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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 수퍼 위크' 앞두고 불복 부추기는 여야] ....

뚝섬 2025. 3. 24. 10:54

['사법 수퍼 위크' 앞두고 불복 부추기는 여야]

[尹 대통령, 李 대표가 직접 "승복" 선언해야]

[탄핵 찬반 충돌 막으려면 정치권 승복메시지 필요하다]

[尹 탄핵심판 선고 이후 선거관리 시스템 검증해야 한다]

[솔로몬王의 탄핵 심판]

['헌재 결과 불복' 42%, 국가 위기로 인식해야]

 

 

 

'사법 수퍼 위크' 앞두고 불복 부추기는 여야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국민의힘 손범규(왼쪽) 인천 남동구갑 당협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각각 탄핵 각하와 즉시 파면을 촉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오늘(24일)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한다. 26일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벌금 100만원 이상의 유죄가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선고도 이번 주 중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요 재판이 집중되는 ‘사법 수퍼 위크’가 다가오면서 탄핵 찬반 진영은 지난 주말 전국 각지에서 경쟁적으로 집결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22일 재보궐선거 유세에서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면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했다. 기각되면 불복이라도 하겠다는 듯한 뉘앙스였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헌재 결정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놓고 재판 분위기가 기대와 달리 흘러가자 말이 달라지고 있다.

 

이 대표 말과 달리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해도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망국’의 위험은 헌재 결정에 불복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 물리적 충돌로 나라가 두 쪽 날 때 생기는 것이다. 민주당은 광화문에 천막 당사를 만들고 대통령 파면 선고 때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거리로 지지층을 불러내 헌재를 압박하는 것은 불복 예고나 다름없다.

 

국민의힘도 거칠어지고 있다. 주말 집회에서 중진 의원은 “반(反)국가 세력과 전쟁 선포”, 전(前) 대변인은 “목숨 걸고 싸워달라”고 했다. 불복 심리를 자극하겠다는 건가. 어떤 의원은 12·3 계엄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대적 명령”이라고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선 “내전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 저항권”이란 말까지 나왔다. 여야 모두 승복을 설득하기는커녕 갈수록 불복과 충돌을 조장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헌재의 선고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불복하겠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 서울 서부지법 난입과 같은 폭력 사태가 다시 일어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에는 시위 참가자 4명이 사망했고 경찰과 시위대 등 63명이 부상당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치권이 ‘망국’ ‘전쟁’ 등 극단적 언어로 불복과 폭력을 부추기는 지금 분위기라면 더한 비극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당사자인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공식적 ‘승복’ 선언도 없다. 이러다 정말 망국적 사태가 빚어지는 것 아닌지 걱정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조선일보(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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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주 韓 탄핵, 李 선거법 사건 이어, 어쩌면 尹 탄핵 사건 선고까지. 결과 따라 복잡한 고차방정식 전개.

 

○ 건조한 날씨, 강한 바람에 산불 속수무책. 뜨거운 광장에 탄핵 바람은 어떤 불씨 일으킬지 조마조마.

 

-팔면봉, 조선일보(25-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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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난 3대… 우리 편 아니면 다 적인가

 

조부는 빨치산 납치, 부모는 5·18…
우리 편 아니면 무조건 '청산'?
극단적 진영 정치 갈수록 심각
중도 배제한 정치, 미래 있겠나

 

아직도 텔레비전 뉴스에서 대규모 집회 소식을 전하는 날이면 부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오곤 한다. 괜히 집회에 나가진 않았는지, 무슨 탈이라도 나지 않았는지 걱정해서다. 민주화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나서도 집회·시위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과거 겪었던 극단적인 정치 폭력 때문이다. 1951년 가을 화순 백아산 일대에 똬리를 틀고 인근을 습격하던 빨치산에게 잡혀간 조부는 시신을 찾긴커녕 정확한 기일조차 모른다. 부모가 십수 일간 공포에 떨어야 했던 1980년 5월 광주는 말할 것도 없다.

 

지난해 말부터 안부 전화 어조가 심상치 않아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폭력이 용인되는 수준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상대방을 멸절시킬 대상으로 간주하고 그들에게 극단적인 폭력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거리낌 없이 나오게 됐다.

 

정치 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우리 편’ 밖에 있는 사람은 언제든지 표적이 될 수 있다. 같은 진영이라도 비주류는 언제나 청산 대상이다. 등 뒤에서 칼을 꽂을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데다, 이교도에게는 관대할 수 있지만 이단은 용납할 수 없는 것이 정치 종교의 생리이기 때문이다. 요즘은 차라리 민주당 이재명 대표 같은 유력 정치인과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곤 한다. 문재인 정부 당시 횡행했던 좌표 찍기와 각종 집단 린치가 더 강도 높게 이뤄질 걸 대비해서다.

 

허위 사실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경우도 잦다. 이름에 ‘귀’가 들어간다고 중국인이라며 조리돌림당하는 이들을 보면 공포심이 든다. 호남 출신에다 발음도 좋지 않으니 어느 우파 유튜버가 작정하고 달려든다면 피할 방도가 없다. 여권 정치인 한 명이 고향이 담양이라는 가짜 뉴스와 함께 그래서 ‘수박처럼 겉은 파랗지만 속은 빨갱이’라고 공격받았던 걸 보면서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치인의 고향으로 지목된 마을은 내 조부가 잡혀갔던 곳이다. 산골에 약간의 논밭이 있는 집안의 차남으로 중졸 학력인 그도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당시 전남에서는 좌우익 간에 살육전이 강도 높게 벌어졌다. 신분, 토지 소유, 종교의 차이는 물론 씨족과 마을 간 갈등이 차곡차곡 쌓여 있던 상황에서, 좌우 양쪽 모두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갈등을 조장하고 극단적 폭력으로 유도했기 때문이다.

 

극단적 진영 정치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은 정치색이 옅고 특정 진영에 충성하지 않는 이들이다. 언제든 비(非)국민으로 낙인찍힐 수 있는 이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의사 표현의 자유가 억눌리는 것뿐만 아니라 신변과 생업까지 위협받을 수 있어서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계속 박스권에 갇혀 있는 것은 기본소득 같은 정책을 고집해서가 아니다. 정치적 폭력을 억제하긴커녕 오히려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도층에서 국민의힘이 고전하는 이유도 계엄령을 ‘계몽령’이라 부르는 강경파에 편승하는 행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폭력이 일상화된 정치는 폐허만 남긴다. 누구든 한쪽 편을 들지 않으면 위해를 입는다. 오늘은 승자가 된 것 같아 보이는 세력도 내일이나 모레쯤엔 패잔병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배제와 폭력의 악순환 속에서 공동체가 망가지는 건 순식간이다. 6·25 전쟁 이후 전남의 지식인과 엘리트는 위축됐고 서양화 등 서울과 맞설 만한 성과를 보였던 지역 문화는 흔적도 남지 않았다. 어쩌다 정치 폭력에 그대로 노출된 ‘수난 삼대’가 되고 싶지 않은 건 단순히 개인적인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다. 중도를 배제하는 정치의 결과가 뻔해서다.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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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대통령, 李 대표가 직접 "승복" 선언해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거리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며 대립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헌재가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하게 되면 탄핵 찬성과 반대 측은 헌법재판소 주변에 경쟁적으로 집결하고, 그만큼 충돌 위험도 커질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분열과 갈등을 낮추기는커녕 반대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17일에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광화문까지 대통령 파면 촉구를 요구하는 도보 행진을 했다. 민주당은 헌재가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를 할 때까지 도보 행진을 계속하기로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당연하다”고 했지만,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승복 입장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유튜브에서 지나가는 말로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당의 공식 입장은 헌재의 판단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선동도 있는데, 민주당은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승복 입장을 밝힌 국힘 지도부와 달리 국민의힘 의원의 절반은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이나 각하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했다. 이러니 민주당에 대한 승복 요구가 통할 리 없다. 오히려 여야 의원들은 “국민 저항권” “제2의 5·18” 같은 발언으로 불복을 조장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일 석방 이후 여론전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침묵하며 자중하고 있다. 계엄 선포 이후 방송과 법정에서 자신이 직접 목소리를 내온 것과 다른 모습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육성이나 서면을 통한 승복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석동현 변호사가 지난달 19일 “헌법재판소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지만, 최근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승복 메시지 여부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지금 탄핵이라는 국면에서 자신들의 지지층을 자극하거나 결집하는 발언으로 정치적 이권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양측 지지층을 자제시키고 충돌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직접 지지층에 자제를 요청하며 분명하고 단호한 ‘승복’ 메시지를 내는 수밖에 없다. 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조선일보(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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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찬반 충돌 막으려면 정치권 승복메시지 필요하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 기자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탄핵 반대’ 시위 현장을 취재했다. 지금보다는 탄핵 찬반 여론이 상대적으로 덜 격화됐지만 그래도 현장의 공기는 숨 막혔다. 이른 아침부터 모인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나마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으로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었다.

질서는 오전 11시 21분 탄핵 선고로 깨졌다.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소화기 분말을 뿌리고, 돌을 던지며 분노했다. 경찰 차벽에 머리를 찧으며 자해했고 가스총까지 꺼내 들었다. 급기야 시위대는 경찰 버스를 빼앗아 몰다 경찰 소음측정차량을 들이박았다. 그 탓에 차량 위에 있던 스피커가 떨어지며 밑에 있던 70대 한 명이 깔려 숨졌다. 그날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이 총 4명이었다. 정치가 목숨을 앗아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여론은 그때보다 더 극단적으로 갈려 있다.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 말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예삿일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서울서부지법 사태처럼 사법부를 향해서도 분풀이를 했다. 지지자 한 명이 윤 대통령 체포 당일 극단 선택을 하는 일도 있었다. 탄핵 찬성 측도 다르지 않다. 경찰 무전기를 빼앗아 던져 애꿎은 경찰이 피를 봤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박 전 대통령 당시보다 더 큰 불상사가 벌어지리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치기 어렵다.

 

경찰도 대비책을 세우고는 있다. 13만 명에 이르는 전국 경찰 100%를 동원할 수 있는 ‘갑호 비상’이 선고 당일 발령된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헌재 반경 100m를 진공상태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인근 주유소와 대기업, 상점들도 흥분한 시위대에 휩쓸릴 것을 우려해 휴업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주변 학교도 쉰다.

그럼에도 경찰이 극한으로 치달은 시민들의 감정까지 미리 막을 순 없는 노릇이다. 정치권이 탄핵 선고 전에 진심 어린 승복 메시지를 내야 하는 이유다. 박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했다. 통합을 위한 역할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냈지만 승복 언급은 사전에 없었다.

물론 여야 지도부 모두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이미 내긴 했다. 하지만 그 메시지보다 더 많이 눈에 띄는 건, 선고가 임박해지자 줄줄이 광장으로 나오는 여야 인사들의 모습이다. 단식과 삭발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주장을 되풀이한다. 광장에 선동의 목소리만 들리는데, 시민들이 “승복하겠다”는 여야 지도부의 일회성 메시지를 기억할지 의문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이 직접 내는 입장이다. 변호인이 “결과에 대통령이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 했지만 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승복 발언을 들은 기억은 없다. 윤 대통령은 8일 석방 후 “저의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면서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고 했다. 그 안타까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윤 대통령 자신이 직접 입을 열어야 한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동아일보(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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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선고 이후 선거관리 시스템 검증해야 한다

 

[한규섭 칼럼]

특혜 채용-부실 관리에 선관위 신뢰 약화돼
음모론 근거 없지만 시스템 검증도 피해 와
사전투표 데이터 등 철저한 검증 필요한 때

 

‘29회 줄탄핵’과 비상계엄 발령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치부가 드러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도 주목받고 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민주주의 후진국병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선관위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소모적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 이후 사전투표를 포함한 모든 데이터베이스와 보관 중인 투표용지 등을 검증하면 될 것이다.

‘음모론’을 비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처음도 아니다. 부정선거 의혹 제기는 2002년 대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2년은 전자개표기가 처음 도입된 선거이면서 인터넷 보급 이후 치러진 첫 대선이기도 하다. 이후 기억나는 것만도 2012년 대선, 2020년 총선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 제기가 있었다.

모든 음모론의 전개 양상은 닮은꼴이었다. 우선 ‘과학’이 등장한다. 2012년 대선 때는 모 방송사의 시간대별 누적 득표율 그래프가 문제였다. 그런 매끈한 ‘로지스틱’ 커브는 도저히 나올 수 없고 특정 시점 이후부터는 득표율이 ‘픽스’되어 있었다는 ‘통계학 좀 해 본 듯한 누리꾼’의 그럴듯한 의혹 제기가 있었다. ‘k값’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분류기가 분류에 실패한 미분류표 중 두 후보 득표 비율이 1 대 1이어야 하는데 1 대 1.5로 당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높았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 추후 모두 전문가들에 의해 사실이 아니거나 ‘부정선거’의 증거가 될 수 없음이 밝혀졌다.

 

‘과학’으로 포장된 어설픈 근거에 기반한 다큐멘터리 제작도 정해진 수순이다. 2017년에는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당 성향의 방송인이 ‘k값’에 근거해 2012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반면 최근에는 김영애 배우가 생전 운영했던 회사의 황토팩 화장품에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보도로 공정성 및 방송윤리 논란을 일으켰던 PD가 2020년 총선 당시 사전투표와 본투표 결과가 많이 다른 것을 두고 부정선거 증거라고 주장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모두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음모론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워 보인다.

음모론은 믿지 않지만 지금까지 선관위의 선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된 검증을 요구받은 적이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선관위 눈치를 봐야 하는 정치권은 선거관리 시스템 점검을 적극 주장할 처지가 못 된다. 오죽하면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도 선관위 의혹 규명에 소극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했을까. 선거 보도를 하는 입장에서 언론도 선관위에 밉보이는 것은 부담스럽다. 관련 학회들은 선거 때마다 선관위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 수주가 명성 유지에 도움이 되니 불편한 문제 제기를 꺼린다. 학자들도 자칫 부정선거 음모론을 증폭시켜 양극화를 조장하거나 선거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훼손할까 조심스럽다. 여론도 ‘대한민국이 설마 그 정도 수준이겠냐’는 ‘국뽕’이 작용한다.

그러나 최근 선관위는 ‘설마’ 했던 그 수준이라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결원이 없는데도 채용 인원을 배정하는 등의 방식으로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들의 자녀 10여 명이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내부 자정 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폐쇄적인 조직에서 만약 부실 선거관리가 있었더라도 외부로 알려졌을까 하는 점이다. 무려 3500곳이 넘는 사전투표소 관리가 제대로 될까. 사전투표와 당일 투표로 복잡해진 선거 과정에서 표 집계는 잘될까. 최근 드러난 선관위의 폐쇄적 조직문화로 미루어 볼 때 ‘부정’까지는 몰라도 ‘부실’ 은폐는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2022년 대선 당시 여러 선거관리 난맥상이 알려져 대한변협이 “선관위의 허술한 선거 사무관리”를 질책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변협은 ‘극우 음모론자’가 아니다.

‘공무원의 영혼.’ 필자의 2022년 1월 동아일보 칼럼 제목이었다. 당시 대선 직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의 캠프 특보 출신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의 사의를 반려해 단 한 번의 전례도 없었던 연임을 추진하자 중앙선관위 간부급 직원들과 17개 광역지자체 선관위 지도부가 조 상임위원의 퇴임을 관철시킨 것을 칭송한 내용이었다. 사실 당시 신문사는 ‘나중에 선관위 비위라도 나오면 민망할 수 있다’며 원래 제목을 완곡하게 수정했었다. 지금은 당시 신문사의 선견지명이 고맙다.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여론과 무관하게 자신은 견제와 상호 균형의 대상이 아니라는 선관위의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선관위가 자초한 일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동아일보(25-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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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王의 탄핵 심판

 

[강천석 칼럼]

전국이 '탄핵 찬성 나라'와 '탄핵 반대 나라'가 충돌하는 전쟁터 된 한국
국민, 윤 대통령·이 대표 중 먼저 '承服' 선언하는 쪽 眞心을 믿을 것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 서울에서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탄핵 반대와 찬성 집회는 한 나라 안에서 빚어진 두 가지 이견(異見)의 대립이라는 선을 이미 넘어섰다. ‘탄핵을 찬성하는 나라’와 ‘탄핵을 반대하는 나라’가 충돌하는 국가 사이의 전쟁이다. 한 나라가 얼마나 안정된 상태인가를 측정하는 도구로 ‘실업률’ ‘인플레이션율’ ‘시위 발생 빈도’를 사용한다. 시위 발생 빈도에 시위 규모와 격렬성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극히 위험한 나라’다. 이러고서 국제 신용 평가 기관에 점수를 후하게 달라 할 순 없다. 북한 핵무기 위협 아래 사는 나라라고 말하기도 겸연쩍다.

 

냉전 시대 미국 외교 전략가는 1945년 이후 미국 외교 실패 원인으로 ‘민주주의’라는 처방전(處方箋)을 무턱대고 발급한 실수를 들었다. 원조 조건으로 민주주의 법제화(法制化)와 공정 선거 실시를 요구했지만 제3세계 독재자들은 원조 자금을 착복하고 부정선거를 반복해 쿠데타의 악순환을 불러왔다는 반성이다. 한국과 미국은 그 예외가 한국이라는 자부심을 공유(共有)해 왔다.

 

미국 국방부에는 ‘부모 테스트(Parents’ Test)’라는 제도가 있다. 군인이 전쟁터에서 죽으면 국방부 공무원이 병사 가족을 찾아가 ‘당신의 남편·오빠·자식이 나라의 명령에 따라 숭고(崇高)한 업무를 수행하다 희생됐다’고 전하는 것이다. 말을 전할 때는 가족 눈동자를 바로 보라는 주의 사항이 붙어 있다. 어느 미국 기자는 “한국이 ‘민주적 경제 발전’을 성취했기 때문에 6·25 참전 미군 희생자의 ‘부모 테스트’를 떳떳하게 통과할 수 있는 특별한 예외가 됐다“고 했다.

 

이 고마운 미국인의 믿음은 얼마나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결론은 옳지만 과정(過程)은 다르다. 한국은 ‘민주화를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룩한 나라가 아니다. 권위주의적 군사정권 시대의 ‘경제 발전을 통해’ 민주주의가 뿌리내릴 경제·사회적 기반을 다졌기에 민주화가 뿌리를 내렸다.

 

한국은 ‘경제 과목’과 ‘민주주의 과목’ 두 과목 다 월반(越班)해서 조기(早期) 졸업한 나라다. 우리는 흔히 경제 분야에 문제가 생기면 ‘압축 성장의 부작용’이라고 한다. 경제보다 뿌리를 더디게 내리는 게 ‘정치’고 ‘민주주의’다. ‘정치적 압축 발전’의 폐해는 훨씬 오래간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빼앗을 수 없는 권리를 창조주에게 부여받았다. 그것은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다’. 귀에 익은 구절이다. 베트남 공산당 창설자 호찌민(胡志明)이 1945년 8월 26일 발표한 독립선언문 첫머리다. 미국 독립선언문을 그대로 베꼈다. 그러나 베트남이 걸은 길은 미국의 길과 달랐다. 민주주의는 민주적 헌법과 제도를 꺾꽂이하듯 남의 땅에 심는다고 뿌리내리는 것이 아니다. 법보다 중요한 것이 오랜 세월 축적된 민주적 관행과 관례다.

 

오밤중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소추, 헌재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헌법과 법률이 얼마나 엉성하고 구멍투성이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대통령 수사를 서로 하겠다고 달려들던 공수처·검찰·경찰은 하이에나떼와 다름없었다. 국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 소추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지 3분의 2가 필요한지 법률 근거도 따지지 않고 해치웠다. 민주적 관례가 없으면 헌법과 법률은 값비싼 가구(家具)나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기초는 선거법이다. 국회가 선거법을 다수당 단독이 아니라 여야 합의로 처리해 온 것은 법률에 정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국회 관례였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 관례를 허물었다. 국회가 탄핵 소추 권한을 갖고 있지만 1948년 건국 이래 탄핵을 발의(發議)한 게 21건이다. 이재명 대표 재임 2년 사이에 29건을 발의했다.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탄핵 소추 횟수(回數)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역대 야당 대표들은 탄핵 소추는 독성(毒性)이 강해서 비상(砒霜)처럼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절제(節制) 관례를 쌓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수사를 막고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절제의 이 돌탑을 걷어찼다.

 

우리 아버지·자식들의 할아버지가 세운 나라가 절벽에 섰다. 우리는 솔로몬왕의 재판을 보고 있다. 두 여자가 서로 아이의 어머니란 주장을 굽히지 않자 솔로몬은 양쪽에서 팔을 당겨 찢어 가지라고 판결했다. 아이가 비명을 지르자 한쪽 여자가 먼저 손을 놓았다. 진짜 어머니가 누군지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누가 승복(承服) 선언을 먼저 할 텐가. 입을 다물고 있는 쪽이 가짜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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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결과 불복' 42%, 국가 위기로 인식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 탄핵 촉구 집회‘에서 윤 대통령을 즉각 파면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을 앞두고 이번 주말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탄핵 찬반 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경찰이 헌재 주변에 비상 경계령을 내리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물리적 충돌로 인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탄핵 심판 결과가 내 생각과 다르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42%에 달했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사법부에 승복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놀랍고 충격적인 일이다. 서울 서부지법 난입과 같은 유혈·폭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상태에선 탄핵이 인용돼도 대선이 정상적으로 치러질지 우려된다. 탄핵이 기각된다 해도 국정 운영 자체가 힘들 수 있다. 정치적 내전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적 위기를 막으려면 여야 지도자들이 헌재 결정 승복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국민 통합과 갈등 해소에 나서야 한다. 먼저 솔선해야 할 사람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당사자가 민주당과 이 대표이기 때문이다. 헌재에 탄핵 소추해 놓고 그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또 민주당은 국회를 장악한 절대 다수당이고 이 대표는 그 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 정치 상황에 대한 책임이 누구보다 크다. 그 책임의 핵심이 헌재 결정 승복이다. 이 대표는 탄핵 인용 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당략과 정략을 떠나 국가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헌재 결정 승복 선언이 그 시작이다.

 

이 대표는 최근 유튜브에 나와 “헌법 질서에 따른 결정에 당연히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나가듯 한 말이다.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이고 명확하게 “승복”을 밝혀 공식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민주당과 이 대표는 승복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고 삭발·단식·농성·행진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헌재에 “대통령을 파면하라”고 압박했다. 불복을 부추기고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도 당연히 “승복”을 공식 선언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헌재 최후 진술이나 구속 취소 석방 때 ‘지지층에 감사하다’고 했을 뿐 승복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승복하겠다”고 했지만 의원 상당수는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 모두가 “승복”을 공식 선언해 불복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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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해 직무 정지 때, 野 성향 감사원장 대행들 野 입맛에 맞게 감사원 운영했다고. 그러려고 탄핵 소추했나.

 

-팔면봉, 조선일보(25-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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