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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쏘아올린 반도체 3차 대전… 빅테크 참전으로 격화] ....

뚝섬 2024. 3. 10. 09:23

[AI가 쏘아올린 반도체 3차 대전… 빅테크 참전으로 격화]

[1억원이 넘는다고? 엔비디아 수퍼칩 경쟁력의 비밀은]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3E의 정체는]

 

 

 

AI가 쏘아올린 반도체 3차 대전… 빅테크 참전으로 격화

 

칩워’ 저자 밀러가 보는 ‘반도체 전쟁’ 포인트 

 

반도체 전선(戰線)에 불이 붙고 있다. 미국 인텔은 대만 TSMC가 장악한 첨단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지난달 21일 ‘선전포고’했다. 일본의 구마모토 양배추 밭에는 대만 TSMC 신(新)공장이 들어서며 일본의 반도체 왕좌 재탈환 꿈이 커진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자 최근 주요국 매체 머리기사를 뒤덮는 단어가 ‘반도체’가 됐다. 1980년대 미·일 반도체 1차 전쟁,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한·일과 독일, 대만 등이 ‘치킨 게임’을 벌인 반도체 2차 전쟁에 이어 반도체 3차 대전 포성이 요란하다는 평가다.

 

크리스 밀러(Miller) 미 터프츠대 교수

 

반도체 격랑이 이는 이때 WEEKLY BIZ는 반도체 관련 필독서가 된 ‘칩워(Chip War·반도체 전쟁)’의 저자인 크리스 밀러(Miller) 미 터프츠대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AI 시대엔 더 많은 컴퓨팅 성능이 필요하고, 결국 첨단 칩(반도체) 없이는 AI도 없다”고 했다. 한국도 AI 반도체 성장에 따라 혜택을 입을 것이란 낙관적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밀러 교수와 함께 반도체 대국(大局)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관전 포인트①: AI가 쏘아 올린 반도체 대전

 

밀러 교수는 사실 역사학자다. 하버드대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 예일대에서 역사학 석·박사 학위를 땄다. 러시아 역사를 파다가 미·소 냉전 시대에 미국이 정밀 타격용 미사일 개발에 성공하며 소련과 벌인 군비 경쟁에서 승리한 요인이 결국 ‘반도체’란 점을 주목했다. 반도체 관련 필독서이자 파이낸셜타임스(FT)가 꼽은 올해의 경영 서적 ‘칩워’가 탄생한 배경이다. 그는 ‘칩워’에서 반도체를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핵심 요소로 꼽는다. 그리고 폭발적 성장을 이어가는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의 역할은 더 커지고, 이를 둘러싼 경쟁은 더 격해질 것이란 게 밀러 교수 전망이다.

 

-반도체는 ‘첨단 산업의 쌀’이라 할 정도로 핵심 부품이다. AI 시대에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은.

 

“칩(반도체)은 이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지난 10년 동안 AI의 발전은 대부분 더 나은 반도체 개발이 이끌었다. AI 기업들에게 고도의 ‘컴퓨팅 성능(Computing Power)’이 필수가 됐다. (컴퓨터든 스마트폰이든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AI 반도체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샘 올트먼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자금 최대 7조달러(약 9000조원)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AI 반도체 왕국 건설’에 나섰다는 평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도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관전 포인트②: ‘엔비디아 천하’는 언제까지

 

AI 반도체를 얘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기업이 엔비디아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질투의 여신 ‘인비디아’에서 이름을 땄다는 이 회사는 젠슨 황이 동료들과 1993년 만들었다. 게임을 좋아한 창업자들은 틈새시장이던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집중했고, AI 열풍이 시작되며 GPU는 잭팟을 터뜨렸다. GPU가 AI를 학습시키는 데 적합한 반도체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GPU를 찾으며 엔비디아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어난 221억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직원 절반이 연봉 3억원 이상을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회사명처럼 누구나 질투하는 기업에 오른 셈이다. 업계에선 엔비디아가 쌓아온 AI 반도체 시장 독점 체제가 당분간은 유효할 것으로도 관측한다.

 

-엔비디아 천하에 도전장을 내밀 곳은.

 

엔비디아에 도전하려는 경쟁자는 많다. AMD인텔은 엔비디아와 동등한 성능을 지닌 GPU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이 엔비디아와 경쟁하는 데 필요한 ‘소프트웨어 생태계’ 개발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엔비디아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쿠다’는 AI 개발자들이 이미 널리 쓰고 있다고 한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도전자는 구글, 아마존, MS와 같은 클라우딩 컴퓨팅 회사다. 이들은 앞으로도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매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체 개발해) 엔비디아 의존을 벗어나려 할 것이다. 중국 시장에선 화웨이가 자체 AI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고 하는데, 아직 엔비디아 반도체보다는 못한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의 독주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나는 당분간(some time)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의 최대 생산 업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기업의 반도체 수출 제한이 걸린 중국 AI 시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글로벌 시장에서 반도체 업체들은 첨단 AI 반도체 시장에 진입하느라 애먹을 것이다. 하지만 AI 반도체 시장을 ‘공급망 차원’으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AI 반도체로 인한 수혜가 다양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반도체 제조 업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 제조 업체, 화학물질 생산 업체 등 공급망 안에는 다양한 업체가 포함된다. 그래서 이 기업들도 AI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과실을 나눠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

 

관전 포인트③: 일본의 ‘반도체 르네상스’ 열리나

 

지난달 2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선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 TSMC가 86억달러를 투자해 신설한 반도체 공장 개소식이 열렸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이 자리에서 “TSMC 일본 공장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르네상스를 시작하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1980년대 세계 최강 반도체 국가였던 일본이 ‘반도체 왕국’으로 부활하기를 꿈꾼다는 현지 보도도 잇따른다.

 

-일본 반도체 기술은 경쟁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일본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무시할 순 없다. 일본 기업이 첨단 반도체 완성품을 생산하지는 못하더라도, 일본 기업의 반도체 장비나 소재가 없으면 이러한 반도체를 아예 만들 수 없다.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에서 계속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육성 노력도 상당한 것 같다.

 

“그렇다. 일본 정부는 중국이 지역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과 함께 반도체에 대한 투자가 경제 부흥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보고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에 세운 TSMC 제1 공장과 착공 예정인 제2 공장에 보조금 1조2000억엔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본은 TSMC와 마이크론을 비롯한 외국 반도체 제조 업체의 신규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또 일본 땅에서도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일본의 신흥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하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

 

관전 포인트④: 반도체 ‘미·중 갈등’

 

군사력과 경제력에서 나란히 1, 2위를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심에도 반도체가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네덜란드 ASML의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군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수출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여파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발전의 한계에 부닥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 전망이다. 밀러 교수는 과거 미국과의 군비, 우주 기술 경쟁이 소련의 경제를 한계로 몰아넣었던 것처럼 중국의 비효율적 반도체 자립 시도가 중국 경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반도체 미·중 갈등은 과거 미국과 소련의 군사 경쟁을 떠올리게 한다.

 

“중국은 소련과 달리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소련과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당장 반도체 산업에 대규모로 투자해 한국과 대만, 미국 반도체 기업의 역할을 대체하고 싶어 한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면서 (과잉 생산 등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문제를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극복하고자 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에 대한 권력 집중화가 되레 (효율적인 투자를 막고) 비효율 문제를 낳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력 갱생’ 정책은 이미 너무나 비싼 정책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점점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

 

-미국의 장비 수출 제한 조치로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자체 발전시키려 애쓰고 있다. 중국 반도체 굴기(崛起)에 대한 평가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따라잡기 위해 애쓰는 것은 맞는다. 중국은 덜 발전한(less-advanced) 프로세서 칩을 대량생산하는 데엔 성공할 것이다. 문제는 AI 등에 쓰이는 하이엔드(high-end) 반도체 제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이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칩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칩 회사들을 (생산이나 가격 면에서) 압박할 수는 있다. 그러나 AI 등에 심을 최첨단 프로세서 칩은 중국이 여전히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독점하는 ASML 장비를 (미국 제재로) 구매하지 못한다. 그래서 최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이 업계 리더에 비해 비효율적일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야 (최첨단 노광 장비를 못 하더라도) 중국 기업들의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 분명하지만, 최첨단 기술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관전 포인트⑤: K반도체의 운명

 

총성 없는 ‘반도체 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반도체 강국인 한국의 고심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29일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삼성이 파운드리 거대 기업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이 삼성과 협력하는 데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테크 기업과 반도체 제조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펼쳐지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이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TSMC는 최근 AI 반도체 생산으로 뉴스에 자주 나온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과 인텔도 AI 반도체를 생산하지만, TSMC가 AI 반도체의 주요 제조 업체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AI 관련 하드웨어에 대한 수요 급증은 (TSMC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예컨대,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 폭 메모리(HBM)는 대부분 한국 기업에서 생산한다. (D램을 여러 겹 쌓은 HBM은 동시에 대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어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업계를 선도(두 기업의 HBM 세계시장 점유율은 90%가량)하는 기업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비즈니스를 강화하는 것은 한국 반도체 기업이 신경을 써야 할 뉴스이지만, 더 무서운 경쟁자는 TSMC다. 마이크론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에 비해 덩치가 작은 회사라 큰 위협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근본적 질문이 있다. 반도체 산업이 AI 산업 발전에 과연 중요한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은 이 회사 지분 90%를 가진 일본 투자사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을 넘기도 했는데.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포하려면 반도체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다. 아마존, 구글, MS 등 전 세계 대형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여러 기업에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칩을 구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키포인트는 AI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경제적으로 유익하냐는 것이다. AI가 기업의 신제품 판매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된다면 기업들은 AI에 계속 투자할 것이고, 이에 따라 하이엔드 반도체 칩이 계속 엄청나게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떠오를 반도체 다크호스를 꼽자면.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테크 가운데 일부는 주요 반도체 업체로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구글은 이미 지난해 약 30억달러를 들여 자체 AI 반도체 100만개를 생산했다. MS도 지난해 11월 AI 반도체인 ‘마이아100′과 ‘코발트100′을 공개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오는 5월 AI 반도체를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구글이 내놓은 AI 작업에 특화된 반도체인 ‘텐서 프로세싱 유닛(TPU)’은 AI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마존과 MS도 앞으로 컴퓨팅 분야에서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 밀러 교수

 

반도체를 둘러싼 전 세계 주요국의 치열한 경쟁을 다룬 책 ‘칩워(chip war)’의 저자. 미국 터프츠대 플레처스쿨에서 국제관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뒤 예일대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루킹스 연구소,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 등에서도 연구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칩워 이전에는 러시아의 경제와 외교정책과 관련된 책을 세 권 저술한 바 있다.

 

-김성모/홍준기 기자, 조선일보(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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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원이 넘는다고? 엔비디아 수퍼칩 경쟁력의 비밀은

 

[김정호의 반도체 특강]

 

독보적 GPU에 더해 ‘쿠다’라는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의 핵심

 

인공지능(AI) 반도체 선도 업체인 엔비디아. 이 업체는 AI 반도체의 완전체를 추구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완전체의 정수(精髓)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수퍼칩 ‘그레이스 호퍼(GH) 200′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컴퓨터그래픽스 콘퍼런스 ‘시그래프 2023′에서 ‘GH200′을 올해 2분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1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래도 이 비싼 칩을 사려고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도대체 이 수퍼칩이 뭐길래 이런 비싼 값에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설 것이라고 할까.

 

엔비디아의 첫 번째 경쟁력은 독보적인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있다. 초창기 PC가 굼뜬 2차원 영상 세계만 구현할 때, 1993년 태동한 신생 회사 엔비디아는 컴퓨터 게임 등에 쓰이는 복잡한 3차원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GPU로 틈새시장을 노렸다. 엔비디아의 GPU는 복잡한 3차원 이미지를 자연스레 구현해 내고자 엄청나게 많은 고속 병렬 계산을 해내야 했고, 이게 진화를 거듭해 생성형 AI 반도체 시대의 주인공이 됐다.

 

GPU 안에도 단기 기억 장치(캐시 메모리)는 있다. 그러나 AI 학습을 위한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모두 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해결사’ 역할로 가까운 거리에 고대역폭 메모리라 불리는 HBM(High Bandwidth Memory)이 함께 설치된다. HBM은 D램(정보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전자 기기용 메모리 반도체)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한 번에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초고성능·초고용량 메모리다. 이런 패키징 기술이 더해지며 엔비디아 GPU는 빅테크들의 AI 개발에 필수품이 됐다. 현존 최고 사양을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칩 ‘H100′은 최근 AI 반도체 시장을 선도한다. H100은 특히 생성형 AI 거대 언어 모델(LLM) 개발에 쓰이는데, 한 개 가격이 60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같은 H100의 성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AI 반도체가 올 2분기부터 양산된다는 ‘GH200′이란 것이다. 여기엔 엔비디아가 자체 설계한 CPU와 HBM3E(5세대 HBM) 여섯 개<사진>가 함께 들어간다.

 

/엔비디아

 

그런데 엔비디아의 경쟁력은 끝내주는 AI 수퍼칩 때문만은 아니다. 엔비디아 경쟁력의 비밀은 바로 소프트웨어 ‘쿠다(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에 있다. 2006년 당시 엔비디아는 게임용 GPU의 고속 병렬 계산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도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자각하고 쿠다라는 소프트웨어를 내놨다고 한다. 쿠다는 쉽게 말하자면 ‘번역가’다. 인간이 AI 알고리즘을 새로 개발하려면 이를 코딩해야 한다. 알고리즘은 파이선(Python) 같은 코딩 언어로 표현되는데, 이 언어들은 인간 언어와 유사하다. 하지만 GPU 같은 반도체는 ‘1′과 ‘0′으로 이뤄진 2진수 언어인 ‘기계어’만 이해한다. 쿠다는 이렇게 인간 수준의 언어를 기계어로 자동 번역하는 기능을 한다. 더구나 쿠다는 초거대 생성형 AI 학습에 필요한 행렬 계산을 위한 최적의 스케줄과 역할 분담이란 ‘비서’ 역할도 해준다. 이에 AI 개발자들은 편리하고 신뢰성 있는 쿠다를 쓰는 게 이미 습관화됐다. AI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라 개발자들은 개발 중 사소한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엔비디아 GPU를 쓰려는 이유는 바로 쿠다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쿠다가 곧 엔비디아의 핵심 경쟁력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엔비디아 주가는 계속 날아오를까. 단순 계산부터 해보자. 곧 출시될 GH200의 가격은 1억원대를 바라본다. 앞으로 대형 인공지능 플랫폼 기업들은 기업마다 GPU 100만개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과감히 예측해 본다. 이런 기업이 10개라면 엔비디아 매출은 1000조원, 100개라면 1경원이 된다. 지난 1일 현재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2672조원, 세계 시가총액 기준 3위다. 이렇게 보면 현재 엔비디아 주가는 미래를 좀 더 희망적으로 보는 시장 예측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험 요소도 만만치 않다. 우선 AMD, 인텔, 구글, 메타 등이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며 맹추격 중이다. 독점적인 엔비디아의 GPU를 사서 쓰기엔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당장은 엔비디아 천하지만, 2~3년 지나면 경쟁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해 나갈 것이다. AI를 통한 사업 확장은 상상을 뛰어넘는 자본 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AI 반도체 자체 설계·생산을 위해 9000조원에 달하는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보고 협력 국가와 기업을 찾고 있다. 조만간 1경원이 넘는 투자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전 세계 인구 10억명이 매달 10만원씩, 10년간 모아야 만들어지는 돈이 1경2000조원이다. AI가 이를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하겠느냐가 위험 요소인 셈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조선일보(24-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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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에 들어가는 HBM3E의 정체는

 

[깨알 5Q]

 

반알못’을 위한 반도체 상식

 

1. 반도체란 무엇인가?

 

전기가 통하는 도체(導體)와 플라스틱이나 나무같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 단계인 물질이다. 그래서 이름이 반(半)도체다. 부도체인 규소에 ‘불순물’을 섞어서 특정 조건에서만 전기가 흐르도록 제어한다. 이러한 전기신호로 전자 기기를 제어하거나, 정보를 저장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반도체는 디지털 전환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최첨단 반도체가 있어야 인공지능(AI) 기술의 구현도 가능하다.

 

2. 반도체는 어떻게 나뉘나?

 

반도체는 크게 정보 저장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와 정보 처리가 목적인 비(非)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기가 끊어지면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는 단기 저장용 ‘D램’과 한번 저장된 정보는 전원이 끊겨도 기억이 장기간(일반적으로 10년 이내) 지워지지 않는 ‘낸드플래시’가 있다. 대신 D램은 낸드플래시에 비해 처리 속도가 더 빠르다.

 

비메모리(시스템) 반도체는 정보를 인식하고 연산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컴퓨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대표적이다. AI 학습과 서비스를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분류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효율성이 요구된다. 원래 게임 그래픽 처리를 위해 개발한 비메모리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는 병렬 연산이 가능해 ‘AI용 반도체’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3. 반도체를 ‘몇 나노’라고 분류하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여기서 나노(nano)는 10억분의 1미터를 뜻하는 나노미터의 줄임말이다. 반도체 회로 선폭의 단위로, 반도체 제조 작업의 정교함을 나타내는 ‘공정 단위’로 통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같은 크기의 반도체가 더 뛰어난 성능과 더 큰 저장용량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통상 28나노 이상의 공정을 거친 반도체는 범용(레거시) 반도체, 14나노 이하를 첨단 반도체로 분류한다. 현재 생산되는 최첨단 반도체는 삼성전자, TSMC에서 만드는 3나노 반도체다. 최근에는 1~2나노 초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이 불붙은 상태다.

 

4. 수율이란?

 

수율은 생산된 반도체 중 결함 없이 정상 작동하는 합격품의 비율이다. 수율은 반도체 설계 기술, 공정 효율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제조 기업의 기술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미세한 공정으로 갈수록 수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공정 단위를 낮추면서 수율을 높이는 것이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과제다.

 

5. AI 반도체 제조의 필수품이라는 HBM은 무엇인가?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은 D램을 여러개 쌓아 올려 데이터가 지나가는 통로의 폭(대역폭)을 넓혀 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것이다. HBM을 사용해야 AI의 학습과 연산 성능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일반 D램보다 2~3배 비싸지만, 개당 수익률이 5~10배 달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SK하이닉스가 2013년 처음 개발했고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5세대인 HBM3E 양산에 세계 최초로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단 적층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채제우 기자, 조선일보(24-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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