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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되도록 연금 논의기구도 못 만든 국회] ....

뚝섬 2024. 11. 18. 08:57

[6개월 되도록 연금 논의기구도 못 만든 국회] 

[이재명에 져주더라도 '연금 시한폭탄' 멈춰야]

 

 

 

6개월 되도록 연금 논의기구도 못 만든 국회

 

21년 만에 연금 개혁안 나왔는데 국회 논의, 한 차례도 없어
'理事, 주주 충실 의무' 국회의원부터 국민에게 지켜라

 

“국민연금은 폰지 사기.” 최근 2030세대 절반이 국민연금 폐지에 찬성한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국민연금이 신규 투자자의 돈을 기존 투자자에게 주는 일종의 다단계 금융 사기라는 것이다. 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2056년에는 현재 갖고 있는 기금(1147조원)이 모두 바닥난다. 현재 20대가 50대가 되는 2057년부터는 소득의 28%(현재는 9%)를 보험료로 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틀리는 말도 아니다. 정부는 1년에 32조원씩 연금 부채가 늘어난다고 했다. 반면 연금을 받을 노년층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우리나라 60대 인구수가 처음으로 40대를 앞질렀다. 10년 전인 2014년만 해도 60대가 40대의 절반 정도였다. 이젠 60대가 50대에 이어 둘째로 인구가 많은 연령대가 된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인구구조는 갈수록 나빠지는데, 연금을 납부해야 하는 젊은 세대는 제도 자체에 강한 불신과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22대 국회는 출범 6개월이 되도록 논의 기구도 만들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 9월 21년 만에 연금 개혁 단일안을 내놓았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 대체율은 42%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자동 조정 장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후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지금까지 한 차례 논의도 없었다. 여야는 연금 개혁 논의 기구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처럼 22대에서도 특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원회에서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각자 주장하는 명분이야 있지만, 지금 어디에서 논의할지를 한가롭게 다툴 상황은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큰 선거 이슈가 없는 올 연말을 놓치면 연금 개혁 기회는 영영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여당은 ‘양보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양보한다’는 자세로 야당과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연금 개혁 특성상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논의하는 범국회 차원의 특위가 필요하지만, 먼저 야당이 원하는 대로 국회 복지위 소위에서 보험료율, 소득 대체율부터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야는 21대 국회에서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로, 소득 대체율은 44% 수준에서 합의했다. 이견을 보이는 소득 대체율에 대해서는 정부가 지난 국회 합의 수준에서 야당과 절충안을 모색하는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민주당은 자동 조정 장치를 ‘자동 삭감 장치’라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의견 차가 크다면 일단 합의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실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불어민주당도 거리로 나가기만 할 것이 아니라 국회를 책임진 제1당으로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5월 “(연금 개혁은) 꼭 해야 할 일인데 시간은 없으니 불가피하게 민주당이 다 양보하겠다. ‘역사적 소명과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연금 개혁을 공언한 대통령의 약속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이런 그의 마음이 6개월 만에 180도 달라졌을 리 없지만, 지금 민주당은 연금 개혁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이재명 구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이사(理事)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의 이익 보호’에서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많은 기업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내에 이 법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국회의원부터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정당)의 이익 보호에서 ‘주주’(당원·국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해 적용하면 어떨까. 지금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3분 동안 국민연금 부채는 2억원 가까이 추가됐다.

 

-신은진 사회정책부장, 조선일보(24-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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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 져주더라도 '연금 시한폭탄' 멈춰야

 

[김창균 칼럼]

IMF "연금 놔두면 경제 파탄" 현 제도선 30년 후 기금 고갈
자식·손자 멱살 잡고 싸우며 "86 할배들 먹튀" 원망할 것
與野 모두 개혁 약속한 상태… 정부案 고집하다 실기할 수도

 

폭증하는 연금 부채가 한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 간다. 2050년부터 마이너스 성장이다.” 얼마 전 날아 든 IMF의 경고다. 보건복지부는 하루 885억원씩 연금 부채가 늘어난다고 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발표했던 “매일 800억원씩 증가”보다 85억원 불어난 액수다.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 그대로 가면 2056년에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2057년부터는 연금 가입자가 소득의 28%(보험료)를 내야 한다. 2075년이 되면 36%로 부담이 더 커진다. 현재 내는 돈 9%의 무려 4배다. 은퇴 후 받는 돈(소득대체율)은 지금과 똑같이 40%인데도 그렇다.

 

왜 이런 불공평한 일이 벌어지나. 연금이 처음 도입될 때 가입 독려를 위해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1988년 연금 출범 때 사회생활을 시작한 필자 같은 86세대들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게 된다. 받는 돈이 낸 돈의 두 배라고 한다. 먼저 받는 사람들이 자기 몫 이상 챙기니 나중 받을 사람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30년 후 기금이 바닥나면 그때부터 연금 가입 대상인 손자 세대들은 “안 내고 안 받겠다”며 거부할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이다. 반면 그때까지 연금을 붓고 은퇴하려는 자식 세대들은 “내가 낸 몫을 달라”고 아우성치게 된다. 그때까지 비교적 풍족한 연금을 받아 쓴 86 세대들은 빚더미에 파묻혀 내전을 벌이는 후손들로부터 “뻔뻔한 할배들”이라는 원망을 듣게 될지 모른다. 그때까지 생존해 있다면 말이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로 출발한 원죄 때문에 발생하는 이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미래의 재앙을 막으려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뉴스1

 

국민연금은 1988년 출범 후 1998년과 2007년, 대략 10년 간격으로 두 차례 개혁을 했다. 2018년에도 담당 부처가 세 번째 개혁안을 마련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놓았다. 자신의 지지율에 부담이 될까 봐 미래 세대가 맞게 될 고통을 외면했다. 문 대통령 특유의 무책임한 행태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정부는 앞장섰지만 좌절된 경우도 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내는 돈’ 9%를 12.9%로 올리는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는데 제1, 제2 야당이 반대 및 기권표를 던져서 1표 차로 부결시켰다. 그래서 ‘받는 돈’만 60%에서 40%로 낮추는 후속 방안이 통과됐다. 당초 안이 통과됐다면 현재 연금 상황은 훨씬 개선됐을 것이다.

 

연금 개혁이 성공하려면 집권층과 야당이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참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런데 놀랍게도 현재 그런 여건이 마련돼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는 돈’ 13%, ‘받는 돈’ 42%를 기본 뼈대로 하고 인구 변동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 조정하는 장치를 추가한 개혁안을 발표해 놓은 상태다. 도망칠 대안 없이 단일안만 내놨는데 용기 있는 태도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5월 21대 국회 막판에 ‘내는 돈’ 13%, ‘받는 돈’ 44%의 개혁안을 제시했다. 야당이 자발적으로 연금 개혁을 제시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재명 저격수’로 알려진 윤희숙 전 의원조차 “이 대표가 갑자기 대통령다워 보인다”고 평가했을 정도다.

 

국민연금 ‘내는 돈’ 9%는 98년 이후 26년 동안 한 번도 올리지 못했다. 국민 반발이 두려워서다. 그런데 여야가 똑같이 13% 인상을 제시했으니 이것만으로 90% 합의가 이뤄진 셈이다. 통과시키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나머지 부분 절충은 곁가지다. 윤 정부 개혁안이 미래 적자를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더 좋은 방안이지만 타협이 어렵다면 져주는 척 야당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간을 끄는 것보다는 낫다. 하루라도 먼저 처리해서 885억원씩 늘어나는 부채 시한폭탄을 멈춰 세우는 것이 최선의 개혁이다.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4대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고 했다지만 현재의 허약한 지지 기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연금 개혁밖에 없다. 그것마저 이번 정기국회가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이 대표 역시 연금 개혁에 보조를 맞춘다면 “저런 책임감이 있었느냐”고 눈을 비비고 이 대표를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연금을 이대로 놔두면 86세대들만 혜택을 누리고 그 대가를 후손들이 치르게 된다. 86세대 대표격인 여야의 두 지도자가 손잡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자해지’ 원칙에도 부합한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24-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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