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業務-經營]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서 희미해지는 한국] ....

뚝섬 2025. 5. 15. 07:43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서 희미해지는 한국]

[AI가 키운 760조 새 시장… 삼성, 유럽 최대 공조업체 인수]

[삼성전자 9년 만에 兆 단위 M&A… 혁신과 변화의 기폭제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서 희미해지는 한국

 

美, 일본·대만과 '기술 동맹' 재편
외신도 한국 반도체 뉴스는 줄여
지금은 지정학 아닌 技政學 시대
국가 전략 차원서 돌파구 고민을
 

 

지난 4월 21일 일본을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를 면담한 자리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엔비디아 GPU를 선물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한 반도체 업체 고위 임원은 한국 반도체 위기를 새삼 절감한 최근의 경험을 들려줬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저서 ‘칩워(Chip War)’로 유명한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가 지난 4월 미 밴더빌트대학에서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유튜브에서 봤다고 했다. 밀러 교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결성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대목에서 대만·일본·네덜란드를 주요 대상국으로 거론하면서 한국은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밀러 교수가 이 세 나라를 동맹 대상으로 꼽은 근거는 분명했다. 대만은 AI용 최첨단 반도체의 95%를 생산한다. 일본은 ‘신에쓰’와 ‘섬코’ 같은 기업이 전 세계 고품질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56%를 담당하고, 포토레지스트(일종의 감광액) 등 핵심 소재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여준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한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장악함으로써 이 모든 공급망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다. 핵심 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거의 90%를 한국이 생산한다. 그런데 왜 한국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을까? 반도체 고위 임원은 미국 테크업계에선 한국의 메모리를 대체 가능한 양산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 마이크론(세계 3위인 미국 메모리 업체)의 약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낮아지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미 트럼프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을 방문한 후, 일본에 들러 이시바 총리와 면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한국의 정국 상황이 정상적이었다면, 그는 한국에 왔을까? 중국·대만을 수시로 방문하는 황 CEO가 한국을 공개적으로 방문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미 정부와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미국 내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도 미·대만 기업 중심이다. 오픈AI·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일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아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업무상 매일 보는 외신에서도 한국 반도체를 다루는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에 맞선 ‘기술 동맹’을 일본·대만 중심으로 구축하는 기류가 갈수록 뚜렷해 보인다.

 

한국 반도체의 위상이 떨어지는 것은 주력 산업 위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국제 관계에선 그 나라의 지리적 위치가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한국이 서방 동맹에 편입된 것도 중국·러시아의 턱밑에 있다는 지정학(geopolitics)적 요인 때문이었다. 최근엔 한 국가가 보유한 기술력이 국제 관계에서 지리 이상의 중요성을 갖는다. 이른바 기정학(技政學·technopolitics)이다. 최첨단 기술은 그 자체로 군사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제 관계에서 한 국가의 위상을 대변한다. 정상회담 같은 외교 행사에 기업인이 동행하는 데는 그런 이유도 있다. 보유 기술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았을 때, 어떤 대우를 받을지는 뻔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셰셰(감사하다는 중국어)”라며 중국의 기술 동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첨단 기술만큼은 단순한 산업·경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이성훈 기자, 조선일보(25-05-15)-

______________

 

 

AI가 키운 760조 새 시장… 삼성, 유럽 최대 공조업체 인수

 

2조4000억 들여 獨 '플랙트' 품어

 

삼성전자가 약 2조4000억원을 들여 유럽 최대 냉난방공조(HVAC) 업체인 독일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을 인수한다.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브라이튼으로부터 플랙트의 지분 100%를 15억유로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로선 2017년 미국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약 80억달러에 사들인 이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이번 계약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AI 반도체, AI 탑재 스마트폰과 가전·TV 등을 개발하며 AI로 촉발된 새로운 산업 변화에 올라탔다. 이번에 빅테크들이 천문학적 금액을 들여 조성하는 데이터센터 시장까지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공조 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I 인프라 시장 노린다

 

삼성전자가 인수하는 플랙트는 1918년 설립된 기업으로 대형 산업용 공조 시스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공조 분야에서 빌딩 냉난방 위주였으나, 이번 인수로 데이터센터 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가 HVAC 사업으로 AI 인프라 시장에 발을 들인 것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의 수요를 내다본 것이다.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24년 3016억달러(약 420조원)인 HVAC 시장은 2034년 5454억달러(약 760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약 5700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HVAC 산업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HVAC의 성장성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조원 규모로 조성되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이끌고 있다. 기존에는 히타치·슈나이더일렉트릭 등 일본·유럽의 제조 기업들이 장악했다. 최근에는 MS가 새로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빅테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지난해 미국 존슨컨트롤스 HVAC 사업부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보쉬에 밀린 적도 있다.

 

데이터센터에서 냉각·공조는 가장 중요한 시스템으로 꼽힌다. 고성능 서버가 24시간 가동되며 막대한 열을 내는데, 이를 식히지 않으면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얼마나 적은 에너지로 효율적인 냉각을 제공하느냐가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가르는 관건이다. 플랙트는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 냉각 방식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 효율 기술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같은 데에 고효율의 공조 설비를 공급해온 기업”이라고 했다.

 

◇AI 산업 생태계 완성하는 삼성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뿐 아니라 ‘삼성 중심의 AI 생태계’ 구축이라는 전략을 내걸고 AI 연관 산업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내장형(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갤럭시 S24를 내놓은 데 이어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에도 AI를 탑재하고 이들을 AI로 연결하는 플랫폼도 만들었다. 로봇과 AI가 결합한 이른바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서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시키고, ‘미래로봇추진단’을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AI 모델 ‘가우스’의 별도 조직도 최근 신설했다.

 

지난해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인수를 통해 자연어 처리 기반의 AI 기술을 확보했다. 차세대 운영체제, 로봇 지능, 검색 최적화 등에 활용할 방침이다. 반도체에서도 6세대 HBM 양산을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I가 산업 전반에 가져올 변화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며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통해 AI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변희원/강다은 기자, 조선일보(25-05-15)-

______________

 

 

삼성전자 9년 만에 兆 단위 M&A… 혁신과 변화의 기폭제로

 

삼성전자가 유럽 최대 공조기기 회사인 독일의 플랙트를 15억 유로(약 2조40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14일 체결했다. 조 단위 인수합병(M&A)은 2016년 오디오·전장 기업 하만을 인수한 이후 9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를 사들인 데 이어 일주일 만에 새로운 빅딜을 성사시키며 미래 성장동력 점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M&A에는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인공지능(AI)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107년 역사를 가진 플랙트는 AI 산업의 근간인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업시설의 온도·습도 전반을 제어하는 중앙 공조에 특화된 기업이다. 세계적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제약사, 헬스케어, 플랜트 업체 수십 곳을 고객으로 두고 1조 원 이상의 연 매출을 올리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폭증하는 데이터센터가 내뿜을 열을 식히기 위해 관련 공조 시장은 연평균 18%씩 급성장하고 있는데, 플랙트 인수를 통해 해당 시장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이 경영권 승계 관련 재판으로 10년 가까이 ‘사법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투자나 M&A에 큰 차질을 빚었다. 글로벌 경쟁자들이 미래 유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합종연횡을 가속화하는데, 삼성은 초대형 M&A가 9년 만이라니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길다. 이러는 동안 삼성전자는 압도적 선두를 지키던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고 AI,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에서는 존재감이 미약하다.

 

이 회장이 두 달 전 ‘위기에 강한 독한 삼성’을 주문했는데, 이번 조 단위 빅딜이 혁신과 도전의 DNA를 회복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창출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M&A가 꾸준히 지속돼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산다고 말로만 ‘립서비스’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신산업을 맘껏 키우고 투자 의욕을 불 지필 수 있도록 신속한 경제 입법으로 응답해야 한다.

 

-동아일보(25-05-15)-

 

 

=====================