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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의 애환] [그 대기업 임원은 왜 해임을 당했을까] ....

뚝섬 2024. 4. 19. 06:35

[임원의 애환] 

[그 대기업 임원은 왜 해임을 당했을까] 

[90년 만에 美 왕좌 뺏긴 GM]

 

 

 

임원의 애환

 

모 기업 사주는 관리자급 직원이 마음에 안 들면 ‘임원’으로 승진시킨 뒤 얼마 안 가 해고하는 꼼수를 쓴다는 얘기를 들었다. 2000만 월급쟁이의 꿈인 ‘임원’ 자리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임시 직원’일 수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 대졸 신입 사원 중 0.6%만 임원 타이틀을 단다. 1000명 중 6명이란 확률은 수능 응시자 중 의대 합격자 비율과 비슷하다. 수능은 3년 농사지만, 신입 사원이 임원이 되기까지는 평균 21년이 걸린다.

 

▶임원이 되면 연봉이 2~3배 뛰고, 출장 갈 때 비즈니스석을 타고 비싼 부부 건강검진도 회사 비용으로 받는 등 신분이 달라진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요즘은 일반 직원들도 잘 하지 않는 새벽 출근에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 주 52 시간 근무는 언감생심, ‘월화수목금금금’을 각오해야 한다. 첫 임원 승진 나이는 49세, 퇴임 나이는 54세로 평균 재직 기간이 5년이지만, 신규 임원의 30%는 2년 이내에 짐을 싼다.

 

임원이 엄청난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 갑부’ 시대를 연 사람은 삼성그룹 고(故) 이건희 회장이다. 1987년 회장에 취임하자마자 “초일류 인재를 데려와 사장보다 연봉을 더 주라”고 인사팀을 닦달했다. 이 회장의 임직원 연봉 대폭 인상 지시에 인사팀장이 30% 인상안을 들고 갔다가 “너부터 집에 가라”는 면박을 당했다. 그 결과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봉이 250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삼성발 임원 연봉 인상이 타 기업으로 확산됐다.

 

▶외국에서도 임원에겐 회사를 위해 몸과 영혼을 갈아 넣을 것을 요구한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세상을 바꾸려면 주 80시간 이상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뒤 “성공하기 위해선 극도의 하드코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자 한 여성 임원은 사무실 바닥에서 안대를 하고 침낭에서 자는 모습을 찍어 트위터에 올렸다. “아첨꾼”이란 비아냥도 들었지만 머스크는 중용했다.

 

▶삼성그룹이 전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를 지시했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지는 등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한다. 이 기사엔 “글로벌 기업답지 않은 구태의연한 대응”라는 댓글도 있지만 “조직이 위기일 때 시대 흐름 운운하는 자는 임원 자격이 없다”는 등 지지 의견이 훨씬 많았다. SK그룹도 20년 만에 ‘토요 사장단 회의’를 부활하는 등 비상 경영에 나섰다. 한 임원에게 소감을 묻자 주 7일 근무도 좋으니 오래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한민국 모든 임원의 바람이지 않을까.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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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기업 임원은 왜 해임을 당했을까

 

부당한 건 참지 않는 세대, 공정이 중요한 키워드
MZ세대가 이끌어갈 미래… 이런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국내 굴지 대기업 전무에게 들은 얘기다. 그 회사 한 상무가 회식 자리가 끝나고 부서 직원들과 같이 차를 타고 갔다. 대리 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이 임원이 술에 취했는지 같이 탄 후배들을 자꾸 손이나 발로 툭툭 건드렸다고 한다. ‘라떼(나 때)는 말이야’라는 훈계도 곁들였다. 불쾌감으로 충만했던 이 직원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이런저런 정황을 정리해 인사팀에 투서를 보냈다.

 

사달은 여기서부터다. 인사팀 상급자들은 ‘아니 뭐 이런 걸 갖고…’라면서 넘어가려 했다. 내부에서 알아서 풀라는 사인을 전했다. ‘내부에서 알아서?’ 가해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피해자는 부글부글 끓고… 이들은 가만있지 않았다. 이 일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회사 이름은 숨겼지만 대충 짐작이 가게 적었다.

 

인사팀은 화들짝 놀랐다. 그제야 이 임원을 바로 보직 해임과 더불어 전보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 임원은 결국 회사를 떠났다고 한다. 이 ‘내부 고발자’ 직원들은 이른바 ‘MZ세대’ 1990년대생들이었다.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조국 딸 의사 국시 합격 관련해 그 과정과 결과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1월18 일 연합뉴스]

 

얘기가 끝나자 동석자들은 거의 강호(江湖)의 도의(道義)가 땅에 떨어졌다는 표정을 지었다. ‘요즘엔 회사 문제 풀려고 청와대 게시판까지 동원하느냐’는 한탄이 쌓였다. 그들은 모두 50대였다.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그 상무가 참 안됐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주위 반응을 보면서 ‘시대가 바뀌는 걸 다들 모르고 있구나’ 하는 씁쓸함이 앞섰다. 이 사건은 일부 대기업에서 특이하게 벌어진 소동이 아니다. 앞으로 더 첨예하게 드러날 사회상의 일각일 뿐이다.

 

세대를 가르는 발상에 동의하진 않지만 편의상 ‘MZ세대’가 주류(主流)에 진입하면서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 “부당한 것은 참지 않는다.” 2019년 한 조사에서 이 세대에게 야근에 대해 물었다. ‘야근을 싫어하겠지’가 애초 전제였다. 그런데 “할 일이 있으면 야근을 해야 한다”는 답변이 53%였다. 이들은 ‘(우리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낙인은 부당하다고 웅변하고 있었다. 단지 야근이 필요 없는데 야근을 강요하는 분위기와 조직 문화는 참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기업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야근을 둘러싼 갈등 배경에는 이런 인식 차이가 있다.

 

MZ세대에 속하는 1990년대생을 해부하겠다는 책과 보고서가 줄을 잇는다.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핵심은 ‘공정’이다. 그런데 가만 보면 그 공정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주는 대로 성과급을 받지 않고 작년과 왜 차이가 나는지 직급별 기준은 뭔지 회사에 해명을 요구한다. 권력 집단화한 기존 노동조합을 거부하고 새 노조를 직접 만든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합당한 처벌을 주장한다.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에 다름없는데 ‘별종’이란 딱지를 붙이니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기성세대 처지에서 보면 “왜 자꾸 일을 키워”라는 역정이 날 법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진다. 기성세대는 위계가 주는 모욕을 견디면서 나아갔다. 그게 시대 분위기였다. 이젠 시대가 바뀌고 있다. 기성세대가 “쟤들 왜 저래” 하고 눈치를 줘봤자 그 야유의 유효기간은 얼마 안 남았다. 어차피 미래는 이들 세대 손에 놓여 있다. 이런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조직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아직까진 우리 사회 어느 조직이든 이런 변화에 절실하지 않아 보인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임원 회의 때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이 나오면 “그런 말 한 번만 더 하면 입을 XX버리겠다”면서 좌중을 제압한다고 한다. 이런 CEO가 글로벌 경쟁을 운운하는 기업 조종석에 앉아있다는 사실은 비극이다. 그렇게 위압적으로 지휘해서 나온 성과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까지 세대는 참을 지 몰라도 다음 세대는 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빨리 깨닫고 준비해야 한다.

 

-이위재 기자, 조선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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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만에 美 왕좌 뺏긴 GM

 

작년 3월 차량용 반도체칩을 만드는 일본 르네사스 공장에서 불이 났다. 자동차 주행을 제어하는 데 쓰는 ‘마이콘’ 반도체 생산라인의 피해가 특히 컸다. 이 사고로 전 세계 자동차 반도체 부품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는 북미지역 생산량을 대폭 줄여야 했다. 반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부품 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되레 매출 신장을 이뤘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난해 GM이 판매량 1위 자리를 도요타에 내줬다. 도요타 판매량이 233만2000대로 GM보다 11만4000대 많았던 것이다. GM은 작년 반도체 공급난으로 판매량이 12.9% 급감했지만 코롤라와 캠리 판매 실적이 좋았던 도요타의 전체 매출은 10.4% 증가했다. GM은 “이익 극대화에 치중했다”는 반응이지만 1931년 포드를 꺾은 뒤 지켜온 미국 차 시장 왕좌의 주인이 90년 만에 바뀐 의미는 작지 않다.

▷도요타의 약진은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문제를 직시하며 현장에서 먹히는 대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원래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만드는 적기(Just-in-time·JIT) 생산방식은 도요타를 상징하는 가치였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르네사스 공장이 처음 멈췄을 때 도요타는 생각을 바꿨다. JIT만 고집하면 공급망의 아랫단에서 생긴 크고 작은 문제가 전체 생산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사들의 재고 비중을 크게 늘리는 한편으로 공급망을 서부 일본이나 해외로 분산했고 이 전략이 공급망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반도체 주문량은 생산 한계를 이미 넘어섰다. 부품사들은 지금 2023년에 쓸 반도체칩 주문을 받고 있다. 마음이 급해진 완성차 업체들은 1차 협력사에 일을 맡기던 관행을 벗어던지고 직접 공급망의 맨 끝단까지 챙기는가 하면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으며 기술 통합을 꾀하고 있다. 갑도, 을도 없이 모두가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서 뛰고 있다.

▷개별 기업이 발 빠르게 대응한다고 해도 복잡하게 얽힌 공급 사슬망 속에서 혼자 힘으로만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체 설계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내재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생태계가 없는 국내에서 기존 반도체 수급체계를 뒤집는 일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에 가깝다. 정해진 틀에 머물지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내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도요타 웨이’가 힌트가 될 수 있다.

-홍수용 논설위원, 동아일보(22-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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