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섬산은 왜 대부분 악산일까?]

뚝섬 2019. 5. 25. 06:29

전형적인 악산의 모습을 갖춘 사량도 지리산의 칼날 같은 암벽 능선들.

 

봄부터 여름까지 섬산행을 많이 한다. 무심코 산이 좋아 따라 나선 사람들은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섬에 있는 산 대부분 전형적인 악산嶽山이다. 우선 독도가 그렇고, 울릉도 성인봉도 용암이 분출한 암벽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산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량도 지리산, 제주도 한라산 등도 예외 아니다. 그나마 화산 분출이 오래된 지역일수록 육산陸山의 흔적을 조금은 찾아볼 수 있다. 암벽이 오랜 세월 풍화작용으로 흙으로 변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학에서는 섬산들이 악산인 이유에 대해 대체적으로 두 가지로 설명한다. 먼저, 하부커팅Basal cutting 작용에 의해서다. 바다에 접해 있는 섬들은 기본적으로 파도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파도는 섬에 있는 흙들을 씻어 내린다. 하단의 흙들을 계속 깎아내리면 파도와 접하지 않은 상단의 흙들도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어 무너져 내린다. 하단의 흙이 씻기고 깎여 없어지면 상단의 흙들까지 흘러내려 암벽만 남게 된다. 이를 하부커팅이라고 한다

 

또 다른 설명은 빙하기Ice Age와 관련된다. 18,000만 년 전 지구는 빙하기가 한참 진행되는 시기였다. 이때 서해 해수면은 지금보다 100m 이상 낮았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육지는 해안지방부터 침식되거나 잠겼고, 섬은 아랫부분부터 점차 씻겨 내려갔다. 해수면 상승은 상단의 흙까지 깎아내렸다. 따라서 결국 전형적인 악산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결과적으로 섬 주변은 절벽밖에 남지 않게 됐고, 상단의 흙들도 버틸 힘이 없어 점차 악산으로 변한 것이다

 

육지에서는 설악산과 관악산이 대표적인 악산의 모습을 갖춘 산으로 꼽는다. 이 산들은 해수면 상승의 결과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례들이다

 

서울대 지리학과 박수진 교수는 “하부커팅 작용과 빙하기 이후 해수면 상승은 결과적으로 섬산들이 악산으로 남게 되는 결정적 요소들이다”며 “산에 갔을 때 지형이나 지질구조를 보면 오랜 시간 지구의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 갈 때 즐길 거리가 또 하나 생겼다.

 

-글 박정원 편집장/사진 C영상미디어, 조선닷컴(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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