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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처음’이 던지는 경고] [ ..경제전략실을 만들자] ....

뚝섬 2023. 4. 10. 09:35

[삼성의 ‘처음’이 던지는 경고]

[대통령실에 경제전략실을 만들자]

[삼성전자 실적 쇼크, 마지막 버팀목이 흔들린다면]

[모두에게 가혹한 중대재해법]

 

 

 

삼성의 ‘처음’이 던지는 경고

 

“현실감이 없을 지경이지, 이런 충격은 또 처음이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뉴스1

 

주말 사이 대화를 나눈 여러 삼성전자 직원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처음’이라는 단어를 쏟아냈다. ‘입사 후 처음으로 회사의 미래가 불안해졌다’ ‘처음으로 1등이 아닌 삼성을 상상해봤다’ 같은 말도 나왔다. 반도체 불황 여파로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4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밑돌았다. 한 직원은 “지난 연말에 프린트 용지까지 아끼라는 회사의 말에 반발심이 일었는데, 지금 진행 중인 연봉 협상에서 인상률이 역대 최저로 결정돼도 이해가 될 것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의 충격적인 ‘처음’은 또 있다. 반도체 부문에서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인 감산에 나선 것이다. 감산 대상은 역대 최악의 수요 절벽에 시달리는 D램으로, 삼성전자가 지난 1992년부터 단 한 번도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품목이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감산은 시장점유율을 두고 하는 도박”이라 한다. 극약 처방이란 뜻이다. 생산을 줄이면 당장의 적자 폭은 줄일 수 있겠지만, 수요가 회복될 때 공급 물량이 부족해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위험이 높다. 한 번 밀린 시장점유율은 되돌리기가 어렵다. 삼성 내부 사정을 아는 한 증권가 고위 인사는 “삼성 고위층에선 어려움 속에서도 생산을 유지해 다음 ‘업턴’에서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며 결국 위기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2등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뒤를 바짝 따라오던 대만 TSMC가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올 1~2월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주가 늘어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 늘었고, 올 1분기에만 1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2분기에도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빨라야 하반기에나 풀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TSMC의 매출 격차는 6조원(지난 1월 12일 환율기준)이 넘었지만, 올해는 그 격차가 줄다 못해 역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토록 휘청거리는 삼성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라 경제에도 처음 겪는 경고 사인들이 넘쳐난다. 올 1~2월 경상수지는 반도체 직격탄으로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 후퇴 영향으로 4년 만에 처음으로 세수 펑크 위기를 앞뒀고, 앞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역시 시간문제다. 제아무리 K팝·K드라마가 성공해도 제조업이 흔들리니 한국 경제는 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 핀란드는 나라 수출의 20%를 차지했던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침체된 경제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처음 겪어보는 삼성전자의 위기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인 이유이다.

 

-오로라 기자, 조선일보(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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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에 경제전략실을 만들자

 

우리 경제는 복합적 요인으로 중병을 앓고 있다. 국민은 불확실성에 마음 졸이며 정책 당국을 쳐다보지만, 정부는 신뢰받을 만한 진단과 처방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병은 단순히 경제 관료들의 기술적 처방으로는 치유되지 않는다.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는 위대한 지도자와 훌륭한 참모의 존재 여부 그리고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조직의 설계 여하에 달려 있다. 경제정책을 수립·집행하는 현행 조직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대통령은 참으로 막중한 직무를 수행한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군의 통수권자이자 내각의 관리자이다. 내각의 관리자로 18부 4처 18청을 관할하고, 감사원, 국가정보원 그리고 수많은 특별위원회 등과 더불어 국정을 운영한다. 시간의 제약과 능력의 한계 때문에 대통령이 만기친람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대통령은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조직을 제대로 만들고 적임자를 배치하는 관리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대통령은 내각의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의 실장들과 함께 더불어 국정을 운영한다. 효율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내각의 국무위원들 및 대통령실의 실장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더하여,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실장들 간의 소통과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한다.

 

법적으로 대통령실의 실장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일 뿐이며, 공식적으로 국정은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몫이다. 대통령실을 대통령을 보좌하는 참모 조직일 뿐이라 규정한 것, 그리고 정부조직법상 현재 대통령실의 조직에 대해 법적 뒷받침이 거의 없는 것은 대통령 중심제와 궤를 달리하는 것으로, 이는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실에 경제전략실을 새로이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중심 업무는 부처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 차원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의 핵심 의제는 기본적으로 죽고 사느냐의 안보와 먹고 사느냐의 경제, 이 두 가지다. 새로 제안하는 경제전략실장의 역할은 내각의 경제부총리의 업무를 전략적 관점에서 검토하는 동시에 현안의 경제 전략 과제를 총괄하는 것이다. 경제의 세부 사항은 경제 부처에 위임하되, 핵심적·전략적 과제에 대해서는 경제전략실장이 대통령을 보좌하게 하여 단기적 시급 과제에 대응함은 물론 장기적 전략 과제를 챙기도록 하자.

 

현재, 경제정책의 총괄적 책임자는 기획재정부장관이다. 그의 주된 책무는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과 경제·재정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기는 하다. 명칭에서 보듯 기획재정부장관은 기획과 재정 두 업무를 관장하는데, 통상적 재정 업무 자체만으로도 업무가 과다·과중하여, ‘중장기 국가 발전 전략 수립과 경제·재정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이란 기획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안 하는 것이 문제이다.

 

안보 위기 시에 국가안보실장의 주관 아래 국가정보원 등 관련 부처 책임자들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여하여 의논하는 것과 같이 경제 관련 전략 과제들에 대해 경제전략실장이 해당 부처 장관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가경제전략회의를 소집하여 대통령과 더불어 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부처에 세부 사항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면 된다.

 

현재 노동개혁이 추진되고 있으나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체계적 전략이 없이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지엽적 과제들만 논의되고 분란이 야기되고 있다. 경제전략실의 설치로 경제의 전략적 과제들에 대해 컨트롤 타워를 확실히 세워, 중심을 제대로 잡아 정책을 추진해 보자.

 

-최광 前 보건복지부 장관, 조선일보(23-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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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실적 쇼크, 마지막 버팀목이 흔들린다면

 

7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샵의 로고 모습. /연합뉴스

 

삼성전자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6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가량 손실을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의 대표 기업이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수준으로 쇼크를 겪고 있는 것이다.

 

이달 하순 실적 발표를 앞둔 SK하이닉스도 4조원 안팎 손실을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반도체 매출이 대부분이어서 고스란히 회사 전체 적자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동안 버티던 삼성전자도 SK하이닉스에 이어 인위적 감산을 선언했다. 반도체 경기 부진으로 1년 새 40% 수준으로 떨어진 D램 가격 지지를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은 2분기는 어림없고 하반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형편이다. 우리 제조업 생산의 10%, 수출의 20% 차지하는 반도체 1, 2 업체가 지난 10 년간 보지 못했던 위기에 처했다.

 

폭의 적자를 우리 반도체는 · 기술 분쟁의 한복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도 감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와 D 생산의 40~50% 중국 공장에서 담당하고, 투자 금액도 33~35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최근 반도체지원법 세부 지침을 통해 일정 조건하에서 중국 내 공장을 1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지만,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끝나지 않는 한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장기적 ‘중국 리스크’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어디 기댈 곳이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올 1~2월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수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경기 후퇴와 자산시장 침체로 올해 4년 만에 세수 펑크가 나고, 국가 부채는 1100조원을 넘길 것이 확실시된다. 물가는 높은데 가계 부채와 금융 불안으로 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기업들 사정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철강, 석유화학, 정유 주력 기업들도 1분기에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하거나 적자를 것으로 우려된다. 위기의 나라 경제를 떠받쳐주던 대표 기업들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반기업 조치로 목줄까지 죄어야 하나.

 

-조선일보(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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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가혹한 중대재해법

 

4월 6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산업재해 치사) 혐의로 기소된 온유파트너스 회사 측 변호인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판결은 중대재해법 위반 1호 판결 선고다./연합뉴스

 

지난 6일 중대재해처벌법 첫 1심 선고는 산업 현장에서 하청 업체 근로자의 사망 사고 책임을 원청 회사 대표에게 물어 형사처벌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 향후 다른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첫 법원 판단에서 ‘하청 근로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원청 대표이사까지 처벌한다’는 메시지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눈길을 끈 것은 유죄를 선고한 김동원 판사가 판결문에 남긴 “가혹하다”는 표현이었다. 김 판사는 “산업재해와 관련해 사업주 등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다 중대재해법 도입 취지에 동의했다. 그러면서도 사고 책임을 모두 피고인들(원청 대표 )에게만 돌리는 것은 가혹하다 했다. 원청 대표를 향한 판사 개인의 ‘온정주의’가 아니었다. 도입 1년 3개월째를 맞는 중대재해법이 처한 현실이었고, 이에 대한 판사의 고심이 담긴 표현이었다. 그는 중대재해법을 둘러싼 상황을 ‘가혹하다’고 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 재해에 대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형벌을 정했다. 중대재해 첫 유죄 선고를 받은 중소기업 원청과 그 하청 회사 관계자들은 수사와 재판에서 안전 난간 등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책임을 인정하고 합의도 구했다. 법원도 이를 참작했지만 징역형 집행유예를 피할 수 없었다.

 

경영계·노동계·학계 어디든 중대재해 사고를 줄여야 한다는 법 취지에 동의하지 않는 곳은 없다. 다만, 안전 대책을 마련해도 산업 현장의 여러 변수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기업인들은 “사고를 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이번 1 유죄는 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 첫 판결이 나왔지만 노동계의 “솜방망이 판결”, 경영계의 “경영 리스크 심화”라는 반응처럼, 법 효과는 여전히 모호하다. 법이 예방법인지, 처벌법인지 과연 도입 효과가 있는지 모두 의문만 제기한다.

 

거꾸로 현장 노하우가 쌓인 안전 관리자들이 현장을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사고가 나면 누가 처벌받느냐’는 부담이 작용한 결과다. 중대재해 사건에서 피의자 또는 참고인 조사는 한 사건당 평균 18회 정도라고 한다. 그럼에도 법의 모호한 부분이 많아 고용노동부, 검찰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판례가 쌓이면, 사례가 쌓이면식으로 시간이 해결책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년부터는 5 이상 50 미만 사업장도 적용 대상이다. 영세 사업장까지 포함돼 원청, 하청 관계가 더 복잡해지면 책임 판단도 더 어려워진다.

 

결국, 작년 1월 중대재해법 도입 이후 주요 공사 현장들이 모두 ‘1호가 될 수 없어’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멈췄던 일이 재현될 수 있다. 당시 경영진은 신규 투자 계획을 망설였고, 근로자들의 일터는 개점휴업이 됐다. 마찬가지로 5인 이상 사업장이 눈치 보기 식으로 활동을 멈춘다면? 참으로 모두에게 가혹한 중대재해법이다.

 

-이정구 기자, 조선일보(23-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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