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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광풍 1년, 위기의 한국 반도체] [美 8조원 반도체 보조금.. ]

뚝섬 2024. 3. 19. 08:46

[AI 광풍 1년, 위기의 한국 반도체]

[美 8조원 반도체 보조금 쇼크, 한국은 ‘연말 시한부 감세’가 전부]

[美, 왜 삼성에 예상치 3배인 8조 쏘나... 반도체 패권 ‘쩐의 전쟁’]

[돈 쏟아부어 반도체 활로 찾은 中]

[복잡한 인허가에 투자 발목잡힌 한국]

 

 

 

AI 광풍 1년, 위기의 한국 반도체

 

[조형래 칼럼]

대만계 엔비디아와 TSMC, AI 반도체의 수퍼 파워로 등극
메모리 시장까지 뒤흔들 태세
삼성의 ‘초격차’ 기술은 후발 주자에 따라잡히는 형국
대기업 특혜 논리 못 넘어서면 K반도체의 미래는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탐독한 책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올해 1월 페이스북에 “삼성전자는 불과 6~7년 전만 해도 ‘초격차’라는 수식어의 사용권을 독점해도 된다고 자부할 정도로 기술력에서든 원가 경쟁력에서든 반도체 제조업만큼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회사였다. 하지만 AI 반도체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을(乙)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썼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SK하이닉스는 물론 메모리 업계 만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에조차 밀리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HBM은 D램 반도체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메모리다. 가격도 기존 D램보다 5배 이상 비싸다. AI 반도체의 황제로 등극한 미국 엔비디아는 하이닉스의 HBM을 공급받아 대만의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TSMC에 최종 조립(패키징)을 맡긴다. 엔비디아·TSMC·하이닉스로 연결되는 삼각 생산 체제가 구축된 것이다. 삼성이 2019~2020년 HBM 개발에 차질을 빚는 사이, 하이닉스가 빠르게 치고 나가 HBM 시장을 선점했다. 삼성이 수익성 극대화에만 치중해 차세대 제품 개발을 소홀히 한 게 실책이었다.

 

삼성도 최근 HB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제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여기엔 기술적인 문제 외에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정치 역학도 크게 작용한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와 경쟁하는 삼성이 엔비디아와 TSMC의 혈맹(血盟) 관계를 비집고 들어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대만계인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TSMC의 모리스 창 창업자를 아버지처럼 존경하며, 지난해 말 대만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도 “모리스 창과 TSMC가 없었다면 지금의 엔비디아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마이크론이 최근 2분기부터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고 밝히면서, TSMC와의 연대를 유달리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뼈아픈 것은 마이크론이 삼성·하이닉스에서 연구원을 100명 넘게 데려가면서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미국 인텔의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도 큰 부담이다. 지난달 2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인텔 파운드리 2024 행사는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총출동해 ‘팀 USA’의 힘을 과시하는 이벤트였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대만과 한국이 반도체 제조 비율의 80%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미국·유럽 생산 비율이 50%는 되어야 한다. 인텔이 2030년까지 파운드리 세계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히자,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가 영상으로 깜짝 등장해 “인텔의 기술로 반도체를 만들겠다. 미국 내 강력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인텔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현재 파운드리에서 TSMC의 압도적인 점유율(61.2%)을 감안하면 인텔은 현재 2위인 삼성전자를 향해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세계 반도체 산업은 대화형 AI 서비스 챗GPT가 등장한 2022년 11월 이후 현기증 나게 변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무려 6배 넘게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에서 세계 3위에 올랐고, TSMC 시가총액도 삼성전자의 2배로 커졌다. 또 세계 각국이 쏟아붓는 반도체 보조금은 한국이 장악해 온 메모리 시장까지 뒤흔들 태세다. 일본 히로시마에 신공장을 짓고 있는 마이크론은 투자금의 40%를 일본 정부 보조금으로 받는데, 이 덕분에 마이크론 전 세계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단숨에 7%나 향상된다고 한다. 반면 삼성·하이닉스는 일본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친일 논란을 의식해 일본 공장 건립을 1년 넘게 검토만 하고 있다. 이런데도 한국 기업들은 대기업 특혜 논리와 각종 규제에 밀려 터 파기 공사만 4~5년씩 해야 하고, 정부 지원도 지금처럼 투자금이 마르는 시기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세제 혜택이 전부다. 우리 기업과 정부가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3~4년 뒤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나락으로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조형래 부국장 겸 에디터, 조선일보(24-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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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8조원 반도체 보조금 쇼크, 한국은 ‘연말 시한부 감세’가 전부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의 작년 모습. 삼성전자는 올해 안에 테일러시 공장 건설을 완료해 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작은 사진은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삼성전자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로부터 60억달러(약 8조원)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당초 예상보다 3배 가까이 많은 금액이다. 삼성전자엔 호재지만, 외신 보도대로 파격적 보조금이 ‘미국 내 추가 투자’ 조건에 따른 것이라면 한국 경제로선 반길 수만은 없는 소식이다. 삼성전자는 20년간 250조원을 투자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짓겠다는 계획을 텍사스 주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이러다 삼성의 반도체 주력 생산기지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뿐 아니다. 유럽·일본·중국·인도 등 경쟁국들은 공장 건설 비용의 40~7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며 반도체 기업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부지와 각종 감세 혜택을 제공하고 행정 절차를 대폭 줄여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반면 한국은 정부 보조금이 한 푼도 없다. 국회가 반도체 투자금의 8%을 세액공제 해주는 법을 만들었다가 “경쟁국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는 여론 질타가 쏟아지자 공제율을 15%로 올린 것이 전부다. 이 혜택마저 시한부여서, 올 연말로 끝난다.

 

여기에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온갖 정치·사법 리스크와 경직적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 반(反)기업 규제로 연구·개발 활동이 위축되고 생산 라인 확장에 발목이 잡혀 왔다. 삼성의 평택 반도체 공장은 송전선로를 설치하는 데 5년을 허비했고, SK하이닉스 용인 공장은 토지 보상과 지자체 인허가 문제로 4년 만에야 겨우 첫 삽을 떴다. 반면 착공 1년 10개월 만에 공장을 완공한 일본 TSMC 구마모토 공장, 3년 안에 1.4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인텔 사례에서 보듯 경쟁국들은 가공할 속도전을 펼치며 한국 추격에 나섰다.

 

한국 반도체의 기술 경쟁력도 예전같지 않다. 메모리 세계 1위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에 필수적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졌고,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선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경기도 용인에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집적단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은 물론 외국 반도체 관련 기업을 대거 끌어들여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보조금을 포함한 파격적 인센티브를 도입해야 한다. 글로벌 보조금 전쟁에서 한국만 뒤처지지 않도록 22대 국회는 강력한 반도체 지원법을 최우선 안건으로 추진해야 한다.

 

-조선일보(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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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왜 삼성에 예상치 3배인 8조 쏘나... 반도체 패권 ‘쩐의 전쟁’

 

일본·유럽 등과 기업 유치 경쟁
美, 업계 예상치 3배 가까운 혜택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반도체 공장 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미 정부에서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으로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170억달러를 투자해 미 텍사스 테일러시에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15일 삼성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삼성전자에 미국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으로 60억달러 이상을 지급할 계획이다. 블룸버그도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이 소식은 몇 주 안에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지원금이 많아야 20억~30억달러 수준일 것으로 봤다. 400억달러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가 50억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와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추가 투자 의사를 보이면서 파격적인 보조금이 책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테일러 공장 건설 비용이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크게 늘었다는 점,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삼성전자 위상, 한미 양국 관계 등도 협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미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파운드리(위탁 생산) 공장의 작년 모습.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올해 안에 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생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지급하는 60억달러(약 8조원) 이상의 보조금은 당초 예상치의 3배에 가까운 파격적인 금액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통 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고, 중국 반도체 굴기를 함께 압박하자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뿐 아니라 메모리와 패키징(후공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미국 입장에서는 TSMC 의존도를 낮추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도 엔비디아, AMD, 메타 등 미국 고객을 적극 유치하며 TSMC를 추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2022년 칩스법을 만들고 반도체 보조금과 연구·개발 비용 등을 포함해 총 527억달러를 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280억달러를 최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에 보조금으로 지급한다. 지금까지 600여 기업이 보조금을 신청했다. 보조금이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을 미국에 몰려들게 하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자국 중심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는 일본, 유럽, 인도 등도 막대한 보조금을 앞세워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 보조금이 있는 곳에 반도체 공장이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보조금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격화된 반도체 보조금 전쟁

 

미국이 쏘아올린 반도체 보조금 경쟁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고 있는 일본은 18조원 규모의 1차 지원금에 추가 지원금까지 내걸며 2030년까지 국가 반도체 매출을 현재의 세 배 수준인 15조엔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일본은 TSMC가 구마모토현에 문을 연 제1공장에 공장 건설 비용의 약 40%에 해당하는 4760억엔을 지원했고, 올해 말 착공에 들어가는 제2공장에도 7300억엔을 지급한다. 훗카이도에 공장 건설을 시작한 일본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에도 5900억엔을 추가 지원해 첨단 제품인 2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를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2022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유럽연합(EU)은 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EU 반도체법에 합의하고 2030년까지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6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을 10%에서 20%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EU도 반도체 분야만은 예외로 둔 것이다.

 

잠자는 코끼리’로 불리는 인도도 반도체 보조금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중 패권 전쟁이 격화되며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을 대신할 새로운 생산 지역 물색에 나서자 인도가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우며 러브콜을 보내는 것이다. 인도는 13조원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내걸고 공장 건설 비용의 50~70%를 지원하고 있다. 미 마이크론에 이어 이달 초 인도 타타일렉트로닉스와 대만 반도체 파운드리 PSMC가 함께 추진하는 28나노 반도체 공장 등 3개 공장 건설을 한 번에 승인했다. 대만도 연구비의 25%에 대해 법인세를 면제해 주는 등 자국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제 혜택을 들고 나왔다.

 

보조금 없는 한국

 

세계 주요국들이 보조금을 살포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한국에서는 보조금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보조금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 때문이다. 여기에 반도체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K칩스’ 법조차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K칩스법은 반도체와 같은 국가전략기술 시설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이는 법이다. 직접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세금이라도 아껴주겠다는 취지지만, 연장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을 초과하는 투자 금액에 대해 최대 10%를 추가로 세액공제 해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도 지난해 말 만료됐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는 누가 먼저 대규모 투자를 해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제품을 양산하느냐에 따라 주도권이 결정된다”면서 “막대한 해외 각국의 보조금을 포기하고 한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했다.

 

반도체 보조금

 

세계 주요국이 글로벌 반도체 공장 유치를 위해 내건 보조금 및 세액공제 등의 대규모 지원책. 반도체가 국가 전략 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각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시설 투자의 최대 70%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약속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이고 있다.

 

-김성민/황규락 기자, 조선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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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쏟아부어 반도체 활로 찾은 中

 

美 압박 속에도 기술 진보 이뤄 

 

중국 1위 파운드리 업체 SMIC 상하이 공장 내부 모습. /SMIC 제공

 

미국의 주도로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고립된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규제가 시작될 때만 해도 반도체 업계는 “중국 반도체 굴기가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보이던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지원책이 기술 발전이라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 SMIC는 작년 7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첨단 공정으로 만든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했다. 현재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 같은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된 3~4나노 칩보다는 떨어지지만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도 기술 진보를 이룬 것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YMTC도 작년 232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최고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을 턱밑까지 추격한 수준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력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자 미국은 지난 11일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를 비롯해 6개 반도체 업체를 추가로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다.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 반도체 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성장하는 배경엔 중국 공산당의 막대한 자금 지원이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8일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직접회로산업투자펀드’의 3번째 펀드 조성에 나섰다. 그 규모가 270억달러(약 35조9000억원) 이상이다. 3차 펀드에는 중국 지방 정부와 투자 회사, 국가개발투자공사(SDIC) 같은 국영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14년 25조7000억원 규모의 1차 펀드, 2019년 37조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조성하는 등 지난 10년간 SMIC, YMTC 등 122개 자국 반도체 기업에 돈을 쏟아부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술은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발전한다”면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늦출 수는 있겠지만, 결국 정부가 의지를 갖고 무한정에 가까운 자원을 쏟아붓다 보면 중국 기업들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면서 자력으로 첨단 반도체를 계속 개발해낼 것”이라고 했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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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인허가에 투자 발목잡힌 한국

 

SK 용인공장 4년만에 겨우 첫삽
삼성 평택공장도 5년 허송세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항공사진.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조성을 위해 주변 야산을 통째로 헐어낸 부지.

 

한국은 보조금을 앞세운 세계 각국의 반도체 시설 유치 경쟁에서 소외돼 있을 뿐만 아니라 반도체 시설 건설에 필요한 인허가 속도 경쟁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기업들은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첨단 공법을 적용한 반도체 공장을 빠르게 지어야 하는데 한국에선 복잡한 인허가에 막혀 빠른 투자가 쉽지 않은 것이다.

 

지난 2월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선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가 86억달러(약 11조4000억원)를 들여 세운 반도체 공장 개소식이 열렸다. TSMC는 2021년 10월 구마모토현에 신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는데, 3년도 안 돼 준공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는 계획 발표 후 빨라야 5년 정도가 걸린다. 각종 인허가 절차를 밟아 착공하는 데만 2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일본은 반도체 업체가 신공장을 빨리 지을 경우 발생하는 직간접적 경제 효과를 노리고 부지 조성 문제와 인허가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고, 건설 발표 6개월 만에 착공했다. 구마모토현은 공업용수와 도로 정비 문제에 직접 뛰어들었다. 공사가 가장 활발할 때는 6500여 노동자가 현장에 내려와 24시간 내내 일했다.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는 “일본 전역의 모든 건설 크레인이 이곳에 모여 있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다.

 

반면 SK하이닉스가 2019년 120조원을 들여 공장 4개를 짓겠다고 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주변 지자체의 반발, 토지 보상 문제, 환경영향평가, 지자체 인허가 지연 등으로 착공이 여러 차례 연기됐고, 작년 초에야 첫 삽을 떴다. 5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땅고르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평택 반도체 3·4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송전선로 지중화 요구에 부딪혀 5년간 허송세월했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 관련 시설에 대해서는 인허가 절차를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해야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 “결국 정부와 지자체의 의지에 달린 일”이라고 했다.

 

-김성민 기자, 조선일보(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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