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고등어해장국
[김준의 맛과 섬]
부산 영도 고등어해장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가려다, ‘이거 겨울철에 먹어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에 멈칫했다. 고등어는 찬 바람이 불어야 맛이 있다는 통설 때문이다. 참고등어는 늦가을부터 겨울이 제철이다. 이때 제주도 인근에서 선망으로 잡은 고등어가 부산공동어시장으로 들어온다. 하지만 망치고등어는 가을보다 여름이 제철이다. 또 겨울에 잡은 참고등어도 급속냉동 보관하면 여름철에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고등어 양식까지 가능해져 어느 철에나 회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보관과 운반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물 고등어도 전국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그래도 고등어라면 역시 부산이다. 부산은 2011년 시어를 고등어로 정했다. 고등어의 생김새와 생태적 특성을 호쾌함, 청정함, 역동성, 영민함, 창조성으로 해석했다.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국민 생선이다. 그 틈새를 노르웨이 고등어양식협회가 파고들었다.
구이나 조림은 들어봤지만 추어탕이라니. 고개를 흔들었다. 추어탕이라면 당연히 미꾸라지다. 백보 양보해서 장어 정도는 이해한다. 하지만 고등어를 미꾸라지처럼 갈아 넣는 고등어추어탕이라니. 지난해 늦가을 영도 봉래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 남항동 추어탕집을 찾았다. 골목을 지나면서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차를 주차하고 오니 문이 반쯤 닫혀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주인이 막 문을 닫으려는 참이었다고 했다. 이 집은 새벽 4시에 문을 열어 13시, 그러니까 오후 1시면 문을 닫는다. 그렇게 60여 년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 공동어시장 고등어 위판장.
당시 남항 선창에 굴러다니는 것이 고등어였고, 시장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시래기였다. 주변에 술집도 많았고 색시집도 있었다. 밤새 술을 먹고 아침에 기다렸다 해장국을 한 그릇 후루룩 마시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새마을운동 시절에는 아침 일찍 청소하고 나면 유지들이 주민들과 함께 들어와 밥값을 내고 가기도 했다. 지금도 새벽에 배를 타고 나가는 사람들이 이른 아침 고등어해장국 한 그릇 후루룩 비우고 배를 탄다. 조선소에서 일하던 사람들도 단골이었다. 그 사이 주인도 바뀌었지만 고등어해장국만은 바뀌지 않았다. 고등어해장국이라고도 한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섬발전지원연구센터장, 조선일보(21-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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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굽기와 초미세 먼지
실외 오염도 130㎍, 빌딩들 100~115㎍,, 지하철 대합실은 125㎍.. 피할 곳이 없다
조선일보 '마음껏 숨쉬고 싶다' 취재팀이 실내에서 고기 구울 때의 초미세 먼지를 재봤더니 무려 1013㎍/㎥이 나왔다. 24시간 기준치(평균 35㎍)의 29배나 됐다. 생선 구울 때는 더 심하다. 을지대 교수의 실험 결과 고등어 굽는 것이 삼겹살 구울 때보다 12배 나왔다. 2016년 환경 당국 실험에선 밀폐된 가정집 주방에서 고등어 구울 때 2290㎍로 측정됐다.
▶하루 중 실외에서 지내는 시간은 1시간 10분 남짓, 집·직장 등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21시간을 넘는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는 실내 오염부터 관리해야 한다. WHO는 미세 먼지가 건강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환경 요소라고 지목했다. 연간 700만명이 미세 먼지로 조기 사망한다는 것이다. 그중 실내 오염 사망자가 430만명이라는 것이 WHO 평가다.
▶미세 먼지를 막을 수 없으면 도망가기라도 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14일 측정 결과를 보면 서울 광화문 일대의 실외 오염도가 130㎍ 정도였을 때 근처 빌딩들 실내 오염은 100~115㎍, 지하철 대합실은 125㎍ 정도 나왔다. 피할 곳이 별로 없었다. 다만 서울시청 로비(45㎍)나 호텔 로비(80㎍)는 그래도 나았다. 공조(空調) 시설을 갖추고 잘 관리하면 어느 정도는 완화시킬 수 있다.
▶환경 당국 실험에서 평소 40㎍ 수준이던 일반 가정집 초미세 먼지 오염이 청소기를 돌리자 200㎍가 됐다. 이불을 털어도 금세 250㎍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가정집에선 하루 30분 정도 환기해주고 가습기나 실내용 분무기를 뿌려 오염물질이 바닥에 내려앉도록 하는 것이 요령이다. 학교에서 환기를 제대로 해주자 학생들 성적이 5~10% 향상됐다는 미국의 연구 결과도 있다.
▶환경부가 22일 또 미세 먼지 대책을 발표했는데 초미세 먼지(PM 2.5) 실내 기준치를 '공기 ㎥당 50㎍'으로 정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세 먼지(PM 10) 기준치는 갖고 있었지만 건강에 진짜 중요한 실내 초미세 먼지 오염은 기준치조차 정해놓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 미세 먼지 대책이 초점에서 벗어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 노후한 굴착기·지게차·덤프트럭 등은 초미세 먼지를 노후 경유차의 11배나 배출한다는데 방지 장치를 단 것은 2%도 안 된다고 한다. 장작·펠릿을 태우는 화목(火木) 난로가 초미세 먼지 오염의 20%를 넘는다는 것이 영국의 연구 결과지만 한국에선 방치돼 있다. 일하는 척 보여주려 하기보다 성과가 분명할 대책들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19-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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