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영어 이름 표기, 헷갈리지 않게 바꿔보자 ]
[로마자 표기법]
[20년 된 낡은 외래어표기법 고치자]
한국의 영어 이름 표기, 헷갈리지 않게 바꿔보자
[2030세상]
개인 의견이지만 나는 지난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의 영어 이름이 잘못 불린 걸 이해한다. 비한국인에게 한국의 영어 이름은 정말 헷갈린다. 대한민국의 영어 이름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북한은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다. 둘 다 ‘리퍼블릭’(공화국)이 들어가니 헷갈릴 수밖에. 국제 행사에서의 실수는 비판받아야 하나 심정적으로는 그럴 만하다 싶다. 이미 우리는 9년 전 평창 올림픽 때 평양과 평창이 헷갈려 평양으로 관람 간 케냐인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나도 한국 이름이 어렵다. 나 역시도 여러 번 불편했다. 입국이나 해외 결제, 해외 호텔 체크인을 할 때마다 내가 본 내 모국의 이름은 상당히 다양했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코리아 리퍼블릭, 사우스 코리아,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사우스). 이게 곤란한 이유는 웹 브라우저 환경으로 국가 이름을 입력하려면 알파벳순으로 스크롤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K(Korea)에 있는지 R(Republic)에 있는지 S(South)에 있는지 매번 헷갈린다. 언젠가는 이 국가 이름을 제대로 기입하느라 비행기 놓치겠다 싶었던 적도 있다.
전에는 불편해도 그러려니 했으나 이젠 상황이 변했다. 인천공항의 일일 이용객 수는 코로나 전인 2019년의 2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코로나 전 수준으로 회복이 예상된다. 한국은 이제 모르는 구석 어딘가의 나라가 아니다. 이름 통일이 불가능하지도 않다. 내가 터키라 알던 나라를 이제 모두 ‘튀르키예’라고 부른다. 한국이 헷갈리지 않는 정식 외국어 명칭을 만들고 배포하는 건 이제 가능해 보인다.
나는 알파벳 K, S, R로 퍼져 있는 한국의 이름 통일에 대해 현실적인 대안을 원한다. 나라 이름을 잘못 부른 게 누구 잘못이고 나라 이름이 이렇게 된 게 누구 탓 같은 건 아무 관심 없다. 문제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다. ‘사우스 코리아’는 익숙하지만 정식 명칭으로 삼자니 정통성이 덜 느껴진다. 한국의 영어 표현인 ‘한(H)국’이나 ‘대(D)한민국’으로 이름을 바꿔서 아예 알파벳순의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편할 듯하나 이제 뭐만 하면 다 K를 붙이는 한국 사람들이 K의 상징성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다.
나는 이런 걸 다듬는 게 한국이라는 집단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작은 부분을 편리하게 만들고, 그 편리한 부분에 사회가 합의한 이유와 절차가 있고, 그런 작은 개선이 쌓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지금 한국에는 외국인이 아주 많다. 한국의 알파벳상 위치를 찾는 사람들이 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개인 의견이지만 제안이 있긴 하다. 코리아의 K를 살리고, 남북이라는 지리 조건도 사용하지 않는 대안이다. ‘코리아 오리지널.’ 한국 사람들은 운동화부터 국밥까지 근본을 찾을 정도로 정통성을 좋아한다. 이런 나라의 성향을 반영해 ‘코리아 오리지널’을 선점하면 어떨까. DPRK인 북한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으니 더 잘살고 유연한 우리가 바뀌는 게 낫고, 일단 ‘오리지널’은 선점한 사람이 임자니 북한이 따라할 수도 없다. ‘오리지널’이라는 영어 표현이 거슬리면 ‘코리아 원조’도 좋다.
-박찬용 ‘아레나 옴므 플러스’ 피처 디렉터, 동아일보(24-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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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자 표기법
박찬호와 박세리는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서 유명해졌지만 많은 미국인은 둘의 성(姓)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박찬호는 ‘Park’을, 박세리는 ‘Pak’을 쓰기 때문이다. 현행 한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또 달라서 원칙대로 쓰면 ‘Bak’이 된다. 김씨도 ‘Kim’과 ‘Gim’이 혼용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도 그런 혼선을 빚었다. 대구시와 구미시가 박 전 대통령 이름의 로마자 표기를 두고 다툰다는 뉴스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 이름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며 표지석에 ‘Park Jeong Hee’라 쓰자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시가 그가 생전에 쓴 ‘Park Chung Hee’로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논란은 한국어 음운의 독특한 특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한국인은 자음 ‘ㄱ’ ‘ㄷ’ ‘ㅂ’ ‘ㅈ’이 초성에 오면 무성음 ‘k’ ‘t’ ‘p’ ‘ch’로, 모음 뒤에 오면 유성음 ‘g’ ‘d’ ‘b’ ‘j’로 발음한다. 분명히 다른 발음인데 한국인의 귀는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과거 우리 어문 당국은 실제 발음을 중시해서 부산을 ‘Pusan’으로, 김포를 ‘Kimpo’로 썼다. 박 전 대통령 이름도 ‘Chung Hee’에 더 가깝다. 그런데 이 표기법이 우리의 언어 감각에 맞지 않는다는 반발이 계속되자 2000년 로마자 표기법을 개정해 무성음도 유성음처럼 쓰도록 했다. 그 후 Busan, Gimpo 등으로 쓴다. 새 표기법에 따르면 ‘Jeong Hee’가 맞는다.
▶로마자 표기법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일원역의 로마자 표기는 ‘Irwon’이다. 발음대로 쓴다는 원칙에 따라 ‘이뤈’을 표현한 것이라지만 외국인 누가 그렇게 읽겠느냐는 지적이 많다. 거북선(Geobukseon)도 ‘지오북세온’으로 읽힐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외래어 표기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렌지’를 영어 발음에 가깝게 ‘아륀지’라 써야 한다는 주장도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한 나라의 말을 로마자로 어떻게 표현할지는 그 나라 언어 체계에 따라 정하기 나름이다. 중국은 대부분 나라가 ‘si’라 쓰는 ‘시’ 발음을 유독 ‘xi’ 로 적는다. 다만 로마자를 쓰는 대표 국가가 미국이니 영미권에서 발음하기 쉽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표기 방식을 통일해 혼란을 막는 것이다. 전직 대통령 이름의 로마자 표기조차 통일하지 못해 다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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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된 낡은 외래어표기법 고치자
외래어를 원어민 발음과 동떨어지게 표기하게 돼 있어..
세계적 관심을 모았던 미국 앨라배마주(州) 상원 의원 보궐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한 공화당 후보 Roy Moore가 낙선했다. 한국의 모든 언론 매체가 Moore를 '무어'라 표기했다. 미 현지 발음은 '모어'에 가깝고 언론사 특파원들도 미국 현지 TV 발음을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20여년 전에 만든 외래어표기법이 영어 'OO'는 '우'로 표기하라고 했기 때문인가? 유명한 영화배우 Demi Moore와 Roger Moore의 성(姓) 발음도 '모어'다.
미국 대학교수가 한국 유학생에게 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이 누구냐고 묻자 한국 학생은 '루스벨트'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는 "President Roosevelt didn't wear a loose belt. He always wore pants with suspension belts"라고 말했고 학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교수의 말은 "Roosevelt 대통령은 느슨한 혁대(루스 벨트)를 매지 않았어요. 그는 항상 멜빵 달린 바지를 입었다고요"였다. 한국 학생의 잘못된 Roosevelt 발음을 흉내 낸 농담이었다.
현행 외래어표기법은 한글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고 외래어를 원어민 발음과 동떨어지게 표기하게 돼 있다. 예컨대 전화로 금전을 사취하는 voice phishing을 '보이스 피싱'이라 표기하는데 이것은 'boy's pissing'(소년이 오줌 싸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다. phishing을 '휫슁'이라 하면 거의 정확한 발음이 되지만, 현행 표기법 아래서는 '피싱'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 p와 ph와 f를 모두 'ㅍ'으로, s와 sh를 똑같이 'ㅅ'으로 표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English를 '잉글리쉬'라 하지 않고 '잉글리시'라 쓴다. 또 'ㅅ'을 받침으로 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Bush는 발음이 '붓쉬'에 가까운데도 '부시'라고 쓴다. 그뿐만 아니라 ㄲ, ㅆ, ㅉ, ㄸ 같은 된소리도 쓰지 말라고 하기 때문에 THAAD를 입으론 '싸드'라 하면서 쓰기는 '사드'라 쓴다. 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외래어표기법에 대한 개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화유 재미 저술가, 조선일보(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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