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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감 떨어뜨릴 ‘연두색 번호판’] ....

뚝섬 2023. 11. 4. 06:15

[하차감 떨어뜨릴 ‘연두색 번호판’] 

[법인차 번호판, 연두색으로 바꾼다는데… ]

 

 

 

하차감 떨어뜨릴 ‘연두색 번호판’

 

1967년 미국에서 화장품 방문 판매 기업을 운영하던 메리 케이 애시가 링컨차 대리점을 찾았다. “회사 차를 눈에 띄는 색상으로 맞추고 싶어요.” 핑크색 자동차가 기업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된 애시는 1970년 ‘메리 케이 핑크 캐딜락’ 제도를 발표했다. 우수 사원이 2년간 차를 몰도록 했다. 영업사원이 광고사원까지 겸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법인차는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나라 한 제약사 대표 법인차에는 “황금변 자부심 비오비타’라는 문구가 쓰여있다.

 

화장품 방문판매회사 창업주인 매리 케이 애시 여사와 핑크 캐딜락. /매리케이 

 

▶대당 3억원이 넘는 스포츠카인 ‘포람페’(포르셰, 람보르기니, 페라리)는 색상이 주로 빨강, 노랑 같은 원색이다. 양복 입고 타는 차가 아니다. 회사 임원의 업무용이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롤스로이스, 람보르기니 등 초고가 자동차의 약 80%가 법인 소유다. 세금 혜택 받은 회삿돈으로 사서 배우자나 자식에게 주는 것이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법인차 모터쇼가 열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도 법인 돈으로 딸에게 포르셰를 리스해 줬다. 국민 원성이 자자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8000만원 이상 법인 소유 자동차는 ‘연두색 번호판’을 붙인다. 소급 적용은 안 한다. 양심 마비 법인들이 ‘수퍼카 사재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비싼 차에서 운전자가 내리면 남들이 쳐다본다. 그 느낌을 ‘하차감’이라고 한다. ‘외제차를 사는 이유는 승차감이 아니라 하차감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젊은이들이 몇 년 치 연봉을 털어 외제차를 사는 가장 큰 이유로 ‘하차감’이 꼽힌다. 연두색 번호판은 법인차에 ‘연두색 제복’을 입히는 전략이다. 목표는 비싼 법인차를 사적으로 쓰는 사람들의 ‘하차감’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내년 1월 이후 공공·민간법인이 신규·변경 등록하는 8천만원 이상의 업무용 승용차에 부착되는 '연두색 번호판' 샘플. /연합 

 

▶자동차 보급이 늘면서 자동차로 뽐내려는 사람도 증가해 왔다. 2000년대 ‘야타족’들은 국산차에 외제차 엠블럼을 달거나, 요란한 소리가 나게 ‘튜닝’을 했다. 그런 차들이 도로 매너는 꽝이라 ‘양카족(양아치+자동차)’이라 불렸다. 수입차가 유행하면서 튜닝은 한물갔다. ‘하차감’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차감’의 핵심은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샀다)’이다. 법인 업무와 무관한 사람들이 ‘연두색 번호판 수퍼카’를 타고 유흥가를 나다니면 ‘번호판 신상 털기’의 표적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여기에 더해 매출액 대비 법인차량 등록 대수 제한 등 법인차 제도를 빡빡하게 운영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제가 벌지 않은 돈으로 잘난 척하는 꼴은 못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박은주 부국장 겸 에디터, 조선일보(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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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차 번호판, 연두색으로 바꾼다는데…

 

법인용 차량 번호판 색깔이 이르면 7월부터 연두색으로 바뀐다. 업무용 차량이라는 것을 알게 해 이를 사적으로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제도 시행 이후 새로 등록할 것으로 추산되는 연간 15만 대가량의 법인차가 대상이다. 현재 법인 명의로 등록돼 있는 344만 대에 대해서는 세제 감면 등 혜택으로 번호판 교체를 유도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요즘 고가 수입차 매장에는 구매 문의를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었다. 법인차 전용번호판제가 예고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미 나타난 흐름이다. 번호판 색깔이 바뀌기 전에 미리 사두자는 것이다. ‘연두색 번호판’으로 불필요하게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법인차는 회삿돈으로 구매, 운용되고 감가상각 등에 따른 세금과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업무용 자산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어지는 혜택이다. 그런데 이런 점을 악용한 탈세 행태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3년 전 탈세 혐의로 세무당국에 적발된 한 사업가는 슈퍼카를 6대나 법인차로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의 가족들이 각자의 자가용처럼 타고 다녔다. 당시 그를 포함해 집중 세무조사 대상이 된 9명이 법인차로 등록한 슈퍼카는 모두 40대가 넘었다. 차량 가격을 모두 합치면 100억 원대였다.

 

대당 가격이 4억 원에 이르는 맥라렌은 한 해 팔린 차량이 전부 법인차로 판매되기도 했다. 롤스로이스,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같은 고급 슈퍼카들도 법인차 비율이 모두 80%를 넘는다. 이런 차량을 회사 비용으로 사들여 사적으로 쓰는 얌체족들의 일탈행위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를 잡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선의의 피해자들이다. 개인 사업자들은 사실상의 사회적 낙인찍기라고 반발한다. “돈 많이 벌어 세금 많이 내는 기업의 법인차에는 골드나 플래티넘 번호판을 달아 사회적으로 존경받도록 하자”는 역제안도 들린다.

▷슈퍼카를 굴리며 탈세를 일삼는 부도덕한 사업가는 마땅히 찾아내서 엄벌해야 한다. 심각한 경우는 횡령 등의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법인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도록 일괄적 행정조치를 내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편법과 불법에 대한 ‘핀셋’ 단속과 처벌 강화 같은 정공법은 놔둔 채 자칫 법인차 전체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어버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인차 구매 시 기준과 조건을 강화하고, 일정 금액이 넘는 고가 차량에 대해서는 법인세 혜택을 없애버리는 것 등도 같이 검토해 볼 만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일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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