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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도 인정한 중국 로봇 기술] [미래가 본 현재]

뚝섬 2025. 1. 14. 09:27

[젠슨 황도 인정한 중국 로봇 기술]

[미래가 본 현재]

 

 

 

젠슨 황도 인정한 중국 로봇 기술

 

평소 바둑을 즐긴다는 중국인 뤄쥔우씨가 바둑판 앞에 섰다. 흰돌을 바둑판에 올려놓자, 3초도 지나지 않아 하얀 팔을 가진 로봇이 흑돌을 집어 판에 살포시 내려놨다. 로봇의 한 수에 당황해 우물쭈물하던 뤄쥔우씨에게 옆에 있던 사람이 훈수를 건넸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박람회 CES 2025 전시장 풍경이다.

 

9년 전 세계 바둑인들을 충격에 빠뜨리게 한 곳은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였지만, AI를 로봇 기술과 접목시켜 ‘알파고 대중화’에 나선 곳은 중국의 한 로봇 기업이다. 이번 CES에 중국 업체가 들고나온 ‘센스로봇’은 1299달러(약 190만원)에 판매 중이다. AI가 어떤 수를 둘지 결정하고 인간이 그 수를 놓는 방식이 알파고였다면, 센스로봇은 머리 위에 달린 카메라로 경기 흐름을 살핀 뒤 직접 수를 둔다. 상대방에 따라 25개의 난도를 조절하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스스로 진화하며 대국 평가까지 제시한다.

 

바둑 로봇 외에도 팔 달린 로봇 청소기 등 올해 CES에서 앞선 로봇 기술로 주목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 업체였다.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 압박에도 중국은 이번에 기업 1339곳이 참가해 미국(1509곳)에 이어 둘째였다. 단순히 참여 기업만 많았던 게 아니다. AI 시대 주역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발표하며 로봇을 14개 선보였다. 이 중 6개가 중국산이다. 젠슨 황은 “자동차 산업 변화에 영향을 준 건 테슬라보다 중국”이라며 중국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공공연히 “생성형 AI 다음은 피지컬 AI”라며 자율 주행과 로봇 사업 비율을 높이는 엔비디아가 대중국 압박이라는 미국 정부 방침에도 중국과 접점을 확대할 만큼 중국의 실력이 무섭다.

 

TV·냉장고·세탁기 등 한국 전자 기업의 텃밭도 중국의 존재감이 부각된 CES였다. 국내 대기업 CEO들은 일제히 가장 인상 깊은 부스로 중국의 하이센스와 TCL을 뽑았다. 그동안 한국을 따라 하기 급급했던 중국 업체들이 올해 CES에서는 완성도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의 제품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CES에 자주 참가한다는 한 기업인은 “이제 하드웨어도 안 되겠다”며 “그동안 저가로 치부됐던 TCL TV는 전혀 빈틈이 보이지 않는데, 오히려 한국 업체 TV에 흠이 보인다”고 했다. 가전 사업 담당 임원은중국 업체들을 심층 분석하기 시작했다TV의 경우 중국이 주도하는 초대형화 흐름을 따라가야 할지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CES 2025의 주인공은 젠슨 황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윤진호 기자, 조선일보(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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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본 현재

 

20세기 초에 만든 영상이나 영화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흑백에 낮은 해상도, 그리고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사람들. 한 국가를 다스리던 왕이든, 대통령이든, 세계 최고 유명 배우든, 모두 진짜 사람이 아닌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20세기 이전 사람들은 어떨까? 대부분 그림으로도 남아있지 않은 중세 사람들, 이름조차도 남지 않은 신석기시대 사람들…. 하지만 그들도 분명히 자식을 걱정하고, 더 멋진 미래를 희망하고, 죽음을 두려워하던–우리와 크기 다르지 않은–평범한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단, 그들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그들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기에, 우리에겐 역사책 한 줄에 불과할 뿐이다.

 

하지만 20세기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캠코더, 디지털 카메라, 그리고 휴대폰의 등장은 모든 걸 바꾸어 놓았다. 평범한 일반인들의 얼굴과 목소리, 기쁨과 슬픔, 그리고 희망과 꿈 모두 기록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SNS 서비스로 자신의 모습과 영상을 이 세상 모든 사람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이 보편화된 지 30년 지난 오늘날. 우리는 신기한 점을 하나 깨닫는다. 바로 20년, 30년 전 사람들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물론 패션이 변하고 그동안 기술이 발달했지만, 분명히 그들은 인형이나 만화 캐릭터가 아닌 사람들이었다.

 

멀지 않은 미래엔 단순한 영상을 넘어 3차원 홀로그램으로 기록될 우리의 모습. 거기다 ‘브레인 리딩’ 기술까지 도입되면 생각, 기억, 그리고 느낌까지도 기록해 놓을 수 있겠다. 그렇다면 500년, 1000년 후 먼 미래 인류와 인공지능은 21세기 우리 모습과 목소리, 그리고 기억과 느낌을 재생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개하고 혼란스러웠던 21세기 인간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었다며, 지금 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 대한 연민을 먼 미래 인류가 느꼈으면 좋겠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 조선일보(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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