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業務-經營]

[美 대선 핵심 이슈는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 세계서 475조원 몰려]

뚝섬 2024. 4. 16. 07:52

[美 대선 핵심 이슈는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 세계서 475조원 몰려]

[인도·유럽도 반도체 러시]

[SK하이닉스, 미 인디애나에 5.2조 들여 HBM 생산기지 짓는다]

[유럽 62조에 인도도 13조 ‘반도체 유치 사활’… 韓은 특혜 논란 갇혀 아직 보조금 ‘0원’]

 

 

 

 

 

美 대선 핵심 이슈는 첨단 반도체 공장 유치… 세계서 475조원 몰려

 

바이든도 트럼프도 “강력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0일 애리조나주 챈들러의 인텔 오코티요 캠퍼스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왼쪽)와 휴 그린 인텔 공장장(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천문학적 보조금을 앞세워 유치한 반도체 투자가 47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만 5만개가 넘는다. 본지가 9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의 투자 통계를 분석해 본 결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2021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거나 증설하기로 한 기업이 약속한 투자금이 총 3506억6200만달러(약 475조원)로 나타났다. 또 이들이 공장을 완공하면 5만3000명을 새로 고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선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 유치가 핵심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8일 백악관 출입 기자단 브리핑에서 대만 TSMC가 미국에 투자금을 종전 4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약 88조원)로 늘린 데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첨단 반도체가 이곳 미국에서 생산된다”고 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는 15일엔 텍사스주에 약 44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삼성전자에 60억~70억달러대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트럼프도 “(과거) 우리는 모든 칩을 자체 생산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해외에서 생산한다”며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 의지를 밝히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오하이오주 등 경합주 지역에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4월 2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기업에 반도체 분야 보조금과 연구·개발(R&D) 비용 등 총 527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아 2022년 제정한 ‘반도체 지원법’에 대한 대대적인 선전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일 성명에서 “미국은 반도체를 발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 세계 생산량의 40%에 육박하던 것이 10% 남짓으로 줄었고, 최첨단 칩도 생산하지 못하게 됐다”며 “나는 이런 상황을 반전시키기로 결심했으며, 정부 반도체 정책으로 첨단 칩 제조와 일자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했다. 미 의회 관계자는 “고물가, 인플레 장기화 등으로 지지층도 불만이 많은 가운데 미국의 ‘첨단 기술 공급망’ 회복 등으로 정책 성과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 대선의 핫이슈, 반도체

 

본지가 미국반도체산업협회를 통해 미국에 새로 공장을 짓거나 증설 중인 내역을 보니 기업들이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만 3506억6200만달러(약 475조원)에 달했다. 인텔·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뿐 아니라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타국 반도체 기업을 포함해 70곳이 미국에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기업들은 미국 26주 87곳에 흩어져 5만2954명을 고용할 예정이다. 투자는 최장 20년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다. 그동안 미국이 뒤처졌던 첨단 공정 파운드리뿐 아니라 차량용 레거시 반도체, 장비, 소재 공장까지 망라한 역대급 반도체 공급망 투자판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반도체 굴기 핵심은 자국 대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다. 인텔은 투자 기업 중 가장 많은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투자해 ‘잃어버린 30년’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네 주에 첨단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2027년까지 1.4나노 첨단 공정을 도입해 2030년까지 경쟁자 삼성전자를 역전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D램 세계 3위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도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반도체 공장, 칩 디자인 센터, 연구개발 센터 등을 짓기 위해 2030년까지 350억달러(약 47조425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의 반도체 질서 개편에는 외국 기업들도 동참한다.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모두 미국 각지에 수십조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2~4나노급 첨단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텍사스주 테일러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투자금을 종전의 2배 이상인 440억달러(약 59조6000억원)로 확대한다. 추가 투자를 통해 첨단 반도체 생산 공장을 하나 증설하고, 첨단 패키징 시설을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8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다음 주에 삼성전자에 대한 60억~70억달러 보조금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 3일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들여 첨단 패키징 공장과 AI 연구개발 시설을 신설하기로 했다.

 

주마다 혜택 앞세워 기업 유치

 

연방정부뿐 아니라 주정부도 개별 인센티브를 앞세워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주별로는 애리조나(1011억1000만달러), 텍사스(854억6000만달러), 뉴욕(433억800만달러), 오리건(382억1600만달러), 오하이오(280억700만달러), 인디애나(60억9700만달러) 순으로 반도체 공장이 몰렸다.

 

TSMC는 애리조나주에서 2억500만달러(약 2762억원)를 지원받고, 용수 공급도 보장받았다. 애리조나주는 미국 최대 원전 단지가 있어 안정적 전력 공급이 용이하고, 땅값도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TSMC뿐 아니라 인텔도 이곳에 새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서 재산세 48억달러(약 6조4680억원)를 감면받았고, SK하이닉스도 9200억원에 달하는 인디애나 주정부 인센티브를 약속받았다.

 

-장형태/김은중 기자, 조선일보(24-04-10)-

____________

 

 

인도·유럽도 반도체 러시

 

보조금 대폭 늘려 산업 육성

 

뒤늦게 반도체 전쟁에 뛰어든 인도와 유럽연합(EU)도 정부 주도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목표를 세우고 강력한 지원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EU는 2022년 2월 유럽 반도체법을 발의하고 같은 해 11월 법안을 통과시켰다. 유럽 내 공공 및 민간 반도체 생산 시설에 430억유로(약 63조2689억원)를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를 통해 세계에서 유럽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10% 수준에서 2030년까지 20% 정도로 확대하고, 아시아 지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 법안이 마련된 이후 반도체 기업들이 유럽 곳곳에 생산 시설을 짓기 시작했다. 스위스에 본사를 둔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이탈리아 카타니아에 제조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향후 5년간 7억3000만유로가 투입되며, 이 중 2억9250만유로는 이탈리아 정부가 지급한다. 인텔은 300억유로, TSMC는 100억유로를 투자해 독일 드레스덴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고. 독일 정부가 이들에게 각각 100억유로, 50억유로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해 독일 연방법원 판결로 보조금 지급이 불확실한 상태에 놓이자 의회와 정부가 나서서 이와 관련한 예산 편성 방안을 마련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제재로 중국의 입지가 줄어들자 인도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나섰다. 인도 정부는 2021년 12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들을 유치하기 위한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반도체 자립 추진을 선언했다. 이 프로그램은 제조 시설 구축 비용의 50%를 정부 재정에서 지원한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투자 유치 행사에서 연설을 하는 등 반도체 관련 행사에 모습을 나타내며 반도체 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이미 8억2500만달러를 투입해 인도에 반도체 조립 및 시험 시설 건설에 나섰다. 또 이스라엘 타워 반도체도 인도에 90억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인도 대기업 타타 산하의 타타일렉트로닉스를 비롯해 인도 반도체 기업들이 인도 서부 구자라트와 동북부 아삼주에서 3개의 반도체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변희원 기자, 조선일보(24-04-10)-

____________

 

 

SK하이닉스, 미 인디애나에 5.2조 들여 HBM 생산기지 짓는다

 

인디애나 주정부, 퍼듀대와 투자협약식

 

SK하이닉스가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만원)을 들여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파옛에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 시설을 짓는다. 인근에 있는 퍼듀대학교 등 현지 연구기관과 협력해 반도체 연구 개발에도 힘쓴다. SK하이닉스는 3일(현지 시각) 웨스트라파옛에 있는 퍼듀대에서 주정부·대학 등 관계자들과 함께 투자협약식을 열고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생산기지를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멍 치앙 퍼듀대 총장(사진 가운데)이 3일(현지 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대에서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투자와 공동 연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에릭 홀컴 인디애나 주지사,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최우진 부사장, 아라티 프라바카르 백악관 과학기술보좌관, 멍 치앙 퍼듀대 총장, 아룬 벤카타라만 미국 상무부 차관보, 토드 영 상원의원, 조현동 주미대사, 데이비드 로젠버그 인디애나 상무부 장관, 미치 대니얼스 퍼듀 연구재단 회장 /퍼듀 연구재단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공장에서는 2028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 등 AI 메모리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을 활성화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또한 회사는 “인디애나에 건설하는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1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첫 미국 생산기지로 인디애나 낙점

 

HBM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AI 반도체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엔비디아는 하이닉스에서 HBM을 공급받아,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에 최종 조립(패키징)을 맡기고 있다. AI 반도체와 관련해 현재 미국은 반도체 설계 정도만 한다. HBM 생산은 한국의 SK하이닉스 생산 시설, AI 반도체 패키징은 대만의 TSMC 생산 시설에서 이뤄진다.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3E' /SK하이닉스

 

미국 정부는 2022년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통해 AI 반도체 설계부터 HBM 생산, 패키징까지 모든 공정을 미국 내에서 하는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390억달러(약 52조6300억원) 보조금을 책정해 놓은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이번 인디애나 공장 건설 협약과 함께 보조금 신청서도 미국 정부에 제출했다. SK는 인디애나주에 짓는 HBM 생산 시설 투자액 40억달러를 포함해 미국에 반도체 관련해서만 150억달러(약 20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에릭 홀콤(Eric Holcomb)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Todd Young) 미 상원의원(인디애나), 아라티 프라바카(Arati Prabhakar)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아룬 벤카타라만(Arun Venkataraman) 미국 상무부 차관보, 데이비드 로젠버그(David Rosenberg) 인디애나 주 상무장관, 멍 치앙(Mung Chiang) 퍼듀대 총장,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 퍼듀 연구재단 이사장, 에린 이스터(Erin Easter) 웨스트라피엣 시장 등 미국 측 인사와 한국 정부에서 조현동 주미 한국 대사, 김정한 주시카고 총영사가 참석했다. SK그룹은 유정준 미주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 SK하이닉스 곽노정 CEO, 최우진 부사장(P&T 담당) 등 경영진이 참석했다.

 

명문 퍼듀대와 반도체 연구 연계

 

SK하이닉스는 왜 첫 미국 생산기지를 인디애나를 선택했을까. 회사는 “주 정부가 투자 유치에 적극 나선 것은 물론, 지역 내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제조 인프라도 풍부하다”며 “반도체 등 첨단 공학 연구로 유명한 퍼듀대가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에릭 홀콤 인디애나 주지사는 “인디애나 주는 미래 경제의 원동력이 될 혁신적인 제품을 창출하는 글로벌 선두주자”라며 “SK하이닉스와 새로운 파트너십이 장기적으로 인디애나 주와 퍼듀대를 비롯한 지역사회를 발전시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멍 치앙 퍼듀대 총장은 “SK하이닉스는 AI용 메모리 분야의 글로벌 개척자이자 지배적인 시장 리더”라며 “이 혁신적인 투자는 인디애나 주와 퍼듀대가 가진 첨단 반도체 분야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미국 내 디지털 공급망을 완성하는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인디애나 주와 퍼듀대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반도체 업계 최초로 AI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시설을 미국에 건설하게 돼 기쁘다. 이번 투자를 통해 당사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고객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해 맞춤형(Customized) 메모리 제품을 공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서도 시설 증설... HBM 선두 굳힌다

 

한편 SK하이닉스는 계획된 국내 투자도 차질없이 추진한다. 회사가 120조 원을 투자해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현재 부지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회사는 이곳에 내년 3월 첫 팹(fab·반도체 생산 시설)을 착공해 2027년 초 완공하고, 소부장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및 실증, 평가 등을 지원하는 ‘미니팹’도 건설할 계획이다.

 

-장형태 기자, 조선일보(24-04-04)-

_____________

 

 

유럽 62조에 인도도 13조 ‘반도체 유치 사활’… 韓은 특혜 논란 갇혀 아직 보조금 ‘0원’

 

반도체 패권’ 보조금 경쟁 격화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에 지난 2일 보조금 5900억엔(약 5조27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3300억엔(약 3조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5조원 이상 자금을 추가로 더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라피더스는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위해 2022년 도요타·키옥시아·소니·NTT·소프트뱅크·NEC·덴소·미쓰비시UFJ 은행 등 일본 대기업 8곳이 뭉쳐 설립했다. 앞으로 라피더스는 현재 짓고 있는 홋카이도 반도체 공장에서 웨이퍼 제조 같은 전공정뿐 아니라 반도체 패키징 작업을 하는 후공정까지 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후공정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준 높은 첨단 반도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도체 부활을 위한 일본 정부의 의지는 보조금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오는 10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반도체 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낼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각국의 보조금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미·일뿐 아니라 반도체 변방인 유럽·인도까지 공장 건설 비용의 최대 70%까지 지원하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앞세워 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보조금 없이 세금 혜택을 주는 지원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격화하는 반도체 보조금 전쟁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18조원 규모 보조금을 편성했다.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면 투자금의 최대 50%를 돌려주는 방식이다. 현재 홋카이도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라피더스는 총 8조2000억원가량을 지급받는다. 수조원대 보조금을 등에 업고 2027년부터는 최첨단 공정인 2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2일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차세대 반도체는 일본 산업 경쟁력의 열쇠”라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TSMC 구마모토 공장(약 4조원), 미국 마이크론 히로시마 메모리 공장(약 1조8000억원), 삼성전자 요코하마 패키징 시설(약 890억원)에도 지원금을 내려보냈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에 약 200억달러(약 26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보조금과 대출을 지원한 데 이어, 조만간 미국 내 삼성전자·TSMC에 대한 보조금 지급도 발표할 예정이다.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시설)를 짓고 있는 삼성전자도 조만간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공장 신설이 유력한 SK하이닉스도 추후 보조금 신청 절차를 밟을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후발주자인 유럽과 인도는 각각 62조원, 13조원 규모 보조금을 마련해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나섰다. 인도는 최대 공장 건설 비용의 70%를 캐시백 해준다. 이에 호응해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르네사스, 인도 타타그룹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직접 보조금 지급에 소극적인 한국

 

한국은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대기업 특혜 논란 때문에 투자비에 대한 15% 세액공제 이외 직접적인 보조금 지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안덕근 산업자원통상부 장관은 3일 기자들과 만나 “각국마다 산업 여건이 다르다”며 “우리나라나 대만처럼 이미 기반이 구축된 나라들은 투자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세액공제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3월 통과된 ‘K칩스법’에 근거해 최대 15% 세액공제 혜택 등을 기업에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로 예정된 K칩스법의 일몰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반도체 업계는 정부에 보조금 직접 지급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사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등 반도체 업계 수장들은 지난달 26일 안덕근 장관을 만나 투자보조금 신설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기반시설 지원 확대를 건의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용지·용수 같은 인프라나 인허가 문제를 풀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투자 초기에는 보조금 지원이 확실한 카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장형태 기자, 조선일보(24-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