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유럽 패싱]
[트럼프가 젤렌스키 싫어하는 이유는 질투심 때문일까]
[우크라 응원하는 중국인들]
[돈주머니 불룩해진 김정은의 채찍질]
트럼프의 유럽 패싱
[임용한의 전쟁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24시간 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은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지만 믿고 싶은 사람은 상당히 많았고, 이것이 트럼프의 당선에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24시간은 이미 충분히 지났지만, 트럼프가 전쟁을 끝내려는 시도는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또 ‘우크라이나 패싱’, ‘유럽 패싱’이란 논란을 낳고 있다. 트럼프는 왜 이러는 걸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면 종전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얻은 게 무엇인가를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트럼프의 유럽 패싱은 푸틴에게 초강대국 미국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는 명분을 주고, 미국이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떠나게 해서 ‘나토의 동진’을 좌절시켰다는 선전을 할 수 있게 한다. 트럼프로서는 미국민에게 자기 과시를 확실히 하고 푸틴에게 명분도 주는 일거양득의 수이다.
그런데 종전을 위해서 푸틴에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러시아가 힘을 회복하면 다시 우크라이나를 칠 수 있다는 위협이다. 미국이 유럽을 버리면 종전과 무관하게 러시아의 위협은 가공할 힘이 되고, 이 기세가 지속되면 우크라이나에 친러시아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가 유럽 패싱을 시도하자 지금껏 소극적이던 유럽이 즉시 평화유지군 파병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군사기지가 되는 건 절대적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판단은 분명했지만 국민을 설득하기가 힘들었다. 트럼프의 패싱은 유럽 지도자들에게 국방력과 나토 강화를 추진할 수 있는 명분을 준다.
푸틴에겐 종전의 명분을, 유럽에는 우크라이나의 재건과 러시아의 서진을 저지할 추진력을 준다. 트럼프의 이 교활한 계획은 성공할 수 있을까? 푸틴에겐 실리가 너무 작고, 유럽엔 고통이 너무 크다. 트럼프의 두 번째 카드는 평화유지군에 미군을 포함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임용한 역사학자, 동아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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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젤렌스키 싫어하는 이유는 질투심 때문일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증오에 찬 반감(vicious animosity)을 보이고 있다. “선거도 치르지 않은 독재자” “지지율(approval rating) 4% 코미디언” 등 막말과 악담을 퍼붓는다(hurl harsh words and curses). 왜 그러는 걸까. 영국 역사학자 패트릭 비숍이 언론에 기고한 내용을 간추려봤다.
“이전의 적은 끌어안고(hug erstwhile enemies) 친구는 욕보이는(humiliate his friends) 트럼프의 행태가 현실·도덕성·상식을 뒤집고 있다(overturn reality, morality, and common sense). 광기로 보일 정도다. 그의 충격적 언행에는 심리적 요인(psychological factor)도 결정적 역할을 하는(play a decisive role)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대부분은 이기주의자(egotist)다. 특히 트럼프의 자만심(conceit)과 허영심(vanity)은 워낙 유별나 끊임없이 채워줘야 한다(require constant feeding). 아첨과 아부에 민감하다(have a thin skin). 그래서 그의 주변엔 퇴출당하지(be shown the door) 않으려는 알랑쇠(sycophant)들만 몰려있다.
트럼프에겐 두 가지 특성(characteristic)이 있다, 하나는 아첨에 대한 탐욕스러운 중독(ravenous addiction to flattery), 다른 하나는 비판에 대한 격한 반감이다. 러시아의 푸틴은 그런 트럼프를 어떻게 자극하면 움찔하는지 안다. 가장 예민한 성감대(erogenous zone)가 자부심·자존심이라는 걸 간파하고 계속 농락해왔다(continue to play with it).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낙선했을 때는 두 번째 임기를 강탈당했다는 ‘사기극’ 주장에 분노하는 시늉을 해(fake outrage at the ‘fraude’) 그의 환심을 샀다(win his favor). 트럼프는 그런 감언이설을 진심으로 믿었고(genuinely believe his blarney), 세계 지도자들이 괴물로 여기는 인물들과 어울리는 걸 과시하며 즐겨왔다(enjoy flaunting).
독재자들은 같은 부류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tend to be indulgent). 스탈린과 히틀러도 통하는 게 있다고 했다. 트럼프도 푸틴에게 뭔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지(feel an inexplicable kinship), 살인, 탄압, 자유에 대한 적대 행위를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는 사인을 보내고 있다.
트럼프가 젤렌스키에게 적대감을 느끼는(harbor resentment toward him) 이유 중엔 가장 간단하면서도 결정적인 것이 있다. 젤렌스키를 질투하고 있다(be jealous of him). 78세 트럼프가 과시하고(show off) 싶어하던 모습을 47세 젤렌스키가 한 발 앞서 보여주고 있는 데 따른 반감이다. 용감함, 정력적인 모습, 국내에서 존경받고 세계적으로 영웅 대접 받는 그런 카리스마와 품위가 트럼프의 자존심과 심기에 거슬리는(clash with his ego and temper) 탓이다.
트럼프는 권력 도취감에 빠져 있다(be intoxicated with power).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tend to corrupt),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corrupt absolutely)’는 금언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윤희영 에디터, 조선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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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응원하는 중국인들
[특파원 리포트]
우크라 응원하는 중국인 변호사 리훙화씨.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중심부 ‘마이단 광장’ 한쪽엔 수많은 우크라이나 국기가 꽂힌 잔디밭이 있다. 일명 ‘영웅 광장’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깃발은 지난 3년간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상징한다. 2년여 전 찾았을 때 수천 개였던 깃발의 수는 이제 1만여 개에 이른다. 깃발들 주변에는 가족과 친지들이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꽃다발들도 가득했다.
이 중 잔디밭 앞 길에 늘어선 화분 100여 개가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우크라이나 국기 색깔인 노란색과 파란색 꽃, 또 흘린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 꽃 화분이 도열해 있었고, 화분마다 A4 용지에 중국어 간체로 빼곡히 쓰인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부족한 한자 실력을 총동원해 읽어보니 놀랍게도 상하이(上海), 허난(河南), 저장(浙江), 톈진(天津), 선양(沈陽) 등 모두 중국 본토 사람들이 보내온 것들이었다.
내용 역시 중국인이 썼다고 믿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러시아는 침략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 “푸틴을 즉각 (국제 법정에) 기소하라” “우크라이나 자유(加油·힘내라)” 등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겉으로는 ‘중립’ 입장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러시아의 고립을 해소해주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적극 지원해 왔다. 또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를 이끌면서 미국과 서방에 반하는 세계 질서 재편을 노려왔다.
화분에 쓰여진 글은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입장과는 확연히 다른 것이다. 여전히 일당 독재 국가인 중국에서 이런 의견을 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혹시나 화분을 놓은 이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며칠간 주변을 서성이다 결국 그 주인공을 만날 수 있었다. 상하이에서 변호사로 일하다 우크라이나에 왔다는 리훙화(57·李洪華)씨였다.
그는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침공과 방관 혐의로 기소해야 한다”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100여 개의 화분은 그와 함께 뜻있는 중국인들이 사비를 들여 갖다 놓은 것이라 했다. 가족과 풍족한 생활을 뒤로한 채 왜 이곳에 왔을까. 그는 “법률가로서, 중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이 와중에 러시아의 불의한 전쟁이 벌어졌고, 참다못해 올해 초 이곳으로 달려왔다”고 했다.
리씨는 ‘정의로운 국제 질서’를 강조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중국인이 걱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주도하는 협상으로 러시아가 패배하지 않는 종전이 오면, 세상은 ‘강자의 횡포’가 지배하는 혼란의 시기가 올 겁니다.” 그는 ‘한국 같은 나라는 어떻게 되겠느냐’고도 했다. 곧 전쟁 3주년,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되는 키이우 거리에서 중국인 변호사가 던진 한마디는 우리 앞에 펼쳐질 수 있는 공포스러운 현실의 무게를 절감케 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조선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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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 전쟁, 러시아 탓 아니라는 美 당국자들. 역사가 승자의 기록이기로서니 멋대로 기록한다고 승자 되나.
-팔면봉, 조선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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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주머니 불룩해진 김정은의 채찍질
10일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 위화도에서 열린 대규모 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참석한 김정은(오른쪽)이 간부들과 함께 첫 삽을 뜨고 있다. 노동신문 뉴스1
이달 10일 신의주 인근 위화도 벌판엔 1만 명은 족히 넘을 북한 군인이 집결했다.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이후 637년 동안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곳에 모인 적은 없었을 것이다. 이날 김정은은 위화도에 450정보(약 4.5㎢) 규모의 온실농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 북한 인민에겐 온실에서 생산된 토마토, 오이보다는 식량이 더 시급하다. 쌀 1kg은 1년 전에 비해 60% 오른 북한 돈 8000원에 거래되고, 석탄을 비롯한 땔감 가격도 최근 두 달 동안에만 50% 이상 뛰었다. 달러 환율은 1년 전보다 무려 2.5배나 올랐다. 인민은 식량과 땔감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주린 배를 안고 추위에 떨고 있는데 김정은에겐 대규모 온실 건설이 우선이었다.
북한은 생산비를 시장에서 환수하는 시장경제 체제가 아니어서 초대형 온실 운영에 드는 연료, 전력, 비료 등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최근 5년 내 건설한 다른 3개의 초대형 온실은 가동되고 있다. 인민의 땔감은 없어도 온실 난방용 석탄은 보장된다는 의미다.
김정은의 ‘삽질’ 구상은 온실에만 머물지 않는다. 특히 올해 통이 커졌다. 지난해엔 매년 지방공업공장 20개를 짓겠다고 하더니 여기에 더해 올해는 군 병원 및 종합봉사소 3개를 시범적으로 건설하고 내년부터는 20개씩 짓겠다고 공언했다. 비싼 의료 장비를 수입해야 하는 병원 건설은 지방공장 건설보다 돈이 더 많이 든다. 김정은은 또 평양 1만 가구 주택 공사를 앞으로도 이어가고, 원산갈마관광지구를 6월까지 개장하겠다고 밝혔다.
확실히 김정은의 자신감과 씀씀이가 달라졌다. 그의 돈주머니는 어디에서 채워졌을까. 전통적으로 북한은 북-중 교역을 통해 외화를 벌었다. 사상 최강의 유엔 대북제재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6년에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88.2%였고, 무역 규모는 58억 달러였다. 하지만 지난해 북-중 무역 규모는 21억8000만 달러로 8년 전의 37.6%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2016년에 26억 달러였던 대중 수출액이 지난해엔 3억2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요즘 최악으로 악화된 북-중 관계까지 감안하면 김정은이 중국에서 외화를 조달하긴 어렵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1월부터 2023년 7월까지 3년 7개월 동안 북한 국경은 꽁꽁 닫혔고 대외 교역도 중단됐다. 김정은 돈주머니가 텅텅 비어야 정상이지만 최근 건설 행보는 그와는 반대다. 최근 1년 남짓 김정은이 어디선가 많은 돈을 얻게 됐다는 의미다.
추정 가능한 자금 출처는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러시아에 탄약과 무기, 심지어 파병까지 한 대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얼마나 받았는지는 양국이 침묵하는 한 외부에서 알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이후 뒤따를 대규모 건설 수요에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원산갈마관광지구를 러시아 전상자(戰傷者)들을 위한 휴양시설로 전용한다면 김정은의 돈주머니는 더욱 불룩해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북한 해커들의 활약이다. 21일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비트에선 사상 최대 해킹 피해가 발생했다.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무려 15억 달러 상당의 암호화폐를 빼갔다. 또 미국 암호화폐 분석회사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암호화폐 액수는 13억4000만 달러로 전 세계 가상자산 해킹 피해액의 61%에 이른다.
김정은은 이렇게 훔친 돈만으로도 충분히 대규모 토목공사를 감당할 수 있다. 현재 북한 해커 대다수는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막지 못한다면 ‘도둑놈의 자신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정은이 대규모 토목공사에만 돈주머니를 여는 이유는 뭘까. 건설 자재를 외국에서 사올 돈으로 러시아에서 밀만 수입해도 장마당 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민의 아우성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역사 속에 사라진 수많은 독재자가 이미 해 주었다. 독재자에겐 국민을 채찍질할 구실이 필요하다. 채찍을 휘두르기엔 대규모 토목공사만 한 것이 없다. 인민이 마감이 정해진 삽질 과제에 정신을 쏟다 보면 불평할 여유도 없게 된다. 김정은은 그저 채찍만 열심히 휘두르면 된다. 생활고로 인한 인민의 비명이 높아질수록 김정은이 휘두르는 채찍 소리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주성하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동아일보(25-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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