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시달려]
[홍수에 잠긴 파키스탄]
[나일강 둘러싼 물 분쟁]
[다뉴브강]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과학 대신 정치가 작동하는 재난 사고 대응]
20억 명의 인구가 물 부족 시달려
22일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
메콩강-나일강 등 국제하천 놓고, 상류-하류 국가 간에 분쟁 잇따라
한국도 물 자원 안심할 수준 아냐… 낙동강-용담댐 등 지자체 갈등도
라오스 루앙프라방에서 바라본 메콩강. 메콩강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대표적인 국제하천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매년 3월 22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입니다. 각 국가는 세계 물의 날을 통해 물 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물 자원 보호 등을 위한 국제적 협력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세계적으로 물 자원은 매우 부족합니다. 20억 명 이상의 인구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10억 명 이상의 인구가 안전한 식수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 자원을 둘러싼 여러 갈등이 발생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국제하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국제하천은 두 개 이상의 국가에 걸쳐 흐르는 하천으로, 공유하는 물 자원을 두고 국가 간 갈등이 발생하게 됩니다. 국제하천의 물 자원을 둘러싼 여러 갈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메콩강의 댐 건설과 인도차이나반도의 갈등
중국에서 발원해 인도차이나반도를 지나 태평양으로 흘러가는 국제하천 메콩강은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가는 터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발원지인 중국은 메콩강의 상류에 십수 년째 많은 댐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인구 대비 물 자원이 부족한 국가입니다. 또 수력발전이 국가 전력 생산의 약 15%를 차지할 정도로 물 자원의 활용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그 때문에 중국은 메콩강의 물 자원을 적극적으로 차지하고자 상류에 댐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댐 건설로 하류의 국가들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메콩강 물의 흐름은 댐으로 가로막혀 어족자원이 줄어들고 있고, 하천을 통한 비옥한 퇴적물 역시 댐으로 가로막혀 벼농사에도 지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콩강의 가장 하류에 있는 베트남은 큰 피해를 겪고 있으며, 특유의 반중 정서까지 더해져 중국의 댐 건설에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 북아프리카 패권 분쟁, 나일강 갈등
세계에서 가장 긴 하천인 나일강은 아프리카 중부의 빅토리아 호수에서 유입되는 백나일강과 에티오피아에서 유입되는 청나일강이 수단에서 합류해 이집트를 통해 지중해로 흘러갑니다. 특히 이집트는 농업 수출품의 60%가 나일강의 물 자원을 이용해 생산한 면화(목화)입니다. 그만큼 이집트는 나일강 의존도가 높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 청나일강 최상류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건설을 시작하며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간의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에티오피아는 인구의 약 44%만이 전기를 사용할 정도로 전기가 부족한 국가입니다. 그렇다 보니 댐을 통한 수력발전으로 전력난을 해결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집트는 에티오피아의 댐 건설을 적극 반대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물 자원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댐은 완공됐고, 양국의 갈등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해당 문제는 물 자원 확보 문제를 뛰어넘어 그동안 이집트를 중심으로 구축돼 온 북아프리카 지역의 패권을 다투는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 동유럽을 관통하는 다뉴브강의 오염 문제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발원해 흑해로 흘러가는 국제하천입니다. 동유럽을 관통해 흐릅니다. 국가의 밀도가 높은 유럽인 만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루마니아 등 총 10개 국가가 다뉴브강을 중심으로 몰려 있습니다. 다뉴브강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질 오염입니다. 상류 국가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다뉴브강을 따라 하류로 흘러가며 수많은 국가에 연쇄적인 피해를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에는 루마니아의 폐광에서 유출된 독극물인 사이안화물이 다뉴브강으로 유입돼 어류가 떼죽음을 당하고 하류 국가의 식수가 위협받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2010년에는 헝가리의 알루미늄 공장에서 붉은색의 독성 물질인 적니가 대량 유입됐습니다. 당시 붉게 물든 다뉴브강의 모습은 하류 국가의 주민들에게 충격과 공포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다뉴브강의 오염물질이 최종적으로 모이는 바다인 흑해는 구조상 폐쇄적인 형태를 띠고 있어 유입된 오염물질이 축적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흑해에 접한 튀르키예, 러시아 등도 그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우리에게도 나타나는 물 자원 갈등
한국은 유엔에서 발표한 물 긴장(Water Stress) 국가입니다. 물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물 자원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란 의미입니다. 특히 한국은 여름철 강수 집중도가 높아 겨울과 봄철에는 가뭄을 자주 겪게 됩니다. 또한 하천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의 갈등도 존재합니다. 낙동강 중류의 경북 구미와 대구의 산업단지에서 방류된 폐수가 하류인 부산 및 경남 지역 주민들의 식수를 위협한 사건이나, 전북과 충남 사이의 물 자원을 두고 발생한 용담댐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갈등은 인간에게 물이 필수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최장 3주를 굶어도 생존할 수 있지만 3일만 물을 마시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집니다. ‘물은 생명이다’라는 구호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우리는 물 자원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 지속 가능한 물관리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 동아일보(25-03-11)-
______________
홍수에 잠긴 파키스탄
“구조 활동을 위해 내륙에 처음으로 해군을 출동시켰습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땅이 작은 바다처럼 돼 버렸기 때문입니다.” 셰리 레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이 외신 인터뷰에서 홍수의 심각성을 표현한 말이다. 파키스탄 국토의 3분의 1가량이 물에 잠겼고, 3300만 명이 수해를 입었다.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는 “하늘에서 지옥문이 열렸다”는 절규마저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올봄 최고 5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더위가 끝나자 ‘괴물 몬순(장마)’이 찾아왔다. 강한 빗줄기가 이어졌고 피해가 집중된 신드주에서는 8월에 평년보다 8배 많은 비가 쏟아졌다. 전국적으로 1100명이 넘는 주민이 목숨을 잃었고 100만 채의 집이 부서졌다. 경제적 피해는 100억 달러로 추산된다. 파키스탄 국내총생산(GDP)의 4%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미 물가 급등과 식량난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2억3000만 파키스탄 주민들의 주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파키스탄은 1인당 GDP가 1500달러 정도에 불과한 빈국이어서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 부실하게 지어진 일부 댐과 제방들은 이번 홍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렸다. 파키스탄의 산들은 대부분 가파르고 나무도 적어서 빗물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홍수 피해가 커졌다고 영국 가디언은 진단했다. 파키스탄 적신월사(적십자사)는 “아직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라며 앞으로 수인성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은 2010년에도 큰 홍수로 2000만 명의 수재민이 발생했다. 일부 학자들은 2010년과 올해 모두 라니냐(태평양 해수온 이상 현상)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라니냐와 홍수의 연관성에 주목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온이 높아질수록 수증기가 많이 발생해 폭우가 내리게 된다는 것이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올라가면 남아시아 지역에서 우기에 내리는 비의 양이 5%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1959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 가운데 파키스탄이 차지하는 몫은 0.4%에 불과하다. 미국(21.5%)이나 중국(16.4%) 등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독일 기후연구기관 저먼워치가 평가한 기후위험지수에서도 푸에르토리코, 미얀마, 아이티 등 가난한 국가들이 1∼3위를 차지했다. ‘선진국들이 내뿜은 온실가스에 정작 심각한 피해를 입는 것은 빈국들’이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공업화의 혜택을 누려온 선진국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개발도상국들의 고통을 마냥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장택동 논설위원, 동아일보(22-08-31)-
______________
나일강 둘러싼 물 분쟁
강 주변 나라들, 물 차지하려 댐 더 지으며 분쟁
에티오피아가 2011년부터 42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들여 짓고 있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 2024년 댐이 완공되면 145m 높이 댐에 740억㎥의 물을 모을 수 있다고 해요. /Water Alternatives
나일강 상류에 위치한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최근 자신들이 짓고 있는 댐에 3차 물 채우기를 완료하면서 인근 국가인 이집트·수단과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어요. 나일강은 적도 부근에서 흐르기 시작해 에티오피아·수단·이집트 등을 거쳐 지중해로 들어가는 강이에요. 총길이 약 6700㎞로 세계에서 둘째로 길고, 아프리카에서는 가장 큰 강인데요.
이 나일강의 물을 두고 인접한 국가들 사이에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요. 에티오피아가 자국에 있는 댐에 물을 채웠을 뿐인데 왜 인근 국가들이 반발하는지, 나일강의 물 분쟁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볼게요.
나일강 물 분쟁의 시작
나일강에 처음 건설된 댐은 1902년 완공된 이집트의 '아스완 댐'이에요. 나일강의 범람으로 인한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어졌지요. 이후 이집트는 계속되는 인구 증가와 물 사용 확대로 1958년 '아스완 하이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데요. 이렇게 두 댐이 완공되며 8000㎢ 정도에 달하는 이집트의 사막 지역이 농토로 바뀌었고, 홍수를 막을 수 있게 되며 이집트의 농업 생산량이 200% 이상 증가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때부터 이집트와 수단의 갈등이 시작됩니다. 하이 댐이 건설되며 인접한 국가인 수단에 수몰 지역이 생겼고, 이 때문에 수단 사람 약 9만명이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만 했어요. 이집트와 수단의 갈등은 1959년 이집트가 "아스완 댐을 통해 수단에 더 많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며 해소되는 듯했죠.
하지만 이번엔 나일강 상류 연안 국가들이 반발하기 시작했어요. 댐 건설로 뚜렷한 피해를 본 것은 없지만, 이집트와 수단이 나일강의 수자원을 독점한다고 생각한 거예요. 특히 에티오피아는 이 협약에 반발해 "나일강 물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러면서 "나일강 상류에 29개의 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데요. 이번엔 이집트가 이 계획에 반발합니다.
이집트에 있는 아스완 댐. /위키피디아
이처럼 나일강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자 유엔은 1997년 '국제수로의 비항해적 사용법에 관한 회의'까지 개최했어요. 여기서 '두 나라 이상을 지나가는 강'을 공유하는 경우에 적용할 지침이 만들어졌는데요. 다수의 물 사용자 간에는 공평하게 물이 공유돼야 하고, 강에 인접한 국가들 사이에는 서로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어요. 하지만 이 지침은 여러 나라를 흐르는 강의 공유성은 강조하고 있지만, 구속력이나 강제성 있는 세부 조항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
이집트의 댐 건설에 반발했던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42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들여 자국을 흘러가는 나일강에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GERD)을 건설하고 있어요. 이 댐은 지금까지 83% 정도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데, 2024년 댐이 완공되면 145m 높이 댐에 740억㎥의 물을 모을 수 있다고 해요. 댐에는 세계에서 일곱째로 큰 수력발전소가 지어질 예정이고요. 에티오피아는 이 댐을 이용해 에티오피아 내의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남는 에너지를 다른 나라에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우간다를 흐르는 나일강. /위키피디아
하지만 이 댐은 나일강 인근의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어요. 댐 건설 계획이 처음 발표될 때부터 이집트와 수단 등 나일강 하류 국가들은 강하게 반발했어요. 나일강 상류인 에티오피아의 거대한 댐에 물을 채우면, 하류에 있는 국가들이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집트는 식수와 농업용수·공업용수의 약 97%를 나일강에서 얻고 있기 때문에 국가 존립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거죠. 처음 나일강에 댐을 건설해 물 분쟁을 일으킨 국가는 이집트지만, 에티오피아가 이에 반발해 댐을 건설하며 분쟁이 또 다른 분쟁을 낳고 있는 거지요.
이에 2015년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에서는 에티오피아·수단·이집트 대표들이 모여 댐 관련 문제를 상의하기도 했는데요. 만약 나일강 인근 국가들에 가뭄이 들면 에티오피아가 댐의 물을 얼마나 내보낼지 등에 대한 논의도 포함됐어요. 하지만 세 국가의 합의는 쉽지 않았고, 협상은 결렬됐죠.
이런 갈등 속에서도 댐 공사는 계속되고 있어요. 결국 지난 5월 이집트와 수단은 '나일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해군·공군의 합동 군사훈련까지 실시했어요. 물 분쟁이 전쟁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거지요. 이에 지난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세 국가가 다시 모여 협상을 시도했지만, 아직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했어요. 전쟁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는 거지요.
[메콩강 댐 둘러싸고 中·베트남 갈등]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메콩강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어요. 메콩강은 티베트에서 시작돼 미얀마·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흘러들어 가는 총길이 약 4020km 강이에요. 캄보디아와 베트남은 메콩강의 물을 식수·농업용수·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1955년부터 강 상류에 11개의 댐을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베트남에 90년 만에 가뭄이 나타나면서 기후변화뿐 아니라 상류에 댐을 건설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어요. 베트남의 가뭄이 중국의 댐 건설 때문이라는 거죠. 이 주장은 미국에서 처음 제기됐는데, 중국에서 이를 반박하면서 물 분쟁이 미·중의 정치적 대립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라고 해요.
-정세정 장기중 역사 교사 기획·구성=조유미 기자, 조선일보(22-08-31)-
_____________
다뉴브강
10개국 지나는 '유럽 하천들의 왕'… 도나우·두나 등 불리는 이름도 다양
지난 14일 해군 해난구조전대 소속 대원들이 위국헌신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5월 우리나라 국민이 타고 있던 유람선이 다뉴브강에서 침몰했을 때 하루 14시간씩 20일간 수색을 벌여 16명을 수습한 공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뉴브강은 독일 남서부에 있는 검은 숲(Schwarzwald)에서 시작해서 남동쪽으로 흘러 다뉴브 삼각주 지대를 지나 흑해로 들어가는 강입니다. 다뉴브강은 볼가강에 이어 유럽에서 둘째로 긴 강으로, 총길이가 약 2850㎞에 달해요. 다뉴브강은 '유럽 하천들의 왕'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나폴레옹이 붙였다고 해요.
다뉴브강은 다양한 국가를 지나가는 대표적인 국제하천입니다. 다뉴브강의 본류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불가리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루마니아(10개국)를 지나가요. 본류로 흘러드는 지류까지 포함하면 19개국을 흐르죠. 그래서 다뉴브강은 다양성을 상징합니다. 다뉴브강 유역에는 1억 명 이상의 주민들이 살고 있으며, 20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영어식 이름인 다뉴브는 실제로 도나우, 두나이, 두나, 두나브, 두너레아, 두나비우스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다뉴브강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도를 지나가는 강이에요. 다뉴브강의 본류만 하더라도 오스트리아의 빈, 슬로바키아의 브라티슬라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등이 있어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던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서쪽의 '부다'와 동쪽의 '페스트'가 합쳐진 도시로, 고즈넉한 분위기와 찬란한 문화유산으로 '다뉴브의 진주'라 불려요. 일찍부터 다뉴브강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정착하여 살기 시작하면서 큰 도시들이 형성됐고, 로마 시대부터 다뉴브강은 서유럽과 동유럽의 역사적 경계이자 동유럽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중요한 강이에요. 다뉴브강은 로마제국의 북동쪽 국경으로, 소위 지중해 '문명 세계'와 게르만족 '야만의 세계'를 가르는 경계였어요. 로마제국 말기 훈족과 게르만족이 서유럽을 공격하던 통로이기도 했어요. 십자군 전쟁 당시에는 서유럽의 군대와 물품이 다뉴브강을 따라 동쪽의 이슬람 세계로 이동했어요. 반면 동쪽의 오스만 제국 역시 다뉴브강을 타고 발칸반도로 진격해왔고요.
-박의현 창덕여중 지리 교사, 조선일보(19-11-20)-
_______________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헝가리 내무장관이 다뉴브강에 침몰한 유람선 선체에 잠수요원이 들어가 시신을 수색하겠다는 한국의 요청을 거부하며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리한 작전으로 잠수요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지 유속(流速)이 잠수 가능 기준보다 2배가 넘는 데다, 침몰한 배가 70년 된 노후한 목선(木船)이라 수색 도중 기둥 등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한다. 헝가리 내무장관은 "선체 내부에 '덫'이 있다"고까지 했다. 우리 측은 줄곧 선내 진입을 주장하다 결국 헝가리 측의 방침을 받아들였다.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생각한다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해보자는 게 많은 사람들의 바람일 것이다. 하지만 헝가리 내무장관의 말처럼 2차 피해를 막는 것은 구조 활동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선 지금까지 국민 정서에 밀려 이런 기본이 무시돼 왔다. 헝가리 잠수부들은 "한국 잠수사는 잠수를 하고 난 뒤 헉헉거리면서도 다시 들어갈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언제든지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고가 국내에서 발생했다면 선내 수색이나 그보다 더한 것도 강행했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천안함 폭침, 세월호 침몰 수색 과정 때 한주호 준위와 민간 잠수사 이광욱씨가 극한 상황에서 잠수를 거듭하다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당시 잠수 시간 대비 충분한 휴식을 하도록 한 기본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검증되지 않은 다이빙 벨과 같은 이상한 요구가 TV 전파를 타고 주장되기도 했다. 어느 인터넷 매체 기자가 해경청장에게 "천벌을 안 받으려면 (잠수) 작전하다가 다치는 사람이 나와도 된다"고 하는 일까지 있었다.
'우리는 영웅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는 말은 단순히 잠수사에 한정한 것이 아니다. 아무리 참혹하고 비통한 사고가 발생해도 그 대처에서 '과학'과 '합리'를 넘어서선 안 된다는 것이다. 넘어서면 피해가 더 커질 뿐이다. 우리 사회에서 어떤 공직자가 과학과 합리를 말할 수 있나.
-조선일보(19-06-07)-
______________
과학 대신 정치가 작동하는 재난 사고 대응
지구 반대편 선박 침몰 현장에 "속도 중요하다"며 구조 지시
세월호 때 "대통령 뭐 했나" 비난, "똑같은 빌미 줄라" 강박 아닌가
헝가리 유람선 사고 소식이 전해진 아침 문재인 대통령은 "중요한 것은 속도"라며 "해군과 해경 등 구조 인원과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사고 발생을 보고받은 시점과 구조 지시 시점을 수사 결과 브리핑하듯 소상히 밝혔다.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고개를 들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을 보고받은 박근혜 대통령은 "해경과 해군의 인력과 장비, 인근 모든 선박 등을 최대한 동원해 구조하라"고 지시했다. "여객선의 객실과 엔진실까지 철저하게 확인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호령이 떨어지자 "소방 10대, 해경 5대, 해군 1대, 경찰 2대 등 헬기 18대와 해경 25척, 해군 8척, 소방 1척 등 선박 34척이 인명 구조 활동에 투입됐다"는 보도 자료가 나왔다. 정작 제시간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 건 해경 경비정 1척, 고무보트 1대, 헬기 3대뿐이었다. 대규모 구조 활동이 펼쳐지는 줄 알았던 가족들은 뒤늦게 실상을 알고 분노했다.
세월호가 뱃머리만 남기고 완전 침몰한 건 오전 10시 20분이었다. 대통령이 첫 보고를 받은 오전 10시는 골든 타임이 거의 끝나가던 시점이었다. 더구나 수백㎞ 떨어진 현장 상황을 모르고 내리는 대통령 지시는 아무 실효성이 없었다.
재난 구조는 현장을 수백, 수천 번 경험한 전문가에게 지휘를 맡겨야 한다. 그의 지시를 받는 구조대원들이 평소 훈련으로 근육에 기억된 매뉴얼대로 기계적으로 움직여야 분초 단위로 사라지는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는다. 노트르담 성당 화재 때 소방관과 경찰관들은 230년 전 프랑스 대혁명 때 만들어진 화재 대응 매뉴얼 순서에 따라 가시면류관을 비롯한 수십 점의 귀중한 유물을 건졌다. "15분, 30분만 늦었으면 모든 걸 잃을 뻔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모든 구조 인원과 장비를 최대한 빨리 투입하라"고 지시한 덕분이라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속도전 구조 지시에 한국당 대변인이 "골든 타임은 3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한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가족들 심정을 헤아리지 않은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세월호 때 청와대 대변인으로서 똑같은 대통령 지시를 전달했던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지구 반대편 선박 침몰 현장에 "속도가 중요하다"며 구조대를 보내는 대통령 지시에 고개를 갸우뚱한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 일주일 후 조선일보에 소방청 고위 관계자의 인터뷰가 실렸다. 당시 기자가 보내왔던 초고는 이렇게 시작됐다. "사고 첫날 도착한 해역에 뒤집힌 세월호 뱃머리가 보였다. '이미 다 끝났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밥이 없으면 3주, 물이 없으면 3일을 버티지만 공기가 없으면 3분이 한계다. 이미 3분이 지난 지 오래였다." 전문가의 경험이 녹아 있는 솔직한 토로였지만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었다. 희생자 가족들이 정부에 속았다며 분노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구조 책임자가 사고 첫날 "이미 끝났다"고 판단했다는 인터뷰가 나가면 당사자가 큰 곤경을 치를 게 뻔했다.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다"는 표현으로 바꿔 기사를 출고했다.
인터뷰 속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구조는 과학이다. 과학으로 분석해서 사실대로 말해줘야 거짓말이 거짓말을 만들지 않는다." 세월호 사고 초기 정부는 상황 파악도 못 하고 허둥댔다. 가능한 일과 가능하지 않은 일을 분명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당장의 비난을 피하려고 눈속임하기에 바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전문가들이 입을 다물자 얼치기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무책임한 주장이 구조 현장을 흔들었다. 세월호는 대통령 공격 소재가 됐다. 대통령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면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가리지 않았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재난 사고 대응을 과학 대신 정치로 바꿔 버렸다. 그래서인지 재난 사고, 특히 선박 침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문 대통령이 보이는 반응에는 어떤 강박이 느껴진다. 전임자가 시달렸고 자신은 정치적 수혜를 누렸던 '대통령은 그때 무얼 했느냐'는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소식에 총리는 "깊은 애도를 표하면서 가족들께도 마음의 위로를 드린다. 외교부는 현지 공관을 중심으로 헝가리 관계 당국과 협의해 최선을 다해 지원해 달라"고 했다. 대통령도 '속도전 지시' 대신 이런 메시지를 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창균 논설주간, 조선일보(19-06-06)-
=========================
'[세상돌아가는 이야기.. ] > [世界-人文地理]'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럼프의 미신 숭배] ['뒤끝 작렬'의 중국] [‘테무’와 중국 공산당] (0) | 2025.03.14 |
---|---|
[철권통치자 두테르테에게 양날의 칼이 된 ‘범죄와의 전쟁’] .... (1) | 2025.03.14 |
[대공황에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보편적 연민·감동 담아] .... (1) | 2025.03.11 |
[스탈린의 죽음] [스탈린그라드 전투] .... [6·25전쟁의 발발] .... (1) | 2025.03.06 |
[자신만이 정의라 믿은 독재자 나폴레옹.. 러시아 눈밭서 신화는.. ] (1) | 2025.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