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30년’ 진입 직전 한국 경제, 산업 대전환 절실]
[현실화된 한·일 성장률 역전, 기업 더 뛰게 하는 방법뿐]
[골드만삭스는 왜 180도로 말을 바꿨을까?]
[성장 1.6%, 수출 -4.5%, 신규 고용 -88%… 내년 화두는 ‘생존’]
[11년째 세계보다 저성장, 내년 위기를 구조개혁 기회 삼아야]
‘잃어버린 30년’ 진입 직전 한국 경제, 산업 대전환 절실
지난 7월 25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실질 GDP는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0.9% 성장했다. 경제 버팀목인 수출과 소비가 모두 부진했으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우리 경제가 이른바 '불황형 성장'을 기록했다./뉴스1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를 겪은 일본을 따라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90년대 경제 거품이 꺼지면서 장기 침체로 접어들 당시 일본이 겪었던 저출산 고령화, 과도한 부채, 높은 부동산 가격 등의 징후가 똑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 성장률은 잠재 성장률(2%대)보다 낮은 1.4%로 예상된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연간 누적 무역 적자가 254억달러에 달한다. 내수도 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일시적 불황으로 볼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인구 고령화와 글로벌 공급망 변화, 가계 부채 증가 등 구조적 함정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미 생산 가능 인구 감소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중국도 저성장에 접어들었다. 25년간 이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2030년대가 되면 잠재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OECD는 예상했다.
민간 전문가 80여 명으로 구성된 ‘산업대전환 포럼’이 ‘6대 미션, 46개 과제’를 선정해서 정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한국 경제가 지난 20년간 새로운 산업,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든 만성 질환자와 같다고 진단했다. 혁신·인재·연구개발(R&D)의 ‘3대 결핍’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대전환이 절실하다. 머뭇거릴 시간도 없다.
경제 체질을 바꿔 투자 특국(特國), 인재 입국, 혁신 부국, 기업 강국을 만드는 것만이 ‘잃어버린 30년’을 피하는 길이다. 한국 경제의 진짜 위기는 모두가 다 아는 이 해법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막는 ‘불능 정치’ 때문이다. 정치의 함정을 빠져나올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일보(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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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한·일 성장률 역전, 기업 더 뛰게 하는 방법뿐
국내외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장기간 흔들리고 있어서다. 안개로 뿌연 부산항에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 연합뉴스
일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작년 동기 대비 0.7%를 기록해 한국의 0.3% 성장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올해 연간으로도 외환 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한·일의 경제성장률이 역전할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저성장의 대명사로 불리는 일본에도 뒤질 만큼 경제 침체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성장 둔화는 주력 산업의 수출 부진 때문이다. 지난달에도 15대 주요 수출품 중 12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했고, 반도체 수출액은 무려 36%나 줄었다. 전체 수출은 8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15개월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반면 일본은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나 성장을 이끌고 있다. 미·중 기술 분쟁 속에서 지정학적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일본 정부와 기업의 전략이 미국·대만 등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내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부진을 보완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 가계·기업 부문은 빚에 짓눌려 있고, 지난 정부의 세금 포퓰리즘 때문에 경기 부양에 쓸 재정 여력이 약화됐다. 기준금리는 주요국 중 일본·스위스를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금리를 더 내리기도 쉽지 않다. 결국 규제를 풀고 산업의 막힌 곳을 뚫어줘 기업들이 더 투자하고 더 고용하게 하는 방법뿐이다.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것 외에 경제 침체를 벗어날 탈출구는 없다. 노동·규제·공공 개혁 등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저출산·고령화와 생산 인구 급감으로 잠재 성장률이 OECD 최하위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일 성장률 역전은 이를 미리 보여준 예고편이다.
-조선일보(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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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왜 180도로 말을 바꿨을까?
[경제포커스]
15년 전 “한국 세계 2위 된다”.. 이번엔 “15위 밖으로 밀린다”
낮잠 토끼는 거북이에게 진다.. 4만달러 소득이 최우선 목표
2주 전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50년 뒤 세계를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 올해 12위인 한국 경제가 2075년 말레이시아, 나이지리아에 뒤지며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고 예측했다. 2040년이 넘어가면 실질 GDP 성장률이 0.8%에 그쳐 주요국 중 일본(0.7%)과 나란히 최하위권으로 처진다고 했다. 2060년대에는 주요국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다.
15년 전 골드만삭스는 달랐다. 한국의 미래는 찬란하게 빛날 것이라고 했다. 2007년 보고서는 “한국은 2050년 미국에 버금가는 세계 2위 부국에 올라선다”고 했다. “한국은 지금 GDP 기준 세계 11위지만, 2025년 9위로 올라서고 2050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 8만1000달러로 일본, 독일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세계 2위가 된다”고 했다. 11개 신흥 경제 강국 중 최고라고 했다.
그런데 180도 달라졌다. 한국은 제치고, 따돌리는 나라에서 추월당하는 나라로 역할이 바뀌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급전직하라고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당황스러운 일이다.
둘 중 하나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이 엉터리일지도 모른다. 아니라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고민해야 한다.
골드만삭스도 모를 리 없겠지만, 우리는 반도체 강국이다. D램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시장의 70%를 석권하고 있다. 싸구려 차로 통하던 한국 차는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초음속 전투기를 독자 개발한 8번째 나라가 됐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어선 7번째 국가다. 흙바닥에서 시작했지만 번듯한 경제 강국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도 일어난다. 올해로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일본을 앞선 지 10년째다. 10년이나 됐으니 익숙해질 만도 한데 아직도 놀라운 일이다.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내년에 한일 1인당 국민소득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올해 한일 간 1인당 국민소득 차이는 역대 최소인 766달러까지 좁혀진다. 지난 14일 일본경제연구센터는 내년에 일본(3만3334달러)이 한국(3만4505달러)에 추월당한다고 예측했다. 지난해에는 2027년에 역전당할 것이라고 했는데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지금은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리지만, 50년 뒤 나이지리아가 우리를 앞서는 날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50년 전 한·일 격차보다는 지금 한·나이지리아 격차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5년간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세상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라는 약점을 안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한 계단 더 올라서기 위해서는 바꿔나가야 했던 일, 고쳐야 하는 일들이 많았는데 시간을 버렸다. 정치 파업에 몰두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하는 괴물이 되어버린 노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금융,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것으로 만들어 놓은 학교 교육을 “오늘 당장 바꿔야 한다”고 하지 않고 “내일 바꾸자”고 미뤄왔다. 여당에서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만들겠다고 한다. 우리보다 먼저 4만달러 고지를 밟았던 다섯 나라는 3만달러 돌파 후 평균 6년이 걸렸다. 우리는 예정대로 된다고 해도 10년이다. 후발 주자인데 4년쯤 뒤진 것은 대수롭지 않다고 하면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언젠가 나이지리아의 뒷자리에 앉는 날이 닥친다.
-이진석 경제부장, 조선일보(22-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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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1.6%, 수출 -4.5%, 신규 고용 -88%… 내년 화두는 ‘생존’
기재부 업부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제12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참석자들과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를 겸해 열렸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기획재정부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내년 경제 성장률을 1.6%로 전망하고, 수출은 올해보다 4.5%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내년 신규 고용도 올해보다 88%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충격이 새해 우리 경제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닥친다는 의미다.
기재부의 전망은 정부의 정책의지를 반영한 목표치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1.6%의 낮은 성장률 전망은 더욱 우려스럽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중국의 심각한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돌발 사태가 발생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1%대 성장은 2차 오일쇼크 때인 1980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1998년과 2009년,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등 극심한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것이다.
새해가 시작되기도 전에 정부가 큰 폭의 수출 감소를 예상한 것 역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기의 급격한 위축 등 수출을 줄일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 규모 적자가 확실시되는 무역수지가 내년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 역시 원유, 원자재 등의 수입이 수출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 저하, 수출 감소로 인해 이례적인 ‘고용 있는 침체’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신규 취업자 수도 올해 81만 명에서 내년에 10만 명으로 확 줄어든다.
업무보고 이틀 전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를 통해 ‘2027년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새로운 거시경제 운용의 목표로 제시했다. 문제는 지난해 3만4984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이 원화 약세로 인해 당장 올해부터 3만3590달러로 4%가량 줄어든다는 점이다. 현 정부 임기 안에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4%는 성장해야 하는데 잠재 성장률은 2%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등 역대 정부들도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내세운 적이 있다. 하지만 목표보다 중요한 게 이를 구현할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 의지다. 정부는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물론이고 시대착오적 규제, 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눈앞의 현실로 닥친 초유의 글로벌 복합위기부터 넘어서는 게 급선무다.
-동아일보(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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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세계보다 저성장, 내년 위기를 구조개혁 기회 삼아야
기획재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내년 성장률이 올해의 2.5%보다 크게 낮아진 1.6%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1.7%)·KDI(1.8%)와 OECD(1.8%)·IMF(2.0%) 등의 국내외 기관들이 모두 저성장을 예고했지만 정부 전망치가 가장 어둡다. 통상 정부가 다른 곳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엔 달랐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가장 솔직하고 객관적인 전망치를 국민께 말씀드린다”고 했다. 험난한 한 해가 될 것임을 모든 경제 주체가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사정은 온통 악재로 가득 차 있다. 경제의 주력 엔진인 수출은 지난 10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고, 연말까지 500억달러의 사상 최대 무역 적자가 확실하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 확산 등 글로벌 여건은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국내적으로는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과 고용 한파가 덮쳐오기 시작했다. 성장 동력이 꺼져 버릴 상황에 처했다.
새해 경제 침체는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의 부진이 더 심각하다. OECD가 전망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2%로, 우리보다 높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코로나 때인 2020년 한 해만 빼놓고 11년간 세계 평균을 밑도는 성장에 그치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선진국 클럽’인 OECD 평균(2.8%)보다도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경제의 성장 능력 자체가 가파르게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서 지금은 2%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내지 못한 가운데 저출산·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38국 중 한국보다 잠재 성장률 하락 폭이 큰 나라는 터키·칠레뿐이다. 선진국 문턱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성장 능력을 회복하려면 구조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에 혁신과 활력을 불어넣는 방법밖에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노동시장, 획일적 인재만 배출하는 낡은 교육 시스템, 비효율적 관료제가 판치는 공공 부문을 수술하고 혁신을 발목 잡는 각종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 국가 시스템 전반에 걸친 구조 개혁만이 성장 동력을 키울 수 있다. OECD는 한국이 획기적 정책 변화 없이 지금대로 간다면 2030∼2060년에는 잠재 성장률이 OECD 꼴찌로 전락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전 정부는 눈앞에 닥쳐온 시급한 구조 개혁 과제는 하나도 손대지 않고 세금 풀어 진통제만 놓아주는 포퓰리즘 처방으로 5년을 허비했다. 나랏빚까지 불려놔 재정 대응 능력도 소진해버렸다. 새 정부는 노동·교육·연금의 3대 분야를 비롯한 개혁 과제를 반드시 추진하겠다면서 “2023년을 개혁 추진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복합 위기의 폭풍우에 맞서 구조 개혁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경제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 내년의 경제 침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조선일보(22-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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