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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등록금 동결… 대학 경쟁력 퇴보 언제까지] ....

뚝섬 2024. 6. 21. 09:52

[15년간 등록금 동결… 대학 경쟁력 퇴보 언제까지] 

[중앙 부처 과장보다 높은 것] 

["교육부는 대학의 '수퍼甲'"] 

 

 

 

15년간 등록금 동결… 대학 경쟁력 퇴보 언제까지


자녀가 대학에 가면 부모는 ‘에듀푸어’에서 졸업한다. 다달이 수십만 원, 많게는 100만 원 넘게 통장에서 빠져나가며 가계 살림을 옥죄던 사교육비가 굳기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을 내야 하지만 학원비에 비하면 큰 부담이 아니다. 지난해 국공립대 연간 등록금(394만 원)은 초등학생 사교육비(554만 원)보다 적고, 사립대(733만 원)는 고교생 사교육비(888만 원)보다 못 한 수준이다. 모든 물가가 오르는 동안 대학 등록금은 ‘반값 등록금’ 규제에 묶여 15년간 동결된 탓이다.

▷등록금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 등록금은 2011년 이후 큰 변화가 없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855만2000원에서 685만9000원으로 14년 새 20%나 줄었다. 최근 10년 사이 미국 대학 등록금은 1만7200달러→3만2000달러, 영국은 4980달러→1만2300달러, 일본은 8040달러→8740달러로 올랐는데 한국만 역주행한 셈이다. 법에는 ‘직전 3개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 내’에서 올릴 수 있게 돼 있지만 이 경우 정부의 지원을 못 받기 때문에 사실상 사문화된 규정이다. 대학이 법정 기준만큼 등록금을 올리지 못해 발생한 결손액이 28조 원에 이른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는 국립대와 달리 재정의 63%를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던 사립대는 학생 수 급감까지 덮쳐 재정 파탄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생존하려니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 50만 개가 넘던 강좌 수를 43만 개로 줄였고 연구비, 실험실습비, 도서구입비, 시설투자비도 내리 삭감했다. 연구 역량과 교육의 질이 좋아질 리 있겠나. 중고교보다 못한 시설에 놀란 학생들이 등록금 올려도 좋으니 빔프로젝터 바꾸고 화장실 좀 고쳐 달라고 요구하는 학교도 있다.

 

▷한국만큼 대학에 돈을 안 쓰는 나라는 드물다. 초중고교생 1인당 공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권, 대학생 공교육비는 최하위권이다. 대학생 교육비가 초등학생보다 적은 나라는 그리스, 콜롬비아, 한국뿐이다. 정부가 투자도 않으면서 등록금도 못 올리게 하니 대학 졸업장이 제 구실을 못 한다. 한국은 OECD 회원국에 비해 대졸자 비율은 높지만 대졸자 취업률이 크게 떨어지고 고졸 대비 대졸자의 상대적 임금 수준도 낮다. 헐값에 졸업장만 내어 주는 교육이 무슨 의미가 있나.

▷전국 135개 대학 총장들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세미나에서 대학 등록금 규제를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대학 경쟁력을 위해 고민해야 하는 자리에서 10년 넘게 같은 요구를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부 지원 포기하고 등록금 올리느냐, 지원금 받고 등록금 포기하느냐는 구시대적 고민을 호기롭게 교육 규제 철폐를 내세운 정부에서도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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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부처 과장보다 높은 것

 

몇 년 전 교육부 공무원과 어느 대학 관계자들 간 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부총장이 몇몇 교수와 식당에 들어가니 교육부 과장이 "총장은요?"라고 물었다.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고 한다. 동석했던 교수는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이제 교육부 돈 다 받았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규제와 돈줄 쥐고 있는 교육부 앞에 대학은 순한 양이다. 요즘도 교육부가 있는 정부 청사 로비에선 넥타이 얌전히 맨 교수들이 전화기에 대고 "사무관님, 저희 ○○대입니다. 도착했습니다"라고 굽신거린다.

교육부가 대학에 갑(甲)이라면 병원, 제약 회사 등엔 보건복지부가 갑이다. 공공의료과에서는 220개 공공 의료 기관을, 건강정책과는 1500여개 보건소(지소)를 감독한다. 이곳에 근무하는 의료인들에게 복지부 과장의 힘은 말할 필요가 없다. 찍히면 예산과 인력 지원이 끊긴다. 지난주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복지부 담당 과장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국립의료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을 제때 보고하지 않아서였다.


▶정 원장은 "감정이 격해져서 (무릎을 꿇었다)"라고 했다. 자발적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그 과장은 며칠 전엔 병원장들과의 술자리에서도 구설에 올랐다고 한다. 나이 많은 병원장이 "자네"라고 한 것에 아랫사람 대하듯 하지 말라는 식으로 대꾸해 자리가 어색해졌다는 것이다.

▶국립의료원장이 무릎 꿇은 것으로 끝날 것 같던 사건은 다음 날 극적인 반전을 했다. 과장이 대기 발령 인사 처분을 받은 것이다. 알고 보니 정 원장은 대통령 사람이었다. 대통령이 취임 후 정 원장 부부를 청와대로 불러 식사할 정도로 친한 사이라고 한다. 지방에서 소아과 의사로 활동한 그를 국가 감염병 총사령관 격인 국립의료원장에 앉힐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러나 청와대가 작심하고 내리꽂는 인사를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이 사람이 무릎 꿇었으니 과장이 무사할 리 없었을 것이다.


▶경제 부처에서는 과장이 새로 오면 사무실 앞에 공기업 임원들이 줄을 선다. 잘 보이기 위해서다. 정부 중앙 부처 과장은 자기 맡은 영역에서 갑 중의 갑이다. 어떤 과장에겐 교수가, 어떤 과장에겐 의사가, 어떤 과장에겐 대기업 간부가, 어떤 과장에겐 산하기관장이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 것에 취해 호통치고 제 세상인 듯하면 하수다. 갑 위에 '낙하산'이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안석배 논설위원, 조선일보(18-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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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대학의 '수퍼甲'"


얼마 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1층 로비에 한 무리의 양복 입은 남성들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단체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중 한 명이 결심한 듯 휴대폰을 꺼내더니 연신 허리를 숙이면서 "사무관님! 저 ○○대 △△△입니다. 로비에 도착했습니다"라고 외쳤다. 바로 앞에 사무관이 서있는 것처럼 쩔쩔매는 표정이었다. 이 장면을 다른 대학 처장에게 얘기하니 "그분들은 그래도 운(運)이 좋다. 교육부 관료들이 만나만 줘도 다행"이라고 했다.

지방의 한 대학 처장은 과거 교육부가 보낸 '공문' 한 장으로 대학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고 했다. 갑자기 일부 강의를 규제하는 내용이라 교육부 책임자에게 설명하고 싶었지만, 담당 과장과 사무관은 끝내 통화 연결조차 안 됐고 주무관과 겨우 몇 분간 통화했다고 한다. 해당 교수는 "교육부 과장은 우리 총장보다 높은 급"이라며 "교육부 주무관이 작성하는 공문 한 장에 학생과 교수 수천 명이 들썩인다"고 했다.


교육부가 대학 정원 2만명을 줄이기 위해 진행 중인 '기본역량진단평가(옛 구조개혁평가)'는 총장들이 집무실 벽에 평가 지표를 걸어놓고 진두지휘할 정도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자 간격을 얼마로 해라' '증빙 서류 링크를 걸어라' 같은 자잘한 지시를 어겨 찍힐까 봐 밤을 새우면서 수백 번씩 재확인했다고 한다. 이름난 수도권 대학 직원은 "대학 문 안 닫으려면, 학생 잘 가르치는 건 두 번째고 일단 교육부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주 교육부가 대학들에 전화해 "정시를 확대해달라"고 하자 주요 대학들이 즉각 반응한 데 대해 의아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런 민감한 부분을 전화로 요청한 교육부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교육부 전화 한 통에 수개월간 내부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입학 전형을 모두 뒤엎고 정시를 늘리기로 결정한 대학들 반응도 놀랍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소 이런 교육부와 대학 간 관계를 알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등록금 동결 9년'으로 돈줄이 마른 대학 입장에서 재정 지원과 행정 제재권을 쥐고 있는 교육부는 '상전(上典) 중의 최상전'이기 때문이다. 교육부 평가에서 하위권에 들면 '부실대'로 낙인찍히고, 정부 재정 지원도 제한받고, 학생들은 국가 장학금을 못 받을 수 있다. 최근 연세대는 논술에 '교과서 밖 문제'를 출제했다는 이유로 교육부로부터 입학 정원 35명 감축 처분을 받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대학의 청사진과 로드맵이 교육부 공무원들 머릿속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게 안타깝다. 창의성 인재를 키우고 미래에 필요한 연구에 몰두해야 할 대학의 열정이 교육부 관료들의 비위를 맞추는 데 다 소진되고 있는 요즘이다.

-김연주 사회정책부 기자, 조선일보(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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