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한국의 숲, 늙었다.. ‘제2의 산림녹화’ 서둘러야] [늙은 나무’ 77%.. ]

뚝섬 2024. 4. 1. 09:59

[한국의 숲, 늙었다… ‘제2의 산림녹화’ 서둘러야]

[늙은 나무’ 77%… 한국, 숲도 고령화]

[韓 ‘목맥경화’… 115억그루 심었지만 늙은 나무 방치, 선순환 안돼] ….

 

 

 

한국의 숲, 늙었다… ‘제2의 산림녹화’ 서둘러야

 

국토의 63%가 산인 우리나라는 산림이 울창해 보이지만 늙은 숲이 많아 제 기능을 못 한다. 오래된 나무는 제때 베어내고 후계림을 조성해야 숲의 생태계가 선순환하는데 1970년대 대대적인 녹화사업 이후 사실상 방치해 온 탓이다. 그 결과 탄소 흡수 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30년생 이상 고령 나무가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또 임도(林道) 등 인프라 개발에도 소홀해 국토 내 산림 비율이 세계 평균의 두 배인데도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과하고 목재 수입량이 세계 4위다. 단기간에 산을 푸르게 만드는 녹화에는 성공했지만 산림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조림(造林)에는 실패한 것이다.

도시화율이 80%가 넘고, 미세먼지에 시달리는 우리나라에서 산은 ‘국토의 허파’나 다름없다. 숲이 늙어 탄소 저감 효과가 떨어지면 대기 질 악화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의무가 강화돼 목재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산림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수입에 의존한다면 국가 경제에도 큰 손해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과 각종 재난을 뜻하는 ‘그린 스완(Green Swan)’이 일상화된 요즘엔 숲이 시들해지면 이 같은 위기를 완충해줄 보호막도 얇아진다.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이 숲의 경쟁력 강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매스 등 목재를 활용한 미래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낙후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대안으로 숲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국토 중 산림 비율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은 이미 선례를 만들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에 놓인 지자체들이 ‘명품 숲’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끌어들였고, 대기업들과도 제휴해 숲에 원격 근무시설을 조성하는 등 유인책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 산림청 역시 숲의 활용도를 높이면 현재 161조 원인 산림 업계 매출이 2030년 206조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개발도상국 중 최단 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모델로 꼽는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과거 녹화산업이 황폐화됐던 국토를 푸르게 만들었듯, 50년이 지난 지금은 숲의 산업적 경쟁력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비한 환경자원으로서 질적인 성장을 이뤄야 할 때다. 그래야 제2의 산림녹화 성공 신화를 다시 쓸 수 있다.

 

-동아일보(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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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나무’ 77%… 한국, 숲도 고령화

 

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나무 심기만 하고 관리 안한 탓… 25년 지나면 탄소저감효과 떨어져
숲의 산업적 가치 2030년 206조원
日-獨 등 산림선진국 ‘명품숲’ 조성…지역경제 살리고 인구소멸 막아

 

더 나은 미래로… 희망의 싹 틔운 소나무. 긴 겨울을 지나 소나무가 세상을 향해 싹을 틔웠다. 지난달 26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림청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종자검정실에서 소나무 종자가 발아한 모습을 포착했다. 이 종자는 우수 종자를 채취하는 채종원에서 키운 종자다. 이곳에서 채취된 종자들은 전국의 산불 피해지 등으로 공급돼 심어질 예정이다. 충주=이한결 기자

 

“무조건 심고 키우기만 한다고 좋은 숲이 아닙니다.”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은 멀리서 봤을 땐 풍성해 보였다.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가자 키 큰 나무들 사이에 갇혀 썩은 나무들이 보였다. 김아름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다닥다닥 붙어서 자라는 탓에 햇빛을 못 봐 광합성도 못 하고 말라 죽은 것”이라며 “나무들도 전반적으로 고령화돼 탄소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가리산뿐만이 아니다. 국내 숲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한민국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세계 평균(31%)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산림 선진국에 비해 숲을 활용하지 못해 무늬만 ‘숲의 나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경제적 충격과 재난 위기가 일상화된 ‘그린스완(Green Swan)’ 시대에 숲 활용도를 높이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28일 해외 산림 선진국을 취재한 결과 일본은 ‘명품 숲’을 만들어 인구 유입과 지역 소득 향상의 계기로 삼았고,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독일은 멈춰버린 제철소 위에 도시숲을 조성해 생명을 불어넣거나 숲에서 나온 목재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생물자원)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뉴질랜드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쓰는 선순환으로 이른바 ‘목(木)맥경화’를 뚫어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약 115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된 숲이 다시 푸르러졌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6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네 번째로 높다. 동시에 한국은 열대 목재 수입량 세계 4위로, 자급률은 15%에 그친다. 영국 프랑스 등은 자급률이 50∼80%에 달한다. 국내 숲은 탄소 저감 효과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나무 중 77.2%가 30년생 이상이기 때문이다. 주요 수종은 심은 후 평균 25년이 지나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양적 성장을 넘어 탄소 저감, 산림안보, 지역경제와의 연계 등 숲을 제대로 활용하는 질적 성장을 꾀할 때”라고 강조했다. 31일 산림청 분석 결과 숲 활용도를 높일 경우 산림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등 부가가치를 더한 전체 매출액은 현재 161조 원(2021년 기준)에서 2030년 206조 원, 2073년 606조 원까지 커진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매출액 162조 원의 4배 수준이다. 산림산업 일자리도 현재 61만 명에서 2073년 204만 명까지 증가한다.

 

그린스완(Green Swan)

기후변화가 초래할 사회 경제적 충격과 극단적 재난 위기 등을 일컫는 용어.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을 변형한 것으로,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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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목맥경화’… 115억그루 심었지만 늙은 나무 방치, 선순환 안돼

 

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韓日 ‘숲 정책’ 살펴보니 나무 다닥다닥… 어린 나무까지 ‘골골’
필요 목재 85% 수입… 年 7조 달해
선진국, 청년-중년나무 고루 분포… “숲, 양적성장 넘어 이젠 질적 성장을”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 숲. 나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한 나무가 말라죽어 있다. 산림청 관계자가 고사한 나무에 손을 얹고 있다. 춘천=양회성 기자

성인 1명이 쉽게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 나무 굵기는 평균 30cm에 불과했다. 양팔로 나무를 안고도 두 손이 포개질 만큼 얇았다.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생장이 억제돼서다. 나뭇가지도 뿌리에 가까운 아래쪽부터 많이 나 있었다. 나무는 가지가 뻗어 나간 자리에 생기는 옹이가 많을수록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지난달 27일 찾은 강원 춘천시 가리산의 풍경이다.

아직까진 ‘무늬만’ 숲의 나라

반면 같은 잣나무인데도 관리를 해준 숲의 풍경은 달랐다. 산림청이 ‘숲가꾸기 시범림’으로 관리하고 있는 공간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굵고 곧게 뻗은 나무가 많았다. 2년생 묘목을 심은 뒤 건강한 나무만 남기는 솎아베기 과정을 거쳤다. 우량한 나무 주변에 있는 병든 나무, 굽은 나무, 노쇠한 나무는 잘라줬다.

 

관리된 나무 둘레 49cm… 방치된 나무 33cm.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 숲. 나무 간 적정 거리를 확보한 ‘관리된 숲’(위 사진)에선 나무 둘레가 49cm까지 자란 반면, ‘방치된 숲’(아래 사진)에선 나무 둘레가 33cm에 그쳤다. 춘천=양회성 기자

그 결과 방치된 숲의 잣나무는 둘레가 30cm 안팎에 불과했지만, 관리된 숲에선 잣나무 둘레가 50cm 안팎까지 자랐다. 굵을 뿐만 아니라 길고 반듯하게 자라 목재로서 쓰임새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리를 받은 나무는 뿌리가 깊이 들어가 산사태 발생 시 말뚝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윤석범 춘천국유림관리소장은 “국내 대부분의 산이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꿔 주지 않아 적정 밀도보다 과밀한 상태”라며 “나무도 농작물처럼 제때 ‘수확’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아야 자연이 선순환한다”고 말했다. 국내엔 전국 어디에나 푸른 숲이 있고 나무도 빼곡하게 심어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숲 관리는 빈약하다는 의미다.

국내 목재 수요량의 8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하는 열대 목재만 매년 7조 원 규모로 세계 4위다. 수입량이 많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원목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목재 가격이 요동치기도 한다. 윤 소장은 “목재를 해외에서 벌크선으로 수입해 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자국에서 생산한 목재를 자국에서 소비하는 게 탄소 중립 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숲에는 30년생이 넘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기 시작한 나무가 10그루 중 7그루(77.2%)가 넘는다. 중부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0년생일 때는 12.1t이지만 60년생이 되면 1.8t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국내 산림면적에서 탄소 흡수량이 비교적 높은 ‘어린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1∼10년생 4%, 11∼20년생 3%, 21∼30년생 11%에 불과하다.

● ‘목(木)맥경화’ 뚫어 미래 성장기반으로

산림 선진국은 나이 든 나무를 수확해 목재로 활용하고 새 나무를 심는 ‘산림 선순환’이 자리 잡았다. 어린 나무, 청년 나무, 중년 나무를 고루 분포시켜 탄소를 계속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은 한 번 사용하면 끝이지만 목재는 수확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 20, 30년 뒤에 다시 목재로 쓰인다. 사실상 지속가능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인 셈이다. 일본 독일 등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숲은 녹화사업 이후 숲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지 않아 이른바 ‘목(木)맥경화’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산촌의 89.5%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0세대 가임여성 인구 비율이 0.2 미만인 지역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장흥군 등의 사례처럼 ‘명품 숲’을 발굴해 관광 자원화하고 산촌 주민 공동체와 연계한 소득 사업을 발굴하면 인구 절벽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흥군은 편백숲에 치유의 숲, 숙박 및 체험시설을 조성해 연간 67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장흥군 인구 3만6000명의 18배가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고 연계소득 1240억 원을 창출했다. 경북 울진군도 금강소나무 지역에 숲길을 조성해 인구 4만7000명의 3배가 넘는 15만 명이 매년 방문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산림 선진국은 숲을 산업과 문화관광 자원이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을 넘어 이젠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동아일보(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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