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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암 선생의 漁父歌] 축융봉의 바위 맥이 억만년 흘러내린 강물에 잘리어 작은 협곡인 가송협(峽)을 만들었다

뚝섬 2018. 3. 26. 07:33

영남을 관통하는 낙동강 1300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는 지점이 어디쯤일까.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낙동강 상류인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佳松里)에서부터 그 아래쪽으로 20~30리 구간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도산구곡 가운데 제8곡이다. 고산곡(孤山曲)이라고 부른다. 내가 백수가 된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다.

청량산 육육봉 가운데 남쪽으로 뻗은 봉우리인 축융봉의 바위 맥이 억만년 흘러내린 강물에 잘리어 작은 협곡인 가송협()을 만들었다. 물이 바위를 이긴 광경이다. 이 가송협의 바위절벽 밑에 고산정(孤山亭)이 홀로 서 있다. 여기서부터 푸른 강물과 바위 절벽의 단애가 어우러진다. 이 그림 같은 풍광 속에 농암(聾巖) 이현보(李賢輔·1467~1555) 선생의 종택이 자리 잡고 있다. 종택 앞의 강 건너로는 벽력암(霹靂巖)이 마주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에 달빛이 비출 때 하얀 안개가 끼면 그대로 신선이 사는 집이다
.


벼슬에서 물러나 어부가(漁父歌)를 부르며 '강호진락(江湖眞樂)'을 누리고 살았던 농암 선생의 종택답다. 내가 구경해본 한국의 풍광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에 자리 잡은 고택이 아닌가 싶다. 1970년대 안동댐 수몰로 원래 있던 자리에서 3㎞ 정도 옮겨온 터이지만 강호 풍류를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여기에는 강()도 있고, ()도 있고, ()도 있고, ()도 있고, ()도 있다.

 

'강배달술시'가 있어야 어부가를 부를 수 있다. 어부가를 불러야 명예욕을 떨쳐낼 수 있지 않나 싶다. 한자문화권에서 어부는 은둔자의 상징이다.

'
굽어보니 천심녹수(千尋綠水), 돌아보니 만첩청산(萬疊靑山)이로다. 강호에 밝은 달이 비치니 더욱 무심하구나', '푸른 연잎에다 밥을 싸고 푸른 버들가지에 잡은 물고기를 꿰어 갈대꽃이 우거진 언덕에 배를 매어두니, 이 재미를 누가 알 것인가
'.

강호 풍류의 발원지인 농암종택. 종손 이성원(李性源·65) 50대 중반에 고향으로 귀거래 하여 오늘까지 어부가를 부르며 살고 있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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