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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死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형 제도] .... ['심신미약 감형']

뚝섬 2023. 11. 3. 08:49

[死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형 제도] 

[“범인 아닌 희생자가 기억되길” 혜빈씨 유가족의 신원공개] 

['심신미약 감형']

 

 

 

死刑,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석방 없는 종신형·제시카법.. 범죄자 처벌·제재 강화 추세
법조계 “사형 집행도 재개하나”.. 명령권자 韓법무에 이목 쏠려

 

최근 법무부는 출소한 약탈적 성범죄자(sexual predator)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입법 예고했다. 반(反)인륜적 흉악범을 사회와 영구 격리시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형법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한동훈 법무장관은 취임 이후 ‘국민 안전’이란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연한 말이지만, 범죄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전제가 깔렸다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두 법안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국회를 통과하려면 민주당 동의가 필요하지만 야당으로서도 ‘무조건 반대’라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한동훈의 다음 수순은 사형 집행 아니겠느냐”는 말들이 나온다. 지난 26년간 국내에서 사형 집행은 한 건도 없었다.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이 사형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로 인해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그럼에도 사형제는 존치돼 왔다. 헌재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 헌재에는 세 번째 헌법소원이 올라가 있는데, 헌법재판관 구성의 변화를 감안할 때 이전과 동일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형 폐지론의 근거는 생명 존중, 범죄 억제 효과 없음, 오심(誤審) 가능성, 정치적 악용, 교화·갱생의 기회 박탈 등으로 요약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형 집행을 고려했다가 접은 적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아는 법조인은 “여러 요인이 작용했었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사형 찬성론은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응보론(應報論), 형벌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켜 범죄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위하(威嚇) 효과 등을 기반으로 한다. 생명 존중 때문에 사형제를 없애야 한다면, 그런 나라에서 왜 낙태죄 처벌은 헌법 불합치라는 판단이 나왔느냐는 반박도 있다.

사형은 법무장관의 명령에 의해 집행되지만 그 전에 대통령의 결심이 있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한 장관은 사형 집행 등 처벌의 강화가 흉악 범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고 한다.

 

한 장관은 지난 8월부터 전국의 교정시설 4곳의 사형 시설을 점검하라고 한 뒤, 대구교도소에 있던 유영철 등 사형수 2명을 사형 시설 정비가 잘돼 있는 서울구치소로 이감시켰다. 법무부는 집안이 풍비박산 난 피해자 가족들의 최근 상황도 수집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의 사형수들이 모범수가 됐다는 말도 들린다.

 

한 장관은 사형 집행은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라고 했다. 사형 집행을 재개하면 유럽연합(EU)과의 외교·통상 관계가 악화할 것이란 지적에 대한 답이었다. 실제 한국이 EU에 “사형 집행을 안 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없다. 2009년 EU에서 이송된 범죄자에 대해 사형 집행을 안 한다는 합의를 했는데, 그것은 범죄인 인도의 본질상 당연한 내용이다. EU의 주요 교역국은 미국, 일본, 중국 등 사형이 이뤄지는 국가들이다.

 

현재 전국에는 59명의 사형수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범죄 흉포성이 상상을 초월하고 희생자 가족의 피해가 여전히 심각하며, 범행 자백으로 오심의 가능성이 없는 사형수에 대한 사형 집행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장관도 이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선거용”이라는 공격도 있을 테고, 쉽지 않은 문제다.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최재혁 사회부장, 조선일보(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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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29일, 검찰에 ‘사형 집행 지침’이 내려갔다는 얘기를 어느 법조 기자가 들었다. 당시 법무장관에게 확인차 전화를 걸었더니 장관이 펄펄 뛰었다고 한다. “먼저 보도하면 교도소 난리 난다. 사형수들이 가만히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가족은 얼마나 큰 고통을 받겠냐. 기자도 사람 아니냐”고 했다. 결국 기자는 ‘사형 예고 기사’를 못 썼고, 다음 날 새벽 23명 사형이 집행됐다. 우리나라 마지막 사형 집행이었다.

 

▶그때부터 13년 후인 2010년 3월 다시 사형 집행이 논란이 됐다. 아내와 장모 등 여성 10명을 살해한 강호순이 기소된 이듬해였다. 당시 이귀남 법무장관은 청송교도소를 찾아 사형 집행 시설 설치 검토를 지시했다. 사형 집행 예고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결국 반대에 부딪혀 집행 시설 설치는 무산됐다.

 

▶다시 13년 뒤인 최근 한동훈 법무장관이 사형 시설을 갖춘 교정 기관 4곳에 “집행 시설을 점검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다. 한 장관은 사형 집행 여부에 대해 “기본적으로 주권적 결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 집행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원래 사형제는 국가가 피해자 가족을 대신해 살인범에게 공적(公的)으로 보복하는 제도다. 그게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길이라는 생각에서 나왔다. 철학자 칸트는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사형을 집행해야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인권 의식이 높아지면서 반대론이 거세졌다. 법원이 오판(誤判)할 수 있고, 사형제가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이탈리아 형법학자 체사레 베카리아가 했다. 오래된 논쟁인데 여전히 평행선이다. 이미 두 차례 사형제 합헌 결정을 내린 우리 헌법재판소도 세 번째 사건을 심리 중이다.

 

▶현재 국내 사형수는 59명이다. 노인과 부녀자 21명을 연쇄 살해하고 “장기 일부를 먹었다”는 말까지 한 유영철, 노인과 부녀자 9명을 살해한 정두영 등 연쇄 살인범도 포함돼 있다. 이 중엔 사형 외에 합당한 벌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유영철은 오심 가능성이 전혀 없다. 그에게 사형 외에 무엇이 합당한 처벌인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국가에 의한 살인’인 사형이 정당하냐는 주장 또한 여전하다. 개인적으로는 국민투표로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원규 논설위원, 조선일보(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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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아닌 희생자가 기억되길” 혜빈씨 유가족의 신원공개

 

만화 캐릭터 포켓몬을 좋아하던 밝고 장난기 많던 미대생.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으려 미술학원 아르바이트를 해오던 착실하고 책임감 있는 딸…. 길게 땋아내린 머리에 환한 미소를 띤, 영정 사진 속 고 김혜빈 씨의 눈동자에는 아직도 생기가 가득하다.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으로 끝내 스러진 스무 살 청춘이 세상에 각인시킨 마지막 모습이다.

▷‘20대 여성 피해자’로만 보도돼온 혜빈 씨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됐다. 가해자보다 피해자가 더 기억되는 세상이었으면…”이라는 유가족의 뜻에 따른 것이다. 앞서 사건 당일 숨진 60대 여성 이희남 씨의 유족도 고인의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슬픔을 추스를 여력조차 없는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이자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남은 이들의 사생활 공개와 이로 인한 삶의 변화들도 각오해야 한다. 이런 부담을 무릅쓰고 내린 공개 결심이라 보는 이를 더 숙연하게 한다.

▷흉악범죄가 벌어질 때마다 가해자의 신상은 언론에 도배된다. 서현역 흉기난동범인 최원종에 대해서도 범행 동기와 성장 배경, 정신상태 등에 대한 정보와 전문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묻지 마 칼부림’을 비롯한 잇단 흉악범죄로 가해자 신상 공개에 대한 여론의 요구 또한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같은 내용이 의도치 않게 범죄자에게 서사(敍事)를 부여하는 경우마저 있다. 결과적으로 피해자는 그 시끌벅적함 속에 묻히거나 가려지곤 한다. 억울한 피해를 초래한 문제점들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를 놓치게 되는 수도 있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 사고 피해자의 이름은 이를 딴 법안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윤창호법, 민식이법, 정인이법 등은 각각 음주운전과 스쿨존 과속, 아동학대 처벌 강화와 재발 방지 내용을 담은 법에 희생자의 이름을 붙인 것이다.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그 누구라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현실 자각을 하게 만든다. 안타까움과 공분이 제2, 제3의 희생자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을 끌어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예쁜 구름을 보면 혜빈 씨가 하늘에서 그렸다고 생각할게요.” “범죄 없는 곳에서 편히 쉬세요.” 인터넷에는 혜빈 씨의 이름과 얼굴을 접한 이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범죄자 응징 같은 사회적 메시지에 앞서 사랑스러웠던 외동딸, 소중한 친구를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고 함께 추억을 나누고자 하는 게 유가족의 뜻이 아닐까. 더 이상의 희생이 없도록 마음을 모으는 모든 이가 오늘 함께 혜빈 씨의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보면서 그를 기리고 또 애도할 것이다. 유가족과 지인뿐 아니라 온 사회가 기억해야 할 이름이고 얼굴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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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미약 감형'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이 워싱턴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떠나다 총격을 받았다. 탄환이 심장을 비켜간 덕에 목숨을 건졌다. 현장에서 스물다섯 살 힝클리가 체포됐다. 그는 '여배우 조디 포스터의 관심을 끌려고 했다'며 횡설수설했다. 정신 이상이라는 변론과 레이건이 무사했다는 점이 참작돼 배심 평결이 무죄로 나왔다.  

▶미국 사회가 들끓었다. 사건이 일어난 지 2년도 못 돼 절반 넘는 주들이 정신질환 범죄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정신 이상을 이유로 한 무죄(NGRI)' 말고 '유죄이나 정신질환 있음(GBMI)'이란 판결이 늘었다. 일단 교도소에 가둬놓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치료 감호소로 보내는 제도다. 90년대 들어서며 재판에서 정신질환 무죄 주장은 1%에 못 미치고, 그중 3분의 1만 인정된다고 한다.

 

▶어느 국가든 사리분별과 판단력에 장애가 있으면 처벌을 면해주고 덜어준다. 그게 형사법 대원칙이다. 우리 형법 10조 '심신장애인' 항목도 같다. 이는 '책임 없이 형벌 없다'는 로마 법언(法諺)에서 비롯됐다. 고의 범죄와는 달리 봐야 한다는 취지다. 조현병·치매 같은 정신질환뿐 아니라 알코올·마약에 빠졌거나 최면 상태, 간질을 앓고 있어도 적용된다. 그러나 연쇄 살인마처럼 반사회적 인격장애자, 사이코패스는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보듯 사회적 주목을 끄는 흉악 범죄 때마다 범인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면 또 다른 논란이 된다. 우리도 사망자만 193명을 낸 대구지하철 참사 방화범, 재작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범이 '온전한 정신 상태로 한 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 참작돼 사형을 면했다. 초등학생을 무자비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은 범행 때 술에 취해 있었다는 이유로 징역 12년으로 형이 깎여 후년 출소한다.  

▶열흘 전 서울 강서구 PC방에서 있었던 살인사건 범인 얼굴과 신상이 공개됐다. 단돈 1000원 때문에 앞길 창창한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했다. 사람이 한 일이라곤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한다. 그가 우울증 진단서를 경찰에 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심신미약 감형'을 폐지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100만 건을 넘어섰다. 조두순 사건 계기로 '주취(酒醉) 감형'이 제한된 것처럼 이 문제도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 심신미약 감형의 폐지가 아니라 그 운용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 사회도 흥분보다 수사와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낙인 찍기도 경계해야 한다.   

-이명진 논설위원, 조선일보(18-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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