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허들 넘었지만 '국민 허들' 넘을 수 있을까]
[尹 선고 또 한 주 넘긴 헌재… 4·18 前에 하긴 하나]
법원 허들 넘었지만 '국민 허들' 넘을 수 있을까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재판부, 2020년 이어 이재명에 또 생명줄.. 판사 개인 판단으로 국가 중대사 결정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치명적 약점
비상계엄 윤 대통령 탄핵된다면, 국민은 이 대표에게도 국정 마비 책임 물을 것
8부 능선 넘었지만 정상에 오른 건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적·정치적 완승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이 된다면)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 대표가 허위 사실 공표 재판에서 극적으로 기사회생한 것은 두 번째다. 2020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방송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 입원에 관여한 적 없다는 발언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생존에 필요한 숨 쉴 공간, 즉 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립적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숨 쉴 공간’이라는 표현은 1964년 미국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경찰국장 설리번이 뉴욕타임스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 판결에서 유래했다. 당시 인권운동가들은 마틴 루서 킹 목사를 지지하는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는데, 설리번은 이 광고가 사실과 다르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주의의 숨 쉴 공간’은 (표현의 자유를 위해) 언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정치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2020년 대법원 판결에서는 ‘숨 쉴 공간’이 구명조끼였다면, 이번에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논리가 법원이 던져준 생명줄이었다.
재판부는 “골프 발언을 검사 주장과 같이 해석할 수 있더라도 다른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면 다른 합리적 해석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에 관한 헌법적 의의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결과가 되고, ‘의심될 땐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도 반한다”고 판결했다.
국토부 ‘협박’ 발언도 “공표 사실 전체를 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다소 과장이 있거나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허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다의적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다른 합리적 해석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로만 해석하는 것은 법리에 어긋난다”고 앞서 말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를 또 다시 꺼낸 것이다.
판사 개인의 판단에 국가의 중대사가 결정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치명적 약점이다. 이념적·당파적·사적 이익을 배제하고 초연하게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할 것이라는 기대를 법관은 자주 배신한다. 윈스턴 처칠은 “민주주의는 여태까지 시도된 모든 다른 형태의 정치 체제를 제외한다면 최악의 정치 체제”라며 민주주의의 약점을 꿰뚫어 보았다. 폭력을 배제한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 민주주의는 여러 면에서 결함이 많은 체제다.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최대 과제는 폭력 사태를 막는 것이다. 그러려면 양 진영 모두 ‘흔쾌한’ 승복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마지못한’ 승복이라도 할 수 있는 결론을 끌어내는 것이 법원의 ‘정치력’이다.
이번 판결이 ‘폭력적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이 문제다. 정치가 정치력 없는 판에 판사 정치력은 애당초 기대난이다. 판결 전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었다. ①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이재명 대표 피선거권 박탈형 ②윤 대통령 탄핵 기각(혹은 각하)·이 대표 피선거권 박탈형 ③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대표 무죄(혹은 100만원 미만형) ④윤 대통령 탄핵 기각(혹은 각하)·이 대표 무죄(혹은 100만원 미만형). 대체적인 관측은 ①③④②순이었다.
이재명 대표 항소심 결과와 상관없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예측이 우세했다. 무죄 선고 이후에도 ③은 ④보다 여전히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일까. 만약 이재명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형을 받았다면 어떤 상황이 전개됐을까.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 교체론과 선거 필패론이 쏟아졌을 것이다. 위기를 느낀 이재명 대표 측에서는 최대한 빠른 시간에 대선 후보로 확정했을 것이다. 대법원 앞으로 몰려간 시위대와 언론과 국민의힘은 ‘헌법 84조’가 논란되기 전에 대법원이 결단하라고 압박했을 것이다.
이번 판결로 ‘대법원의 시간’은 과연 끝난 것일까. 2020년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이재명을 살렸는데, 2025년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나오든, ‘위증교사’ 항소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오든 4월 18일 이전에만 헌재가 탄핵 인용을 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를 막을 방법은 없다.
물론 기각 혹은 각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4월 18일 이전에 결론을 못 내리고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퇴임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어떤 정국이 올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극단적으로 내전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6월 대선이다. 냉정하게 평가하면 ‘이재명 대통령’은 8부 능선을 넘었다.
만약 이재명 대통령이 현실이 된다면 1등 공신부터 10등 공신까지 모조리 민주당 밖에서 찾아야 한다. 1등 공신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인 법원만 바라본 보수 진영도 빼놓을 수 없다. 부정선거와 같은 음모론을 유포하거나 ‘계몽령’으로 국민을 속일 수 있다고 선동한 자들도 앞자리에 들어갈 것이다. 광장에서 세를 과시하거나 법원을 위협하면 법원과 헌재가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은 선무당들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 후 ‘선거연합’ 해체에 앞장선 ‘친윤’도 공신 중 공신이다.
조기 대선이 된다면 ‘이재명이냐 아니냐’의 선거다. 권력 허들, 법원 허들, 민주당 허들을 모두 넘고 골인을 앞에 두고 있는 이재명 대표에게 ‘국민’ 허들 하나만 남았다.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비상계엄에 대해 파면으로 책임을 물은 국민은 이재명 대표에게도 국정 마비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8부 능선을 넘었지만 아직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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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李 선거법 2심 무죄로 기세 오른 野. 일각선 “국민투표로 尹 파면” “내각 총탄핵” 등 아무 말 대잔치.
-팔면봉, 조선일보(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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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선고 또 한 주 넘긴 헌재… 4·18 前에 하긴 하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심판정 내부에 있는 달력과 다중노출 촬영.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27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공지하지 않았다. 과거 두 차례 대통령 탄핵심판 전례에 비춰 늦어도 이달 중순엔 헌재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벌써 두 주가 지나도록 안갯속이다. 헌재는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이후 거의 매일 평의를 열어 심리하고 있는데 한 달이 넘도록 여전히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는 4월 18일 전에 헌재 결정이 나오기는 할지 의문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이처럼 선고가 늦어지는 속사정을 알 길은 없지만 그 배경을 놓고선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조율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부터 재판관들 사이에 의견이 팽팽해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라는 관측, 일부 재판관이 아직도 의견을 확고하게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여전히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그 불확실성의 연장에 따른 국가적 사회적 비용은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처럼 헌재의 시간이 길어지면서 국민적 피로도는 한계 상황에 이른 분위기다. 우리 사회 전체가 마치 집단 울화증에라도 걸린 듯 국민은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광장과 거리에선 분열을 부추기는 발언이 난무하고 탄핵 찬반 세력 간, 경찰과 시위대 간 크고 작은 충돌도 이어지고 있다. 갈등을 조정해야 할 정치권은 그 책무를 잊고 분열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복귀했다지만 국정운영의 동력을 회복하기엔 태부족이다. 경제와 안보 등 안팎의 엄혹한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그나마 버티는 것도 우리나라의 저력일 테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
최선의 숙의 결과를 내놓으려는 헌재의 고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깊은 내상을 입었고 그 회복을 위한 절차가 늦어질수록 상처는 깊어만 갈 뿐이다. 헌재가 더 시간을 들인다 해도 내부 의견도 바깥 여론도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헌법적 가치와 법률적 판단, 객관적 증거에 따라 판단하면 된다. 그 결론이 뭐든 모두의 동의를 받기는 어렵고 진통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만 그것은 4개월 가까이 이어진 불확실과 혼란을 끝내는 시작이 될 것이다.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
-동아일보(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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