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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동해 피문어

뚝섬 2024. 1. 26. 11:19

[고성] 동해 피문어

 

[김준의 맛과 섬] 

 

삶은 피문어

 

지난해 겨울 동해 가장 북쪽에 있는 명파마을로 가는 길이었다. 식사를 위해 대진항에 들렀다가 피문어를 삶는 모습을 보았다. 피문어를 삶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본 것은 처음이다. 얼핏 보아도 10킬로그램은 넘을 것 같았다. 낚시로 잡아 온 피문어다. 현지 어민들이 말하는 낚시란 ‘지가리’를 말한다. 피문어는 낚시와 통발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해 잡는다. 강원도에서는 지가리 낚시만 허용하고 있다.

 

지가리는 낚시 서너 개를 갈고리 모양으로 묶고 문어를 유혹할 수 있는 미끼를 매단 어구를 말한다. 지금은 가짜 미끼를 사용하지만, 과거에는 돼지비계를 미끼로 사용하기도 했다. 배 한 척에 40여 개의 지가리를 가지고 조업에 나선다. 문어가 있을 만한 자리에 지가리를 던져 놓고, 부표가 움직이면 건져 올려 잡는다.

 

피문어는 가을부터 다음 해 봄까지 조업 기간도 길고, 찾는 사람이 많아 어민들 생계에 큰 도움을 준다. 대문어는 서해나 남해에서 잡는 작은 참문어와 달리 다 자라면 50킬로그램 이상이다. 그래서 대문어라고 하며, 삶으면 붉은색이 선명해 피문어, 물을 많이 품고 있어 물문어라고도 한다. 참문어는 돌문어나 왜문어라고도 부른다. 

피문어 잡는 낚시 ‘지가리’(좌)/삶기 전에 피문어 손질하기(우)

 

솥에 물이 끓자, 남편이 다리를 붙잡고 아내가 칼로 다리들 사이의 막을 잘랐다. 이번에는 아내가 다리를 잡고 남편이 몸통을 뒤집어 내장을 꺼내 잘라냈다. 그리고 깨끗하게 씻은 후 솥으로 옮겼다. 삶는 동안에 문어를 이쪽저쪽 뒤집어 골고루 익도록 했다. 그렇게 약 5분 정도 삶은 후 머리를 반으로 절개하고 빨판 사이에도 칼집을 넣었다. 특히 머리와 이어진 굵은 문어발은 잘 삶아지지 않는 부위다. 오래 삶으면 질겨지고 식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골고루 같은 시간에 삶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15분 정도 삶은 후 문어를 두 개의 갈고리를 이용해 걸대에 걸었다. 그리고 나무 꼬챙이로 다리의 여러 곳을 찔러 살과 껍질 사이에 들어 있는 물을 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피문어는 돌문어에 비해 부드럽고, 겨울철이 제철이다. 특히 설 명절을 전후해 동해안뿐 아니라 경북 영주·안동·봉화 등에서 제수용으로 찾는 사람이 많다. 

삶은 문어 물빼기(좌)/골고루 잘 삶아지도록 굵은 다리에 칼집을 넣는다(우)

 

-김준 전남대 학술연구교수, 조선일보(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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