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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교수들 진료 복귀, 책임 있는 결정이다] ....

뚝섬 2024. 6. 22. 06:57

[서울대병원 교수들 진료 복귀, 책임 있는 결정이다]

[의사단체가 이번엔 이기기 어려운 이유]

 

 

 

서울대병원 교수들 진료 복귀, 책임 있는 결정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집단 휴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지난 17일부터 이어온 전면 휴진을 닷새 만에 중단하기로 했다. 전체 교수를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4%)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 휴진을 이어가는 것은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다수다. 이런 여론 앞에서 교수들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 이후 환자들의 불안은 매우 커졌다. 환자 단체가 다음 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겠다고 할 정도였다. 서울대병원 교수들도 전면 휴진을 중단한 배경으로 환자 피해 우려 상황을 꼽았다. 대법원도 지난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배분 처분을 중지해 달라며 의대생, 교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최종 기각했다. 국민 피해와 분노가 커지는 데다 대법원 최종 결정까지 나와 더 이상 상황이 바뀔 여지도 없어졌다. 더 이상의 파업은 무의미하다. 서울대병원이 휴진을 중단함에 따라 집단 휴진을 결의했거나 논의 중인 세브란스 병원, 서울아산병원 등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제 전공의들도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불공정 논란을 감수하면서도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어떤 불이익도 없을 것이라고 거듭 약속하고 있다. 더 이상 전공의들이 밖에 있을 이유가 없다. 의사들이 환자 생명을 볼모로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다. 군인이 파업할 수 없는 것처럼 의사도 파업을 할 수 없다. 법 이전에 아픈 사람은 치료해야 한다는 인간의 기본 윤리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필요한 의사 인력을 추계하고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기구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침 의사협회도 범의료계 특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조직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이제 의사들도 내년도 의대 증원보다 훨씬 중요한 필수·지역 의료 수가 인상,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과 처우 개선, 의사 사법 리스크 경감 방안 등을 정부와 본격 협의에 나서기 바란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의료계가 이번 사태에서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 쌓아가는 첫걸음일 것이다.

 

-조선일보(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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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단체가 이번엔 이기기 어려운 이유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17일부터 시작한 무기한 휴진을 닷새 만에 중단하기로 했고,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공언했던 ‘27일부터 무기한 휴진’도 내부 반발로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의협이 주도한 18일 하루 휴진의 동네병원 동참률은 4년 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의사단체 내부에서도 “더 이상은 싸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2014년, 2020년 전면 투쟁으로 정부를 좌절시켰던 의사단체가 이번에는 왜 이렇게 고전하는 걸까.

손자병법이 제시한 승부 결정 요소

 

손자는 손자병법에서 전쟁의 승부를 결정하는 다섯 요소가 도(道), 천(天), 지(地), 장(將), 법(法)이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도’는 전쟁의 대의명분이다. 2000명이란 숫자에 대한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주요국이 고령화와 함께 의사 숫자를 늘려온 만큼 한국도 27년 만에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정부의 대의명분은 알기 쉽고 분명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원점 재검토’를 외칠 뿐 증원 찬성인지 반대인지조차 의견을 정리하지 못했고, 각각의 이유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다음으로 ‘천’은 천시(天時), 즉 외부 환경의 변화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였던 2020년 의대 400명을 증원하려다 실패했다. 국민들은 보건의료 위기 상황에서 굳이 의사들이 반대하는 정책을 왜 해야 하는지 정부에 물었다. 하지만 이후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이 일상화되면서 국민들은 의사 증원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의사들은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아과 오픈런의 원인이 젊은 엄마들의 ‘브런치 타임’ 때문이라는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을 샀다.

‘지’는 자신의 강약점을 알고 지형지물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의사의 힘은 국민 생명을 다룰 수 있는 면허를 독점하고 있다는 것에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의사 집단 휴진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해결할 주체도 의사뿐이고, 결국 의사들이 버티면 정부가 물러나는 패턴이 반복됐다. 정부는 과거 실패를 감안해 진료지원(PA) 간호사 투입 등의 대안을 마련했고, 5월 말 대학 수시모집 요강 공고로 수험생과 학부모를 같은 배에 태우며 물러날 수 없는 배수의 진을 만들었다. 돌아보면 의사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는 4월 총선 직전이었고, 마지막으로 발휘할 수 있었던 시기는 5월 말 모집 요강 공고 직전이었다.

‘장’은 지혜(智), 믿음(信), 어짊(仁), 용기(勇), 엄격함(嚴)을 겸비한 장수다. 법정단체 의협의 임현택 회장은 비타협적·기습적 게릴라 전술로 회장이 됐지만 14만 의사의 리더로서 통합적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대표와도 갈등을 표출하며 전공의 복귀가 목표인 정부가 의협을 상대하지 않게 만들었다. 병원을 떠난 뒤 누워 있기로 일관하는 전공의 대표, “가족 같은 전공의가 나갔는데 환자 치료나 하는 건 천륜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병원을 떠난 의대 교수도 덕이 있다고 보긴 힘들다.

마지막으로 ‘법’은 조직을 관리하고 보급망을 유지하는 매니지먼트 능력이다. 하지만 올 2월 전공의 이탈 후 의사단체의 4개월은 내부에서 분열과 불신, 독선과 비방이 반복되는 ‘사분오열’ 그 자체였다.

버티면 이긴다는 생각 이젠 버려야

의사 중 일부는 필자의 글을 보고 “아직 안 끝났다” “더 버티면 이길 수 있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전쟁의 승부를 결정짓는 다섯 요소 중 어느 것 하나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황이다. 더 이상 싸움을 이어가 봐야 전세를 뒤집기 어려울 거란 생각은 필자만 하는 게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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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정책사회부장, 동아일보(24-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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