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쩍은 요괴 문화]
[포켓몬 신화 뒤엔... 일본의 요괴학]
[민담∙설화를 학문化.. 52조원짜리 캐릭터로 키운 일본의 힘]
수상쩍은 요괴 문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서역에 가서 불경(佛經)을 얻으려는 현장 법사 일행 앞에는 숱한 요괴(妖怪)가 등장한다. 그중 요즘 말로 ‘좀비’에 해당하는 백골정(白骨精) 스토리가 유명하다. 이 요괴는 시골 아가씨, 부인(婦人), 늙은이로 둔갑해 나타난다.
마음 착한 현장 법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를 수행하는 손오공은 단번에 요괴임을 알아본다. 손오공은 뛰어난 무공으로 현장 법사를 잡아먹으려 다가서는 백골정을 물리치지만 법사에게 꾸지람을 듣다 쫓겨난다는 내용이다.
중국 4대 기서(奇書)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 ‘서유기(西遊記)’의 설정이 그렇듯 중국은 요괴 스토리가 매우 풍성한 나라다. 요괴 세계에 관해 요즘 가장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일본도 중국에 비해서는 한 수 아래다.
일부 추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이 발굴한 요괴의 70% 정도는 중국이 원류라고 한다. 중국은 고대 ‘산해경(山海經)’ 이후 요괴 관련 설화를 꾸준히 발전시켜 온 곳이다. ‘서유기’는 명대(明代)에 그를 집성한 소설에 불과하다.
요괴 세계는 대개 사람 모습을 한 요(妖), 인간과는 다른 정(精), 혼백과 유령인 귀(鬼), 이상한 물체의 괴(怪) 등으로 나눈다고 한다. 과거 중국 민간의 풍성한 문화유산으로 이어졌으나 근대 이후 일본에 선두를 뺏겼다는 것이다.
최근 이 요괴 세계를 배경으로 한 중국 애니메이션 ‘나타(哪吒)2’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있다. 탄탄한 구성,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 그래픽 기술로 대단한 흥행몰이에 나서고 있다. 중국 요괴 전통의 화려한 부활이다.
그러나 요괴는 사람의 ‘수상한 짓’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이 첨단 기술로 남의 것을 훔쳐 나르는 일이 꽤 빈번해졌다.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華爲), AI 분야의 딥시크 등이 그런 의심을 받는다. 중국의 요괴 문화는 영화 ‘나타2’에 앞서 일찌감치 기지개를 켠 듯하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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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석학 앤드루 응 교수 “中이 AI 패권 잡으면 중국적 가치가 세계 지배.” 미래의 새 戰場은 알고리즘.
-팔면봉, 조선일보(25-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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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신화 뒤엔... 일본의 요괴학
일본의 산길은 괴이하다. 검은 화산 땅에 쭉 뻗은 삼나무가 해를 가려 등성이에 오를 때까지 축축하고 어둡다. 곳곳에 서 있는 기이한 신사(神社)에선 당장 귀신이 튀어나올 듯하다. 사람처럼 생긴 바위마다 붉은 옷을 입혀놓고 촛불을 켜둔 모습에 머리카락이 주뼛 선다. 21세기 첨단 문명국에서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animism)'이라니.
▶일본에선 기독교가 맥을 못 춘다. 불교도 변형돼 일본 전통의 신도(神道)에 녹아들었다. 일본인의 종교는 '야오요로즈(八百萬)의 가미(神)'라는 말로 압축된다. 야오요로즈는 엄청나게 많다는 뜻이다. 일본인은 보통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사람, 동식물은 물론 무생물에도 혼이 있어 그들이 돌아가는 모든 것이 '가미(신)'라고 여긴다. 여우신·뱀신·개신·산신·밭신·쌀신·바위신에 심지어 뒷간신도 있다. 일신론자가 믿는 절대신과는 다르다.
▶요괴는 이 중에 '안 좋은 사연을 가진 신'이라고 할까. 요괴는 시대에 따라 사람들 마음속에 다르게 그려졌다. 예컨대 '인면견(人面犬)' 요괴는 1990년대 일본을 떠돌던 도시 전설에서 나왔다. 구조조정 당한 남자가 방황하다 목숨을 버리고 동네 개가 됐다는. 요즘 우리 어린이들도 잘 아는 일본 만화 '요괴 워치'에도 인면견이 등장한다. 일본은 이렇게 시대의 정서와 해학을 요괴에 투영해 왔다.
▶일본 요괴는 전통 종교관의 산물이다. 그래서 민속학자와 철학자들이 주목했다. 백 년 전 전국 2831곳을 돌아 요괴 설화를 집대성한 이노우에 엔료는 당대의 철학자였다. 바통은 일본 민속학 거두 야나기타 구니오가 이어받았다. 그들이 정리한 일본 요괴가 대중에게 파고든 것은 미즈키 시게루라는 만화가 덕분이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한 '게게게의 기타로' 시리즈로 학문과 기담(奇談) 속 일본 요괴를 대중 곁으로 끌어냈다. 그의 고향 돗토리현 사카이미나토 중심가엔 그가 창조한 150개 요괴상이 늘어서 있다. 거리 이름은 '미즈키 시게루 로드'. 52조원을 벌었다는 포켓몬의 귀여운 요괴 캐릭터도 여기가 뿌리다.
▶하지만 앞뒤를 바꾸면 곤란하다. 일본이 캐릭터 산업을 내다보고 요괴학에 몰두한 건 아니다. 요괴의 부가가치를 일찍 깨닫고 정부가 투자한 것도 아니다. 내 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학자들의 깊은 애정, 내 나라 전통문화를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한 만화가의 집념이 백 년 넘게 층층이 쌓여 오늘에 이르렀다. 포켓몬 열풍 탓에 '한국판 요괴학'을 육성한다며 또 헛돈 들이지 않을지 벌써 걱정이다.
-선우정 논설위원, 조선일보(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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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담∙설화를 학문化.. 52조원짜리 캐릭터로 키운 일본의 힘
-'애들 장난' 요괴도 어엿한 학문
동양고전 '山海經' 속 요괴 포함 오랜 연구로 학문 기반 탄탄
현대 스토리 입혀 세계적 히트… 포켓몬 속 캐릭터만 720종
-'뽀통령' 뽀로로도 성공했지만
인문학 기반 없는 순수 창작물… 세계적 콘텐츠로 발돋움 힘들어
#장면 1
서울 한 고급 리조트에서 26일 열린 어린이 여름캠프. 캠프에 참가한 4~5세 어린이들은 포켓몬의 주인공 '피카츄' 모자를 쓰고 피카츄의 필살기 "피카피카 백만 볼트!"를 외치며 뛰어다녔다. 이 캠프는 하루(5시간 30분 수업) 참가비가 17만원이 넘는 고가인데도 벌써 70명의 어린이가 참가 신청을 했다. 리조트 관계자는 "매년 운영하는 캠프지만 올해는 포켓몬코리아와 제휴해 포켓몬 관련 테마 상품을 내놓았더니, 신청자가 작년보다 2배 늘었다"고 말했다.
#장면 2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의 한 특급호텔 로비. 거대한 피카츄 설치물과 사진 찍으려고 줄 선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이 호텔은 22일부터 한 달간 15층 바닷가 전망 객실 3개를 '포켓몬 룸'으로 꾸며 여름 상품으로 내놓고, 로비도 포켓몬으로 꾸몄다. 3개 객실을 각각 옐로·블루·그린으로 분류해 옐로룸은 포켓몬 최고 인기 캐릭터 피카츄, 블루룸은 '꼬부기' 등 물(水) 속성 포켓몬, 그린룸은 '이상해씨' 등 풀(草) 타입 포켓몬을 테마로 했다. 숙박비는 성수기 기준 하루 44만원인데 벌써 15건의 예약이 완료됐다고 호텔 측은 밝혔다.
◇52조원을 번 '요괴' 포켓몬
일본 민담 속 요괴(妖怪)를 어린이용 캐릭터로 발전시킨 포켓몬 브랜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1996년 닌텐도 비디오게임으로 탄생한 포켓몬은 20년간 진화를 거듭해 애니메이션, 장난감, 캐릭터, 학용품, 교육, 서비스업 등 다방면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세계에서 21억달러(약 2조4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자본금 약 40억원에 불과한 회사가 캐릭터 등을 팔아 600배 매출을 매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한화건설의 작년 이라크 신도시 건설사업 수주액과 비슷한 규모다. 일본 '포켓몬컴퍼니'에 따르면 포켓몬 브랜드 출범 후 누적 매출은 4조8000억엔(약 52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55%가 해외에서 팔린 것이다.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가 열풍을 일으켜 더 큰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日 인문학 지원이 글로벌 콘텐츠로
포켓몬 프랜차이즈의 세계적 성공 이면에는 1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일본의 '요괴학' 지원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요괴학이 학문으로 인정받아 꾸준한 연구가 이뤄져 왔고 현재도 세계요괴협회, 와세다대 요괴연구회 등이 활동하고 있다. 포켓몬 캐릭터들은 이 기반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실제 포켓몬의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동양고전 '산해경(山海經)'에 등장한 요물·괴수들과 많이 닮아 있다. '나인테일'은 구미호, '윈디'는 인면효, '쥬레곤'은 여비어와 유사한 외모를 띠고 있다. 포켓몬은 어느날 회의에서 우연히 나온 게 아니라, 오랜 전설과 100년 이상 쌓아온 학문적 토대 위에 현대 스토리 산업이 접목된 성과물인 셈이다. 마케팅 전문가인 이유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1800년대부터 인문학에 투자해 소위 '오타쿠'로 불리는 인재들을 길러냈고, 이들이 자국 문화의 스토리텔링을 풍부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뽀로로는 포켓몬이 될 수 없었나
포켓몬의 대성공이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권만우 경성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도 민담·설화 같은 '황당한' 소재를 학문 분야로 인정하고 장기간 지원해야 포켓몬 같은 '킬러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일본은 '애들 장난' 취급받던 요괴를 철저히 학문화해 오늘날 포켓몬을 만들었다"며 "'이웃집 토토로(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콘텐츠의 경우 일본의 설화·민담 등 뿌리 깊은 인문학 콘텐츠와 맞닿아 있어 스토리 구도도 치밀하고 전 세계 관객과 공감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동화(動畫)협회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규모는 2015년 1조6300억엔(약 18조원)에 달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도 '뽀로로'처럼 성공한 상품이 있지만 인문학적 기반이 없는 순수 창작물에 가깝기 때문에 포켓몬처럼 '롱런'하는 세계적 콘텐츠로 발돋움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채영희 부경대 국문과 교수는 "모험적이고 희귀한 연구 분야에 대해 열려 있는 지원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지탱해줘야 언젠가 '포켓몬' 같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혁/김지연 기자, 조선일보(16-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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