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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빼는 의료에서 더하는 의료로] [한국인 키, 일본인.. ]

뚝섬 2023. 3. 7. 08:14

[나이 들면 빼는 의료에서 더하는 의료로]

[한국인 키, 일본인보다 3~4㎝ 더 커졌다]

 

 

 

나이 들면 빼는 의료에서 더하는 의료로

 

[김철중의 생로병사]

 

나이 든 어르신 중에 혈압을 정상 기준으로 떨어뜨리고 나서 어지럽다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뇌혈류를 유지하는 수준보다 혈압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정상 혈압은 수축기가 120(mmHg) 이내고, 이완기는 80 이하다. 고령자도 혈압을 기준에 맞춰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다.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낮추면, 심장마비, 뇌졸중, 심부전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치매도 줄인다. 하지만 고령자는 일어설 혈압이 떨어지는 기립성 저혈압에 취약하다. 혈압을 정상으로 낮추면, 저혈압 증세로 어지럼증이나 낙상이 일어날 수 있다. 특히 허약하고 골다공증이 있는 노인은 ‘낮은’ 혈압이 위험하다. 일부 연구는 노인 혈압을 너무 공격적으로 낮추면, 신장으로 가는 혈류를 떨어뜨려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할 있다고 경고한다. 뇌혈류 감소로 인지 기능 장애가 온다고도 말한다. 이런 논쟁은 혈당,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기실 정상이라고 정해 놓은 기준이 과연 고령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회의가 든다. 기준을 정하는 연구나 임상 시험에 65세 이상 고령자는 상대적으로 적게 참여한다. 안전성을 이유로 노인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의 정상 기준이 과하게 말하면 40~50대의 질병 예방 참고치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많은 고령자가 건강검진이나 외래 검사에서 건강 지표가 정상 기준치에 들어와 있느냐를 놓고 일희일비한다. 그런 기준을 무시하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인류는 요즘처럼 나이 많아 적이 없다. 이렇게 오래 살 줄 예상 못 했다. 이제야 의료 학회와 단체들이 질병 연구에 고령자를 더 많이 포함하거나, 기준을 따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보다 먼저 늙어본 일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와다 히데키는 고령자 적정 의료를 설파하는 유명 정신과 의사다. 책을 내는 족족 베스트셀러다. 우리나라에도 몇 권이 번역 출판됐다. 최근 펴낸 ‘70대에 행복한 고령자’(지상사 출간)에서는 고령자에게 건강검진 수치에 갇혀 지내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는 과감하게 더하기 의료를 하라고 권한다. 중년에 하는 다이어트나 혈압 낮추기 같은 빼기 의료를 고령자가 따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암에 덜 걸린다고 주장한다. 콜레스테롤치가 떨어지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우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고, 남성 호르몬 생성은 줄어서 의욕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콜레스테롤 정상 기준에 맞추려다 힘없는 노쇠 노인이 된다고 일갈한다.

 

하기야 몸무게도 그렇다. 사망 위험이 가장 낮은 구간은 체질량지수 23~24(건강한 비흡연자)이다. 비만 분류 기준에 따르면 과체중에 해당한다. 사망 위험이 높아질 나이가 되어가면, 과체중이 사망 위험 가장 낮은 정상 기준이 되는 셈이다.

 

와다 히데키의 말이 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고, 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판단해야 하지만, 그의 책이 고령자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이 들면 더하고 채우는 의료를 하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면이 있다. 건강 관리 목적은 건강 지표 정상 수치에 맞추려는 아니라, 실제로 건강한 몸과 뇌를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일괄된 기준으로 고령자는 자칫 과잉 치료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는 암을 찾아내는 건강검진을 75 넘어가면 권장하지 않는 추세다. 국가는 75세 이상 고령자 건강 검진을 지원하지 않는다. 대신 노쇠 측정이나, 인지 기능, 구강 기능 검진 활동을 장려한다. 나이에는 숨어 있는 질병을 찾아내지 못하여 조기 사망할 확률보다, 신체 기능을 해서 삶이 피폐해질 우려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고령 사회에서는 질병 의술보다 기능 의학이 대세다.

 

소아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듯, 노인은 성인의 연장이 아니다. 나이 들면 신체 모든 면이 경직되고, 건조하다. 인대 탄력은 줄어서, 가만히 있어도 뻐근하다. 췌장 호르몬과 인슐린 생산 용량은 석유 매장량과 같아서 말년에는 고갈된다. 젊은 시절,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비만 원인이지만, 고령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 공급 없이 근력 회복이 어렵다. 노년기 절제와 줄임은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 곧 맞이할 초고령 사회, 채우고 더하는 의료, 긍정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지 싶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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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키, 일본인보다 3~4㎝ 더 커졌다

 

한국인 키가 엄청 커졌다(get a lot taller). 세계적으로 특별한 사례(unique example) 꼽힐 정도다. 다리 길이 비율(leg length ratio)이 모든 연령 층에서 높아졌다(increase across all age groups). 특히 여성의 평균 신장(average height)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커지고 있다(grow at the fastest rate in the world).

 

1914년 한국 여성 평균 키는 142.2㎝였다. 세계에서 다섯째로 작았다(be the fifth shortest). 그랬던 것이 2014년 무렵, 162.3㎝가 됐다. 18 남녀 대상 조사 결과, 세계에서 가장 신장세(the world’s largest increase) 보였다. 같은 기간, 남성은 평균(on average) 159.8㎝에서 174.9㎝가 됐다. 여성은 20 이상, 남성은 15 이상 커진 것이다. 가난하고 굶주렸던 나라(poor and hungry country)가 1970~1980년대 급격한 경제성장(drastic economic growth)으로 크게 나아진 영양 공급(significantly better nutrition supply)과 향상된 생활 여건(improved living conditions)을 누리게 된 결과였다.

 

1960년 158달러였던 한국의 1인당 국내 총생산(GDP·Gross Domestic Product per capita)은 2021년엔 3만5000달러로 부유한 유럽 국가들과 비슷해졌다(be in line with affluent European countries). 식량 공급은 1961년 1인당 2100㎈였던 것이 2013년 현재 3300㎈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에 남성은 6.4㎝, 여성은 5.3㎝ 더 커졌다. 1950년에 20% 이상이었던 1세 이하 영아 사망률(infant mortality)은 0.2%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들(environmental factors)의 변화는 북한과 극명한 대조(stark contrast to North Korea)를 보였다. 분단 이전에는 거의 같았던(be nearly identical) 남북한 평균 신장은 급격히 차이가 벌어졌다. 영국 BBC방송은 1996~2002년 자료를 인용, 남한 여성의 평균 키가 160.9㎝로, 북한 남성 평균 158㎝보다 커졌다여성의 키가 남성보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사례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인의 키는 일본인보다도 훨씬 커졌다. 일본의 한 대학교 논문에 따르면, 1970~1980년대 양국 어린이들은 남녀 모두 성숙기에 키가 같았다(be the same in height at the ages of maturity). 그런데 일본 어린이들은 더 많은 고기와 우유를 먹으면서 채소 섭취량이 크게 적어졌다. 특히 1980년대 초부터는 과일 소비를 급격히 줄였다(reduce fruit consumption radically). 반면에(on the other hand) 한국 어린이들은 충분한 양의 밥·김치와 더불어 채소·과일 소비도 크게 늘어났다.

 

이후 일본 어린이들은 1990년대 초 성장을 멈췄고(cease to grow), 그에 비해 한국 어린이들은 2000년대 중반까지 계속 성장했다(keep growing). 그 결과(as a consequence), 현재는 한국 남녀가 각각 3~4㎝가량 더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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