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만 30%인데 한국은 왜 40%인가] ....

뚝섬 2023. 4. 5. 10:29

[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만 30%인데 한국은 왜 40%인가]

[文 터무니없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 궁지 몰린 한국]

[지구가 1.09도 뜨거워질 때 한반도는 1.8도 올라… 지구 평균 훌쩍 넘었다]

[탄소중립委가 시민단체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태양광 풍력 ‘전력 저장 비용’만 1200조원 나오자 숨기고 거짓말]

 

 

 

온실가스 감축 목표, 대만 30%인데 한국은 왜 40%인가

 

[한삼희의 환경칼럼]

정부 임기말, 목표를 13.7%포인트 높여
선진국 수준 감축 약속샤인 프로젝트 330t 얹어
대만처럼 30% 감축 목표면 경제 부담 크게 덜었을

 

윤석열 대통령이 3월 9일 울산광역시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열린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기공식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9조2580억원을 들여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기초유분 생산 설비인 스팀 크래커를 비롯한 대단위 석유화학 생산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공개된 탄소중립위원회의 ‘2030 온실가스 감축안(案)’은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한 내용을 수정한 것이다. 정부 때와 ‘2018 배출량 대비 40% 감축이란 목표치는 같지만 탈원전 폐기 등을 반영해 로드맵을 손봤다. 골자는 기업 감축 부담을 800t 덜어주고 대신 신재생 전력과 국제 감축 부문에서 각각 400t 줄인다 것이다.

 

만일 태양광 증설로 400t 감축을 달성하자면, 40(1200만평) 부지에 태양광 채워 600MW 석탄발전소를 대신해야 한다. 굉장한 부담이 된다. 국제 감축의 경우 개도국 온실가스를 줄여준 우리 감축 실적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문 정부에선 이걸로 연 3350만t 실적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탄소중립위는 목표를 3750만t으로 늘렸다. 현재 수도권매립지공사가 132억원 투자로 몽골 울란바토르 매립장에 메탄가스 포집·소각 설비를 설치해 매년 5만6000t씩 10년 동안 56만t 감축 실적을 가져오겠다고 계획한 시범 사업이 있다. 이런 사업이 670개 있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몽골 사업 단가(t당 2만3000원)를 적용하면 매년 8600억원이 필요하다. 파리협약 체제에선 개도국도 자기 실적을 쌓아야 하는 데다 선진국들이 개도국 사업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것을 감안하면 단가는 갈수록 비싸질 것이다. 그래서 기존 목표(연 3350만t)도 사실은 아득하다. 그런데 여기에 400만t을 더 얹은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 감축 부담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업종에서 당초 기대했던 바이오 나프타 원료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더 결정적으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70억달러(92000억원) 투자해 울산 온산공단에 짓는다는 에쓰오일의샤힌(shaheen·아랍어로의미) 프로젝트부담이 크다고 한다. 단일 사업으론 최대 규모 외국인 투자다. 2026년 완공 후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등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아람코는 에쓰오일 최대 주주(지분 63.4% 보유)다. 샤힌 프로젝트로 추가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은 330t이라고 한다. ‘2030 40% 감축 어렵게 만들고, 30 이상의 설비 수명을 감안할 ‘2050 탄소중립목표도 위협하는 프로젝트다.

 

외국 자본 70억달러는 단기적으론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3년여 건설 기간 동안 최대 1만7000명에게 일자리가 공급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9일 기공식 참석도 경제 부양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납득되지 않는 것은, 프로젝트가 정부 시절 추진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2030 40% 감축목표를 내걸었다. 그렇게 탄소 중립을 선언한 정부가 무탄소 에너지인 원자력 퇴출을 고집하는 것도 어리둥절했는데, ‘탄소 폭탄으로 비판받게 샤힌 프로젝트까지 추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가 경제 라이벌로 의식하는 나라가 대만이다. 우리와 1인당 GDP가 거의 똑같고, 인구 밀도가 높고, 수출 지향형 산업 경제에다, 반도체 강국이고, 적대국의 군사 위협을 이고 사는 점도 같다.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도 차이가 없다. 그런데 대만은 2030 온실가스 목표를 배출 정점 2017년에서 30% 감축으로 설정했다. 원래의 감축 목표는 25%였는데 작년 연말 5%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감축 목표를 배출 정점 2018 대비 40% 감축으로 잡았다. 박근혜 정부 때의 26.3%에서 13.7%포인트나 끌어올렸다. 그러고선 임기 종료 6개월 전 유엔에 보고했다. 이 목표치는 파리협약의 ‘후퇴 금지’ 조항에 따라 더 조일 수는 있어도 늦출 수는 없다.

 

선진국들은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 규제를 받아 그때부터 온실가스를 줄이는 정책을 펴왔다. 우리는 20년 늦게 출발했다. 파리협약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각국이 스스로의 상황, 현실, 능력, 우선순위에 맞는 목표와 정책을 선택해 실천하는 것이 원칙이다. 알아서 목표를 정하라는데 문재인 정부는 늦게 합류했으면서도 훨씬 앞서 달려가는 선진국 그룹과 같은 수준 목표치를 채택했다. 만일 대만처럼 감축 목표를 30% 잡았더라면, 10%포인트에 해당하는 7270t 배출 여유를 가질 있었다. 30% 감축도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었다.

 

국민연금 개혁은 자기 정부에 부담 된다고 퇴짜 놓은 것이 문 정부다. 정부가 후임 정부들에 부담을 안기는 온실가스 목표는 나게 차려놓고 떠났다. 그 목표 달성을 더 까다롭게 만드는 샤힌 프로젝트까지 얹어 놓고서.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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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터무니없는 온실가스 감축 약속, 궁지 몰린 한국

 

김상협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30년 온실가스 국가 감축 목표 달성 로드맵 시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배출량(7억2760만t)에서 40% 감축해 4억3660만t까지 줄인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시안을 21일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0월 발표안과 다른 점은 산업 부문 감축 부담을 14.5%에서 11.4%로 줄였다는 점이다. 산업계가 “5% 정도 감축이 실현 가능한 최대치”라고 호소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신재생 발전과 해외 감축 부문에서 문 정부 때 계획보다 각각 400만t씩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더 쌓아야 한다. 이것은 문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40% 감축’이란 총량 목표는 뒤로 후퇴시킬 수 없다는 국제 규칙 때문이다. 태양광으로 석탄 발전을 대신하는 방법으로 400만t을 줄이려면 3GW의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다. 국내 최대라는 전남 해남의 솔라시도 같은 태양광 단지(1.58㎢·48만평)가 30개 정도 더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겠나.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돕고 그 실적을 우리가 가져오는 ‘해외 감축’도 앞으로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문 정부가 이전 감축 목표 26.3%에서 느닷없이 40%로 끌어올린 것부터가 합리적 근거가 없었다. 당시 국무총리의 국회 답변을 통해 ‘국제사회에 대한 신의에서 40%는 돼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개인 생각이 반영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탄소중립위원장은 ‘2030년 40% 감축’을 의결하면서 “비용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뒤에 보니 전력저장장치(ESS) 비용이 787조~1248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을 뽑아 놓고도 숨기고 있었다.

 

2030년까지 7년 사이 40% 감축은 경제의 일부를 멈춰 세우지 않고선 이룰 수 없는 목표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은 국제사회에 멋지게 보이고 다음 우리 정부와 기업, 국민에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던져 놓았다. 그러고는 퇴임 열흘 전엔 바다를 메꿔 공항을 만든다는, 누가 봐도 선거용인 초(超)고탄소 정책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문 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대못을 박아버려 새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려 있다. 지금으로선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해 소비를 줄이고, 삼척·영덕 신규 원전 재추진 등을 통해 길을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

 

-조선일보(23-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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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1.09도 뜨거워질 때 한반도는 1.8도 올라… 지구 평균 훌쩍 넘었다

 

[기상인사이드] 

 

지난 8월 전 세계 기상·기후학자들에게 기념할 만한 일이 있었다. 무려 8년 만에 IPCC 6차 보고서가 발간된 것이다. 미디어의 관심은 크지 않았다. 기후변화보다는 늦여름 얼마나 많은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할지에 관심이 더 많았다.

 

IP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약자다. 세계기상기구와 유엔환경계획이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협의체’이니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아니다. 기후변화와 그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주요 임무다. 여기서 작성된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의 주요 자료로 사용된다. UNFCCC는 온실 기체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한 국제 협약으로 교토의정서 및 파리협약 등이 있다.

 

불확실성 크게 줄인 IPCC 새 보고서

 

‘1.09′. 이번 보고서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숫자다. 과학자들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지난 10년간 지구의 평균 기온은 산업혁명기(1850~1900년)에 비해 1.09도 높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소수점 아래 두 자리까지 정확히 추정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그 어떤 수치보다 객관적인 값이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인간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소 식상한 결론일지 모르나, 불확실성을 줄였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과학에 100% 확실한 것은 흔치 않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관측 자료의 불확실성, 분석 방법의 불확실성, 그리고 사용된 모형의 불확실성 등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과학자들은 지난 수세기 동안 이런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구온난화가 인류에 의한 것임이 적어도 95% 이상 확실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온 상승 그 자체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을지 모른다. 문제는 그로 인한 기상이변이다. 보고서는 산업혁명기 대비 기온이 1도 상승하면 폭염 발생 빈도는 2.8배 증가하고, 집중호우는 1.3배, 그리고 가뭄은 1.7배 빈번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폭염도 두렵지만, 더욱 두려운 것은 기온 상승과 함께 비가 극단적으로 많이 오는 날들과 극단적으로 적게 오는 날들이 동시에 증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지역은 집중호우가 많아져 홍수에 시달리고, 어떤 지역은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 가뭄과 산불에 시달리게 된다.

 

한국의 기후변화는 어떨까? 19세기 말 근대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됐고 1900년대 초에는 강릉,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 등으로 확대되었다. 전국 6개 관측소에서 기록된 기온과 강수량은 대한제국 시기인 19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시기를 제외하더라도 100년 넘게 관측이 이뤄졌다. 이 때문에 매우 정확하게 장기간의 기후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반도 온난화, 지구 평균보다 극심

 

한반도 온난화 경향은 전 지구 평균보다 훨씬 강하다. 지난 100년간 연평균 기온은 1.8도 상승했다. 새벽에 측정한 최저 기온을 살펴보면 온난화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무려 2.4도나 상승했다. IPCC가 보고한 1.09도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그사이 여름은 19일 길어졌고 반면 겨울은 18일 짧아졌다. 폭염과 열대야가 빈번해진 것은 당연지사다. 폭염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4일 내외 발생했는데 과거 48년 기후값에 비해 40% 정도 많다. 새벽 열대야의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10년간 열대야는 기후 값에 비해 거의 60%나 더 빈번해졌다.

 

강수량 증가 경향도 분명하다. 최근 30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20세기 초에 비해 124㎜ 정도 증가했다. 그러나 변동성이 매우 커서 정량적인 변화를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일례로 2020년 역대급 장마가 찾아왔지만, 고작 5년 전인 2015년에는 극심한 가뭄으로 온 나라가 힘겨웠다. 10년도 안 되는 기간, 기록적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굳이 올여름 중부 유럽과 중국이 100년 만의 혹은 1000년 만의 홍수를 겪은 반면, 남부 유럽과 북아메리카는 장기간의 폭염과 광범위한 산불로 커다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빈번한 기상이변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며, 이를 초래한 것이 인간 활동이라는 증거 또한 계속 쌓이고 있다.

 

대책은 없을까?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유엔은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으로 알려진 기후변화 협정을 체결했다. 사실상 전 세계 모든 나라가 합의한 이 협정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온난화를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제안하고 있다. 물론 1.5도로 기온 상승을 억제하더라도 전례 없는 기상이변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금세기 내 1.5도로 상승 억제” 목표, 과연…

 

‘1.5도’. IPCC 보고서에 기록된 1.09도에 너무나도 가깝다.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에 1.5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과연 금세기 지구온난화를 1.5도로 국한시킬 수 있을까? 그 시작은 탄소중립이다. 이미 다수의 국가가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일부 국가는 선언에 그치지 않고 이미 실행에 들어갔으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었던 중국마저 2060년 탄소중립을 발표했다.

 

그러나 탄소중립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IPCC 보고서는 탄소중립을 넘어 탄소 순흡수가 이루어져야 금세기 말까지 기온 상승을 1.5도로 국한시킬 수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넘어, 지난 세기 대기 중에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가능할까? 지구인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조선일보(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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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委가 시민단체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나

 

[한삼희의 환경칼럼] 

전력 저장에만 1200조원 계산 뽑아놓고도 “비용은 안 따져봤다”
불리한 수치 나왔다고 숨겨버리면 ‘의견 수렴’은 장식인가

 

탄소중립위원회가 8월 5일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공개할 때 반드시 가야 할 길인 만큼 소요 비용에 대해선 고려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이 물어본 것도 아닌데 굳이 발표문에 그런 설명을 넣었다. 지난번 칼럼에서 ‘2050 탄소중립안을 짜면서 비용은 생각도 안 해봤다니’라는 제목으로 그걸 비판했다. 그후 며칠 안 돼 위원회가 사실은 비용의 핵심 요소를 뽑아놓고도 숨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태양광·풍력의 출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저장장치(ESS) 비용이 787조~1248조원 드는 것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감각을 마비시키는 액수다. 또 저장장치 부지로만 여의도 48~76배 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걸 계산해놓고도 “안 따져봤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겁이 나서도 이렇게 정반대로는 말을 못 한다.

 

9월 28일 탄소중립위원회와 산업계의 간담회가 예정된 서울 대한상의 회의실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벌인 산업계 규탄 시위로 이날 간담회가 취소됐다. /연합뉴스

 

탄소중립위원회가 조만간 2030 중기 계획과 2050 장기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걸 앞두고 지난달 28일 위원회가 준비했던 기업 간담회가 무산됐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의 청년 회원들이 나타나 “기업들이 탄소중립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점거 시위를 벌였다. 이어 30일엔 민간 위원 77명 중 종교단체 위원 네 명이 “탄소중립의 근본 목적에 충분치 않게 논의가 흐르고 있다”며 사퇴했다. 앞서 기후행동가 두 명도 사퇴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더 강한 목표를 채택하도록 위원회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30일 열린 기후변화학회 토론회에 나온 윤순진 탄소중립위원장은 청년들 시위에 대해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의견 수렴 행사를 망친 사람들에게 위원장이 고맙다고 했다.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했던 표현을 쓴 점도 특이했다.

 

탄소중립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고라도 이뤄야 하는 절대 가치는 아닐 것이다. 탄소중립위원회의 학습 과정을 거친 시민참가단조차 84%는 “삶의 질 유지, 혜택 수준만큼만 탄소중립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답했다. 정부가 자원의 최적 배분으로 국가 목표들 사이의 조화를 취해야 한다. 최소 비용, 최소 환경 부담으로 최대 효과를 낼 길을 찾아야 한다. 기후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책임도 아니다. 냉정하게 국익과 세계 이익 사이에서 균형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위원회가 국가 에너지 전략을 짜면서 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무책임한 자세였다. 국민에게 무슨 피해가 돌아가더라도 밀고 나가겠다는 것 아닌가. 윤 위원장은 30일 토론회에서도 “탄소중립은 우리가 할 수 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는 맥락의 얘기였다는 점은 이해한다. 그러나 윤 위원장 스스로 강조했듯, 위원회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부 기구다. 법에 의해 권위와 책임을 부여받았다. 다양한 견해를 반영해 실현 가능한 국가 에너지 계획을 설계해야 하는 조직이다. 집행부 생각과 다른 데이터가 나왔다고 이를 묻어버린다면 위원회를 무엇 하러 만드나. 몇 사람이 그냥 정해버리는게 낫지 않겠는가.

 

위원회는 잘만 운용하면 정부를 보완하면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공무원 조직은 능력과 효율을 갖췄지만 허점이 있다. 책임자가 생각을 굳혀버리면 교정하는 것이 어렵다. 장관이 과장에게 “너 죽을래”라고 협박하지 않는가. 반면 위원회 위원들은 생계를 따로 갖고 있고, 공익에 기여한다는 대의로 일시 모인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뭐라건, 장관 생각이 뭐건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위원 구성부터 치우치지 않아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는 과도하게 시민단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청와대가 위원 구성을 주도했다고 한다. 권력과 생각이 다른 쪽 목소리를 반영할 공간을 열어놓지 않았다.

 

원자력의 온실가스 배출이 태양광의 4분의 1밖에 안 된다. 그런데 탄소중립 하자면서 원자력 전문가는 한 명도 끼워넣지 않고 무슨 논의를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처음부터 방향을 정해놓았다. 시민단체·종교계 위원들의 연쇄 사퇴나 간담회 방해 시위도 위력 행사 같은 느낌을 준다. 시민단체는 흔히 내 생각만이 세상을 구제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으로 돌진하는 근본주의 오류에 빠지곤 한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절차적 일탈은 가볍게 보는 시민단체처럼 행동해서야 되겠는가.

 

이명박 정부 시절 칼럼에서 ‘녹색 세탁(green wash)’이란 용어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의 ‘녹색 뉴딜’ 정책을 비판하면서 썼던 말이다. 녹색이 아닌 것에 녹색을 덧칠해 녹색인 것처럼 눈가림한다는 뜻이었다. 지금의 탄소중립위원회 운영은 ‘민주성 세탁’ 작업 아닌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다양한 견해를 반영하겠다고 해놓고서, 실제론 의견 수렴 절차를 장식으로만 두른 채 정해놓은 결론으로 가고 있다.

 

-한삼희 선임논설위원, 조선일보(21-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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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풍력 ‘전력 저장 비용’만 1200조원 나오자 숨기고 거짓말

 

전북 군산시 비응도동 새만금방조제 인근 수상태양광 패널이 온통 새똥으로 범벅이 돼 있는 모습. / 김영근 기자

 

정부의 2050 탄소 중립안을 실현하려면 전력 저장 장치(ESS) 구축에만 787조~1248조원이 들 것이라는 탄소중립위원회 전문위원회 검토 내용을 조선일보가 입수해 보도했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2050년의 태양광·풍력 전력 비율을 56.6~70.8%로 잡은 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태양광·풍력은 햇빛과 바람이 있을 때만 전기를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 전력을 저장했다가 햇빛·바람이 없을 때 쓰기 위한 전력 저장 장치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 분과 전문가들이 지난 7월 그 설치 비용을 계산한 내용이 이번에 공개된 것이다.

 

이 뉴스는 두 측면에서 충격적이다. 우선 전력 저장 장치 구축비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든다는 점이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예상한 액수의 2~3배에 달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 저장 장치에 필요한 땅도 여의도의 48~76배에 달한다. 태양광 패널 설치 부지와는 별도로 필요한 땅이다. 이 밖에 태양광·풍력 등은 도시·공단 등의 전력 실수요지에서 먼 곳에 흩어져 있기 때문에 송·배전망 설치에도 천문학적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 정책이 아니라 실현 불가능한 공상 소설 같다.

 

충격적인 것은 탄소중립위원회가 이런 분석 결과를 국민에게 숨겨왔다는 점이다.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달 5일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소요 비용을 현 단계에선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무엇을 하든 거기에 드는 비용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다. 그걸 고려하지 않았다니 이상했다. 알고 보니 너무나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결과가 나오자 그걸 감추고 ‘고려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한 것이다. 위원회는 보도가 나오자 “ESS만 아니라 양수 발전, 그린수소 등을 통해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에 대처할 수 있다”고 했으나 궁색한 변명이다. 양수 발전은 마땅한 입지가 없고 그린수소는 80% 이상 수입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시나리오다.

 

탄소중립위의 민간 위원 77명에는 환경·시민 단체 인사가 20명 포함돼 있지만 원자력계는 한 명도 없다. 위원회를 자기들 편으로만 구성해놓고, 그나마 전문가들이 작성한 비용 보고서는 숨긴 채 국민에게 거짓말했다. 이게 이른바 탈원전 정권이 하는 일이다.

 

-조선일보(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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