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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대공 수사권 넘겨받은 경찰, ‘간첩 수사’ 준비돼 있나] ....

뚝섬 2024. 1. 1. 07:25

 

[국정원 대공 수사권 넘겨받은 경찰, ‘간첩 수사’ 준비돼 있나] 

[전 세계와 거꾸로 가는 정보기관 개편] 

['6·25 이후 최고 위기'라며 국정원 흔드는 실험 하나..]

 

 

 

국정원 대공 수사권 넘겨받은 경찰, ‘간첩 수사’ 준비돼 있나

 

경찰청 및 시·도청 안보수사팀장 및 책임안보수사관 지원자들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안보수사 지휘역량 평가시험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6.15/뉴스1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오늘부터 경찰로 이관된다. 문재인 정권이 국정원법을 개정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올해부터 폐지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안보수사단을 신설해 간첩 수사의 핵심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규모가 142명에 불과하고 안보수사단 수장은 대공 수사 경험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발표된 경무관 승진 예정자 31명 중에도 안보 경찰 경력자는 한 명도 없었다. 간첩 수사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경찰은 시도 경찰청 소속 안보 수사 인력도 261명 증원해 985명까지 키웠다. 하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대공 수사 경험이 거의 없고, 수사를 지휘할 간부 80여 명 중 절반가량은 안보 수사 경력이 3년 미만이라고 한다. 경찰은 초보인데 간첩들 활동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비밀 메시지를 음악 파일 등으로 위장하는 스테가노그래피 같은 첨단 수법까지 활용한다. 최근엔 국내 감시망을 피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들과 접촉하고 있다. 해당국 정보기관과의 협력이 필요한데 경찰로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수사의 연속성도 문제다. 간첩 사건의 특성상 수사에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기소된 창원·제주 지역 간첩단의 존재를 국정원이 알아차린 것도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수사가 가능했던 것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오랜 기간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찰은 인사이동이 잦아 장기간 수사하기가 어렵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국정원이 해외에서 간첩 활동 증거를 수집해 경찰에 넘길 수 있게 땜질식 처방을 했다. 하지만 수사권이 사라지면 증거 수집도 어려울 수 있다.

 

간첩 수사 경험과 해외 방첩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 쌓은 국정원의 노하우를 없애면 북한만 좋아할 것이다. 법을 다시 개정해 국정원이 간첩을 수사하도록 원상회복하는 게 옳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 반대로 법 개정이 어렵다면 우선 국정원이 경찰 수사에 적극 협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 수사 인력을 합쳐 별도의 안보수사청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조선일보(24-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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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와 거꾸로 가는 정보기관 개편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는 北 위협에 무장해제하는 것
외국은 정보기관 통합·확대…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어

1980년대 말부터 일본 외무성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 정보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보다 10년 전, 일본 경찰청엔 전국에서 의문의 실종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찰은 흔한 실종 사건으로 보았고 외무성은 한국 정보 당국이 일·북 관계를 이간질하려고 흘리는 거짓 정보라고 여겼다. 치안과 대공 정보를 통합할 당국자가 있었다면 일본은 10년 이상 일찍 북한에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해 더 많은 생존자를 구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반성에서 일본 정부는 10여 년 전부터 정보기관의 통합·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경시청 공안부, 외무성 국제정보국, 방위성 정보본부, 법무성 공안조사청으로 흩어진 조직을 통솔하는 정보기관을 만들어 국가 안보 총괄기구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직결시키자는 것이다. 2013년 NSC를 신설했고 지금은 각 조직을 연결하는 기존 내각조사실의 규모를 확대하고 권한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납치, 핵무기, 미사일 등 북한의 위협이 일본을 이렇게 만들었다. 그런데 한국은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달 29일 대공 수사권 폐지를 공식화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내건 국정원 대공 수사권 폐지 공약, 2013년 민주당의 국정원법 개혁추진위원회가 대공 수사권을 포함한 수사 기능을 경찰·검찰 등 다른 수사기관으로 전면 이관하고 '통일해외정보원'으로 이름을 변경하자고 했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외국 정보기관들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뿐 아니라 최근의 각국 정보기관들은 정보의 수집·분석뿐만 아니라 정부 기관 곳곳에 산재한 정보 수사 기능을 통합하는 추세다. 프랑스는 2008년 국내 정보기관(DST)과 경찰정보국(RC)을 프랑스 정보부(DCRI)로 통합했다. 또한 이스라엘 신베스(GSS), 러시아 정보부(FSB), 중국 안전부(MSS) 등 정보기관들은 모두 방첩(防諜) 수사권을 갖고 있다. 하물며 북한의 체제 파괴 위협에 맞서 싸우는 우리 처지에 국정원 수사권 폐지는 이석기류(類)의 국가 전복 공작을 간과하고 스스로 무장을 해제하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가정보원이 11월29일 국정원법의 연내 전면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마련한 국정원법 개정안에는 기관 명칭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변경하고 직무 범위에서 '국내 보안정보'를 삭제하며 대공수사권을 포함한 모든 수사권을 다른 기관에 이관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에 있는 국정원 모습. /연합뉴스.

국정원이 이런 추세에 역행해 수사권을 폐지하고 분리할 경우 총리실, 법무부, 검찰·경찰 등으로 이관하든가 새로운 기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역량과 시간이 소모된다. 간첩망 검거는 수사기관만의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다. 필자는 카이로 공관 근무 때 무하마드 깐수 간첩 행적 채증에 동원돼 그가 유학생으로 신분 세탁했던 카이로대학의 1950년대 말 학적부를 이집트 보안총국(SS) 협조로 찾아낸 적이 있다. 또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가 검거될 당시 중동에 주재하는 국정원 주재관들은 항공기 탑승자 명단 확보, 경유국 기관 협조, 독극물 확보 등을 위해 바레인에 총동원됐다.

갈수록 지능화, 과학화, 첨단화하는 북한의 대남사업부에 대응하려면 국내외 수집망과 각종 통신망, 인터넷, 과학 장비, 대북 공작 휴민트망의 종합적 협조 지원이 절대적이다. 이를 갖춘 기관은 국정원뿐이다. 수사 기능만 있는 새로운 대공 수사기관이 특정 간첩의 해외 물증을 찾는다고 가정할 경우 해외 공관이나 국정원의 협조를 구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 기관 간 협조나 보안이 유지될지도 우려된다.

최근 북한의 대남 간첩망은 중국이나 제3국을 통해 원격 조종되고 있다. 사이버, 인터넷망을 통해 첨단 침투 활동을 한다. 북한이 이를 통해 보안 시설 해킹, 금융 전산망 교란, 정치권 침투, 국방 전산망 침투, 사이버 테러 등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수시로 하는 상황에서 대공 수사 활동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 보호를 위한 필수 사안이다. 통치자가 정권 안보에 국정원을 이용했다가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국정원은 이런 과오를 인정하고 혁신의 길을 지향하고 있다. 국정원의 일부 일탈을 물어 성급하게 대공 수사권을 폐지·이관한다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송봉선 양지회장, 조선일보(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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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이후 최고 위기'라며 국정원 흔드는 실험 하나..


국가정보원이 앞으로 정보 수집만 하고 간첩 수사는 다른 곳에 넘긴다는 개혁안을 발표한 데에 많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관은 정보활동만 수행하고 수사는 수사권이 있는 사법기관이 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CIA가 정보활동을 하고 FBI가 수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방향이 옳다는 주장에 타당성이 없지 않다. 다만 남침을 당하고 아직도 적과 대치 중인 특수 상황에서, 그것도 적이 핵폭탄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깔고 앉으려는 이 시점에 정보기관의 골간을 바꾸는 실험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쉽게 동의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필 국정원은 북한이 신형 ICBM '화성―15형'을 발사한 날 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국정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간첩 잡는 기관도 없는데 국정원 계획대로 연내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공 수사는 공백에 빠진다.

대공 수사 경험이 많은 사람은 대부분 수사와 정보를 분리한다는 건 효율성과 보안성 등의 측면에서 문제가 크다고 한다. 대공 수사는 장기간 은밀하게 이뤄지면서 다양한 정보도 얻는 특성이 있다. 실제 2013년 '이석기 사건'은 3년가량 내사를 진행한 끝에 적발했다.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 대남 공작 부서인 노동당 225국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왕재산 사건'도 국정원 요원들이 중국 등을 오가며 정보를 수집한 결과였다. 수사와 정보가 분리되면 수년에 걸쳐 정보를 수집하면서 수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간첩을 포섭해 역이용하는 '역용공작(逆用工作)'도 어려워진다. 간첩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보안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 관련 중요한 정보를 얻게 되기도 한다.

국정원을 어떻게 바꾸든 가장 중요한 것은 간첩을 더 잘 잡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훈 국정원장은 "대공 수사를 가장 잘할 수 있는 건 국정원"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바꾸나. 과거 간첩 수사에서 인권 문제나 증거 조작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그런 문제는 벌어지기 어려운 세상이다. 문제를 고치면 되는데 뿌리를 뽑겠다는 건 지나치다.


정보와 수사를 분리하는 것이 좋은지 아닌지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런 실험을 하더라도 때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을 '6·25 이후 최고 위기'라고 했다. 지금 국정원의 모든 능력은 북한 도발 대응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국정원은 북을 보고 있나, 내부 실험을 하고 있나.

-조선일보(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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