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워싱턴 새 벚꽃과 對美 로비] [서울, 도쿄 그리고 워싱턴의 벚꽃 ] ....

뚝섬 2025. 3. 29. 09:42

[워싱턴 새 벚꽃과 對美 로비]

[서울, 도쿄 그리고 워싱턴의 벚꽃 ] 

[워싱턴의 벚꽃은 그 뿌리를 봐야 한다] 

 

 

 

워싱턴 새 벚꽃과 對美 로비

 

[특파원 리포트] 

 

27일 미국 워싱턴 DC 타이들 베이신에서 시민들이 벚꽃을 구경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매년 이맘때면 워싱턴 DC 곳곳에 벚꽃이 만발한다. 그리고 한국인 사이에선 오래된 이야기가 습관처럼 회자된다. 1912년 도쿄 시장이 미·일 우호의 상징으로 벚나무 묘목 3000여 그루를 선물한 이래 봄마다 이를 로비에 활용하는 일본에 관한 얘기다. 춘삼월 수도를 물들이는 벚꽃은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상징하는 것처럼 됐고, 미 전역에서 약 150만명이 모이는 벚꽃 축제는 대미 공공 외교의 우수 사례로 꼽힌다. 올해도 일본 대사관뿐만 아니라 기업·문화원 등 민관이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외교가에선 미·일 동맹의 오늘과 내일을 얘기하는 이벤트가 줄을 잇는다.

 

이야기는 대개 ‘한국은 뭐 하나’로 결말을 맺는다. 그런데 꼭 자책만 할 일은 아니다. 우리도 괄목상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던 장면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 ‘선물 보따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아시아 기업인 중에선 웨이저자 TSMC 회장, 마사요시 손 소프트뱅크 회장 등 소수만이 누린 특권이다. “현대는 위대한 기업” “허가를 받는 데 문제 생기면 찾아와라”는 트럼프의 말에 우리도 누군가와 사진을 찍는 수준을 넘어 정책이나 법을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실감했다. 이를 지켜본 미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3년 전 인플레 감축법(IRA) 쇼크 이후 웬만한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워싱턴 DC에 사무실을 차렸다. 전관을 영입하고, 적지 않은 돈을 써가며 시행착오를 거쳤고 상당수는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다. 현대차만 해도 정보를 깨알같이 담은 홍보 자료까지 동원해가며 1986년 미국에 진출한 이래 어떻게 사회 일원으로 기여했는지를 설파했다. 꼭 트럼프만 바라보고 로비를 한 건 아니다. 미국은 연방 정부만큼이나 의회, 그리고 각 주(州)의 권한과 자율성이 큰 나라다. 이번에 현대제철이 제철소를 짓기로 한 루이지애나가 공화당 실력자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스티븐 스컬리스 원내총무의 지역구인 게 우연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미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워낙 높다 보니 로비 업체들이 즐비한 곳에선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은 올해 초 자기 회사를 차린 뒤 제일 먼저 한국을 찾았다. 몇 년 새 한국 기업이 쓰는 돈이 급증해 한국 돈을 눈먼 돈처럼 여기는 이들도 생겼고, 철 지난 인맥을 들먹이며 무언가를 도모해 보려는 사람도 많아졌다. 국내 정치 상황이 불확실하지만 트럼프가 고개를 돌려 한국을 겨냥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부·기업 할 것 없이 누가 옥석을 잘 가리느냐에 성패가 갈린다.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순간이 임박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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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시진핑 외국 기업인들에게 “中이 가장 유망한 투자처.” 美 눈치 안 볼 수도 없고, 어쩐지 부담스러운 ‘러브콜’.

 

-팔면봉, 조선일보(25-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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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쿄 그리고 워싱턴의 벚꽃

 

[김도연 칼럼]

워싱턴 일본산 벚꽃 숲 옆에 제퍼슨 기념관
번영 초석 놓은 제퍼슨, 노예와 부적절 관계
美, 일부 문제 삼아 전체 삶 부정하지는 않아

 

사람 사는 세상은 총선(總選)으로 부산했지만 봄은 꽃의 계절이다. 겨우내 숨어있다가 따사로운 볕과 더불어 점잖게 모습을 드러내는 할미꽃이나 혹은 빛나는 노란색의 아기똥풀꽃은 그 이름도 정겹다. 메말랐던 가지에서 피어나는 나무꽃들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금년에도 개나리, 진달래, 목련 그리고 벚나무 등이 한결같았는데, 그중에서도 벚꽃은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듯싶다. 옛날 우리 서원(書院)에서는 젊은이들을 위해 벚나무를 피하고 매실나무를 심었다는데, 수긍이 가는 이야기다. 화사한 벚꽃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벚꽃을 접하게 된 것은 아마도 일제(日帝)가 한반도를 침략하면서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바꾸고 그곳에 ‘사쿠라’를 대량으로 심으면서 비롯된 것 같다. 그 후 한동안, 창경원 밤 벚꽃 놀이는 서울 시민들의 중요한 축제였다. 메이지 유신 후, 일본 본토에서도 막부 정권이 소중히 여겼던 도쿄의 우에노 신사를 역시 동물원으로 만들며 여기에 사쿠라를 대량 식수했다. 우에노는 지금도 일본에서 가장 손꼽히는 벚꽃 관광지다. 창경궁에서는 이미 오래전 모두 제거됐지만, 그러나 벚나무는 이제 우리 한반도 곳곳의 공원이나 학교 등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친근한 존재다.

세계적으로 벚꽃의 또 다른 명소는 미국 워싱턴시에 있다. 미국 국민들은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워싱턴, 제퍼슨 그리고 링컨을 꼽는데, 이들을 추앙하기 위해 워싱턴은 수도 이름으로 삼았고 제퍼슨과 링컨은 그 도시 안에 장대한 기념관으로 남겼다. 그런데 제퍼슨 기념관 주위의 광활한 벚나무 숲은 4월이 되면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 명소다. 이 숲은 1912년에 일본이 기증한 3000여 그루의 벚나무로 두 나라 간의 친선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제퍼슨 기념관은 1943년 그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이 지역에 건설됐다. 그 후, 미국은 일본과 참혹한 전쟁을 치렀지만 친일(親日)의 상징인 벚나무를 모두 뿌리 뽑자고 목청 높이는 사람은 없었던 모양이다. 벚꽃은 변함없이 미국인의 사랑을 받았고, 일주일 전에는 일본 총리 기시다 후미오가 미국을 방문하면서 또다시 250그루의 벚나무를 기증했다.

 

제퍼슨은 미국 독립 후 초대 국무장관, 2대 부통령 그리고 3대 대통령을 지내며, 번영하는 국가의 초석을 놓았다. 제퍼슨의 묘비명, 즉, “미국 독립선언과 종교 자유법의 기초자이며 버지니아주립대의 아버지, 제퍼슨 여기 잠들다”는 생전에 그가 스스로 작성했다. 그러나 제퍼슨은 이렇게 간략하게만 기억하기엔 너무 아까운 인물이다. 그는 철학, 자연과학, 농학 등 다방면의 권위자였으며, 특히 대규모 농장을 운영하는 능력 있는 경영자였다. 이를 토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1803년에 루이지애나 지역 약 200만 ㎢의 땅을 프랑스로부터 1500만 달러에 매입했다. 우리 남북한 면적의 거의 열 배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그는 농장 경험을 통해 정원 가꾸기가 인간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꽃과 나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이야기했다. 동시에 농업을 신기술 개발로 국민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핵심 산업으로 여겼다. 땅을 파고 뒤엎는 농사 용구인 쟁기는 생김새나 세부 디자인에 따라 능률이 많이 달라지는데, 제퍼슨은 스스로 쟁기를 발명하고 이에 대해 특허를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모두 앞서는 그의 최고 업적은 인권이란 개념을 구체화한 것이다. 33세의 제퍼슨이 기초한 미국독립선언서의 한 구절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프랑스 대혁명의 도화선이 됐고, 이는 지금까지도 인류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제퍼슨은 당시의 농장에 수많은 흑인 노예를 데리고 있었는데, 그에게 이들의 인권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링컨의 노예해방 선언 100여 년 전 일이다. 제퍼슨은 1784년에 프랑스 대사로 부임하면서 딸들의 몸종으로 노예를 데려갔는데, 그중에는 14세짜리 흑인 소녀도 있었다. 제퍼슨은 이 소녀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했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대여섯 명 태어났다. 오늘의 가치관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인권유린인데, 그러나 이 때문에 제퍼슨 기념관을 없애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은 없는 듯싶다. 과거 행적의 일부를 문제 삼아 인물 전체를 묻어버리자는 주장이 걸핏하면 횡행하는 우리 사회가 반면교사로 삼을 일이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평가하거나 혹은 그 반대 즉, 과거의 기준으로 현재를 평가하는 일은 모두 신중해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동아일보(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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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벚꽃은 그 뿌리를 봐야 한다

 

문 대통령 訪美 때 벚꽃 절정… 그 뿌리는 '가쓰라-태프트밀약'
국제질서 냉엄한 현실 직시하며 북한 비핵화 다뤄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다음 주쯤이면 워싱턴의 벚꽃이 절정에 달할 것이다. 워싱턴시 당국은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벚꽃 축제'를 열어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들고 워싱턴 관광 수입의 3분의 1가량을 이 기간에 벌어들인다고 한다. 포토맥 강변을 따라 만들어진 인공 호수(타이들 베이슨)를 따라 수천 그루의 벚꽃이 완전히 개화하면 그 화려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벚꽃이 피면 일본 대사관과 기업들도 바빠지기 시작한다. 미·일 관계의 끈끈함을 과시하려는 세미나가 줄을 잇고 축제를 후원하는 일본 기업들의 간판이 워싱턴 시내 곳곳에 들어선다. 벚꽃만큼 화려한 일본의 '소프트 외교'가 이때 빛을 발한다.

그런데 워싱턴 벚꽃의 뿌리를 따라가 보면 우리의 아픈 과거를 만난다. 러일전쟁의 전운(戰雲)이 짙어져 가던 1904년 초 고종은 두 나라 간의 분쟁에 엄정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 선언은 허약한 제국의 몰락을 예고하는 '자기 고백'에 불과했다. 러시아의 남하를 극도로 경계했던 미국은 일본군의 한반도 진입을 용인했고 결국 러일전쟁이 발발했다. 전쟁은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운명을 갈랐다. 고종은 이승만을 미국에 보내 도움을 호소했지만 미국은 일본과 뒷거래를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1905년 7월 그 유명한 '가쓰라-태프트밀약'이 맺어졌다.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 지배를 용인하고 일본은 필리핀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몇 해 뒤 일본은 3000그루의 벚나무를 미국으로 옮겨가 뿌리를 내리게 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 도쿄로 건너가 밀약을 맺었던 '윌리엄 태프트'였으니 그 의미를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이 벚나무들은 굳건한 미·일 동맹을 상징하는 거목(巨木)으로 성장했다.

다음 주 워싱턴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이 화려한 벚꽃 군락을 지나게 될 것이다. 그저 그 외면의 아름다움에 감탄만 하고 지나칠지, 아니면 그 이면(裏面)의 역사를 성찰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지금 문 대통령의 머릿속은 매우 복잡할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빅딜로 선회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쪽에서는 한국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노골적인 불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을 다녀온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우리와 미국의 최종 목표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느껴지는 회담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한 듯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중재안을 우리 정부가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거니와 그동안 쌓인 미국의 불신이 해소될지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미국은 "한국은 지금 누구 편인가?"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올지도 모르겠다.

지난 세기 미국은 동아시아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운명에 여러 차례 개입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우리에게 아픈 과거로 남아 있다. 일본의 한반도 침탈을 용인했고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는 데 소련과 합의한 것도 미국이었다. 그런가 하면 목숨 바쳐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았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한국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운 것도 미국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는 것은 한·미 간 애증(愛憎)의 역사에 '북한 핵'이 다시 한 번 한반도의 아픈 역사로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신동욱 TV조선 뉴스9 앵커, 조선일보(1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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