대통령 누구인가
[朝鮮칼럼]
작년 14조, 올해 11조 써서 1인당 25만원씩 흩뿌리기.. 피해 큰 자영업자는 자살 속출
초중고 수월성 교육 안 하고, 대학 지원은 OECD 66% 불과.. 다음 정부, 나랏돈 제대로 써야
어쩌다가 “나랏돈은 세금으로 거두었든 빚으로 마련했든 최대한 아끼고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뻔한 얘기를 해야 하게 되었는지 통탄스럽기 짝이 없다.
이 정부는 4~5년에 한 번 있는 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에 너무 도취된 나머지 그보다 엄중한 국민의 실시간 선택의 결과인 시장과 싸우며 임기를 다 보냈다.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어 놓고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워 투자보다 소비에 치중했다. 경제가 망가지고 일자리가 줄어들 일을 서슴지 않는다. 나라의 도움에 의존하는 국민을 늘리고, 그들에게 돈을 더 퍼 주는 것을 나름대로의 선거 전략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세금 징수와 재정 지출을 억제해야 할 국회가 더 앞장서고 있다.
‘집권당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여당이 나랏돈을 선거에 유리하게 쓰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임을 의미한다. 나랏돈을 정말 제대로 써서 경제가 아무도 흔들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지고, 일자리가 늘어나서 나라가 개입하지 않아도 임금이 저절로 올라가고, 그래서 더 들어온 세금으로 저소득층의 복지 혜택을 날로 두껍게 한다면 표는 당연히 더 나올 것이다. 선거를 해볼 필요도 없는, 야당이 속 터지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방법은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임기 초부터 열심히 해야 하고 시장을 잘 활용하는 경제 정책들과 병행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자기 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뽑힐 것이라고 믿는 정당이라면 내년 예산 편성에서 유념해야 할 사항을 몇 자 적어 보고자 한다. 돈을 가장 헛되이 쓰는 방법은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뿌리는 것이다. 예컨대 작년과 금년 추경에서 각각 14조원, 11조원을 써서 일인당 25만원씩 나누어 주는 것이 그것이다. 금년 2차 추경에서의 소상공인 피해 보상 총액 5조3000억원의 5배나 되는 돈을 허비한 것이다. 보편적 재난지원금이 결국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가도록 설계가 되어 있다고 변명하겠지만, 국책 연구기관도 그 효과를 의심하는 우회적 방법을 쓰기보다는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하느라 장사를 망쳐 자살하는 사람이 속출하는 지경에서 자영업자 피해 보상을 더 두껍게 하는 것이 표가 더 나오게 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나쁜 것은 타당성이 없는, 즉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에 돈을 쓰는 것이다.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예산을 반영했으면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매표 행위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이다. 굳이 완공을 서두를 것 없고 최대한 지연시키는 것이 좋다. 타당성 있는 투자 사업들에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고 앞당겨서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조금만 긴 호흡으로 보면 훨씬 더 유효한 득표 전략이 아닐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우리는 평소 의료 시설과 인력에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함을 절감했다. 의료 투자는 다양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도 한다. 삼성이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연구개발에 7000억원을 기부할 때까지 나라는 무얼 했는가? 이번 코로나 사태에 과도한 희생을 한 의료진들이 파업을 운운하지 않도록 충분한 보상을 했어야 한다. 5대 백신 강국을 만들겠다면서 백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은 미국을 흉내라도 내고 있는가?
가장 미래지향적인 지출은 교육 투자인데 대학 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되어 있고, 재정의 학생 일인당 지출이 대학의 경우 OECD 평균 대비 66%에 불과하다. 초중등 교육은 OECD 평균 대비 30% 더 많은데도 수월성 추구에 뜻이 없고, 대학은 돈이 없어 교육의 질을 높일 수가 없다. 인공지능 교육도 정원을 제한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앞서가고, 일본에 대한 소재 의존도 탈피하고, 백신 5대 강국도 만들고, 망가뜨린 원전산업 대신 태양열·풍력·수소에너지 기술을 발전시키겠다고 한다.
일자리 예산이라는 걸 들여다보면 청년들의 연명과 취업 준비를 도와주거나 노인의 용돈 벌이가 대부분이다. 돈을 버는 일자리는 못 만들고 나라 돈을 쓰는 일자리나 만들고 있다. 이번에 경형 SUV를 출시한 광주글로벌모터스와 같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전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돋아나도록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들의 마음을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대통령 재임 때는 국민에게 공돈을 퍼 줄 코로나 같은 명분이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부디 임기 초부터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써서 후일 공돈 뿌리기 말고는 정권 심판론에 대응할 길이 없는 지경에 처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병원 안민정책포럼 이사장·前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선일보(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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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개척한 스타트업들, 카카오에 울다
[온라인 골목상권 침해 또 논란]
주차·대리운전·송금·배달 등 새로운 서비스 만든 벤처들, 나중 뛰어든 카카오에 속수무책
"카카오가 어디에 관심 있다더라" 소문만 돌아도 스타트업계 비상
빈 주차장을 추천해주는 주차장 앱(응용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파킹클라우드는 요즘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2년 전 국내 최초로 자동 결제 기능을 갖춘 주차장 앱을 출시하며 올해 매출이 240억원에 이를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2개월 전 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상황이 180도로 달라졌다. 전국 주요 주차장 업체들이 "스타트업보다는 카카오와 계약하겠다"면서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신상용 대표는 "직원 300여 명이 매일 전국 주차장을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계약을 따내서 590여 곳을 모았는데 카카오가 진입한 뒤 시장 분위기가 돌변했다"며 "지금 밀리면 3년간 공들인 탑이 한꺼번에 무너진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 카카오가 온라인에서 교통·음식·금융 등으로 무차별 사업 확장에 나서면서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서 카카오발(發) 온라인 골목 시장 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가 3~4년 차 벤처 기업들이 개척한 신규 시장에 진출해 한꺼번에 시장을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이용자 4200만명을 보유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미용실 예약, 간편 송금, 음식 배달하기 등 각종 기능을 추가하면서 시장을 빼앗고 있다는 지적이다. 벤처기업들의 서비스는 이용자가 따로 앱을 설치해야 하지만, 카카오의 신규 서비스들은 카카오톡이나 카카오T(구 카카오택시) 앱에 업데이트 형태로 추가되는 형태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는 시장에 진입하는 순간 곧바로 가장 위협적 경쟁자가 된다"고 말했다.
◇음식 배달에서 주차장 추천까지… 문어발식 확장 나선 카카오
파킹클라우드가 제공하는 주차장 앱 '아이파킹'은 전국 주차장 업주와 계약해 자동 결제 장비를 설치하고 운전자에게는 주변의 가까운 주차장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운전자는 신용카드를 사전에 등록해 놓으며, 결제기가 차량 번호판을 자동으로 인식해 모바일 앱을 통해 주차요금이 나가는 방식이다.
이 회사의 신 대표는 "카카오가 우리 사업 모델과 너무 유사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신 대표는 "2015년 카카오가 투자 제의를 했고, 사업 모델과 각종 자료를 모두 넘겨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작년에 이 회사의 경쟁사를 인수했고 올 10월에 이 회사와 거의 똑같은 주차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등장하자마자, 지방자치단체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공영 주차장을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카카오의 온라인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리 운전을 예약하고 요금을 지불하는 서비스인 대리운전 앱은 작년까지만 해도 스타트업이 만든 '버튼대리' 앱이 인기였다. 하지만 카카오가 작년 6월에 대리운전 서비스를 당시 카카오택시에 추가한 뒤 경쟁에서 밀렸다.
카카오가 이마트와 손잡고 지난 4월 출시한 카카오 장보기 서비스는 스타트업 더파머스의 신선 식품 주문·배송 서비스 '마켓컬리'와 유사하다. 마켓컬리는 대형 마트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모바일로 장을 볼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카카오톡을 통해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카카오 주문하기'는 '배달의 민족'과 같은 배달 앱 벤처와 경쟁하고 있다. 카카오의 맛집 추천 서비스 '카카오플레이스'는 포잉, 망고플레이트 등 벤처기업의 기존 맛집 추천 앱과 거의 똑같은 서비스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는 자본력과 우수한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계에선 '카카오가 어떤 사업에 관심을 보인다더라'는 소문만 돌면 비상이 걸린다"며 "당장은 스타트업의 서비스가 카카오에 버틴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론 장담 못 한다"고 했다.
◇카카오 "인수·합병 통해 정당한 대가 지불"
카카오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에게 '골목 상권 침해'로 집중 질타를 받았다.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은 국감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전사적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사이버 골목 상권이 잠식되고 있다. 유망한 스타트업과 중소 상공인의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어기구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카카오의 이런 행태는 골목의 불량배나 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최근 내놓는 우리의 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들은 오프라인의 영세 자영업자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도 있다"면서 "또 새로운 사업 진출은 스타트업에 대한 인수·합병과 투자를 통해 정당한 가치를 지불한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는 또 "주차장 앱 서비스는 파킹클라우드를 인수하려다가 다른 스타트업을 인수해 제공하는 것"이라며 "파킹클라우드가 독자 서비스라고 주장하는 무인 결제 기술도 이미 비슷한 해외 서비스와 국내 기술이 있기 때문에 카카오가 모방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도윤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의 서비스가 소비자 처지에선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카카오의 확장이 기업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미흡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경업 기자, 조선일보(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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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되는 市場, 막힌 정치..
좁은 서울 성수동 골목을 지나 사무실 문을 열자 가죽 냄새가 났다. '맨솔'의 박기범 사장은 구두 두 짝을 들고 나와 "제화(製靴) 스타트업입니다"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이 회사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두를 신청하면 직원이 출동해 발 사이즈를 재고 구두를 맞춤 제작해 보내준다. 이곳을 찾아가 보고픈 흥미가 든 건 "성수동 구두 장인(匠人)이 맞춤 신발을 만들어준다더라"는 한 증권맨의 이야기를 듣고서였다.
박 사장은 백화점과 구두 브랜드가 떼가는 마진이 커서 '구두 먹이사슬'의 끄트머리에 있는 장인은 한 켤레에 몇천원 간신히 손에 쥐는 산업 구조를 바꾸고 싶다고 했다. 맨솔은 장인에게 합당한 비용을 지급하고도 수제 맞춤 구두를 10만원대에 판다. 소비자와 장인을 바로 연결해서 돈이 배분되는 방식을 바꿨다. 박 사장은 "옛 산업과 새로운 기술 사이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스타트업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2년 전 만났을 때 중국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은 "21세기는 연결의 시대다. 사방팔방 연결을 해서 돈을 벌려 한다"고 했는데 당시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바뀌는 주변인들의 소비 패턴을 보고서야 그 말의 속뜻을 알 듯한 느낌이다.
한 후배는 요즘 마트 갈 일이 거의 없어졌다고 했다. '마켓컬리'라는 온라인 쇼핑몰에 과일과 야채를 시키면 다음 날 새벽에 농부 이름과 주소가 적힌 신선식품을 집 앞에 배달해준단다. 도축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한 스타트업 '정육각'도 인기다. 마트 브랜드육보다 값이 싸다. 도축 후 1~4일 된 신선육이지만 유통 마진을 줄여 그렇게 팔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판을 깐 글로벌·온라인 벼룩시장 '엣시(Etsy)'에서 쇼핑한다는 이도 여럿 봤다. 이 사이트는 일본 도장 장인, 미국 시골 비누 공방 같은 세계 각지의 170만 작은 가게가 물건 4500만개를 올려놓고 판다.
마크 카니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한 강연에서 엣시를 예로 들면서 "정부의 역할은 기술 혁신 과정에 도태되는 소상공인을 디지털 시장(市場)으로 잘 연결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마윈은 지난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는데 공장을 짓겠단 얘기가 아니었다. "미국 소상공인들이 중국 13억 인구에 물건을 팔 수 있게 알리바바가 돕겠다"며 '디지털 연결'을 내세웠다.
선거철이라 한국 정치권도 영세 상인 살리겠다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마트 휴일을 늘리고, 소상공인 카드 수수료를 인하하고,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겠다고 한다. 물리적 공간의 틀 안에 강자 대(對) 약자 대결 구도를 만들어놓고 '센 놈' 팔을 비트는 영세상인 대책을 10년째 듣는다. 정치인 생색내기 말고 무슨 효과가 있었나 모르겠다. 세상은 연결과 확장으로 내달리는데 우리 정치권은 아직도 아날로그식 해법에 갇혀 끼리끼리 치고받는다.
-김신영 경제부 기자, 조선일보(17-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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