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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전쟁 속 숨은 승자는?.. 말레이시아]

뚝섬 2024. 3. 13. 11:21

[미·중 반도체 전쟁 속 숨은 승자는?…세계 기업 몰려드는 이 나라] 

[반도체 전쟁’ 사령부의 운명 가를 선거]

 

 

 

미·중 반도체 전쟁 속 숨은 승자는?…세계 기업 몰려드는 이 나라

 

중국 오성홍기와 반도체 이미지.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전쟁에서 숨은 승자는 말레이시아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정학적 위기에 세계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에 투자하고 공장을 설립하기 때문이다.

 

11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 북부에 있는 페낭주에 세계 기업들이 새로 법인을 설립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과 인텔, 인피니언 등이다. FT는 “지정학적 혼란으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백업을 모색함에 따라 말레이시아가 투자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 반도체 제재를 확대하면서 중립적인 말레이시아가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반도체 생태계가 잘 조성된 편으로 평가받는다. 반도체 공급망 가운데 패키징과 테스트 등 후공정에 강점이 있다. 인텔은 1972년 말레이시아에 생산시설을 지었으며 인텔, AMD, 르네사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말레이시아 거점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세계 6위 반도체 수출국이며 세계 반도체 패키징, 조립, 테스트 시장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수입의 20%를 차지하는데, 이는 대만·한국·일본보다 많은 수치다.

 

글로벌 기업들도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올해 말 완공 예정인 고급 패키징 공장을 포함해 말레이시아에 7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페닝과 접경 쿨림에도 또다른 칩 조립 및 테스트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마이크론도 지난해 두번째 조립 및 테스트 시설을 페낭에 세웠고, 독일 인피니언은 앞으로 5년간 5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기업들도 진출하고 있다.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비해 제조 시설을 중국 본토 밖 말레이시아에 옮기는 것이다. 화웨이도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과 제휴해 페낭에서 그래픽처리장치 서버를 제조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공급망 중 후공정(조립 및 테스트)에 속해 있는데, 고성능 반도체 제조 분야 기업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면 제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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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사령부의 운명 가를 선거

 

우리가 ‘政經 유착’이라는
말의 감옥에 갇힌 사이
美·日·대만 ‘政經 원팀’
‘칩 워 사령부’ 선택 총선

 

대만 TSMC는 지난 2월 2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 신공장을 개소했다. 사진은 같은날 오전 TSMC 공장 바로 앞 양배추밭에서 수확하는 농부들의 모습/성호철 도쿄특파원

 

일본 남단 구마모토에 세워진 대만 반도체 기업 TSMC 공장은 공장 앞 양배추밭 사진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인구 4만3000명의 기쿠요마치(菊陽町)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전혀 다른 모습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70대 농부가 소를 키우던 1800평 땅에는 지금 주택 공사가 한창이다. 평당 2만엔 땅이 작년 평당 10만엔으로 뛰더니 지금은 20만엔이 됐다. 계속 오르고 있다. 만면에 미소를 띤 이 농부는 “지금 팔면 3~4억엔 벌 수 있지만, 팔지 않고 공장 사람들 대상으로 임대 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용객이 없어 무인 역인 하라미즈(原水)역은 아침마다 출근 인파로 넘친다.

 

일본은 지역마다 최저임금이 다르다. 구마모토 최저 시급은 898엔이고 도쿄는 1072엔이다. 그런데 TSMC 이후 상황이 역전됐다. 인력 회사 사장 시마즈씨는 “반도체 공장 급식 보조 시급이 1500엔인데, 2, 3공장이 만들어지면 3000엔이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도체 일자리는 넘치는데 기술 인력이 부족해 대학도 비상이다. 구마모토대학은 70여 년 만의 학제 개편으로 문과, 이과생 모두가 지원 가능한 정보융합학과를 신설했고, 도쿄대학도 구마모토 대학에 ‘나노시스템 집적센터’를 만들어 공동 연구에 나섰다. 졸업까지 4년이 걸리니 속성 코스인 반도체 직업 학교에는 트럭 운전사, 요양 시설 종사자까지 몰렸다.

 

그래 봤자 TSMC는 대만 회사다. 일본이 진짜 칼을 가는 공장은 북단 홋카이도 지토세(千)에 건설 중이다.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을 대표하는 8개 기업이 AI(인공지능) 반도체로 사용할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의 국산화를 위해 설립한 라피더스. 회장은 75세, 사장은 72세다. 고이케 사장은 “우린 20년 늦었다. 2등이면 된다고? 지난 20년 교훈이 뭔가. 목표는 당연히 1등”이라고 말했다. 다시 전투에 나선 반도체 노장들의 피맺힌 외침이다.

 

라피더스 프로젝트에는 최소 5조엔이 필요한데 일본 정부가 우선 1조엔을 퍼붓는다. TSMC 구마모토 1공장에는 최대 4760억엔, 2공장에는 최대 7320억엔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정경 유착’이라고 해도 반박할 도리가 딱히 없다. 대만과 한국은 지금의 일본이 울고 갈 ‘정경 원팀’의 역사를 갖고 있다. 대만의 실세 리궈딩(李國鼎) 장관은 1985년 중국계 미국 엔지니어 모리스 창(張忠謀)에게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원합니다. 돈이 얼마나 필요합니까”라고 물었다. TSMC 설립 자금의 48%는 대만 정부가 냈지만 여전히 돈이 모자랐다. 기업인들에게 “그동안 정부가 잘해주지 않았느냐”는 전화를 걸었다. 협조를 가장한 협박을 통해 금고가 채워지고 TSMC가 출발했다.

 

불굴의 기업가 정신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의 전폭적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한국 반도체가 있다. 무기의 정확도를 위해 진공관 대신 반도체를 넣으려던 펜타곤의 닦달이 미국 반도체 발전의 촉매가 됐다. 미국은 지금 반도체 보조금을 헬기에서 뿌리고 있고, 중국은 정부와 기업 구분이 의미가 없다.

 

우리가 정경 유착이라는 ‘말의 감옥’에 갇힌 사이, 미국·일본·대만이 ‘정경 원팀’으로 이 감옥을 박차며 ‘반도체 전쟁’에서 저만큼 뛰어가고 있다. 반도체 전쟁 사령부는 정부와 의회, 그리고 기업이다. 이미 우리 사령부 한쪽이 포격에 무너지고 있는데, 사령부를 맡겠다는 장수와 부대 어디서도 진격 앞으로 구호가 들리지 않는다. ‘칩 워(Chip War) 사령부’의 운명을 결정할 선거가 이제 다음 달이다.

 

-정우상 기자, 조선일보(24-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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