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1만원의 빈집살이]
[빈집,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
[41년 만에 납입한도 올렸지만 쓸 곳 없는 청약통장]
월세 1만원의 빈집살이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이탈리아 사르데냐 섬의 올롤라이시(市)가 이색 홍보 사이트를 열었다. “국제 정치에 지쳤다면 사르데냐로 오세요.” 올롤라이는 한때 2000명 넘던 주민이 반 토막 나 지금은 1000명을 겨우 넘는다. 2018년부터 방치된 마을 빈집 200여 채를 ‘1유로’(약 1500원)에 판매하는 빈집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집을 수리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는데, 잘 안 팔리자 트럼프 당선에 실망한 미국인들까지 겨냥한 것이다.
▶유럽 섬나라 아일랜드에는 본토 외에 크고 작은 섬이 80여 개 있다. 해마다 섬을 찾는 관광객은 30만명이 넘는데 섬 주민은 계속 줄어 3000명이 안 된다. 주민이 달랑 2명인 섬도 있다. 아일랜드 정부는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지 않은 외딴섬에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최대 9만2000달러를 지원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2023년 발표했다. 여기에도 2년 이상 비어 있는 집을 수리해서 살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빈집 문제’가 심각하기로는 초고령 국가 일본을 빼놓을 수 없다. 일본에 빈집이 900만 채 있다. 7채 중 1채꼴이다. 전체 주택의 20% 이상이 빈집인 지역도 허다하다. 부모 돌아가시고 상속받은 집이 대부분인데 팔리지도 않고 관리도 힘들어 방치된 것이다. 지자체마다 ‘빈집 은행’ 플랫폼을 열고 빈집 소유자와 구매 희망자를 연결시켜 주는데 0엔짜리 집도 꽤 있다. 방치된 빈집을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교토시(市)는 내년부터 지역 내 빈집 1만5000채에 빈집세를 물리기로 했다.
▶한국도 빈집이 점차 사회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전남 강진군의 ‘강진품애(愛)’라는 빈집 활용 귀농 대책은 다른 지자체들이 모범 사례로 꼽을 만큼 주목받는 사례다. 강진군이 빈집 한 채당 5000만원을 들여 고친 후 귀농 희망자들에게 보증금 100만원, 월 임대료 1만원으로 빌려준다. 가구마다 입주 신청 경쟁률이 10대1을 넘는다. 집세 비싼 서울살이에 지친 청년층의 지원이 의외로 많아 입주 34가구 중 절반가량이 수도권 출신이고, 20~40대가 74%에 달한다고 한다.
▶2023년 말 기준 전국에 빈집이 153만4000채라고 한다. 전국 주택 100채 중 8채꼴이다. 미분양 주택까지 포함된 수치여서 전부 시골 빈집은 아니나 고령화로 인한 빈집 쇼크가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든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빈집은 곧 흉물이 되고 우범지대가 된다. 지자체가 감당하기도 힘들다. 법과 제도를 정비해서 적극적인 활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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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애물단지를 보물단지로 바꾸는 비즈니스 모델
최근 일본에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로 ‘빈집’ 문제가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낡고 오래된 집을 상속받고자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집을 해체하는 데도 최소 200만 엔(약 1800만 원)이 들어 방치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빈집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나 지자체만이 아니라 부동산 회사와 벤처기업들도 빈집을 활용한 새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빈집 관련 대표적인 비즈니스 모델로는 빈집 주인과 구매자를 연결하는 ‘빈집매매 중개 서비스’가 있다. 이런 중개 서비스를 운영하는 일본 스타트업 ‘아키야 가쓰요 주식회사’는 빈집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유료로 정보를 판매하는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자체에 등록된 빈집 외에도 미등록되고 공식 경로로 유통되지 않는 빈집을 직접 조사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회사 소속 조사관은 도쿄, 나고야, 오사카의 대도시권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 이웃들을 대상으로 탐문하거나 우편함, 전기 계량기 등을 통해 거주 여부를 유추하면서 빈집을 등록하며 최고경영자까지 회사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하면서 빈집의 매입자나 임차인을 모집한다. 아키야 가쓰요는 매물 정보는 물론이고 빈집이 위치한 마을의 정보, 이주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팁, 빈집 임대 및 매매를 고려하는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취합하고 있으며 향후 이런 정보들을 부동산 업체에 유료로 제공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빈집 매매 중개 플랫폼으로는 ‘모두의 0엔 물건’이 있다. 이 플랫폼에서는 홋카이도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의 빈집들이 모두 무료, 즉 0엔에 판매된다. 누구든지 빈집을 등록할 수 있으며 만약 구매자가 직접 주인과 교섭하고 등기를 포함한 모든 절차를 스스로 진행한다면 플랫폼에 아무런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회사로부터 빈집 매매 관련 프로세스를 지원받고 싶다면 유료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전체 빈집 구매자의 70%가 이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랫폼을 통해 구매에 성공한 이들은 양도 받은 빈집을 음식점, 셰어하우스, 창고 등 다양한 용도로 개조해 사용한다.
이처럼 과거 일본에서는 빈집이 유지 비용만 잡아먹고 보유할수록 손해가 나는 부동산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개인과 기업들이 빈집의 새로운 용도에 눈을 뜨고 있다. 부동산 기업 차원에서 빈집을 구매해 개조, 운영하기도 한다. 일본의 ‘젝트원’이라는 부동산 회사는 빈 건물을 소유자로부터 일정 기간 빌린 뒤 해당 지역의 수요에 맞게 다른 용도로 전환한다. 회사가 개조 비용은 전액 부담하며 개조 후 가치를 높여 더 비싼 가격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추구한다. 한 예로 젝트원은 도쿄 도심의 이타바시구에 위치한 80년 된 신발가게 겸 주거지를 공유 주방인 ‘가메야 키친’으로 개조했다. 도쿄 오타구의 인적 드문 곳에 있던 빈집은 오토바이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차고로 바꿨다. 이 밖에도 아무 편의 시설도 없고 접근이 힘든 지방의 단점을 자연 친화적이라는 장점으로 살려 빈집을 별장으로 바꾼 부동산 회사가 있을 정도로 각 지역의 특색에 맞춰 빈집의 변신을 꾀하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빈집 한 채만 개조하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를 개발하겠다며 빈집에 관심을 보이는 스타트업도 있다. 철도 회사인 JR동일본이 출자한 스타트업 ‘연선 마루고토’는 지방의 무인 역과 빈집을 개조한 뒤 숙박시설로 만들어 마을 전체를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JR동일본이 보유한 역사를 로비로 만들고 마을의 빈집을 객실로 개조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호텔을 운영한다. 지역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보는 셈이다. 이런 시도는 지역 주민과 협력해 마을을 활성화한다는 의미도 띤다.
이렇듯 빈집 문제에 다각도로 대응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사례는 저출산, 고령화를 동일하게 겪고 있는 한국에서 빈집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 국내 기업들도 더 늦기 전에 빈집이 양산되는 것을 막고 사회적 문제 해결과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93호(5월 2호) ‘특별법이 끌고, 빈집 은행 플랫폼이 밀고’ 원고를요약한 것입니다.
-정희선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정리=김윤진 기자, 동아일보(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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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년 만에 납입한도 올렸지만 쓸 곳 없는 청약통장
성인이 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주택청약통장을 만드는 일이라고 했지만 요즘에는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2022년 6월 2703만1911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올해 4월 2556만1356명으로 줄었다. 2년도 안 돼 청약통장 147만 개가 사라진 것이다. 분양가가 치솟으면서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가 시들어가는 청약통장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 불씨를 지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분양주택 청약 때 인정되는 청약통장 월 납입액 한도를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올린다고 13일 밝혔다.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는 것은 1983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 매월 2만∼50만 원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는 월 10만 원까지만 납입액으로 인정돼 더 넣을 유인이 없었다. 월 25만 원까지 넣으면 올해부터 300만 원으로 늘어난 청약통장 소득공제 한도도 모두 채울 수 있다.
▷일견 한도가 늘어나면 무주택 청년에게 기회가 더 돌아갈 수 있다. 공공주택은 청약통장 저축총액 순으로 당첨자를 정하는데, 현재 당첨선은 1200만∼1500만 원으로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서울의 공공주택에 당첨되려면 평균 18년 이상을 부어야 했다. 납입기간이 짧은 청년들에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구조다. 납입 인정액이 늘어나 그만큼 더 저축하면 청년층도 예전보다 짧은 기간에 당첨선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으로 납입액을 늘리면 생각보다 기간은 길어질 수 있다.
▷월 10만 원을 넣기도 버거운 저소득층의 당첨 가능성은 더 낮아져 중산층에게만 유리한 개편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늦게 시작했더라도 더 많이 납입한 사람에게 역전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유 있는 사람들은 10년 2000만 원 증여 기본공제 한도 내에서 미성년 자녀의 청약통장까지 대신 납입해 줄 수도 있다. 이러니 정부가 청약통장 납입 한도를 늘리려는 진짜 이유는 청약통장 저축액을 재원으로 하는 주택도시기금 확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납입액 한도를 높이는 게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앞당겨 줄 수 있을지는 궁극적으로 의문이다. 통장이 있어도 마땅히 사용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LH의 공공분양 공급 목표는 6만 채였지만 실제 공급은 3185채로 목표 대비 5.3%에 그쳤다.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 공사비 상승으로 민간 공급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마저 손을 놓고 있으면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없다. 청약할 곳 자체가 없으면 당첨 가능성이 높아져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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