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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을 죽이는 사회, 영웅을 만드는 사회] ....

뚝섬 2024. 12. 3. 09:39

[영웅을 죽이는 사회, 영웅을 만드는 사회 ]

[갑질 철퇴’에 소나기 피하자는 카카오, 반성조차 않는 구글]

[테크 기업 때리기’도 중국 따라가나]

 

 

 

영웅을 죽이는 사회, 영웅을 만드는 사회

 

[조형래 칼럼]

빌 게이츠나 머스크도 감추고 싶은 흑역사 많지만
미국인의 꿈을 이룬 인물로 부각
한국의 창업자 카카오 김범수는 사법 리스크에 과징금·여론 뭇매까지
관용 없는 우리 사회가 어렵게 일군 기업 망가뜨릴까 우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는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스1

 

천사의 미소를 지닌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실제 성격은 정반대였다. 지독한 일중독이었던 그는 직원이든 동업자든 성에 차지 않으면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멍청한 소리”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경쟁 업체를 죽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이 넷스케이프 죽이기다. 1990년대 인터넷이 태동하면서 넷스케이프가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시장을 선점하자, 그는 막강한 PC 운용체제 ‘윈도’에 자사의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익스플로러’를 끼워 팔고, 심지어 넷스케이프로 인터넷에 접속하면 오류가 발생하도록 조작해 기어이 넷스케이프를 망하게 했다.

 

그는 이 일로 법무부로부터 독점 소송을 당한다. 지금도 남아 있는 빌 게이츠의 증언 영상을 보면 못마땅한 표정으로 “기억나지 않는다”를 연발하고 심지어 손가락질과 기지개까지 하는 장면도 나온다. 법원이 게이츠를 망신 주기 위해 영상을 공개했지만 게이츠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았다. 시쳇말로 싸가지 없는 그의 태도를 비난하기보다는 그가 소프트웨어를 앞세워 일본 제조업에 밀려 죽어가던 미국의 첨단 산업을 일으켰다는 것을 더 높이 평가했다. 그렇게 그는 미국 기업가의 표상이 되었다.

 

한국은 어떤가? 아무리 뛰어난 기업가라도 한 번 스텝이 꼬이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요즘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그런 케이스다.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된 그는 10월 말 101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채 일주일도 안 돼 검찰이 다시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를 압수수색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가 택시 호출 서비스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해 독점력 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무려 2주일간 다섯 차례에 걸쳐 카카오를 샅샅이 뒤졌다.

 

카카오는 과징금 폭탄도 맞았다. 공정위는 10월 카카오모빌리티의 콜(호출) 차단, 즉 경쟁업체 가맹택시에 콜을 주지 않은 행위에 대해 7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작년 2월에는 자사 가맹 택시에 콜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非)가맹택시를 차별했다며 271억원을 부과했다. 여전히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스타트업에 영업 이익의 3~4년치에 해당하는, 토종 플랫폼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다. 카카오 측 반론은 차치하더라도 경쟁 택시에 대한 ‘콜 차단’과 자사 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가 어떻게 보면 같은 사안의 양면(兩面)으로 볼 수 있고 위반 시기도 상당 부분 겹친다. 이외에도 금융감독위원회가 최근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과징금 34억원을 또 물렸다.

 

더 난감한 것은 김범수 창업자가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데도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는 사실이다. 카카오뱅크·페이 등 알짜 계열사의 쪼개기 상장과 일부 경영진의 스톡옵션 먹튀 논란, 이로 인한 주가 폭락으로 200만 소액 주주들의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이다.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직원들도 평균 1억원 이상 손실을 본 상태여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런 난맥상의 가장 큰 책임은 규모에 맞는 기업 문화와 경영 시스템을 정착시키지 못한 김범수 창업자에게 있을 것이다. 그는 회사를 키운 뒤 증시 상장을 하거나 매각을 해서 큰돈을 버는 성공 방식을 너무 즐겼다. 계열사 숫자가 한때 150여 개에 이르고 골목 상권 침해 등 잦은 구설에 오른 것도 남의 돈으로 잔치를 하는 비즈니스 모델 탓이 크다. 하지만 이 난맥상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도 김범수 본인이다. 카카오 그룹이 불과 10년 만에 급격히 몸집을 불렸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매우 이질적이며 소속감도 약해 김범수가 아니면 구심점 역할을 할 사람이 없다.

 

김범수 창업자는 네이버의 이해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과 함께 한국의 인터넷 시대를 연 주역이다. 그는 한게임을 창업해 네이버와 합병하고 절치부심하다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었다. 그가 없었다면 한국인들은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의 왓츠앱이나 중국의 위챗을 쓰고 있을지 모른다. 회초리를 들어서 야단치면 될 일에 칼을 휘둘러 기업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조형래 부국장 겸 에디터, 조선일보(2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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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철퇴’에 소나기 피하자는 카카오, 반성조차 않는 구글

 

갑질 논란을 빚고 있는 카카오가 상생방안을 내놓았다. 카카오는 14일 골목상권에서 손을 떼고 3000억 원의 상생기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자사 시스템을 강요해 과징금까지 부과 받은 구글도 어제 기자설명회를 갖고 한국 정보기술(IT) 업계 기여 전략을 발표했다. 국민 반응은 환영보다 의구심에 가깝다. 비판 여론에 마지못해 내놓은 대책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구글은 반성은커녕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는 꽃 간식 샐러드 등 배달 중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택시 승객에게 돈을 받는 스마트호출도 폐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칼날을 겨눈 일부 서비스만 대책을 마련해 ‘여론 무마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는 수수료 개선책도 보이지 않는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10년간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자”고 했다. 카카오는 플랫폼의 지배력으로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걷고 매년 수십 개씩 계열사를 늘려왔다. 땜질식 대응으로는 기존에 굳어진 성장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 김 의장이 지주회사 관련 자료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당국의 제재를 앞둔 점도 변화 의지를 의심하게 만든다.

 

구글은 기자설명회에서 갑질 논란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구글 갑질 방지법’이 시행되고 2000억 원대 과징금 처분을 받고도 개선책을 외면한 것이다. 오히려 과징금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을 위한 구글(google for korea)’이란 제목을 단 설명회였지만, 자신들이 한국에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식의 주장에 그쳤다. 납득하기 어려운 경제 효과로 독점 횡포를 덮을 수는 없다.

 

거대 플랫폼들은 독점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아 왔다. 그러면서 돈이 될 만하면 업종과 고객을 가리지 않고 몸집을 불려왔다. 독점 폐해에 대한 근본적 반성이 없다면 사회 기여와 상생은 말잔치에 그칠 뿐이다. 카카오는 해외에서 제3의 창업을 하겠다고 나섰고, 구글은 한국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한다. 이들의 진정성 여부는 머지않아 드러날 것이다.

 

-동아일보(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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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 때리기’도 중국 따라가나

 

[경제포커스]

중국, 양극화 국민 불만 무마하려 빅테크 기업 희생양 만들어
한국, 토종 플랫폼에 중국식 겁박.. 독점 해법은 ‘혁신 간 경쟁 촉진’
 

 

민주당과 정부로부터 "탐욕과 구태의 상징"으로 질타를 당한 카카오가 백기를 들고, 골목상권 사업 철수, 택시 유료호출 폐지, 3000억원 규모 상생기금 조성방안 등을 14일 발표했다. 사진은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된 카카오 김범수 대표(왼쪽 세번째)/이태경기자

 

20세기 초 미국 뉴욕 거리엔 말 20만 마리가 매일 쏟아내는 2000t의 분뇨가 넘쳐났다. 말똥 먼지 탓에 기관지염 환자가 속출하고, 장티푸스 같은 전염병도 자주 창궐했다.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한 것은 자동차의 등장이었다. 전기의 동력화는 더 심대한 변화를 이끌었다. 전기 엘리베이터는 고층 빌딩 건축 붐을 일으켜 도시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전기 세탁기·청소기는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해방시켜 경제활동인구를 곱절로 늘렸다. 10여 년 전 스마트폰의 등장은 자동차와 전기 못지않게 산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영상, 음악, 게임, 온라인 쇼핑, 핀테크 산업이 만개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더해지면서 각종 데이터 산업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공산당이 느닷없이 빅테크 기업 때리기에 나섰다. 사회 양극화로 인한 국민 불만을 무마하려 돈 잘 버는 빅테크 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처음엔 공산당에 대든 알리바바 창업주를 혼내더니 사교육 주범으로 온라인 교육기업을 단죄하고, 국민 사상을 오염시킨다는 이유로 게임 업체까지 규제한다. 공동부유론을 앞세워 기부를 압박하자 빅테크 기업들의 거액 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기업의 성장성, 잠재력을 보고 투자한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중국 테크 기업들의 주가 폭락으로 1조달러 이상 투자 손실을 입었다.

 

구글, 알리바바, 카카오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과도한 시장 지배 문제는 세계 공통의 고민거리다. 미국과 유럽에선 법을 만들어 이들의 불공정 행위에 제동을 걸려 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 국회가 세계 최초로 입법한 ‘구글 통행세 금지법’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이 구글엔 영미식 법치주의 해법을 모색하면서 토종 플랫폼 기업엔 중국의 우격다짐 해법을 따라가고 있다. 여당 대표가 ‘국민 검색 엔진’ ‘국민 메신저’ 기업을 “탐욕과 구태의 상징”이라고 물아붙이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직방(부동산 중개 서비스), 로톡(변호사 검색 서비스) 등 플랫폼 스타트업까지 ‘군기 잡기’ 리스트에 올렸다. 갑자기 왜 이럴까. 코로나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플랫폼 기업들을 ‘골목 상권 파괴자’로 몰아가려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거대 직능단체인 변호사, 공인중개사 표도 의식했을 것이다.

 

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이다. 정부가 ‘붉은 깃발법’을 만든다고 자동차의 등장을 막을 순 없다. 새 일자리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에서 나온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소비자 쪽이 아니라 거대 이익단체 편에 서는 선택을 해왔다.

 

산업사를 보면, 혁신기업은 새 상품과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뒤 한동안 독점 이윤을 누린다. 하지만 성공에 취해 통행세 징수, 골목상권 침범 같은 편한 돈벌이에 집착하는 순간 구태의연한 기업이 되고, 시장의 보복을 자초하게 된다. 정부의 역할은 혁신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해 시장의 자정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다. 섣불리 ‘타다 금지법’ 같은 경쟁 제한 조치를 취하면 카카오 택시의 시장 독점 같은 부작용만 초래한다.

 

요즘 인터넷 세상은 3차원 가상세계(메타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2차원 인터넷의 골리앗(빅테크)에겐 3차원 세계의 다윗이 천적이 될 수 있다. 미국 게임 시장을 재편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는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빅테크 기업 견제도 시장친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래야 혁신은 살리면서 독과점 폐해를 줄일 수 있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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