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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기습 감산에 油價 출렁.. 美 골칫거리 된 사우디] ....

뚝섬 2023. 4. 5. 11:39

[OPEC+ 기습 감산에 油價 출렁… 美 골칫거리 된 사우디]

[새똥 전쟁]

 

 

 

OPEC+ 기습 감산에 油價 출렁… 美 골칫거리 된 사우디

 

“이건 하이틴 로맨스 같은 게 아니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묻는 언론의 질문을 냉랭하게 받아쳤다. OPEC+가 지난해 10월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 감산을 결정한 것을 놓고 이를 주도한 사우디와 미국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였다. 미국 중간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사우디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면전에 일격을 가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워싱턴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OPEC+가 그제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도 사우디가 주도한 것으로, 하루 116만 배럴 규모다. 미국이 애써 시도해온 인플레이션 대응을 보란 듯이 무력화시키는 결정이다. 그새 러시아, 중국과 더 밀착한 사우디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정면으로 맞설 태세다. 사우디는 가스프롬을 비롯한 러시아의 주요 국영기업들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중국과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준회원 가입과 ‘룽성 석유화학’ 투자 등을 통해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오랜 동맹인 미-사우디의 밀월관계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미국이 셰일오일, 셰일가스 개발로 대(對)중동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상황에서 이란과의 핵협상에 나선 것을 사우디는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는 ‘왕따(pariah)’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양국은 인권 문제로도 충돌했다. 미국 의회가 사우디에 대한 군사지원 중단 논의에 나섰을 때는 ‘미국 국채 매각’ 카드로 맞섰다. 사우디가 국부펀드(PIF) 등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국채는 1200억 달러가 넘는다.

 

사우디를 향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발끈했던 미국은 현재까지 마땅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OPEC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오일 파워’를 무시할 수 없는 탓이다. 미국의 강경 대응이 사우디와 중국, 러시아와의 연대만 되레 강화해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중동에서의 영향력이 약해진 미국으로서는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와의 협력 또한 절실하다. 경제와 군사, 외교 변수들이 뒤엉켜 있는 국면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갈등으로 기름값은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환율 변동 폭이 커지고 인플레이션도 재차 심화할 조짐이다. 사우디가 원유 대금의 위안화 결제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도 나온다. 원유 거래가 달러만으로 이뤄져 온 ‘페트로 달러’ 체제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새 전선 짜기에 바쁜 사우디의 행보에 미국도 손대지 못하는 사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안보 지형까지 바뀌는 판이다. 고유가의 유탄을 맞는 비산유국들의 주름살도 늘어간다.

-이정은 논설위원, 동아일보(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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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똥 전쟁

 

[차현진의 돈과 세상]

 

세계화가 후퇴하고 경제안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칩포(chip4) 동맹’이니 ‘프렌드 쇼어링’이니 하는 말이 상식으로 통한다. 하지만 경제안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석유와 식량 같은 희소 자원은 가격을 불문하고 물량을 확보하려고 발버둥 쳤다. 희소 자원은 국가의 경쟁력도 좌우한다. 화약은 종이, 인쇄술, 나침반과 함께 중국의 4대 발명품에 속한다. 중국이 화약 발명에서 앞선 것은 원료인 초석이 중국에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초석의 학술 명칭은 질산칼륨이다. 질산칼륨은 화약뿐만 아니라 비료의 주성분이기도 하다. 농사에서 질산칼륨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그것을 많이 함유하는 새똥이 전략자원으로 부상했다. 남태평양의 나우루 공화국은 부산 가덕도 크기의 작은 섬인데, 전체가 새똥 밭이다. 나우루 공화국은 그 새똥을 팔아서 소득 3만 달러의 부국이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새똥이 고갈되었다. 지금 1만여 명의 주민들은 국제기구의 원조를 받으면서 힘들게 산다. 그것을 경제학 교과서는 ‘자원의 저주’라고 부른다.

 

새똥 때문에 전쟁을 벌인 적도 있다. 페루와 볼리비아 사이에 있던 아타카마 사막은 400년 동안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다. 그래서 남태평양 갈매기의 새똥이 썩지 않고 겹겹이 쌓여 있다. 두 나라가 그것을 차지하려고 으르렁거리는데, 칠레까지 뛰어들었다.

 

1879년 칠레가 페루와 볼리비아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 새똥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칠레는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동맹으로 끌어들여 아타카마 사막을 독차지했다. 반면 페루와 볼리비아는 변변한 동맹이 없었다. 칠레가 점령한 새똥 밭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닭 쫓던 개 신세가 됐다.

 

세계는 지금 경제안보를 앞세우며 편을 가르고 있다. 이때 동맹을 잘못 고르면 닭 쫓던 개 신세가 된다. 외교가 중요하다. 대통령이 미국에 간다.

 

-차현진 예금보험공사 이사, 조선일보(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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