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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심판 對 86 운동권 심판] [789세대의 도전] [이준석 탈당]

뚝섬 2023. 12. 29. 08:56

[정권 심판 對 86 운동권 심판]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의 도전]

[이준석 탈당, 희망 줬던 ‘청년 정치’의 결말은 결국 이렇게]

 

 

 

정권 심판 對 86 운동권 심판

 

[박성민의 정치 포커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은 결국 결별했다. “대통령과 당의 변화가 없다면 12월 27일 탈당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잡지 않았다. 형식은 탈당이지만 사실상 ‘출당’이다.

 

지난달 이 지면에서 이렇게 썼다.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하루에 1%씩 올라가고 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선택지는 세 가지다. ①이준석 신당 ②국민의힘 잔류 ③제3 지대 정당 합류. 현 시점에 ①50% ②30% ③20% 정도로 보인다. 12월까지 김기현 체제가 유지된다면 이준석 탈당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다. 김기현 체제가 붕괴하고 비대위로 전환한다면 탈당 가능성은 30%까지 떨어질 것이다.” 오판이었다. 이준석의 탈당 의지보다 윤석열의 출당 의지가 훨씬 강했다.

 

보수 정당 역사상 파격의 ‘30대 대표’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새드 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이준석 대표 시절’은 훗날 두고두고 입에 오를 것이다. 언젠가는 그의 공과가 냉정하게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다. 그가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을 알고 있고 그 비판이 꽤 근거가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준석 대표의 공과를 써 내려간다면 과의 줄이 훨씬 길 수도 있겠지만 무게를 달아보면 공 쪽으로 기울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돌이켜보면 박근혜·윤석열 두 대통령을 만들고 보수 정당의 당대표가 된 순간이 이준석의 찬란한 ‘화양연화’일 것이다. 그는 박근혜 비대위 합류로 정치에 들어온 12월 27일, 바로 그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 상계동에서 탈당을 선언했다. “제 고향 상계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너무나도 평균적인 사람들의 삶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노력하는 사람들의 도시, 가진 것이 많기보다 꿈꾸는 미래가 많은 사람들의 도시입니다. (…)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합니다.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합니다. (...) 이제 시민 여러분께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한 검투사의 검술을 즐기러 ‘콜로세움’으로 가는 발길을 멈춰 주십시오. 시민 여러분께서 수고롭지만 ‘아고라’에 오셔서 공동체의 위기를 논의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들에게 성원을 보내주십시오.”

 

이준석이 나간 자리에 한동훈이 들어왔다. 이준석 대표가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듯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을까. 이준석이 탈당하기 전까지 국민의힘 시나리오는 네 가지였다. ①최선 : 이준석도 남고 당이 혁신하는 것 ②차선 : 이준석은 나가고 당은 혁신하는 것 ③차악 : 이준석은 남고 당 혁신은 없는 것 ④최악 : 이준석도 나가고 당 혁신도 없는 것. 이제 ②와 ④만 남았다. 한동훈은 ‘이준석 출당을 후회하지 않을’ 혁신을 할 수 있을까.

 

“저만의 ‘NeXTSTEP’을 걷겠습니다. 변화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두고 이 길을 즐겁게 걷겠습니다”라는 이준석의 다짐은 ‘좋은 경쟁자’ 한동훈과 벌일 경쟁이 자신 있다는 선언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고 합니다. (...)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합니까?”라는 말은 누가 봐도 윤석열과 한동훈을 겨냥한 것이다. ‘콜로세움’에서 싸우는 한동훈과 ‘아고라’에서 토론하는 이준석 이미지는 극적으로 대비된다.

 

정치의 무기인 ‘말’과 ‘글’은 한동훈도 이준석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다. “우리는 상식적인 많은 국민들을 대신해서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그 뒤에 숨어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운동권 특권 세력과 싸울 겁니다. 호남에서, 영남에서, 충청에서, 강원에서, 제주에서, 경기에서, 서울에서 싸울 겁니다. 그리고 용기와 헌신으로 반드시 이길 겁니다. (...) 여러분, 동료 시민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함께 가면 길이 됩니다. 우리 한번 같이 가 봅시다.”

 

한동훈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심판’의 선거 구도를 ‘586 청산’ 구도로 바꿀 수 있을까. 어려운 숙제다.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하라는 강력한 시대정신은 우리가 운동권 특권 정치를 대체할 실력과 자세를 갖춘 사람들이라고 공동체와 동료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습니다” 맞는 말이다. 청산 대상’보다 ‘청산 주체’가 중요한 핵심이다. 친일·쿠데타·독재의 굴레에 엮일 수 있는 ‘올드 라이트(Old Right)’나 변절·배신 덫에 빠질 수 있는 ‘뉴라이트(New Right)’는 ‘586 청산’ 주체가 될 수 없다.

 

자유주의·개인주의로 무장한 ‘넥스트 라이트(Next Right)’가 청산 주체가 되는 것이 역사적 순리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시대와 함께 온다. 그 순간 지금껏 가치 있었던 것이 한순간에 낡아서 쓸모없게 보인다. 1973년생 한동훈과 1985년생 이준석의 경쟁은 ‘민주당 586 세대’를 순식간에 낡고 늙게 보이게 할 것이다. ‘강남 8학군’ 출신 한동훈과 ‘상계동’ 출신 이준석 모두 ‘강남 우파’ 이미지를 갖고 있다. ‘586 청산’은 ‘강북 우파’ 이미지의 윤석열 대통령이 아니라 ‘강남 우파’의 몫이다.

 

어둠이 물러가서 해가 뜨는 것이 아니라 해가 뜨기 때문에 어둠이 물러가는 것이다. 검사와 운동권 모두 상대를 ‘죽일’ 적으로 보는 전쟁의 언어에 익숙하다. 칼을 들고 상대를 죽이는 ‘콜로세움’의 정치다. 정치와 전쟁의 차이는 퇴로를 열어주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 상대를 말과 글로 ‘이길’ 경쟁자로 보는 ‘아고라’의 정치를 볼 수 있을까.

 

한동훈 위원장은 하루빨리 검사의 언어를 버려야 한다. 정치의 본령은 말로 싸우는 것이다. 말과 글이 뛰어난 한동훈과 이준석의 경쟁이 정치를 콜로세움에서 아고라로 옮겨 놓을 수 있을까.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조선일보(23-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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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의 도전

 

[朝鮮칼럼]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정치쇼에 현혹되는 선거 경계
兵風, 거짓 폭로, ‘줄리’ 등 선거 때마다 등장한 정치 공작은 민심 교란하는 민주의 公敵
국민들은 낡은 정치 버리고 새 정치 보여주는 쪽에 표 줄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형동 비서실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뉴스1

 

총선을 앞두고 전개되는 혼탁한 정치판을 보면서 스무 살 때 읽었던 프롬(Erich Fromm)의 문장이 떠올랐다. 선거 민주주의를 불신했던 그는 대략 이런 주장을 펼쳤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려면 유권자는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할뿐더러 투표 행위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현실을 보면 유권자는 반(半) 최면 상태에서 정치쇼에 현혹되어 인기 상품을 충동구매하듯 소중한 한 표를 던지기에 민주 선거는 막장 드라마로 전락하고 만다.

 

지난 4반세기 한국의 선거판을 되짚어 보면 프롬의 주장에 새삼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1997년의 허위 병풍, 2002년의 거짓 폭로 등은 모두 현재의 야권 세력이 여론을 훔치기 위해서 기획한 정치 공작이었다. 2년 전 대선을 앞두고 날마다 전 국민의 입에 오르내리던 “줄리”라는 가공의 인물은 어떤가? 그 역시 상대편 후보를 죽이려는 간특(奸慝)하고 비열(鄙劣)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후보 본인이 아니라 그의 부인을 겨냥한 인격 살해의 흉기였기에 ‘간특’과 ‘비열’이란 단어를 안 쓸 수 없다. 서양의 결투 문화에선 사내들끼리 다투다 상대의 부인을 공격하면 거기서 싸움은 끝이 난다. 누구든 타인의 와이프를 건드리는 순간 비겁한 얼간이의 오명을 쓰고 천하의 조롱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 한국 정치엔 명예도, 금도도 없는가?

 

얼마 전 대통령의 부인이 막장 정치극의 주연으로 다시 불려 나왔다. 이번엔 한 목사가 몰카를 찍어 언론에 흘린 후 뇌물을 받았다며 대통령 부부를 고발했다. 공인 신분으로 그런 속임수에 말려들었음은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 자체가 인격 살해의 흉계로 자행된 범죄 행위다. 타인을 음해하려는 악의를 갖고 덫을 친 행위가 어떻게 범죄가 아닐 수 있나? 하물며 암수로 여론을 흔들려는 반민주적 정치 공작임에랴.

 

이번에도 정치 공작의 주체는 어제의 그 세력이었다. 민주의 깃발을 들고 설치지만, 간사한 꾀로 민심을 교란하는 세력은 민주의 공적이다. 왜 매번 선거철만 되면 음흉한 정치 공작이 반복되는가? 선거만 끝이 나면 그 모든 정치 공작을 쉽게 용서하고 망각하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불감증 탓이다. 2002년 청와대에서 꾸며낸 거짓말로 야권 대선 후보의 부인을 수뢰범으로 몰았던 그 인물이 지금도 5선 의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실을 보라. 조직을 위해 죄를 짓고서 형을 살고 나오면 뒷배를 봐주는 전형적인 마피아식 논공행상이다.

 

정치 공작에 휘둘리지 말고 내년 총선의 본질적 의제로 돌아갈 때다. 국회 물갈이냐, 정권 심판이냐? 국민은 냉철하게 집단지성을 발휘해서 양자택일해야 한다. 현재의 제1 야당은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큰 공을 세웠지만, 적어도 지난 정권에선 엉터리 정책을 남발하고 내로남불의 작태를 연출하다 퇴출당했다. 2년 만에 그들을 다시 불러와 “탈원전”과 “소주성”과 “반일·종북”의 폭주를 이어가게 한다면, 정권 교체는 왜 했는가? 현 정권은 정치적 미숙으로 끝없는 잡음을 일으켰지만, 지난 1년 7개월 적잖은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현 정권이 한·미·일 공조를 되살렸다는 점은 전 세계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미 동맹도 흔들거렸고, 미국은 한국을 배제한 채 일본을 끼고 쿼드(Quad) 안보협의체를 맺었다. 한·미·일 공조의 열쇠는 언제나 한국이 쥐고 있었다. 그 점을 잘 아는 현 정권이 가치동맹을 강화하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게다가 부정부패를 일삼은 전 정권 실세들에 대해서 현 정권은 사법 정의를 세우고 있다. 대한민국이 운동권적 일탈을 멈추고 글로벌 정상 궤도에 진입하려 했다고 하면 과언일까?

 

문제는 국회다. 벌써 200석 운운하는 거대 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긴다면 어떤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까? 범야권은 집권당에 군부독재의 이미지를 덧씌우며 대통령 부인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여야 합의도 없이 총선용 특검법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킨다지만, 86세대 특유의 낡은 정치가 더는 통할 리 없다. 이제 다수 국민은 대안 세력의 새 정치를 희구한다. 젊고 유능한 법무부 장관이 집권당 비상 대책의 조타수로 우뚝 서면서 의회 권력의 교체를 바라는 국민 여론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다음 총선은 국회를 물갈이해 나라를 살리는 싸움이다. 여의도 사투리를 모르는 789세대가 대한민국의 희망일 수 있다.

 

-송재윤 캐나다 맥매스터대 교수·역사학, 조선일보(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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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관·차관·대통령실 참모 50여 명 총선 차출. 천하의 인재를 두루 골라야 선거에서 이길 텐데.

 

-팔면봉, 조선일보(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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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탈당, 희망 줬던 ‘청년 정치’의 결말은 결국 이렇게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및 창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탈당했다. 신당을 만들어 내년 총선에 도전하겠다고 한다. 불과 2년 반 전 많은 국민의 기대를 안고 당대표에 올랐던 그가 그 당을 비난하며 떠났다. 이렇게 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 전 대표가 낡고 고인 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실망과 아쉬움이다.

 

이 전 대표는 “저에 대한 처우, 저에게 가해진 아픈 기억 때문에 탈당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연설 상당 부분을 윤석열 대통령 비판에 할애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상대를 악의 상징으로 만들어 콜로세움에 세우는 검투사”라고 비유했다. 지금의 정국을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극한 대립이라고도 했다.

 

정치인 이준석을 키운 건 국민의힘이다. 무명에 가까운 30대를 당대표로 만들어 전국적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으로 만들었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에 있었더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 전 대표와 국민의힘 사이에 좁힐 수 없는 정치적 이념적 견해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자유시장 경제를 신봉하고 대북관, 안보관도 차이가 없다. 이제 와서 그런 당과 사람들을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것처럼 말하고 떠나는 것은 공감을 사기 어려울 것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탈당하는 것은 모두 윤 대통령과의 불화 때문이다. 두 사람이 언제부터, 왜 불화하기 시작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특별히 불화할 이유가 없을 듯한 두 사람의 불화가 불구대천처럼 됐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양두구육”이라고 했고, 친윤계엔 “눈이 돌아간 사람들”이라고 했다. 입당 전부터 이 전 대표를 경원시했다는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 전 대표를 ‘성범죄자’로 몰아 당대표에서 쫒아냈다. 그 뒤부터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비난을 주업무로 삼았다.

 

우여곡절이 많은 우리 정치 역사에서도 대선을 함께 치러 승리한 정당의 대통령과 당대표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원수가 된 경우는 없었다. 대선 승리 정당인데 축제 분위기가 며칠도 없이 거의 매일 불화였다. 지금 대통령 국정에 대한 부정이 긍정의 두 배나 되는 국민의 평가는 이런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국정을 책임지게 됐는데도 국민보다는 자신들의 감정을 앞세운 충돌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데 좋은 평가를 할 국민이 많을 수가 없다.

 

이준석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가게 될지 모르지만 희생과 헌신, 긴 호흡, 진중한 언행 없이 지금과 같은 모습만으로 더 성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때 희망을 줬던 ‘청년 정치’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맺는다.

 

-조선일보(23-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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