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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해 못 타간 돈 ‘수 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제자리]

뚝섬 2023. 9. 20. 09:52

[복잡해 못 타간 돈 ‘수 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제자리]

[나는 한 번도 탄 적 없는데” 내년 또 오르는 실손보험료, 어디서 줄줄 새나]

[20억짜리 약] 

['文 케어' 과속 증후군] 

["건보 재정 유지 못 한다"는데.. ]

 

 

 

복잡해 못 타간 돈 ‘수 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4년 제자리

 

(위 사진)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피겨여왕' 김연아가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보험개발원에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접목된 실손의료보험 간편청구 시연에 참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향후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방식을 금융소비자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원스톱으로 보험 청구를 하거나, 병원이 보험사로 의료 정보를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2018.7.31/뉴스1 (아래 사진)보건의약 4개 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실손보험청구 간소화법을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13/뉴스1

 

국민건강보험은 병원에서 진료만 받으면 보험금이 자동으로 청구된다. 하지만 40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의 가입자들은 일일이 종이 서류를 챙겨야 한다. 병원에 직접 방문해 영수증과 진단서,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뗀 뒤 보험사에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서류를 빠뜨려 병원을 다시 찾는 일도 많다. 모바일 앱도 있지만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방식일 뿐이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걸 하는 디지털시대에 종이 서류를 통한 보험금 청구가 연간 1억 건이나 되니 이런 낭비도 없다.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의 설문에 따르면 절차가 번거로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절반에 가깝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가입자가 청구하지 않은 실손보험금은 828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불편과 낭비를 막자고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추진돼 왔지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올해 6월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지만, 이번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와 여야 정쟁에 따른 국회 파행으로 제동이 걸렸다. 이대로라면 해를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손보험 청구를 간소화하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선을 권고한 게 벌써 2009년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선 여야 후보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다.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진행한 국민 설문조사에선 새 정부가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생활밀착형 과제 1순위로 꼽혔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의료계 등의 눈치를 보며 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은 심각한 직무 유기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의료정보 열람과 제공을 엄격히 제한하는 의료법 등과 충돌한다며 반대한다. 하지만 전산화를 해도 환자의 요청과 동의가 필요하니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의료계는 개인정보 유출도 우려하지만 종이 서류를 전산 문서로 바꾼다고 유출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긴 어렵다. 일각에선 의료계가 진짜 우려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라 비급여 정보의 노출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14년 동안 국회가 입법을 모르쇠 하면서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간 보험금이 단순 계산으로도 수조 원이나 된다. 더 이상은 국민들의 불편과 손해를 내버려 둬선 안 된다. 문제가 있으면 하위 법령과 법 시행 과정에서 보완하면 될 일이다.

 

-동아일보(23-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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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번도 탄 적 없는데” 내년 또 오르는 실손보험료, 어디서 줄줄 새나

 

가입자 10% 보험금 60% 받아가

 

우리나라 국민 3977만명이 가입해 ‘제2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보험료가 내년 또 오른다. 인상률은 평균 8.9%. 작년 10~12%, 올해 14.2% 오른 이어 5년째 인상이다. 2018년엔 동결됐으나 그 직전해(2017년)에는 무려 20.9% 올랐었다. 실손보험료가 지난 7년간 2 이상으로 오르자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매년 커지는 실손보험 적자 폭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주장한다. 5년 전까지만 해도 1조2004억원이던 적자는 지난해 2조8602억원까지 불었다.

 

해마다 적자 행진인 실손보험, 보험료도 죽죽 인상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하는 손해율은 매년 130%대를 기록 중이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로 1000원을 받아 1300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뜻이다.

 

고질적 적자의 원인은 소수의 가입자가 대부분의 보험금을 가는 구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의료 이용량 상위 10%가 전체 보험금의 약 60%를 타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과다 의료 이용자들은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비급여 부문에서 보험금을 왕창 타간다. 비급여 의료비가 늘면 실손보험 손해율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매년 반복된다. 백내장 수술을 비롯해 도수치료, 하지정맥류 같은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하는 보험금 ‘누수’를 다수의 선량한 가입자들이 틀어막는 실정이다.

 

◇'생내장군인성형까지비급여 백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삼성생명 서초타워. 이곳에서 불과 대로(大路) 하나를 사이에 둔 한 대형안과는 백내장 수술로 유명하다. 안과를 포함해 서울 강남 일대에 집중된 14 안과에 올해 1분기 지급된 보험금은 4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보·KB손보) 전체 지급 보험금의 28% 차지했다. 보험사 직원들이 “저 안과 건물을 우리가 세웠다”는 우스개를 할 정도다.

 

올해 1분기에 상위 10여 개 안과에 지급된 보험금은 한 곳당 평균 42억8000만원이었다. 반면 나머지 900여 개 안과에는 평균 1억7000만원이 지급됐다. 보험금을 소수의 병원들이 독식하는 것이다.

 

보험업계는 일부 안과에서 멀쩡한 눈을 백내장으로 둔갑시켜 보험금을 타내는 이른바 생내장 수술을 부추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이 있는 환자에게 노안 교정 효과가 있다며 멀쩡한 수정체를 잘라내고 다초점 인공 수정체를 넣는 수술을 통해 병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실손보험에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시력 교정 수술은 보험금이 나오지 않지만 백내장으로 꾸미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백내장으로 지급한 실손보험금만 4500억원을 넘기자, 손해·생명보험협회는 백내장 보험사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해 35개 안과병원에서 보험사기 60건을 접수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주범인 백내장 수술을 집중 단속하면서 하반기 백내장 청구건이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도도수치료 비급여 항목의 누수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매년 올리면 실손보험 사라진다?

 

실손보험금 누수를 유발하는 비급여 의료비 1위는 신체 교정 요법인 도수치료(徒手治療). 원칙적으로 치료 효과가 없는 과잉 도수치료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아 일부에선 체형 교정 효과를 앞세워 마사지처럼 이용하기도 한다.

 

손해보험사들이 지급하는 실손보험금은 106000억원 규모다. 11% 11319억원이 도수치료로 샌다. 5년간 총 576회 도수치료를 받고 1억4000만원을 청구하거나,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고 도수치료로 꾸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온다.

 

도수치료와 하지정맥류, 비밸브재건술, 하이푸 등 ‘4대 비급여’ 항목으로 나가는 돈만 한 해 1조4000억원이 넘는다. 진짜 치료 목적으로 진료받고 타간 보험금도 섞여있지만 보험사로선 이를 정교하게 가려내기 쉽지 않다.

 

비염을 고치기 위해 비밸브(공기가 통하는 코의 가장 좁은 ) 넓히는 비밸브재건술은 치료와 성형의 경계에 있다. 코 질환과 미용상 문제를 동시에 개선해주겠다며 성형외과에서 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때 20대 남성들이 제대 전 마지막 휴가 때 이 수술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군인 성형’으로 불리기도 했다. 자궁 근종을 제거하기 위한 초음파 시술인 하이푸도 질 성형 시술 등과 결합하는 등 과잉 진료를 의심받는 대표적 비급여 항목이다.

 

정작 실손보험 가입자 10 6명은 실손보험으로 얻는 보험금이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보험가입자 1년간 무사고자 비율은 65%이다. 가입자들은 보험료로 연평균 약 30만원을 내는데, 가입자의 83%는 자신들이 낸 보험료보다 더 적은 보험금을 받는다. 20% 되는 가입자들이 자신이 보험료를 훨씬 웃도는 보험금을 타가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13 손보사 3사는 이미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 없이 실손보험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연구원은 지금 같은 추세라면 올해부터 2031년까지 실손보험 누적 적자가 1123000억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실손보험 손해율을 손익분기점인 100%로 낮춰 정상화하려면 연간 최소 21%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대안으로 내놓은 4세대 실손은 가입 저조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는 “보험사가 과잉 의료비를 전가한다”고 불만이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지난해 7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했다.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에 따라 1~4세대로 구분된다.

 

4세대 실손은 비급여 보험금을 많이 타가면 이듬해 보험료가 최대 4배까지 뛰는 대신 보험금을 타지 않은 가입자에게는 보험료를 5% 깎아준다. 하지만보험은 오래될수록 좋다 인식 탓에 4세대 실손 비율은 전체 가입자의 5% 불과하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실손보험 자체가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어 적자 해소가 쉽지 않다”며 “건강보험에서 급여 항목이 보장되는 만큼 비급여 위주인 실손은 자기부담률을 50%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한다”고 했다.

 

[한 해 적발되는 보험사기 1조원 달하는데 환수율은 10%대]

 

6년 전 제정된 보험사기특별법… 발의된 개정안 12건, 통과 ‘0′건

 

지난해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 규모는 1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환수율은 10%대에 그쳐 선량한 다수 가입자가 피해 규모를 대신 메우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9434억원이다. 이 중 실손보험 등 장기보험 적발액이 431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된다. 브로커가 병원에 환자를 공급하고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보험연구원과 서울대의 공동 연구에서는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매년 30만원의 보험금 누수가 생기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험사기를 적발해도 불법으로 타간 보험금을 환수하기 어렵다. 최종 사법 조치 결과가 나온 뒤에야 보험사가 별도의 민사소송을 통해 보험금을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보험금을 전부 소진하는 사례가 많아 환수율이 저조한 것이다. 또 보험사기죄 공소시효가 10년인 데 반해 보험금 반환청구권 소멸시효는 5년이라 유죄판결이 확정돼도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등은 지난달 24일 보험사기가 확정되면 별도 민사소송 없이 즉시 환수할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환수 시효를 유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10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에 가담했을 경우 가중 처벌하거나, 보험사기에 대응하는 범정부 대책기구를 상설화하는 등 제21대 국회에서만 보험사기특별법을 보완하는 법안이 12건 발의됐다. 하지만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현행 보험사기특별법은 지난 2016 제정 이후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조직화·지능화하고 있고 매년 피해 규모가 늘어나는 만큼 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소연 기자, 조선일보(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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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짜리 약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인 노바티스 '졸겐스마' 제품 사진. 주사 1회당 가격은 20억원에 달한다. /노바티스 제공

 

희소병인 척수성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는 약값이 약 20억원이다. 이 질환은 태어날 때부터 운동신경세포가 망가져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생명까지 위험해지는 병이다. 졸겐스마는 정맥 주사로 한 번만 맞으면 병 진행을 막고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원샷 치료제’다. 정부가 이달부터 이 약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 지금까지 2명의 아기가 약을 맞았다. 원래 투약 비용이 19억8000여 만원인데, 건보 적용으로 환자 부담이 600만원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300명이 이 약을 맞았다.

 

▶최근까지 졸겐스마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이었다. 하지만 지난 17일 미국 블루버드의 빈혈 유전자 치료제 ‘진테글로’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2위로 밀려났다. 진테글로는 280만달러, 우리 돈으로 36억원이 넘는다. 이 질환에 걸린 환자는 2~5주마다 수혈을 받아야 살 수 있는데, 임상 시험에서 이 약을 맞은 환자 90%가 2년 내에 치료됐다.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비싸지만 시장 반응은 나쁘지 않다고 한다.

 

▶중증이나 희소 질환 환자는 숫자가 적기 때문에 약이 초고가인 경우가 많다. 1인당 연간 3억원 이상 들어가는 약을 고가 약이라 하는데, 지난해 기준 15개 품목이다. 모두 288명의 중증·희소병 환자가 1086억원의 건보료를 썼다. 1인당 3억8000만원이 들어간 셈이다. 급성 림프성 백혈병 등 치료제인 ‘킴리아’도 비급여일 경우 약값이 4억원이다. 지난 4월부터 건보 급여가 적용돼 환자 부담이 600만원으로 줄었다.

 

고가 의약품에 건보를 적용하는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다. 건보 재정은 한정돼 있으니 우선 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부도 졸겐스마를 올해에 한해 14명까지, 내년부터는 7명까지만 투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보험 적용 조건은 생후 24개월 이내로 제한했다. 그랬더니 24개월에서 몇십일을 초과한 아이 부모가 적용 확대를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최선인지 아무도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중증·희소병 신약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면서 점점 비싸지고 있다. 치료약이 있음에도 고가라는 이유로 생명을 포기해야 하는 환자 가족들의 안타까움은 외면할 수 없다. 문제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은 제약 회사와 정부, 민간재 단이 희소 질환 치료제에 대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고 있다. 호주와 이탈리아도 별도 기금을 운영해 고가의 희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식의 지원책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2-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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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케어' 과속 증후군 

 

현재 대학병원 MRI실은 24시간 가동된다. 밀려드는 촬영을 감당할 수 없다. 입원 환자들은 새벽 3시에 자다가 일어나 MRI를 찍는다. '해외 토픽' 감이다. 외래 환자들은 '○○일 오전 5시에 촬영 예약이 잡혔다'는 문자메시지를 받고는 '오후 5시'를 잘못 본 거 아닌가 하며 눈을 비빈다.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MRI 건보 적용이 늘면서 벌어진 현상들이다. 70여만원 하던 게 20여만원으로 내려갔다.

▶요즘은 환자들이 아예 'MRI를 찍으러 왔다'고 의사에게 요구한다. 안 찍으면 손해라는 생각이 만연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입원해서 MRI를 찍으면 본인 부담 진료비도 돌려받을 수 있으니 기왕이면 입원해서 찍는다. 'MRI도 없다'고 하면 병원 수준을 낮게 보는 데다 촬영 수입도 짭짤하니 병·의원은 MRI를 안 들여 놓을 이유가 없다. 문 케어 2년 새 136대나 늘었다. 인구 대비 세계 최다다. 

 

▶대형병원 환자 쏠림은 극심해졌다. 진료실 앞에 앉을 자리가 모자라 환자와 보호자들이 대기의자 옆 공간을 빙 둘러 꽉 채운다. 야전병원 같다. 원내 스피커에서는 "진료가 한 시간 넘게 지연되니 양해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계속 나온다. 1분이면 끝나는 심전도 검사를 받느라 30분 이상 기다린다. 암(癌) 수술도 한두 달 밀리기 예사다. 교수 특진비 없어지고, 본인 부담 진료비 싸지고, 2인실도 보험 되니, 너도나도 대형병원을 찾는다.

 

▶의료보험과 관련해 대표적인 재정 파탄 사건이 1998년 삼성생명이 내놓은 '여성시대 건강보험'이다. 요실금 수술을 받게 되면 500만원을 보상한다는 특약이 붙었다.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었다. 당시 요실금 수술은 배를 열고 방광 바닥을 헤집는 방식이기에 환자는 많아도 수술 수요는 적었다. 하지만 배를 째지 않고 하는 간단한 수술법이 나오면서 '500만원 로또' 수혜자가 쏟아졌다. 결국 삼성생명은 2조원 손해를 입고 두 손을 들었다.

▶지난해 건보 재정은 8년 만에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3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문 케어 시작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 그래도 보장성 강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 과정서 의료 과잉이 일어나고, 대학병원 위주 고비용 의료가 증가하고, 쏠림으로 환자도 고달프고, 지방과 중소병원이 사라질 위기다. 누구를 위한 문 케어냐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초고령사회가 다가온다. 문 케어 과속을 멈추고 정신을 차려야 할 때다.

 

-김철중 논설위원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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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재정 유지 못 한다"는데.. 

 

성상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그제 국정감사에서 "정부 계획대로 가면 건강보험 재정(財政) 유지가 힘들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 MRI, 초음파, 특진비, 간병 서비스 등에도 건보를 적용하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했다. 2022년까지 30조원 추가로 드는 사업이다. 기존 건보 적립금 21조원 중 절반(10조원)을 쓰고, 건보료를 매년 3.2% 올리고, 나머지는 세금으로 충당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었다. 성 이사장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건보 재정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MRI, 초음파를 찍을 때 내는 돈이 줄어들면 더 많은 사람이 MRI, 초음파를 찍으려 들 것은 뻔한 일이다.

더 심각한 상황은 다음 정부 때 닥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 계획대로 시행하면 이번 정부 5년간은 30조원이 들지만, 다음 정부에선 52조원이 든다. 다음 정부가 누구가 되든 폭탄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는 점점 더 늘게 마련이다. 결국 국민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내년에 건보에 지원하는 국민 세금이 7조원인데, 다음 정부에선 한 해 3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니다.

정부는 어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계획을 발표했다. 853개 공공기관의 205000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올해 74000명이 해당된다. 정부는 일률적인 호봉제보다는 현 임금 체계를 적용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그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정규직이 되면 임금 오르고 복지는 늘고 정년이 보장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정책에 돈이 얼마나 드는지 밝히질 않는다. 개별 기관마다 사정이 달라 추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수조원 국민 세금이 여기에 더 들어갈 것이라는 추산이 있다. 

 

한번 늘려놓은 복지는 다시 회수하기 불가능하다. 다음 정부에서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새 정부는 임기 5년간의 계획만 얘기할 뿐 이후 대책은 말하지 않는다. 공무원 증원, 기초연금 인상도 이런 식이었다. 모아놓은 돈 펑펑 쓰며 인기 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책임 있는 정부는 국민의 부담 추이와 다음 정부, 다다음 정부에 닥칠 일을 생각하며 정책을 세운다. 지금 정부는 그런 책임감은 아예 없다.

'책임감 없는 복지'의 특징이 과속(過速)이다. ()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하고, 눈앞의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복지 혜택을 받는 쪽까지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복지 망국에 이른 세계 모든 나라가 이 길을 걸었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그 명단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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