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까지 닥친 ‘폐교의 재탄생’]
[빈 교실과 폐교... 도시 업그레이드할 열쇠를 쥐고 있다]
서울까지 닥친 ‘폐교의 재탄생’
학생 수 부족으로 올 3월 문 닫은 서울 화양초교와 내년 4월 폐교 예정인 도봉고교를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시립 유스호스텔로 개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중국이 한국 단체 관광을 전면 허용하면서 중국인 유커(관광객)가 대거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저출산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는 폐교를 활용한 숙박 시설이 꽤 있다. 일본 오키나와 북부의 아이아이팜은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서 만든 3성급 호텔 겸 체험형 농장이다. 교실을 객실로 단장해 16개 객실을 운영한다. 교무실은 레스토랑이 됐는데 유기농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제공한다. 일본 지바현의 초등학교도 1층 교실을 식당과 어린이 놀이 공간, 2층을 숙박 시설, 체육관을 농산물 판매 공간으로 개조해 2015년 오픈 이후 연 방문객이 60만명에 이르는 명소가 됐다.
▶제주 한림읍에는 1993년 폐교한 ‘명월국민학교’가 명칭은 그대로인 채 카페 겸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교실은 ‘1학년 1반’ ‘2학년 1반’ 대신 ‘커피반’ ‘갤러리반’으로 바뀌었다. 폐교 후 한동안 마을 행사나 경조사에 사용되다가 청년회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폐교 재활용에 나선 우수 사례다. 제주의 김영갑갤러리, 충남 당진의 아미미술관처럼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도 있고, 캠핑장이나 청소년 체험 시설도 있다. 전국의 3800여 개 폐교 중 66%는 민간에 팔렸다. 매각, 임대를 합해 폐교의 81%가 민간 손에 맡겨졌는데 성공적인 운영 사례도 있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시·도 교육청이나 마을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는 곳도 상당수다. 350여 개는 매각도 임대도 안 된 채 방치 상태다.
▶시골뿐 아니라 도시 폐교도 방치하면 금방 흉물이 된다. 모기업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2005년 폐교한 대전의 한 실업계 고교는 담력 과시하는 폐가 체험단들 사이에서 ‘공포 체험 성지’로 꼽히고 있다. 창가에는 부적이 휘날리고 교실에는 새까맣게 그을린 화재 흔적도 있으며 지하에는 물이 들어차 대낮에도 음산한 분위기다. 몇 년 전 심야에 혼자 폐교 체험을 나섰던 30대 남성이 인근 저수조에 빠져 실족사한 사고까지 있었다.
▶서울도 학생 수 240명 이하의 미니 초등학교가 작년 42곳에서 4년 후면 80곳으로 늘 것이라고 한다. 초·중·고뿐만 아니라 전국에 문 닫는 대학교도 속출하게 된다. 시·도 교육청에만 맡겨두지 말고 폐교를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지역 공간으로 재생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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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과 폐교... 도시 업그레이드할 열쇠를 쥐고 있다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여 국에 3만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개발이 되기 이전에 토지를 매입해 맥도날드 가게를 오픈한다. 이후 도시가 정착되고 지가가 상승하면 맥도날드의 자산은 불어난다. 맥도날드의 기업 가치는 이렇게 부동산 자산이 올라가면서 성장하는 비중이 크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레미콘 회사다. 레미콘 회사는 콘크리트와 골재를 공장에서 배합해 공사 현장으로 운반한다. 가끔 도로에서 시멘트와 골조를 섞기 위해 빙빙 돌아가는 레미콘 차량을 볼 수 있다. 레미콘은 운반될 때 액상 상태로 되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굳는다. 그래서 레미콘은 만들어지고 최대 9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서 레미콘 공장은 공사 현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
도시 형성 초기에 레미콘 회사가 만들어지면 레미콘 회사 주변으로 건물들이 지어지면서 도시가 완성된다. 수십 년이 지나고 도시가 완성되면 레미콘은 도시 중심부에 자리 잡게 되고, 땅값은 엄청나게 올라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숲 근처의 삼표 레미콘 부지다. 강남이 만들어질 때 필요했던 콘크리트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졌고, 강남이 완성된 지금 서울숲 삼표 레미콘 부지는 서울의 중심부가 되어 엄청난 부동산 자산 가치를 가진다.
맥도날드, 레미콘 회사와 비슷한 케이스가 학교다. 국가와 도시의 성장기에는 인구가 늘어나고 학생들도 넘쳐난다. 1970~9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는 교실이 부족했다. 이 시기 서울 강남의 경우 한 반에 70명, 한 학년에 15반은 보통이고, 오전 오후반 2부제로 운영하는 곳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율이 0.83명이다. 수험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 학급 정원이 30명이 넘는 반이 없다.
아예 학교가 소멸되는 곳도 많다. 2022년 현재까지 폐교 학교 수는 서울 3, 부산 47, 대구 35, 인천 57, 광주14, 대전 8, 울산 27, 세종 2, 경기 178, 강원 456, 충북 251, 충남 263, 전북 326, 전남 834, 경북 727, 경남 566, 제주 35개로 총 3829개의 학교가 폐교되었다. 이 중 2491개는 매각되었다. 과거에는 도시 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학교를 지었으나 청소년 인구가 줄면서 학교 공간이 비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비워지는 공간이 도심 한가운데 생겨나기도 한다.
도심 속에서 늘어나는 빈 교실과 폐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각 학교의 빈 교실을 부수고 테라스를 만들어 학생들이 10분 쉬는 시간에도 나가서 자연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4층 상자 모양으로 빼곡하게 지어진 학교 건물이 아니라 부분 철거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여유로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가까운 거리의 폐교 위기 학교로 학생을 분산시키면 학교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지고 제대로 된 학교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교가 결정이 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교육부가 각 지자체로 매각해 운동장은 공원으로, 학교 건물은 도서관이나 전시장으로 환원시켜주면 좋겠다. 대개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초, 중, 고교가 있다. 모든 학교는 운동장이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으로 내려다보면 이런 운동장은 마치 유럽의 광장처럼 촘촘하게 도심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런데 이곳은 학교이기 때문에 지금껏 일반 시민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시의 경우 평지로 된 녹지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녹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경사진 산으로 되어있어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이런 공원은 너무 멀리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해서 일상과 격리되어있다. 폐교 운동장에 나무를 심고 공원으로 만든다면 과거에 미처 우리가 준비하지 못했던 도심 속 공원을 가질 수 있다. 운동장은 도심 속에 남겨진 귀한 자연 지반을 가진 땅이다. 이곳에 나무를 심는다면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 수 있다.
학교는 주로 사거리 코너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학교 운동장의 방음벽을 철거하고 나무가 보인다면 도시 경관도 좋아질 것이다. 이때 기존 학교 건물은 도서관이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해도 좋다. 학교 건축은 기둥식 구조이기 때문에 교실 사이의 벽을 터서 없애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도심의 상황에 따라서 운동장 하부에 지하 주차장을 만들고 상부의 운동장은 체육 시설로 사용해도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이나 광장 주변으로는 1~2층 높이의 상업 시설을 배치하면 주변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 될 것이다.
어렸을 때 놀았던 장난감 중 ‘그림 맞추기’ 퍼즐이 있다. 이 장난감은 섞여 있는 그림 퍼즐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시키는 그림이다. 이렇게 퍼즐 조각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 판에서 한 개의 퍼즐 칸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는 빈 공간이 없이 꽉 짜인 여유 없는 공간 구조에서 살아왔다. 이때 비워지는 학교 공간을 잘 사용한다면 퍼즐 장난감의 빈칸처럼 우리의 도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교육부가 기회의 열쇠를 쥐고 있다.
-유현준 교수·건축가, 조선일보(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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