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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신 숭배] ['뒤끝 작렬'의 중국] [‘테무’와 중국 공산당]

뚝섬 2025. 3. 14. 09:28

[트럼프의 미신 숭배]

['뒤끝 작렬'의 중국]

[‘테무’와 중국 공산당]

 

 

 

트럼프의 미신 숭배 

 

지난 7일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로이터 연합뉴스

 

미신에 대한 관심은 동서고금, 지위 고하를 막론하는 것 같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신을 믿는다”고 전 세계에 알렸다. 지난 4일 첫 의회 연설에서 상호 관세를 4월 2일에 부과하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다. 원래 4월 1일로 하고 싶었는데 만우절이라 부정 탈까 봐 하루 치 관세 손해를 감수하고 2일에 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미신을 매우 믿는 사람(I’m a very superstitious person)”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미신을 믿는 모습은 과거에도 종종 관찰됐다. 그는 지난 대선 유세 때 맥도널드에 현장 체험을 가서는 감자튀김 옆에 있던 소금을 어깨 위로 두 번 뿌린 뒤 “액운을 쫓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불운의 기운이 강한 사람이나 에너지가 낮은 사람을 피한다고 한다. 조 바이든과 맞붙은 2020년 대선에선, 2016년 대선 승리 당시 곁에 뒀던 참모들만 데리고 다닌 적도 있다.

 

혹시 지금까지의 폭주도 미신 때문이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는 무역 적자와 마약, 불법 이민을 명분으로 ‘관세 4종 세트’를 동원해 전 세계를 협박 중이다. 그린란드와 가자 지구를 갖겠다고 떠들고 약소 우방국인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면박 주고 내쫓기도 했다. 한국의 대미 관세가 미국의 4배 수준이라는 근거 없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세계 최강국 지도자가 미신을 믿는다니,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트럼프가 믿는 미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트럼프의 폭주를 단순히 미치광이 행보로 치부하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가 믿는 미신은 주술가에게 미래를 묻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과는 결이 조금 다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는 빈틈없는 성공과 철저한 자기 관리의 일환으로 미신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당시 선거대책본부장이 2017년 쓴 책 ‘트럼프를 승리하게 하라(Let Trump Be Trump)’에는 관련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트럼프는 대선 당일, 당선이 확정되기 전엔 경거망동하지 말라며 당선 수락 연설문이나 축하 행사를 절대 준비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한다. 또 선거 운동 기간 ‘성공의 루틴’이라며 폭스 뉴스와 월요일 아침 전화 인터뷰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

 

평생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고 밝힌 적 있는 그는 치열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금주(禁酒)가 자신을 훨씬 더 경쟁력 있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주고받는’ 거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하고, 나쁜 운은 피하려고 하는 성공한 사업가의 특징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당신에겐 카드가 없다”는 말을 여섯 번 했다. 결국 젤렌스키는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며 고개를 숙여야 했다. 목적 달성을 위해 완벽을 기하려는 트럼프 앞에서 한국은 어떤 카드를 내밀 수 있을까. 대통령은 공백 상태지만, 누군가는 우리만의 카드를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류정 기자, 조선일보(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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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 작렬'의 중국

 

흰자위를 많이 드러내는 눈 모습이 있다. 한자 단어로는 흔히 백안시(白眼視)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흰자위가 커진 눈으로 상대를 흘겨보는 동작이다. 그 정도가 심할 때는 남을 매우 질책하는 듯한 시선으로 여겨진다.

 

사람의 동공(瞳孔)은 감정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낯설고 싫은 상대를 바라볼 때는 눈동자가 작아지고 흰자위가 커지는 백안(白眼)으로 변한다. 그러나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동자는 커진다. 그런 눈빛은 청안(靑眼)이다.

 

째려보는 눈을 일컫는 다른 한자 단어는 애자(睚眦)다. 남을 책망하는 ‘애자’의 눈길로 나를 봤다고 해서 앙갚음을 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그렇듯 남의 작은 실수도 응징하려는 경우를 일컫는 중국 성어가 애자필보(睚眦必報)다.

 

우직한 늙은이가 산을 옮긴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 바다에 빠져 죽은 소녀가 새로 변해 바다를 메꾼다는 정위전해(精衛塡海)의 설화 배경도 보복이다. 통행을 가로막는 산, 위험한 바다를 향한 복수심이 큰일을 이룬다는 설정이다.

 

중국 언어에서 그런 복수 심리는 자주 등장한다. 같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함께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의 불구대천(不俱戴天)이나 불공대천(不共戴天)은 잘 알려진 표현이다. 부모를 살해한 원수 등에게 곧잘 쓰는 표현이다.

 

겨울에 내리는 눈은 설(雪)인데 때론 ‘씻다’라는 동사로 쓴다. 제가 받은 모욕을 잊지 않고 되갚는 행위가 설치(雪恥)나 설욕(雪辱)이다. 섶에서 쓸개를 핥으며 복수를 꿈꿨던 사례가 와신상담(臥薪嘗膽)이다. 풍성한 언어만큼 중국은 ‘뒤끝 작렬’을 보일 때가 많다.

 

요즘 중국의 복수심이 또 불탄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절치부심(切齒腐心)의 기술 혁신으로 맞선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을 자초(自招)한 제 잘못에는 아주 둔감하다. 그마저 혁신을 이룬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나라로 발전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조선일보(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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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와 중국 공산당

 

나는 ‘테무’를 이용하지 않는다. 물건값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심지어 품질이 좋다고 해도 그럴 것이다. “물건이 싸고 좋으면 그만이지 유별나다”고 할지 모르겠다. 인정한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테무를 더 알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몇 년 전부터 기업에도 공산당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당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당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당장(黨章·당헌법)을 기업에까지 강제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삼성전자 안에 ‘국민의힘 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위원회’를 만든 셈이다.

테무 모회사 핀둬둬에 공산당위원회

 

테무의 모회사 ‘핀둬둬’에도 공산당위원회가 있다. 핀둬둬는 중국인이 9억 명 넘게 이용하는 쇼핑 플랫폼이다. 창업자 황정(黃崢)은 지난해 중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핀둬둬는 테무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거대 기업 핀둬둬의 공산당위원회 서기(書記·최고 책임자)는 중국 고위 공산당원이다. 이 사람은 핀둬둬에서 수석 부사장직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 바이두에 따르면 기업의 공산당위원회는 당의 노선·방침·정책을 기업에 전달해야 한다. 또 당의 지시가 기업에서 효과적으로 집행되도록 책임져야 한다. 쉽게 말하면 ‘공산당의 지시를 기업이 잘 따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이 공산당위원회 말을 듣지 않고 공산당에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될까. 2020년 10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를 창업한 마윈(馬雲)은 “중국 금융 당국이 ‘전당포 영업’을 하고 있다”며 공산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후 그는 공식 석상에서 사라졌다. 실종·납치·사망설 등이 돌았는데, 1년 뒤쯤에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알리바바는 4조50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을 맞았다.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로 주목받던 자회사의 상장도 무기한 연기됐다. 또 일부 회사를 공산당에 헌납해야만 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도 철퇴를 맞은 적이 있다. 디디추싱은 2021년 미국 증시에 입성한 지 5개월 만에 자진 상장 폐지를 결정해야만 했다. 중국 공산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했던 탓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자업자득’으로 여겨지며 당연시되고 있다.

중국 기업 테무는 한국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유튜브에서 테무 광고가 수도 없이 나온다. 테무의 한국인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이미 8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국인 결제 금액은 6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아마도 이 수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테무가 한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한국인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입점을 원하는 한국 상인들에게 얼굴 사진 등을 요구했다. 또 사용자들이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등 개인정보의 해외 이전을 거부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테무 이면까지 생각한 뒤 선택해야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봐야겠지만 정부의 조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거대 기업 핀둬둬를 등에 업은 테무가 한국 정부의 조치에 겁을 먹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결국 한국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중요하다. 눈앞에 현란하게 펼쳐지는 테무 광고만 봐서는 안 된다. 광고가 보여주지 않는 이면의 테무까지 생각해야 한다. 3년 8개월 동안 베이징에 머물며 중국 공산당을 취재했던 나는 그래서 테무를 이용하지 않는다.

 

-김기용 산업2부장, 동아일보(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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