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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테크놀로지 10대뉴스] [인공지능이 여는 블루칼라 시대 ]

뚝섬 2023. 12. 22. 05:18

[조선일보 테크팀이 뽑은 2023 테크놀로지 10대 뉴스] 

[인공지능이 여는 블루칼라의 시대 ]

 

 

조선일보 테크팀이 뽑은 2023 테크놀로지 10대 뉴스

 

조선일보 테크팀이 2023년 테크놀로지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올해 테크 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혼돈’이었다.

 

인간 수준의 능력을 보이는 인공지능(AI) 챗GPT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기존 산업 공식은 통째로 흔들렸다. 직원 대신 AI를 통해 업무를 보는 사람이 늘었고, 컴퓨터 코딩까지 AI에 맡기는 시대가 됐다. 이와 함께 사회 곳곳은 AI가 만든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워지며 혼란을 겪었다. 주요 국가 정부는 가짜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기업들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에는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쫓아내는 ‘쿠데타’가 났다가 일주일 만에 원상 복구됐다. ‘테크계의 이단아’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해 X(엑스)로 이름을 바꾸는 등 돌출 행동을 이어가다 X 광고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인기 앱의 순위도 뒤바뀌었다. 테무·쉬인 등 중국 전자상거래앱은 아마존 같은 미국 빅테크 서비스를 제치며 인기를 끌었다. 테크 업계는 내년에도 기존 구조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편집자 주

 

초거대 AI 경쟁 본격화, ‘반도체 거인’ 된 엔비디아

 

/엔비디아

 

지난해 11월 말 출시된 챗GPT는 올해 수차례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미지를 인식하고 음성도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미국 변호사·의사 시험 등 전문직 시험도 가뿐히 통과했다. 구글·메타·X 등 후발 기업들도 초거대 AI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글로벌 AI 개발 경쟁이 벌어졌다. 특히 AI 학습과 구동에 사용되는 AI 반도체가 핵심 하드웨어로 떠오르며,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조2400억 달러로 불어났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것은 엔비디아가 처음이다.

 

죽다 살아난 비트코인

 

/로이터 연합뉴스

 

19일 기준 비트코인 1개 가격은 약 4만1000달러(5365만원)다. 작년 FTX 붕괴 이후 가상화폐 업체들이 연쇄 부도가 나며 올 초 비트코인 시세는 개당 1만6000달러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연말에는 150% 넘게 급등했다. 최근엔 미 규제 기관이 비트코인 관련 금융 상품을 승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 4월에 비트코인 발행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찾아오는 것도 투자 열풍에 불을 지폈다.

 

③ X, 머스크 인수 후 ‘산 넘어 산’… 머스크는 여전히 화제성 1위

 

/연합뉴스

 

2023년은 X(옛 트위터)에겐 시련의 해였다. 작년 10월 일론 머스크<사진>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대규모 해고와 사명 변경을 추진했다. 머스크의 인수는 X에 독이 됐다. 머스크의 ‘반유대주의’ 발언 등은 광고주가 X를 대거 이탈하게 만들었다. 이런 가운데 머스크는 여전히 화제성 1위의 테크 거물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그가 운영하는 스페이스X의 우주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가 영향력을 키우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전쟁 등에서 머스크의 입김이 커졌다. 지난 9월 전기 전문 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쓴 머스크 전기는 화제를 모으며 글로벌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가 조종, 기술 탈취… 논란의 카카오, 최악 위기

 

/카카오

 

올해 카카오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 조종 혐의, 카카오택시 관련 분식 회계 의혹, 경쟁사 일감 몰아주기와 스타트업 기술 탈취 의혹 등이 제기됐고, 금감원·공정위·검찰 등 당국의 전방위적 수사와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2년여 만에 경영 일선에 등판해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각오로 회사를 바꾸겠다”고 했다.

 

실패한 오픈AI의 쿠데타… AI의 스티브 잡스 된 올트먼

 

/연합뉴스

 

챗GPT가 세상에 공개된 지 1년 만에 개발사인 오픈AI는 극심한 리더십 변화를 겪었다. AI를 안전하게 개발하는 것을 우선순위에 둔 오픈AI 이사회와 AI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샘 올트먼<사진> CEO 사이에 골이 깊어지며 올트먼이 갑작스럽게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이 쿠데타는 일주일도 안 돼 올트먼의 회사 복귀로 막을 내렸다. AI 상업화에 적극적인 올트먼이 오픈AI의 전권을 휘어잡게 되면서 내년 각 테크 기업의 AI 개발 속도에도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올트먼은 명실상부 ‘AI시대의 스티브 잡스’ 반열에 오르게 됐다.

 

미국 게 섰거라~ 진격의 중국 테크

 

미국이 대대적인 대중 첨단 기술 규제에 나섰지만, 중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첨단 반도체 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화웨이는 자력으로 만든 5G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으며 미국 정계·테크계를 경악하게 했다. 각종 규제에 시달렸음에도 짧은 동영상 서비스 틱톡은 올해도 계속해서 미국에서 인기를 이어갔다. 중국 저가 온라인 쇼핑몰인 테무와 쉬인의 글로벌 인기도 올해의 화두였다. 특히 테무는 올해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기록됐다.

 

⑦ AI 활용한 딥페이크 폭증… 세계 각국서 “규제 꼭 필요”

 

/미드저니

 

AI가 급격하게 발전하는 만큼 이에 대한 공포와 우려도 커졌다. 특히 AI를 활용한 딥페이크 피해가 많아지며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세계 각국에서 나왔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대선에선 AI를 활용해 마약 범죄자에 대선 후보의 얼굴을 합성하는 이미지가,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양손에 수갑이 채워져 경찰에 연행되는 가짜 사진이 인터넷에서 확산됐다. 이에 유럽과 미국·중국·한국 등 28국은 지난 11월 세계 첫 AI 안전 정상회의에서 AI 규제를 위한 ‘블레츨리 선언’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도 AI 규제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⑧ 2나노 기술경쟁 벌이는 삼성전자와 TSMC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2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 기반 반도체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1위 대만 TSMC와의 초미세 공정 경쟁을 본격화한 것이다. 공정이 미세할수록 전력 효율이 높은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현재 3나노 제품이 양산 중이다. 길었던 반도체 불황도 끝이 보였다. 지난 11월 D램 범용 제품의 가격이 2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 기업들의 내년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막 오른 1000큐비트 양자컴 시대

 

IBM은 수퍼컴에 필적할 1000큐비트 수준 양자컴을 개발했다. 사진은 이전 세대 양자컴. /IBM

 

올해 수퍼컴퓨터에 필적하는 1000큐비트(qubit) 단위의 양자컴퓨터가 공개됐다. IBM은 최근 1121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 ‘콘도르’를 공개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 양자컴은 고전 역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양자 현상을 이용해 복잡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수퍼컴을 뛰어넘는 양자컴의 기준을 1000큐비트 이상으로 전망해 왔다. 테크 업계는 향후 10년 내 양자컴이 우주 같은 기초과학 연구뿐 아니라 소재 개발, 반도체, 제약 분야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스트림플레이션 본격화, 폭증하는 OTT 가격

 

올 한 해 주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 OTT 업체들이 세계 각국에서 구독료를 인상하는 가운데, 국내도 피할 수 없었다. 구글은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국내 가격을 43% 인상했고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를 제한하며 추가 인원당 5000원을 더 내도록 했다.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4000원 인상했다. 국내 OTT인 티빙도 평균 20% 구독료를 인상했다. 빅테크들이 독점적 지배력을 이용해 수익화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왔다.

 

-임경업 기자/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3-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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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이 여는 블루칼라의 시대

 

올해 7월 미국 물류업체 UPS는 파격적인 임금 협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노사 합의로 정규직 택배기사의 연봉을 연 14만5000달러(약 1억9000만 원)에서 17만 달러(약 2억2000만 원)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 이후 화이트칼라들이 고용불안에 떠는 것과 달리 육체노동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직의 몸값은 금값이 됐다. 이달 초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루칼라 직종이 노다지가 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직장 평가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미국의 마스터급 배관공은 연 9만6351달러(약 1억2600만 원)를 번다. 배관공, 용접공, 수리공 등 숙련공의 상당수가 억대 연봉을 자랑한다.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기술인 데다 고령화로 젊은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몸값이 뛰었다. 미국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고장·수리 서비스, 접객 및 요리, 농업, 헬스케어 등을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았다.

▷산업혁명이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을 촉발했듯 그동안 기술의 발전은 대개 육체노동을 대체하면서 블루칼라의 일자리를 위협했다. 하지만 최근 생성형 AI의 공습은 정반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놓은 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OECD 국가 일자리의 16.8%가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로 법률, 문화, 과학, 공학, 관리자, 최고경영자 등 화이트칼라 직종이 주요 타깃이 됐다.

 

▷현장직, 기술직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한국도 달라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가 10년 만에 기술직(생산직) 채용에 나서자 ‘킹산직’(왕과 생산직의 합성어)으로 불리며 취업시장에서 화제가 됐다. 한 채용플랫폼이 취준생 2400여 명에게 물어보니 월급, 워라밸 등 조건이 괜찮다면 생산직으로 취업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77%나 됐다. 연봉과 성취감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들에게 땀 흘린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손노동’은 매력적이다. 유튜브 등을 보면 목공, 타일, 배관, 인테리어 등의 기술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젊은 기술자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전 부모들은 아이의 성적이 시원찮으면 “그냥 기술이나 배워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이젠 ‘안 되면 기술이나’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반드시 익혀야 할 시대가 됐다. 애매한 사무직은 AI로, 단순노동직은 로봇으로 쉽게 대체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고급 블루칼라와 AI를 다루는 고급 화이트칼라만 살아남는다.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 교육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에 ‘킬러문항’이 있나 없나를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닌 듯하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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