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
[불안정한 세계가 밀어올린 역대 최고 金값]
[금 1g짜리 돌 반지]
[1그램, 0.5그램짜리 선물 金반지 유행]
골드바
전남 함평군은 멸종 위기의 천연기념물 황금박쥐가 162마리 발견되자 순금 162㎏에, 은 281㎏으로 2008년 황금박쥐상을 제작했다. 세금 27억원을 들였는데 ‘혈세 낭비’로 지탄받았다. 그런데 요즘은 ‘함평의 테슬라’로 불린다. 금값이 치솟아 가치가 10배로 뛴 270억이 된 덕분이다. 테슬라나 엔비디아 못지않게 높은 수익률의 금(金)테크다.
▶금은 얇게 펴지고 늘어나는 성질이 뛰어나 1g 정도의 금을 최대 3㎞ 가까이 늘일 수 있다. 엄지손가락만 한 금을 얇게 펴면 3층 건물을 뒤덮을 정도여서 장신구 등에 많이 쓰였다. 그간 지구에서 채굴된 금은 통틀어 18만7200t이다. 90% 이상이 미국 서부 ‘골드 러시’ 이후 채굴됐다. 잔존 매장량 5만여t이 15년 이내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부여 편에 우리 조상들이 금은을 모자 장식용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태종 때는 “금이 나지 않는데 해마다 중국에 바치는 것이 700여 냥쭝(26.25㎏)이나 되니 매우 염려된다”며 궐내에 금은 그릇 사용을 금지했다. 지금처럼 아기 돌잔치에 금반지를 선물할 정도로 대중화된 건 1973년 금 수입 자유화 이후다. 2000년에 순금 1돈(3.75g)의 도매가가 약 3만9600원이어서 돌반지 선물도 줄 만했다. 지금은 60만원을 넘어가니 선뜻 돌반지 선물도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 외환 보유액은 세계 9위 수준인데 한국은행 금 보유량(104.4t)은 세계 36위에 불과하다. 미국(8133t), 독일(3352t), 이탈리아(2451t), 프랑스(2436t) 순으로 중앙은행 금 보유량이 많다. 러시아는 2014년부터 금을 대거 사들여 세계 5위가 됐다. 최근엔 중국이 달러 의존도를 낮추려고 금을 집중 매입한다. 보석용 수요 외에, 각국 중앙은행과 투자 수요가 늘어 금값이 치솟고 있다.
▶국제 금값이 트로이온스(31.103g)당 2908.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 자산이라고 하나 오랫동안 별로 매력 없는 투자처였다. 1980년 트로이온스당 680달러에서 1985년 300달러 밑으로 반 토막 났다. 27년 만인 2007년에야 1980년 시세를 회복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벌어진 2011년에 1900달러까지 올랐다가 또 반 토막 났다.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금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 한국조폐공사가 금 판매를 일시 중단할 정도로 국내에도 골드바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불안한 경제를 방증하는 불안한 금값 상승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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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세계가 밀어올린 역대 최고 金값
“세상이 지옥을 향해 가고 있을 때만 가격이 오르는 자산에 투자하는 건 괴상한 짓이다.” 작년 11월 99세로 타계한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2011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회사 주주총회에서 금 투자에 관한 의견을 묻는 주주에게 이렇게 답했다. 수십 년간 워런 버핏 회장의 조언자이자 파트너였던 멍거 부회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냉철한 투자자의 자세를 잃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사상 처음 트로이온스(31.1g)당 2300달러 선을 뛰어넘은 요즘 금값을 본다면 뭐라고 조언할까.
▷3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가 2315달러를 찍었다. 지난달 4일 2100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10% 상승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최근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를 경계했는데, 시장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표현보다 ‘인하’에 주목했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의 대체 안전자산인 금은 가격이 오른다.
▷금값 급등에 미중 패권전쟁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은행은 몇 년 새 지속적으로 미국 국채를 팔고 금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 말 현재 보유한 금이 2235.3t이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 제재로 러시아 자산거래가 동결되는 걸 지켜본 중국이 언젠가 닥칠 미국과의 정면충돌에 대비해 금 보유를 늘린다는 거다. 최근엔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자 1g짜리 ‘금콩’에 투자하는 중국 청년들까지 늘었다고 한다.
▷미국의 재정적자 폭증에 대한 우려도 금값을 자극하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작년 말 97%였던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9년엔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역대 최대치였던 116%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30년 뒤엔 166%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대전 때 진 빚은 호황과 인구 증가에 힘입어 갚았지만, 지금 늘어나는 빚은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감당하기 대단히 어렵다. 결국 달러를 더 찍어 내는 수밖에 없어 금의 가치가 오를 거란 전망이다.
▷국내 금값도 천정부지다. g당 10만 원을 돌파했고, 세공비 포함 한 돈(3.75g)짜리 돌반지는 45만 원을 넘었다. 그제 한꺼번에 몰린 투자자들로 인해 한국 금거래소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일까지 있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은 올해 말 트로이온스당 2500달러, 씨티그룹은 12∼18개월 내에 3000달러까지 금값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 세계의 큰손들은 세상이 더 불안정하고, 어지러워지는 쪽으로 강하게 베팅하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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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1g짜리 돌 반지
베스트셀러 ‘화폐 전쟁’의 저자 제임스 리카즈는 ‘금의 귀환’이란 또 다른 저서에서 금을 “궁극의 화폐”라고 썼다. 주기율표의 고체 원소에서 독성이 있거나 녹슬고 부식되는 것, 너무 약해 동전으로 만들 수 없거나 너무 단단해 제련하기 어려운 것을 추려내면 금속 8개가 남는다. 그중 실제 통화량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양을 보유한 것은 금과 은인데, 은은 변색하기 쉬워 단연 금이 최고라는 것이다. 전 세계에 17만t의 금이 있고, 이 중 3만5000t을 각국 중앙은행이나 재무부, 국부 펀드가 갖고 있다.
▶강대국들은 금을 확보해 패권 경쟁의 우위에 서려 했다. 영국은 1931년까지 파운드화를 금과 교환해줬고, 미국은 금 1온스를 35달러에 고정하는 금환본위제를 1970년대 초반까지 유지했다. 달러는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지만 패권 화폐인 달러를 견제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은 금을 부지런히 사 모으고 있다. 2020년 기준 러시아는 세계 5위 금 보유국으로 올라섰고, 중국도 비공식 수량까지 합치면 러시아보다 2~3배 많은 금을 보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최고 가격을 찍었던 금값은 지난해 약세였지만 올해 들어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인터넷 맘카페엔 “애들 돌 반지 지금 팔면 어떨까요” “금값이 너무 좋아 황금 열쇠 처분했어요” 등의 사연이 올라온다. 20년 전 사뒀던 100g 골드바를 팔아 3배로 돈을 불린 재테크 성공담이 일본 미디어에 소개될 정도다.
▶돌잔치엔 한 돈짜리 금반지를 들고 가는 것이 오랜 풍습이었다. 그런데 하도 금값이 뛰자 금 1g 돌반지가 나왔다고 한다. 금 1돈(3.75g) 가격이 35만원에 육박하자, 금 무게를 거의 4분의 1로 줄여 반지를 만든 것이다. 그래도 시세가 10만원을 웃돈다. ‘1g 금반지’는 12년 전에도 있었다. 귀금속에 미터법 도량형을 확산시키려는 정부 의도와 줄어드는 돌 반지 수요를 붙잡으려는 업계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당시 1g 금반지는 6만원 선이었다. 그사이 가격이 두 배로 뛴 셈이다.
▶지갑은 얇은데 금값이 치솟자 심지어 0.5g 돌 반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반지 대신 현금 봉투를 건네는 풍속도 자리 잡고 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금값에 돌잔치 찾는 하객들도, 초대하는 아기 부모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래도 출산율이 높아져 금은방 진열장마다 돌 선물용 ‘1g 금반지’가 넘친다면 이보다 기쁜 일은 없을 것이다.
-박종세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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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그램, 0.5그램짜리 선물 金반지 유행
전국 금은방에서 1g짜리 순금 돌반지를 팔기 시작한 건 2011년 6월부터다. 찾는 손님이 많아서라기보다 정부와 귀금속 업계의 필요가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정부는 일제 잔재인 ‘돈’ 대신 국제 표준인 ‘그램(g)’을 정착시키고자 했고, 업계는 치솟는 금값 때문에 손님이 뚝 끊긴 돌반지 시장을 살리고 싶었다. 그해 동일본 대지진, 유럽 재정위기,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같은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국제 금값은 역사적 고점을 찍었다. 국내에서도 순금 한 돈(3.75g)이 25만 원을 뚫었다.
▷정부가 당시 소비자물가지수 대상에서 금반지를 제외하자 물가 상승률이 0.2%포인트나 낮아질 정도였다. 물가를 마사지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결국 금반지는 물가 산정 품목에서 빠졌다. 그렇게 1g 반지 제작용 금형이 전국에 보급됐고, 겉모습은 한 돈짜리와 똑같지만 두께는 얇은 6만 원대 돌반지가 등장했다. 그래도 1g 반지는 낯간지럽다며 현금 봉투를 준비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에도 시큰둥했던 1g짜리 돌반지의 인기가 요즘 뜨겁다. 10만 원이 든 현금 봉투보다 1g 금반지가 훨씬 더 비싸졌기 때문이다. 10만 원 봉투는 부담되고 5만 원은 약소하다며 0.5g짜리 돌반지를 선물하는 젊은층도 많아졌다. 2011년의 고점 이후 오랜 세월 암흑기를 거쳤던 금값이 다시 천정부지로 뛰면서 나타난 변화다. 세공비를 더하면 요새 금반지 한 돈은 40만 원이 넘는다.
▷금은 ‘불안 심리’를 먹고 산다. 팬데믹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쳐 최근 미국, 유럽발(發) 은행 위기까지 불거지면서 금 가격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지정학적, 경제적 불안이 일상화되자 그야말로 신(新)골드러시가 펼쳐진 모습이다. 이에 힘입어 세계 중앙은행들도 공격적으로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편의점에는 최대 열 돈짜리 골드바를 구입할 수 있는 ‘금 자판기’까지 등장했는데 인기가 많아 돌반지, 금 모양 카네이션 등 판매 상품을 늘린다고 한다.
▷고공비행하는 금값에 장롱에서 잠자던 금붙이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요즘 서울 종로3가 귀금속 거리에는 금을 사는 손님보다 파는 사람이 더 많고,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하루 10건 안팎의 돌반지 판매 글이 올라온다. 금니를 팔기 위해 폐금업체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한 돈 금반지를 팔면 당장 30만 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으니 고물가, 고금리로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겐 적지 않은 돈이다. 불황이 불러온 역(逆)골드러시라 할 만하다. 치솟는 금값을 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은 이유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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