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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비율 50% 첫 돌파, 여야 선심 공약 재검토를] ....

뚝섬 2024. 4. 12. 07:29

[국가채무 비율 50% 첫 돌파, 여야 선심 공약 재검토를]

[역대 최대 ‘나랏빚 1126조’… 결산 보고 미룬 이유 이거였나]

[세금 깎으면서 돈을 풀면 당장의 나랏빚은 어찌 되나]

[인구 감소와 불황의 시대, ‘낡은 믿음’은 위험하다]

 

 

 

국가채무 비율 50% 첫 돌파, 여야 선심 공약 재검토를 

 

서울 중구 하나은행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뉴스1

 

지난해 국가채무가 1126조7000억원으로 1년 사이 60조원 가까이 늘고, GDP 대비 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50%를 넘어 50.4%를 기록했다. 세수 감소 여파로 1년 나라 살림도 87조원 적자를 내, 정부가 당초 예산안에서 제시한 전망치(58조원)보다 약 29조원 더 많았다(관리재정수지 기준). 이에 따라 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2022년의 5.4%에서 3.9%로 내려가긴 했지만 여전히 EU(유럽연합)가 제시한 건전재정 권고안 3.0%를 상회했다. 문재인 정부 때 촉발된 급속한 재정 악화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재정 수지는 윤석열 정부가 편성해 집행한 첫 재정 성적표로, 온전히 현 정부의 몫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부채 1000조원을 야기한 전임 정부에 대해 “무원칙한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지만 스스로도 건전재정 원칙을 강도 높게 견지하진 못했다. 불요불급한 재량 지출을 줄였지만 경기 위축과 부동산 침체로 국세 수입이 51조원 줄고 세외수입도 25조원 줄어 적자 살림을 운영했다. 이 같은 작년 재정 결산은 이례적으로 국가재정법이 명시한 ‘4월 10일’을 하루 넘겨 발표했다. 총선을 의식해 부정적 지표 공개를 미룬 것이다.

 

총선 때 여야가 쏟아낸 각종 포퓰리즘 정책의 청구서가 지금부터 날아온다. 여당은 핵심 생필품에 대한 부가가치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자녀 세액공제 확대 등 각종 감세 정책을 약속했고,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24차례 민생 토론회를 열고 철도 지하화, 국가장학금 대상 확대, 한국형 아우토반 건설 등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는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 지원금,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원 지급, 국립대·전문대 전액 무상교육 등의 현금성 공약을 쏟아냈다. 거대 의석을 확보한 야당은 당장 13조원 규모의 민생 지원금 공약을 위해 추경 편성을 요구할 것이다.

 

여야 총선 공약이나 대통령이 내놓은 민생 토론회 정책들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추진돼야 한다. 재정 악화가 무서운 속도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씀씀이를 아껴 저출생 대책이나 성장동력 확보 같은 시급한 정책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

 

-조선일보(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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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나랏빚 1126조’… 결산 보고 미룬 이유 이거였나

 

지난해 한국의 국가채무가 역대 최대인 1126조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59조4000억 원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82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50%를 넘어선 50.4%였다. 국민 1인당 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나랏빚은 약 2195만 원으로 전년보다 120만 원가량 증가했다.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는 빨간불이 켜진 국가재정 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87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예산안 발표 때 예상한 것보다 28조8000억 원이 늘었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정부의 건전재정 관리 기준인 3%를 훌쩍 뛰어넘었다. 외환위기, 코로나19 등 국가 비상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다.

이렇게 나라 가계부가 안 좋으니 정부가 총선에 불리할 것을 의식해 일부러 늑장 발표한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나온다. 국가결산 보고서가 법정시한인 4월 10일을 넘겨 발표된 것은 국가재정법이 제정된 2006년 이래 처음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매년 4월 첫째 주 화요일에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결산을 의결했고, 10일이 휴일이면 그 전에 미리 국무회의를 개최했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고 있지만 건전재정으로 가는 길은 온통 가시밭길이다. 4·10총선 과정에서 정부와 여야는 세금을 깎아주고 돈을 풀고 개발을 하겠다는 약속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이를 모두 이행하려면 수백조 원이 들어갈 수도 있다. 총선이 끝난 만큼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선심성 매표 경쟁을 멈추고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동아일보(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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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깎으면서 돈을 풀면 당장의 나랏빚은 어찌 되나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울-세종 영상으로 열린 제2차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2022.06.23./뉴시스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는 등 적극적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1주택자의 주택 보유세를 2020년 수준까지 낮추고, 증권 거래세를 0.03%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물가 압박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폭을 30%에서 37%로 높이는 방안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인 기초연금을 월 10만원 인상하는 등 복지 확대책도 내놓고 있다. 모두 재정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를 낮추고 전 정부가 기형적으로 만들어 놓은 부동산 세금 폭탄을 정상화한다는 방향 자체는 옳다. 감세를 통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좋아지면 중장기적으로는 세수도 늘어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감세에 따른 세수 확대는 효과가 나타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감세에 따른 세수 감소는 바로 나타난다. 지금까지 나온 감세 정책만으로 올해 세수가 10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상응하는 세출 구조 조정이 동반되지 않으면 단기적으로는 나랏빚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는 전 정부의 방만한 씀씀이로 부실해진 나라 살림 가계부를 물려받았다. 지난 4월 말로 국가 채무가 1000조원을 넘었고, 관리 재정 수지 적자도 4월 말에 벌써 38조원을 넘었다. 대선 공약 때문에 앞으로 돈 나갈 일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미 소상공인 코로나 피해 구제를 위해 62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올해 예상보다 더 들어올 세수 53조원을 앞당겨 썼다. 윤 정부의 국정 과제 이행에 필요한 재정도 5년간 209조원으로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올해 본 예산과 1차 추경에 반영된 약 88조원 외에 더 이상의 적자 국채를 찍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나랏빚을 더 이상 늘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은 깎아주면서 돈을 풀면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나랏 빚을 더 늘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려면 불요불급한 지출의 군살을 대폭 빼는 방법밖에 없다. 말로만 ‘건전 재정’을 내세우지 말고 강력하고 구체적인 지출 구조 조정 대책을 제시하기 바란다.

 

-조선일보(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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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와 불황의 시대, ‘낡은 믿음’은 위험하다

 

인구 감소기엔 불황 극복 녹록지 않아
기업과 노조, 신뢰로 고용안정 우선해야
인구 증가-고성장 시대 불신 깨야 한다

 

나는 아버지와 식성이 비슷한데, 그중에서도 과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버지와 같았다. 아버지는 자상한 분이어서 가족이 먹을 과일은 늘 당신이 챙겼다. 나는 50세 즈음에 당뇨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예전처럼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없게 되었다. 한국에 오면 부모님 집에 머무는데 아무래도 평소보다 과식을 하게 된다. 게다가 아버지는 식후에 어김없이 과일을 한 접시 내오신다. 나는 혈당이 염려되어 한 조각만 먹고 마는데 아버지는 그게 무척 불만이셨다. 노년에도 성인병이 없었던 아버지는 과일을 많이 먹은 덕분이라고 믿고 계셨다. 과일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아버지의 오래된 믿음, TV에 나온 전문가의 과일 예찬으로 강화된 그 믿음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아버지는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작년에 3,300을 넘었던 코스피가 2,500 밑으로 떨어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주가가 폭락했다. ‘어어’ 하는 사이에 시작된 불황이 얼마나 오래갈지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이번 불황은 한국과 같은 나라에 특히 위험하다.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시점에 덮친 세계적 불황이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국내 시장과 노동력의 축소는 기업의 투자와 생산을 위축시키고 세수의 기반을 약화시켜 정부 재정의 부실을 초래한다. 세계 경제가 호황일 때는 해외 시장의 팽창으로 이런 약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해외 시장마저 축소되는 전 세계적 불황의 시대에는 치명적이다.

불황이 시작되면 기업은 비용 삭감을 위해 고용을 줄이려고 한다. 버블 붕괴 후의 일본이 그랬다. 하필 그 즈음에 생산가능연령(15∼64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노년 인구의 부양 부담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취업자가 감소하자 부양 부담을 정부가 떠안아야 했고 재정 지출이 급증했다. 일본인들은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지갑을 닫았고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도 가계의 소비와 기업의 투자에는 좀처럼 반향이 없었고 일본 경제는 점점 허약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은 과거의 소득 수준을 회복하는 데 6년을 소요했다. 그리고 그때서야 취업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고령화사회의 해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노동 시간은 줄이고 임금은 호황기에만 소폭 올렸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임금을 동결시키거나 삭감하기도 했다. 노동조합은 임금을 올리기 위해 투쟁하지 않았다.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안정을 추구했고 업무의 재배치나 임금피크제에도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임금 협상은 큰 갈등 없이 타결되었다. 정규직 일자리는 주로 청년 구직자에게 주어졌고, 비정규직 일자리는 경력 단절 이후 노동 시장에 복귀한 여성과 정년 이후의 경력자에게 주어졌다.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일자리가 모두 늘었고, 범죄율과 자살률이 감소했다. 일본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중에도 일본 사회가 혼란스럽지 않은 것은 고용이 안정되었기 때문이다.

노동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는 믿음이나, 임금 인상 요구는 노동조합의 당연한 의무라는 믿음은 인구가 감소하는 시대에 위험한 믿음이다. 장년이 되어 당뇨병을 갖게 되면 청년 때와는 다른 식습관이 필요하다. 과일에는 몸에 좋은 온갖 미네랄이 가득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 치명적인 과당도 가득하다. 청년 때 형성된 오래된 믿음이 노년에는 위험할 수 있다. 인구 증가의 시대, 고성장 시대에 형성된 믿음 역시 인구 감소의 시대, 저성장 시대에는 위험할 수 있다.

한편 기업과 노동자가 서로를 불신하면 일자리를 지킬 수 없다. 잘 알려진 수인의 딜레마에서 두 죄수는 둘 다에게 더 좋은 선택이 가능한데도 최악을 선택한다. 서로 소통할 수 없고 그래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노동자 간의 불신도 우리 사회가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낡은 믿음이다. 이제 그 믿음도 깨야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는 경영자들과 낡은 투쟁의 효용을 의심하는 노동자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인구 감소와 불황은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 어려움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이 사회를 지키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오래된 믿음의 답습은 위험하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동아일보(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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